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같은 인터뷰 #34
원래 사소한 일에도 생각이 많은 편이라서 정말 쓸데없는 걱정도 많아요. 나중에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들이 그 때는 세상의 전부 같잖아요.
지금은 몸에 밴 듯 익숙하게 해내는 것들도 온통 처음일 때가 있었어요. 손바닥에 가짜 땀이 날 만큼 긴장하게 하면서도 몽글몽글한 기대감과 설렘을 가져오던 나의 처음들을 돌이켜보면 뭔가를 자연스럽게 잘 해내고 있는 지금의 내가 기특해져요. 처음은 처음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특별하지만, 시작하는 용기가 꼭 필요해서 더 특별해지는지도 모르겠어요. 옛 말씀은 엄마 말씀만큼이나 틀린 게 없어서 이젠 첫술에 배부르지도 않다는 것도,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것도 잘 알지만 시작부터 잘하고 싶어지는 건 애써 용기를 낸 나를 어서 칭찬을 해주고픈 마음 때문일 거예요.
서울에, 대학에 가면 꼭 인터뷰를 하겠다는 댓글을 다는 그 순간 시작된 이 인터뷰로
인터뷰이의 처음을 응원하고 싶어요.
원래 서울 올라오고 바로 인터뷰 신청을 할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바쁘더라고요. 서울에 오긴 했는데 지리도 모르고, 아는 사람도 없고 해서 적응하느라...
서울로 오게 된 친구들은 없어요?
제 친구들이 이번에 재수를 많이 해가지고 엄청 멀리에 한두 명 있어요. 어디더라.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는데 여기서.
서쪽 서울인가 보네요.
그... 그런 것 같아요.
잘 모르시는구나. 아직.ㅋㅋㅋㅋㅋ
네 ㅋㅋㅋㅋㅋ 저 아직도 몰라요. 그래서 처음에 술 게임 할 때 지하철 노선 하는데 그게 너무 힘들더라고요.ㅋㅋㅋㅋ 대전은 1호선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제가 사는 동네는 지하철을 탈 필요가 없어서 서울 와서 지하철을 거의 처음 타봤어요. 타는 것도 어려워 죽겠는데 그걸 외우라고...
ㅋㅋㅋㅋㅋ 타고 다니면서 대충 알게 되는 거죠. 여튼 잊지 않고 인터뷰 신청해주셔서 고마워요. 방학인데 집에는 안 가셨어요?
집에 갔다가... 집에서 빨리 올라가라고ㅋㅋㅋㅋ (왜요?) 제가 친척 언니, 오빠랑 같이 사는데 대전에 있으면 할 일이 생각보다 없더라고요. 그래서 맨날 노니까 엄마가 가서 보고 배우라고ㅋㅋㅋㅋ 언니는 취직했고 오빠는 학원 다니면서 엄청 바쁘게 지내거든요.
집에 자빠져 있지 말고!!!
넼ㅋㅋㅋㅋㅋㅋㅋ 맞아요.
그럼 다시 서울에 와서는 요즘 뭐해요?
온지 얼마 안 돼서 그냥 뭐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원래는 영어학원도 다니고 운동도 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왔는데ㅋㅋㅋ 막상 오니까 또... 뭐 해야 하지. 뭐 이렇게...
생각보다 방학이 안 바쁜 것 같다고 한 거 보니까 너님의 첫 학기는 되게 바빴나 봐요. 총평을 하자면 어땠던 거 같아요?
생각보다 되게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중고등학생 내내 대학생활에 대한 환상이 있었거든요. 부모님께서 항상 뭘 해도 대학가서 하라고 말씀하시니까 아 대학가면 내가 생각했던 대로 모든 일들이 이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사실 있었는데... 그건 맞는데 그 일이 다 좋은 방향이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그래서 처음엔 되게 헷갈리더라고요. 동아리 고를 때도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데 뭐 날짜가 겹친다거나 그러면 그런 걸 스스로 결정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너무 크게 고민이 되는 거예요. 사실 별거 아닌데...
