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같은 인터뷰 #1
https://www.youtube.com/watch?v=-S-XezU2YQI
일단 인터뷰이의 요청으로 수동 BGM을 올려둡니다.
눌러주시고 음악을 들으면서 밑으로 갑시다.
존박의 Sipping my life.
“이런 병신 같은 질문 말고 딴거 해.” 만날 때면 근황을 묻기 미안할 정도로 한숨 섞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내던 여느 취업준비생들과는 달리 그는 가볍게 욕부터 건네 왔다. 인터뷰 장소에 나오기 전, 그 이름 탓인지 평소보다 지치고 힘들어 보이는 취준생들의 정형화 된 모습을 예상했지만 그는 무심한 듯 따뜻한 고구마라떼 한 잔을 시원하게 비우고 빨대를 물어뜯고 있다. 때 이른 봄꽃 폭탄은 지나가고 상반기 채용시장은 시작 된 14일 오후에 녹음기를 켜서인지 약간 경직된 그의 광대를 향해 그의 말대로 병신 같은 질문들을 던져 본다.
오늘 편하게 인터뷰 진행 하는데요. 저의 사회적 지위를 고려해서 존칭을 쓰셔도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인턴님
누구세요.
2014년 2월 경희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졸업생입니다.
현재 구직중이고요. 전 아스날 팬입니다.
듣자하니 얼마 전 SSAT시험을 치르셨다는데?
아 싸트. ㅎㅎㅎㅎ 잘 봤습니다. 좋은 소식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말요?) 예 진짜 잘 봤습니다.
제가 듣기에는 시험이 어려웠다는 평이 많던데요.
준비한 거에 비해 되게 잘 봤습니다. 전 대학 다닐 때도 시험 때 1을 준비해서 3을 쓰고 나왔는데, 그 정도에서 항상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다른 놈들은 10을 준비해서 3을 쓰고 나오던데 저는 1을 준비해 3을 쓰고 나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만족합니다.
결국 남들보다 잘 했다는 거? 못 했다는 거?
뭐...... 나쁘지 않게 했습니다. 일단 제 자신만 만족하면 뭐 떨어져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지 남의 기준에 맞춰서 저의 성적을 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럼 졸업 후 SSAT시험 보시기 전까지 다른 것도 준비 하셨나요.
꾸준히 자소서만 써왔습니다. 1~2월에 토익을 보고, 3월에는 토스를 준비하다가 이번에 싸트를 봤습니다.
토익토스는 만족하실만한 결과를 얻으신 건가요?
그런 건 아닌데 일단은 삼성채용 시즌에 접어들었기에 준비한건 없지만 일단 도전했습니다.
그럼 삼성 말고도 지원하고 계신가요.
모든 대기업은 다 써야죠.
현재까지 서류는 다 떨어졌기 때문에.....(땀땀)
자꾸 취업 얘기하니까 땀을 흘리셔서 저는 없는 여자 친구 얘기할게요. 현재 25세 여성과 연애중이라고 알고 있는 데요
흠. 예전 같진 않지만.....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아 익명으로 해드릴게요. 말씀하세요.
여자친구...... 음 사랑은 합니다.
사랑... 합니다. (사랑) 하는데 예전 같지 않습니다.
??
요즘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에게 빠져있어서 그렇습니다.
연예인인가요?
네 가수 에디 킴 입니다.
저한테 소홀한 건 아닌데 자꾸 제 앞에서 딴 남자얘기를 하니깐.....
졸업 이후에도 동아리 모임에 꽤 참석하신 걸로 아는데? 눈에 띄는 여성회원은 없었나요?
3번 갔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절 좋아하는 사람 졸라 많다던데.(ㄴㄴ 전혀 아님)
팬클럽이 결정될 거라는(ㄴㄴ 아님 아님) 그래도 한명정도는.......
조만간 취업해서......
교체식ㄱㄱ?
교체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음으로 대답했다고 생각합니다.
취미는 뭐에요?
축구 좋아합니다. 축구를 보거나 직접 하는 게 제 삶의 활력소가 됩니다. 요즘 시간이 없어 자주 하지는 못하고. 보는 건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또 사람들이랑 이야기하고 욕 하는 거 좋아합니다. 저보다 못 살고 힘이 없는 약자들에게 욕 하는 걸 좋아합니다. 저는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게 지금까지 28년 살아왔고 죽을 때 까지 이렇게 살 생각입니다.(그래서 저한테도 그렇게 욕을?) 약자 말은 듣지 않습니다. 저는 돈 없는 사람 얘기 듣지 않습니다.
당신과 다르게 청자를 지향하는 미디어 TH의 옐로저널리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별 다섯 개에 다섯 개!!(엥 왜죠?) 뭐 없어질건 없어집니다. 판단할 콘텐츠도 없는데 뭐 곧 망할 것 같습니다. 그냥 별 주는거지 뭐.
아 어떻게 하죠? 그럼
돈을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돈으로 구독자 수 늘리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한데모아야 한다고 봅니다. 야한 걸 올린다던지.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뭐야 내 인터뷰인데.
(제 얘기를 했어요)
네가 방향을 잡았으면,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이든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향하는 정체성이 언론사라면 기존 기자들이 쓴 기사에 대한 너의 생각을 적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뭐든지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저도 1~2학년 때 축구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팀의 전술 이런 것도 써보고 그랬습니다.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서 쓰면 자신이 흥미를 잃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 축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렇게 축구를 좋아하시는데 스포츠 에이전시나 구단에 취직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세요?
