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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유배일지] 알리오올리오

118일차

by 태희킷이지 Mar 0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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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16.


8시 반 알람 덕분에 부지런한 하루를 시작한다. 고구마를 까먹고 책에 몰입하는데 엉덩이에서 바람이 샌다. 요즘 고구마와 달걀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잔향이 오래간다. 


지난 번에 형이 해준 알리오올리오를 먹고 감동받아서 오늘은 내가 아바타가 되어 형의 지시를 받으며 파스타를 해보기로 했다. 그동안엔 면을 적당할 때까지 삶았는데 그게 문제였다. 적당히 익혀 놓은 면을 다시 불위에서 볶아내니까 당연히 적당한 맛이 안 나왔던 것 같다. 입이 기억할 수 있게 덜 적당히 삶아진 면을 두세 번 맛보았다. 할 수 있는 끼니의 종류가 하나 늘어서 기쁘다. 헤헤.


점심을 먹고 한경도서관에 왔다. 손전화 메모장에 적어둔 오타 가득한 일기를 블로그에 옮겨 정리하고 책을 펼쳤다. 집 못지않게 추워서 항상 긴장감 있게 머물다 갔던 도서관인데 오늘은 웬일인지 따뜻하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히터가 돌아가고 있다. 밀려드는 온기에 긴장이 풀린 광대가 빨갛게 익는다. 슬슬 눈이 감기길래 손전화로 시간을 확인하는데 부재중 전화가 떠있다. 


추후 연락해서 면접 결과를 알려주겠다 해놓고 문자 한 통 없는 신라호텔을 욕하면서 새로 지원했던 화장품 회사였다. 공장에서 나오는 화장품을 포장하는 단순노동이라는데 솔직히 일당은 꽤 적다. 그래도 륙지로 가기 전에 이것저것 먹어대려면 당장 돈이 필요해서 내일부터 나간다고 했다. 


치킨을 시켜 먹는 형 앞에서 닭가슴살을 먹고 있다. 마늘도 얇게 썰어 넣고 바질과 후추도 탈탈 털어넣어서 어제는 되게 맛있게 먹었는데 진짜 치킨 앞에서 가짜 치킨을 먹으려니 괴롭다. 참았다가 내일 아침에 야무지게 먹고 출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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