그래서 그럴 때마다 머리를 싸매면서 언니한테 어떡하냐고오...ㅋㅋㅋㅋ 그리고 엄청 자유로워졌다고 해야 하나? 대전에 있을 때 되게 바르게(?) 자랐던 편이거든요. 집에 늦게 들어간 적도 별로 없고. 10시만 돼도 뭔가 막 마음에 짐이 있는 것 같고 ㅋㅋㅋㅋ 근데 서울 와서는 늦게 들어오는 거에 대해서 연락만 해주면 언니, 오빠가 걱정을 하지 않으니까 그런 것도 되게 자유롭고... 엄마가 아시면 흐흐흐흐
언니오빠들이 비밀로 해줄 거 아녜요.
그렇죠. 아직 모르세요. ㅋㅋㅋㅋㅋㅋ
앞으로도 모르실 거예요. 엄마가 이 인터뷰를 보실 리 없잖아요. 근데 셀프로 이른 귀가를 한 걸 보면 막 나가 놀고 싶은 마음을 참은 건 아닌 것 같은데...?
더 놀고 싶은데 그 시간쯤 되면 전화가 오니까... 더 놀고 가겠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는데 그게 안 통한다는 걸 몇 번 깨닫고 난 이후로는 아 그냥 기다리자ㅋㅋㅋㅋ (내 자유를 찾을 때까지!) 그냥 그랬던 거죠.
공부하는 전공은 어때요?
사실 제가 살던 지역이나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서울로 대학을 오는 애들 자체가 몇 명이 안돼요. 그래서 대학교 이름을 말하면 되게 막 높게 평가를 받거든요.ㅋㅋㅋ 한 번은 대학 합격하고 나서 모교에서 선배와의 대화 이런 걸 한 적이 있는데 저는 대학생활이 어떤지 제가 직접 겪어보고 나서 알려주고 싶어서 일부러 6월쯤에 했거든요. 그때 제가 후배들한테 궁금한 게 있냐고 물어봤는데 대학교 수업이랑 고등학교 수업이랑 다른 게 뭐냐. 전공 수업은 어떠냐. 이런 걸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입학사정관제로 지원을 해서 전공에 대해서 나름 많이 찾아봤다고 자부하는 편이었어요. 지금 동기들 중에도 정시로 들어온 친구들은 성적 맞춰서 왔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도 몇 명 있었거든요. 나는 그래도 나름대로 전공에 대해 더 찾아보고 뭐 배우는지 정도는 알고 왔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와서 보니까 제가 찾았던 거랑 완전히 다른 수업을 하고, 다른 걸 배우더라고요.
어떻게 다르던가요.
일단 수업이 학생들의 발표로 이루어진다는 거? 저희가 주제를 정하고 발표를 준비하면 그걸로 시험문제가 나오는 전공 수업도 있었어요. 그런 건 진짜 새롭더라고요.
긍정적 의미로 예상 밖이었던 거네요?
네! 한 학기 끝나고 과 친구들이랑 얘기해봤을 때 전과를 생각하는 친구들도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저희 학과가 순수학문이라서 취업을 걱정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전공 수업이 안 맞는다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저는 생각보다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예상했던 것보다 새롭고 재밌었으니까.) 네 다행이죠.
그래서 후배들한테는 전공에 대해서 잘 얘기해줬어요?
저는 좋다고 얘기해줬는데 그렇지 않은 친구들 의견도 있어서 다른 의견도 얘기 해줬죠. 학교에 가기 전에 학과 친구들한테 다 물어봐서 갔거든요.
기분이 새로웠을 거 같아요. 1년 전에는 너님도 그 앞에 앉아있었을 텐데.
진짜 신기하더라고요. 학교 다닐 땐 선생님들이 제 걱정 엄청 하셨거든요. 말을 하도 안 들으니까ㅋㅋㅋㅋㅋㅋㅋ 너 대학 안 가고 싶냐고. 다 떨어지면 어떡할 거냐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1학년 때 스쳐지나갔던 선생님도 알아봐주시더라고요.
얼마 살진 않았지만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일중에 하나였던 것 같아요. 저는 뭐 공부를 평소에 엄청 잘 했던 게 아니라 성취감을 느껴본 적이 많이 없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ㅋㅋㅋㅋ 고등학교 1, 2학년 때는 그냥 당연히 가고 싶은 학교에 갈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얼마나 힘든지 모르니까.