그런 생각 많이 해봤습니다. 축구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축구장 청소부라도 정말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얼마 전 KBS N 스포츠 PD를 지원하기 위해 자기소개서 쓰면서 제가 스포츠 분야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왔었구나 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 취업 준비하면서 자소서 쓰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 제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고 내가 어떻게 살아왔나, 어떤 것에 관심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기에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저에게 유익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당장 구직자가 아니더라도 1-2학년 때 한 번 정도는 자소서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인사담당자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자신의 장점이 있을까요?
대학교는 취업스쿨이 아니고 그저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공부하는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예비 직장인을 양성하는 사관학교가 아니니 지금 제가 구직자로서 갖춰야 할 것은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인성적인 것일 것입니다. 인성으로 평가하자면 저는 언제든 자신을 낮출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눈치도 빠르기도 하고..... 모든 기업이 큰 톱니바퀴들이 모여 돌아가고 있는데 톱니 사이에 빈틈 안에서 작은 톱니바퀴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없어도 상관없지만 있으면 더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요소.
또..... 사람에게 잘 다가가고, 사람 좋아하고,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고 항상 웃으려고 하고, 체제 속 에서 활력소가 될 수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 추상적인 것 밖에 말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음
자소서에서는 사례를 원할 텐데요 구체적으로.
아 자주 쓰는 사례가 있습니다. 수영장 안전요원으로 아르바이트했었는데 갑자기 매점 알바생이 그만둬서 제가 매점 알바로 기용됐었습니다. 또 다른 알바생이 그만둬서 수영복 판매도 하고 또 알바가 펑크나서 티켓 판매도 한 경험이 있습니다. 담당 실장님께서 저에 대해 ‘어디다 둬도 열심히 잘 하겠다.’ 라고 판단하셨던 것 같습니다. 비록 모든 게 B급이지만.(5툴 플레이어?) 아 뭐 야구?(네 나중에 자소서에 쓰세여) ㅇㅇ 알겠음.
(아까 통화 엿들었는데) 진짜 외국 가실 거에요?
갈수 있으면 가려고 합니다.
뭘 위해서요?
지금 취업 준비하는 건 필요에 의해 하는 것도, 내 꿈을 빨리 펼쳐 보이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졸업을 했기 때문에 취업을 하는 건데 남에게 등 떠밀려 남의 시선 때문에 취업을 서두르기보다는 앞으로 취업전선에 들어가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불가능 할 것 같은 일들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이 부담감 없이 무엇을 할 수 있는 나이인데 더 큰 세상으로 나가서 더 보고, 더 쉬고 그러고 싶습니다. 누가 보면 한심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내 인생인데 내가 감독 겸 주연인데 내 맘대로 하는 게 가장 후회 없을 겁니다. 나이가 가장 걸리긴 하지만 지금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 아니 오히려 어린나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해외에) 나가면 느끼는 게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린나이에 느낄 수 있다면 돈 주고라도 느껴야한다고 생각입니다. 취직에 마음이 급하지는 않습니다.
너무 추상적이지 않나요. 산업군도 결정하지 않으신 건가요?
어린나이에 어떠한 가능성을 닫고 하나만을 바라보는 것 역시 좋지 않은 결정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제 자신을 아직 어린나이라고 생각하기에 모든 가능성의 길은 열어두고 싶습니다. 물론 보고 느끼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맥도날드의 설립자도 50대에 사업을 시작한 것처럼 언제든지 가능성의 길은 열어두고 자기 일을 꿋꿋이 하다 자신에게 맞는 길, 자신이 좋아하는 길이 생기면 언제든지 돌아 설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너무 어린나이에 ‘난 이것만 할 거야.’ 라는 생각도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살면서 ‘아 이거다.’ 라는 생각도 언제든지 떠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말씀하시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어린나이는 몇 살인가요?
장가가서 자식 낳기 전까지? 뭔가 잘못되었을 때 내 행동에 내가 책임을 지는데 있어서 나 외에 다른 사람까지 피해를 줘선 안 되기 때문에 딱 아빠가 되기 전까지. 각자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앞가림만 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어린사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종 꿈은 뭔가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해진 꿈이 있다기 보단 아직까지 꿈은 찾는 중입니다. 아직까지 가장 원하는 건 제가 관심 있는 스포츠 업계의 직종을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것 역시 지금 제가 원하는 분야 일뿐 최종적으로 내 인생이 끝나고 돌아봤을 때에야 제 대답이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살아있는 한 아직까지 제 인생은 모르기 때문에 최종 꿈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자신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살 겁니다.
여자들이 드라마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잘 하는 것처럼 남자들은 보통 스포츠 선수들에 감정이입을 잘 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함께 슬픈 영화를 보고 눈물샘이 말랐냐는 여자 친구의 질타를 받는 곰 같은 남자들도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의 은퇴식에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한창인 나이인 30대만 넘겨도 베테랑, 노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스포츠 선수들을 보며 남자들도 자신들의 우상을 따라 빨리 늙어버리는 지도 모르겠다. 어느 새 EPL에선 내 또래가 천문학적인 주급을 받으며 주전으로 뛰고 있고, 이제 나도 더 이상 어린나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자연스레 ‘어리다’라는 말과 멀어지면서 성장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나이도 지났다고 생각해왔다. 나보다 4살이나 더 드셔놓고서 당당하게 ‘나는 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성장곡선을 논하는 이 아저씨 앞에서 스스로 늙어버린 내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