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31 토로하다 제 19장
별생각 없다.
요새
수많은 생각 중 하나를 고심하고, 애써 내려놓은 생각에 갈고리를 걸어 매달아 놓지 않아도 되는 요즘이다.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매듭짓고 머문 자리를 지르밟는다.
혹여 뭐가 묻을까 봐 걱정하지 않고 땅에 닿아도 상관없을 것 같다. 세탁할 필요도 없고 툭툭 털고 뭐.
물감이 튀었다. 나의 실수인지, 지나가던 누가 묻혔는지 모르겠다.
그냥 내 도화지에 물감이 튀어있었다.
도화지는 단 한 개뿐이라 바꿀 수도 없고 묻은 부분을 찢어낼 수도 없다.
묻은 물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지워내려고 물을 섞어 희석시킨 것도 아니고 다른 물감으로 뒤덮으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 한 방울을 -- 그었다.이었다. 끄적이고 그렸다.
내 입맛대로
얼룩처럼 보이기 싫어서 시작했겠지만 이상하리만치 붙이고 이었고 이어졌다.
형태가 잡혔다고 말하기도 애매하지만, 허공에 걸어두고 바라만 보거나 팔을 휘적여 흩트려놓지는 않는다.
마음에 쏙 들어서 애지중지하는 것도 아니고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아 자주 빨고 해지게 만들고 있고 그러고 싶다.
미간을 찌푸리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지 않고 초점이 온전히 한 곳으로 맞아떨어진다.
이제 내가 여러 주변시에 흔들리지 않고 똑바로 볼 수 있는 걸까.
아직 이른 건 분명한 것 같지만.
바보 같은 실수도, 자만하고, 자책하는 일도 많지만
어떤 일이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담백하게 뱉을 수 있음에, 생각과 말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과장되지 않고 되려 차분히 이어지는 것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그런 내 모습을 바란다. 그 어떤 것에 선행하여.
담백한 건 스스로에게 솔직하다는 것과 같은 말임이 분명하다.
담담하고 담백한 것만큼 자극적이고 강렬한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