근데 3학년이 되고 원서 넣는데 하나 둘씩 떨어지고 나니까 아 이게 안 될 수도 있겠구나 싶다가 두세 개 떨어지니까 아 안 되겠구나... ㅋㅋㅋㅋㅋ 가고 싶은 학교에 가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이라는 게 확 다가오는 거예요. 그래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기다리는 입장에서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맞아요.
근데 꼭 서울에서 인터뷰 하고 싶었다했잖아요. 대학생활도 서울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하나의 환상이었죠. 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서 미국으로 해외여행을 갔었거든요. 거기는 나라가 엄청 넓어서 다른 지역 가는데도 비행기 타고, 차를 타도 오랜 시간 가야하잖아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한국은 되게 좁은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니까 문득 내가 되게 좁은 곳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한국에서 제일 큰 곳은 서울이니까 그래도 이왕이면 가장 큰 곳에서 가장 젊을 때, 많은 걸 해볼 수 있을 때를 보내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환상이라면 환상인데 한국에서 제일 큰 데서 지내다 보면 뭐 생각이 더 커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냥 그런 생각? 근데 다니다보니까 서울도 좁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
넓은 듯해도 지하철 타면 또 금방금방 가는 것 같아요.
맞아요. 친구랑 어디 놀러갔는데 과 친구를 거기서 만난다던가 하면 ‘아... 서울도 좁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전에서는 번화가라고 하면 딱 정해져있어서 거기가면 웬만한 친구들을 다 만나거든요. 그런 게 서울에서도 반복되니까 생각보다 넓은 데가 아니구나...ㅋㅋㅋㅋ 그런 생각도 들고.
요즘 어떻게 하면 열심히 사는 건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는데 첫 방학이니만큼 의미부여도 많이 했을 거고, 주위 친구들도 다들 비슷한 상황이니까 더 생각이 복잡할 거 같기도 해요.
네. 기대가 되게 컸거든요. 고등학교 땐 방학이 거의 없었는데 방학이 기니까 뭘 하지? 이런 생각도 하고 너무 부~웅 떠있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고등학생 때는 스케줄러를 맨날 갖고 다니면서 오늘은 뭐 할지 써서 가지고 다니고 그거 없으면 막 헷갈리고 그랬거든요. 근데 이제는... 매일매일 계획을 세우는 스케줄러로는 뭔가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은 시간이 주어지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루하루로 나누면 이제 텅텅 비니까?
네ㅋㅋㅋ ‘아 이제 뭐 하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일단은 아무 계획 없이 여행을 가야겠다 싶어서 친구들이랑도 가고, 언니랑도 여행을 갔다 왔어요. 여수랑 부산으로. 아 정말 볼 건 없지만 동기들 데리고 대전도 다녀왔어요.ㅋㅋㅋㅋ 원래 내일로로 친한 동기끼리 서로의 고향을 돌기로 했는데 고향이 겹치는 애들이 많아서 그냥 기차여행으로 다녀왔어요.ㅋㅋㅋㅋ
근데 자기소개에는 하고 싶은 거 많다고 했잖아요.
네 엄청 많아요.
그게 너무 많아서 정리가 안 되는 거예요? 뭐부터 해야 할 지 모르겠고?
네 맞아요.
그럴 땐 일단 늘어놓는 게 답이에요. 자랑 좀 해봐요. 뭐뭐 하고 싶은지.
운동도 하고 싶고.
구체적으로 말해야 진짜 하죠. 무슨 운동 하고 싶나 생각 하다가 시간 또 걸리잖아요.
원래는 흐흐흐흐 플라잉요가라고 아세요? 그걸 하고 싶어서 같이 사는 친척언니랑 하려고 했거든요. 근데 언니 직장 동료 중에 플라잉요가를 하시는 분이 온 몸에 피멍이 들어서 왔다는 거예요. ㅋㅋㅋㅋ 그래서 언니가 다른 운동을 해보자고... 해서 다른 운동을 찾고 있어요. ㅋㅋㅋ
뭐임ㅋㅋㅋㅋㅋ
그리고 저는 전공에 애착이라는 게 좀 생기더라고요. 아직 많이 공부해보진 않았지만 그냥 좀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전공 관련 책들도 깊이 있게 읽어보고 싶어요. (어렵지 않아요?) 어렵죠. 처음에 딱 읽었을 때는 한국말인데 한국말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뭔지 알겠더라고요. 아... 공부가 이런 거구나ㅋㅋㅋㅋㅋ
전공공부를 더 하고 싶은데 대학교 공부는 고등학교 때처럼 예습을 할 수 있는 공부는 아니잖아요. 학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선배들한테 물어봤는데 책을 읽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셔가지고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1주일에 한 권씩 읽겠다고ㅋㅋㅋㅋㅋ 다짐했는데 흐흐흐
과연?!
