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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ke Knowledge May 07. 2023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을 하며 인생을 배웠습니다


오늘로 디아 2 레저렉션 4번째 래더 시즌이 시작되었다. 1, 2, 3 시즌에 모두 참여한 입장에서 그간 디아 2를 플레이하며 어렴풋하게나마 인생에 대해 깨달은 바가 있어 정리해보려 한다. 


- 목적에 맞는 노력을 해라


디아 2 스타터 캐릭터로는 블리자드의 아들과 딸이라 불리는 성기사와 원소술사가 가장 적합하다. 그러나 나는 첫 번째 시즌을 강령술사로 시작했다. 별 이유는 없다. 게임을 잘하지 못해 어차피 천상 즐겜러일 수밖에 없는 나는 뭘 하면 이 게임을 재미있게 할까만이 캐릭터 선택 시의 고려사항이었고, 당시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을 재밌게 보고 있던 터라 웹툰 주인공처럼 죽은 적을 되살려 부하로 삼을 수 있는 강령술사를 선택해 이름까지 웹툰 주인공과 같은 성진우로 정했다.


이후에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모든 미션을 순서대로 클리어해 나갔으며, 사이사이의 스크립트나 영상 등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보며 지나갔다. 이미 최단시간 클리어 방법이 다 나와있고, 버스를 타면 (고렙 유저가 저렙 유저를 빠른 시간 내에 성장시켜 주는 것을 말한다) 하루 만에도 충분히 강해질 수도 있는 게임을 그렇게 즐기고 있으니 디아 고수가 봤으면 속이 터졌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즐기는 게 목적이었던 나는 한 시즌 내내 강령술사로, 내 방식대로 디아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


물론 내가 쌀먹을 하려 했거나,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건 잘못된 방법이고, 빨리 성장해 좋은 템 얻기 위해 파밍 하는 게 맞는 거겠지. 그런데 나는 내 목적에 맞게 시간을 투자했고 그에 만족하는 결과를 얻었다.


그런데 간혹 보면 목적에 맞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결과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유일하게 모두에게 공평한 자원인 시간을 온갖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 다 챙겨보는데 쓰면서 쟤 보다 돈을 못 버는 것, 혹은 그 직군의 다른 동료들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것을 한탄하는 케이스 같은 것 말이지. 그건 뭐랄까 시즌 1의 내가 내 강령술사는 왜 캐릭터 최대한 빨리 키워서 열심히 파밍 하는 애보다 난 왜 좋은 룬을 못 먹지? 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렇게 목적과 노력이 불일치하면서 결과에 불만을 가지기 시작하면 스스로와 주변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일만 남는다. 그렇기에 인생에서도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즐겜인지, 쌀먹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노력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 이것저것 깔짝 거리지 말고 한 분야를 깊게 파라


2번째 시즌엔 최대한 많은 캐릭터를 키우는 게 목표였다. 그래서 한 캐릭터를 키워, 졸업급까진 못 가도 어느 정도 솔방 파밍이 될 정도가 되면 다른 캐릭터를 키우고, 또 키우면 다른 캐릭터를 키우고를 시즌 내내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어중간하게 키운 캐릭터를 직업별로 다 가지게 되었는데


3번째 시즌엔 모자이크 어쌔씬을 횃불 (디아 2 엔드컨텐츠) 을 딸 수 있는 정도까지 키워 얻을 수 있고 거래할 수 있는 템의 수준이 달라지고 보니, 물론 바빠 하진 않았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키워야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매우 쉽게 키울 수 있겠더라. 2 시즌에 몇 달 쓴 거 같은데, 그 정도 키우는데 며칠이면 되겠다 싶은 정도랄까. 


한 분야를 깊게 파서, 몇 번의 퀀텀점프를 경험하고 나면 그걸 바탕으로 다른 분야로 확장해 나가기 훨씬 수월해진다는 여러 명사들의 간증을, 실제적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사례였다.


- 지루한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재미를, 어떻게든 스스로 찾아야 한다.


엔딩이라는 끝이 존재하는 콘솔 게임들과 달리 디아 2는 엔딩을 본다고 끝이 아니다. 퀘스트를 다 밀어야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헬 바알 (끝판왕)을 잡으면 소위 졸업이라고 하는 그 캐릭터의 엔드 세팅을 맞추기 위한 파밍이 시작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게임을 접는 사람들도 더러 나오지만 누군가는 졸업을 마치고도 초보를 도와주는 버스 기사가 되거나, 고인 물을 넘어 썩은 물 천지인 pk 씬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나름의 재미와 목적의식을 찾아 게임을 즐긴다.


인생의 문제로 돌아와 보자. 게임이야 지루해지면 접으면 그만이지만 인생은 어디 그럴 수 있나? 그렇기 때문에 재미와 목적의식을 잃어버리면 그때부터는 대부분 죽을 때까지 남아있는 그 길고 긴 지루한 시간을 버티기 위해 말초적인 쾌락을 좇는다. 난 최근 한국에서도 마약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게 이런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그 끝은? 궁금하다면 구글에서 펜타닐 좀비를 검색해 이미지를 보고 오라. 


그렇기에 한 번뿐인 인생을 그렇게 끝내고 싶은 게 아니라면 끊임없이 본인만의 재미와 목적을 찾아내야 한다. 왜 유명한 시인도 '취하라, 항상 그래야 한다'라고 하지 않았나.


디아 2가 이렇게 인생에 큰 영감을 주는 게임이다. 그렇기에 이걸 시즌 4까지 즐기는 건 시간 낭비를 하는 게 아니라 좋은 책 몇 권을 읽는 것과 같다. 이렇게까지 합리화를 했으니 게임하면서 죄책감 좀 덜 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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