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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엘 May 08. 2019

글만큼 투명한 것이 또 있을까


 친구와 서로의 글을 보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의견의 공통점은


딱 너 같다.


그러고 보니 글만큼, 텍스트만큼 그 사람을 투명하게 나타내는 게 또 있을까 싶다.

 

사람의 어떤 행동으로 인한 결과물은 무궁무진한데,

공부를 열심히 하면, 즉 주어진 학습량을 착실히 숙지하면 시험 등의 평가물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

근데 그건 어쨌든 뇌에서 학습에 사용되는 부분을 잘 활용했을 뿐이다. (물론 체력 관리, 마인드 컨트롤 등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했겠지만 결과에 직접적으로, 물리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요소만 생각해보자.) 그래서 단지 시험 결과만으로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는 없다.


운동 시합에서는 일차적으로 근육이 최대한 활용되었을 뿐,

노래 부르는 보컬은 성대근육이 잘 활용되었고,

기타 치는 연주자는 손가락이 적절히 잘 움직여 주었으며,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역시 손의 근육이 잘 움직여진 연유로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그러면 글은?

  

역시 손가락 근육이 물리적으로 영향을 끼치겠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다른 활동 대비, 쓰이는 근육의 범위가 현저히 좁다. 이것이 오로지 글, 텍스트만이 가지는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활동은 연습을 하면 물리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방향대로 나아갈 혹은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글은 물리적으로도 컨트롤할 수 없는 자신만의 어떤 고유한 감각이 애초부터 자리 잡고 있어서 다른 활동 대비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누가 봐도 그 사람으로부터 나온 결과임을 알아차리게 하는 어떤 고정적인 성질이 있는 것 같다. 바꿔 말하면 글은 그 사람 고유의 특징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하다 못해 우리가 자주 하는 모바일 메신저의 메시지만 봐도 그 사람의 특징이 다 보이니 말이다.


본인을 드러내는 데 글 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있을까만은... 글이, 텍스트가 무섭다. 너무 투명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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