한 달에 한 권정도 읽으면 많이 읽는 거고ㅋㅋㅋㅋ 아 그리고 서울 왔으니까 연극이나 공연같은 것도 많이 보러 다니고 싶어요. 아 그래서 얼마 전에 공연 보러 갔다 왔어요. 언프리티 랩스타 친구가 방청 신청했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저는 힙합을 잘 모르지만ㅋㅋㅋㅋㅋ 보러갔죠. 엄청 신기하더라고요. 저 그런 거 처음 봤거든요. 막 연예인들도 엄청 많고.ㅋㅋㅋㅋㅋ
서울 온 실감이 났던 순간 중 하나였겠어요.
네. 아 서울 온 실감이 가장 많이 났을 때는 한강 갔을 때! 한강 가서 오리 배 타는뎈ㅋㅋㅋ (같이 탄 친구도 서울 사람 아니죠?) 넼ㅋㅋㅋㅋ 아니에요. 근데 그때 진짜 실감나더라고요. 아 말해놓고 웃긴다 되겤ㅋㅋㅋㅋ
그리고 대외활동 같은 경우에 보통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게 많잖아요. 연합동아리 같은 것도 그렇고. 대전에서 학교 다니는 친구들한테 물어보니까 거기는 학교 수도 적고 학교끼리 멀리 떨어져있어서 다른 학교 학생들끼리 모여서 활동하기가 되게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서울은 가까운 학교들이 있으니까 그런 활동을 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인터뷰 신청서엔 지금 하고 있는 공부와는 전혀 다른 분야의 자격증을 따고 싶다는 얘기도 했어요.
음... 저랑 완전 상관없는 거 있잖아요. 예를 들면 요리나 뭐... 종이접기?ㅋㅋㅋㅋㅋ 진짜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걸 배워보고 싶어요.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대학에 와서 그런지... 저는 고등학교 생활 내내 어떻게 하면 좀 더 스펙을 갖출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항상 있었거든요. 경험을 하나 한다고 하면 그 경험에서 어떤 걸 느꼈는지, 제가 공부하고 싶은 전공이랑 어떤 연관이 있는지, 항상 이런 걸 생각하면서 지냈던 것 같아요. 이제는 그런 생각할 필요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아무런 근거 없이도 해보고 싶은 거예요. “그걸 왜 배우게?”라는 질문에 “그냥!” 이렇게 대답하고 싶어요.
대학교 와서 뭔가를 결정을 할 때마다 고민을 많이 했던 이유도 이것 때문인 것 같아요. 이제는 미래에 어떤 도움이 될 것 같은지를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를 기준으로 고민을 하다보니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져서 고민도 덩달아 늘어나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되게 힘들었어요. 뭘 먼저 해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고요.
하고 싶은 걸 어디에 적어 둔 적은 없어요? 그런 게 되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하나하나 쌓아두다 보면 그중에도 우선순위가 있을 것 같아요. 오늘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거랑 내일 생각하는 거랑은 또 다를 거구요.
예전에는 맨날 적었었거든요. 가지고 다니던 플래너 뒷장에는 줄 노트가 있어서 거기에 적었어요. 선생님들도 너무 공부하기 싫을 때는 그냥 하고 싶은 것 적으면서 상상해보라고 잘 될 거라고 하시는 거예요. ㅋㅋㅋㅋ 근데 한 번 생각하기 시작하니까 끝도 없이 ㅋㅋㅋㅋㅋ 진짜 백 개 정도 적었을 걸요.
ㅋㅋㅋㅋㅋㅋ 어떤 것들을 적었어요?
지금 보면 진짜 엄청 사소한데 그때는 적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어요. ㅋㅋㅋㅋㅋ 동생들한테 캠퍼스 구경시켜주기도 있었고 홍대 가기! 이런 것도 있었고.ㅋㅋㅋㅋ 지금 가서 찾아보면 아마 이미 한 것도 많을 거 같아요. 찾아봐야겠다. 그 노트를 대전에서 갖고 올라왔거든요. ‘서울에 와서 꼭 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다른 노트를 사가지고... 그 노트를 안 본지 오래된 거 같아요.
혼자 살면서 느끼는 것도 많겠지만 언니 오빠랑 함께 살아서 느끼는 특별한 것들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열심히 사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언니 오빠를 보면서 힌트를 얻을 수도 있고?!
처음에는 친척 언니 오빠랑 함께 사는 게 좀 걱정스러웠어요. 저는 여동생만 두 명 있는데 동생들하고 유독 사이가 좋은 편이라서 혹시 서로 안 맞으면 관계를 비교하게 될까봐 그게 걱정되는 거예요. 집에선 첫째지만 이제 막내가 되고, 없었던 남자형제도 생기는 거라 되게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와선 같이 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걱정했던 것보다 잘 맞았나 보네요?
처음에는 안 맞는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왜냐면 제가 무슨 일에 대해 언니한테 고민상담을 하면 언니는 항상 제 선택에 대한 장점을 말해주고 나서 단점을 같이 말해주는 거예요. 근데 제가 상담을 했던 건 그냥 그런 거 있잖아요. 언니 내 얘기 좀 들어줘. 이런 마음으로 하는 건데 언니는 항상 장단점을 한 번에 얘기를 해주니까 ‘왜 굳이 단점을 같이 말해주는 거지?’ 막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언니 답정이네?!
ㅋㅋㅋㅋㅋㅋ네 맞아욬ㅋㅋㅋㅋ 그런 마음으로 물어본 거죠. 근데 몇 번 경험하고 나니까 언니가 말했던 단점들이 저한테도 보이더라고요. 언니 말대로 고민을 충분히 했어야 하는구나 하는 상황도 오고, 언니 말대로 고민을 더 해보길 잘했다 싶은 일도 생기니까 아 진짜 같이 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네요. 혼자 있었으면 계속 머리 싸매고 고민했을 텐데.
맞아요. 그리고 제가 원래 말하는 거, 수다 떠는 거 되게 좋아하고 뭔가를 같이 하는 걸 좋아하는데... 언니 오빠들이 가끔 본가 간다고 가면 둘이 같이 가잖아요. 둘이 친남매거든요. 그렇게 저만 집에 혼자 남으면... 아무것도 하기가 싫더라고요. 동기들은 혼자 있는 게 더 편하지 않냐고 얘기하는데 전 혼자 있으면 일어나서 밥 먹는 것도 귀찮고, 씻는 것도 귀찮고ㅋㅋㅋㅋㅋ 그래서 내내 집에 혼자 널부러져있고... 혼자 살았으면 계속 이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요.
그래서 언니 오빠랑 살기 잘했다?
네ㅋㅋㅋㅋ 그리고 제가 전부터 엄마한테도, 주변사람들한테도 1학년 때는 신나게 놀 거라고 얘기하고 다녔단 말이에요. 근데 열심히 놀다가도 언니랑 오빠가 공부 하는 거보면 가끔씩 정신이 들 때가 있더라고요. 특히 시험기간에 그런 모습을 보면 어... 나도 저래야하는데 하고 다시 정신을 좀 차리게 되는 것도 있고.ㅋㅋㅋㅋㅋㅋㅋ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냥 잘됐다는 생각만 들어요.
집순이라고 했는데 서울에 와서도 집에 잘 붙어있어요?
넼ㅋㅋㅋㅋㅋ (집에선 뭐하고 놀아요? 드라마 보고 영화보고?) 전 드라마보다 영화를 좋아해요. 소설 읽으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야 직성이 풀리고.ㅋㅋㅋㅋㅋ 드라마는 한 편 한 편이 되게 감질맛 나게 끝나고 그러잖아요. 기다리는 게 너무 싫어서 드라마도 다 몰아서 보느라 뒷북친다는 얘기도 진짜 많이 들어요.ㅋㅋㅋㅋㅋ 저... 응팔 다 본지 얼마 안 됐거든요ㅋㅋㅋ 아 그리고 저는 요리하는 거 되게 좋아해서...
냉부 보면서!
네!! 맞아요. 저 <냉장고를 부탁해> 되게 좋아하거든요 ㅋㅋㅋㅋ 수능 끝나고는 그것만 보고 앉아있으니까 엄마가 요리사 될 거냐고ㅋㅋㅋㅋㅋ 제가 집 반찬도 만들어보고.
자신 있는 요리가 있다면?
어... 뭐 있지? 저 요즘 골뱅이 비빔국수 그걸 자주 해먹어요.
이욜~ 언니 오빠한테도 해줘요?
네. (되게 좋아하시겠다.) 아 근데... 맛이 보장되어 있진 않으니까ㅋㅋㅋㅋㅋ 하는 걸 좋아하긴 하는데 언제 한 번 오빠가 아플 때 오뎅국을 끓여준 적이 있어요. 한 수저 먹더니 오빠가 뜨거운 물에 간장을 타 먹는 것 같다고ㅋㅋㅋㅋㅋ
아... 혹시 오빠가 건강이 더 안 좋아졌나요..?
아니요ㅋㅋㅋㅋㅋㅋ 지금은 많이 나아졌는데 처음에는 콩나물국 끓여준다고 끓였는데 콩나물 비린내가 뿜뿜나고... 그랬던 적이 있었죠.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얘기만 들어도 집이 되게 재밌을 거 같아요. 막내가 해준 밥을 먹었는데 건강이 더 악화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집을 좋아해요. 집에 있어도 할 게 많아서. 지금은 맨 손톱이긴 한데 혼자 드라마 보면서 네일아트도 하고. 말리는 게 되게 오래 걸려가지고 한 두 시간은 금방 지나더라고요.ㅋㅋㅋ
사는 집도 바뀌고, 같이 사는 사람도 바뀌고, 만나는 친구도 바뀌었는데 그중 분명 좋았던 것도, 덜 좋았던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이번에 대전에 있을 때 막내 동생이랑 그런 얘기를 좀 했었거든요. 막내는 중학생인데 무용을 하면서 단체생활을 많이 해봐서 서로 그런 고민 같은 걸 얘기를 해봤을 때 말이 좀 통하더라고요. 저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친구들이랑 뭘 같이 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데 처음 서울에 오니까 제가 같이 다니던 친구들도, 가족도 없잖아요. 지금이야 과 친구들이랑 가까워졌지만 아직 그렇지 않았을 시기에는 제가 뭘 하고 싶어도 다 혼자서 해야 하는 그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막연히 좀 무서웠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서울에 오고 처음엔 밖에 잘 안 나갔어요. 원래 집에 있어도 잘 지내니까요.ㅋㅋㅋ 근데 서울에 왔고 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눈 딱 감고 혼자서도 한 번 해보자 해서 처음으로 혼자 영화를 보러갔어요. 혼자 해보기 전에는 되게 외로울 줄 알았거든요. 굳이 왜 혼자서 영화를 보나 이렇게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장점도 많더라고요. 혼자 하다보면 나한테 어울리는 옷이 뭔지 더 천천히 생각해볼 수 있고 영화 대사에 더 집중할 수도 있고
그래서 이제는 그런 두려움을 좀 깼다고 해야 하나. 근데 저희 막내 동생도 저랑 비슷한 성격이거든요. 혼자서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근데 무용학원 다니면서 스스로, 혼자서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서 너무 힘들다는 얘길 들으니까 서울에 처음 왔을 때 생각이 나가지고 그런 얘기를 해줬어요.
언니가 살아보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나 살아봤다고.
에엥 자그마치 5년 더 살았는데요. 사실 뭐든 해보면 처음만 힘들잖아요.
진짜 그렇더라고요. 이제는 혼자서 잘 다니고 혼자 노는 게 더 편할 때도 있어요. 그리고 이젠 ‘해보면 되지!’ 약간 이런 생각으로 바뀐 거 같아요. 예전에는 사소한 걱정도 많았고 다른 사람들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이 되게 컸는데...
관심 없잖아요. 너님한테
네 맞아요. 그걸 진짜 많이 느꼈어요. 생각보다 사람들이 나한테 관심이 없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고등학생 때 고민이 있을 때마다 찾아가서 상담을 했던 선생님이 계시거든요. 제가 무슨 얘기를 하면 그 선생님이 자주 해주셨던 말씀이에요. “세상 사람들... 생각보다 너한테 관심없다~” ㅋㅋㅋㅋ
사실 큰 변화잖아요. 절반이 넘는 일상이 바뀌었는데도 잘 적응하시고 있네요! 물론 전부 다 만족스러운 건 아니겠지만 웃으면서 얘기하는 거 보면 좋아 보여요.
아 원래 오해를 좀 많이 받는데... 제가 힘들면 엄청 많이 웃어요.
아... 힘들면요?
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지금 인터뷰가 힘들다는 건 아니고요.ㅋㅋㅋㅋ 아 그런 거 있잖아요. 수련회 같은 데 가서 혼나는 분위기인데 혼자서 웃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상황이 웃긴 거예요?
상황이 웃기기도 하고ㅋㅋㅋㅋ 제 자신이 그냥... 힘든 걸 굳이 힘들 게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편이어서 ‘그냥 살다보면 해결책이 있겠지...’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다 좋게 좋게 보이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울 와서도 힘들어서 많이 웃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많이 웃었죠.
지금이야 점점 적응이 되가는 중일 텐데 초반에 가장 힘이 됐던 건 뭐예요?
친한 친구가 재수를 하고 있거든요. 그 친구가 생각보다 되게 힘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친구는 공부를 하고 있으니까 제가 도움을 줘야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도움을 받는 부분이 더욱 많았다고 느껴요. 떨어져있으니까 거의 못 보지만 가끔씩 통화하면 엄청 엄청 위로가 많이 되더라고요. 걔도 공부하는 게 힘드니까... 저는 조금만 참자고 응원해주고 그 친구는 저한테 너도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해주고요. 고등학교 때도 그 친구는 기숙사 학교를 다녀서 그때도 자주 못 보긴 했는데 그때부터 서로 의지하면서 지내니까 그냥 친했던 친구들이랑은 조금 다른 느낌이 들어요. 속 깊은 얘기를 하는데도 도움이 많이 되고.
너님의 미래를 막연하게 떠올릴 때 어떤 사람이길 바라나요?
저는 그냥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게 가장 큰데... 좀 더 바라는 게 있다면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
너님의 행복은 뭔데요?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봉사를 다니고 있는 곳이 있거든요. 혹시 소록도 아세요?
네. 한센병.
맞아요. 그곳으로 계속 봉사를 다니고 있어요. 어쩌다 이야기 할 기회가 있어서 소록도로 봉사를 다니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 다들 대단하다고 힘들지 않느냐고 말씀을 하시는데 저는 오히려 제가 그곳에서 얻어가는 게 훨씬 더 많다는 생각을 해요. 어떻게 보면 그 분들은 더 이상 뭔가를 내줄 수 없을 정도로 버림받고, 스스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이 많은 분들이잖아요. 근데 그 분들이랑 같이 지내면서 얘기를 하다보면 제가 다른 사람들한테 그분들 같은 존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하게 돼요. 다녀올 때마다 항상 그런 생각을 했어요.
오옷 어떤 부분에서요?
되게 별거 아닌 것같이 느껴지실 수 있는데 전 감사하다는 걸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소록도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제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되게 감사해하시거든요. 제가 온 것만으로도 항상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니까 제가 뭐 한 것도 없는데 되게 많이 해드린 것 같아요. 그냥 마주앉아서 얘기만 했는데도 고맙다고 말씀해주시고.
그리고 제가 예전에는 외적인 모습에 편견을 가지고 있는 편이었어요. 사실 봉사를 시작하면서도 그랬던 것 같아요. 근데 여기 계신 분들을 만나다 보니까 그게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겉모습을 보고 극단적으로 판단하진 않더라도 편견을 갖거나 지레짐작을 하는 편이었거든요. 봉사를 다니면서 그랬던 마음도 많이 사라지고 가치관에 있어서 상당히 변화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도 이전의 나처럼 생각하던 사람들한테 가치관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사람이면... 한 명이라도 변할 수 있게 하는 사람이면... 그럼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어쨌든 저는 봉사 다니면서 많이 행복해서 그런 생각을 진짜 많이 했어요. 봉사 오래 다녔던 분들이 소록도 다녀오면 점점 철든다고 하긴 하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어때요? 너님은 철든 거 같아요?
뭐... 많이 들진 않았는데 ㅋㅋㅋㅋㅋ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진 게 좀 있지 않나... 그대로 일땐 그대로긴 한데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되게 오랫동안 해왔네요. 꾸준히 하는 것만큼 어려운 게 또 없잖아요.
헤헤. 제가 참여했던 봉사단체에서는 방학 때 소록도 봉사를 갔는데 만약 겨울방학 때 가서 할머니한테 여름에 오겠다고 약속을 하면 반드시 와야 해요. 할머니가 기다리시거든요. 처음엔 그것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안 가려고 했는데... 할머니가 막 ‘다음에 또 올 거지?’라고 말씀하시는데 저도 모르게 온다고 대답을 해버린 거예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왔거든요. 처음엔 그랬는데 오가면서 좀 느끼는 게 생기니까 자연스럽게 가게 되더라고요. 근데... 제가 봉사를 시작한 뒤로 동생들이 절 싫어해요ㅋㅋㅋㅋㅋㅋㅋ
왜요?
제가 가보면 느끼는 게 많다고 엄마한테 얘네도 데려가야 한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생들은 생각도 없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그래서 결국 동생들도 갔나요?
네 많이 갔죠. ㅋㅋㅋㅋㅋㅋ
동생들도 너님이 느꼈던 걸 느꼈을까요?
아니 뭐... 그러니까 자기들도 계속 가는 거겠죠? 이번에도 할머니들한테 약속을 하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약속을 했다는 얘기는 가겠다는 얘기니까ㅎㅎㅎ 이번 여름방학에 저는 신청을 못해서 동생들만 갔는데 가면서 다 언니 때문이라고 투정부리더라고요. 말은 그렇게 해도 또 갔다 올 거면서ㅋㅋㅋ
동생들도 너님처럼 마음 속에서 꼬물꼬물 올라오는 게 있었나 봐요. 역시 사람이 주는 경험만큼 소중한 게 없는 듯해요. 그게 제가 이 근본 없는 인터뷰를 하는 이유기도 한데 그런 의미로 저에게 욕을 좀 해주세요.
욕이요?
저와 이 망할 놈의 회사가 좀 더 발전할 수 있을만한 달고 짜고 쓴 소리. 간단히 인터뷰 소감을 얘기해줘도 되고요.
그냥... 생각했던 대로(?) 재밌었어요. 아마 제가 자기소개에도 적었을 텐데 뭔가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왔어요. 제가 알고 있는 사람들한테 제가 생각하는 모든 이야기를 할 수는 없잖아요. 이 친구한테는 여기까지만 말해야하고, 이 사람한테는 이만큼 말해야하고. 근데 그렇게 얘기를 하다보니까 저도 좀 헷갈릴 때도 있어요. 그렇다면 만약 저에 대한 아예 정보가 없는 분이라면 무슨 말을 해도 솔직하게 다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게 가장 큰 신청 이유였고.
저도 예전에 비슷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서 나도 생각했던 걸 진짜 하고 있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좀 신기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소록도 봉사에 다녀와서 생각하게 됐던 건데 소록도 할머니들이 코가 없으시거나... 몸의 일부가 썩어서 없으신 분들이 많거든요. 그곳엔 외적인 모습 때문에 차별을 받으셨던 분들이 많아서 약간 그 <보이스 코리아>처럼 겉모습이 공개되지 않는 형식의 인터뷰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어요.
엄청나게 유명한 사람이라도 얼굴이나 정보를 하나도 공개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하면 어떤 유명인이라도 엄청 평범하게 보일 수 있고, 엄청 평범한 사람이라도 되게 유명한 사람이 말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그런 인터뷰를 생각해봤던 적이 있어요. 근데 이런 걸 진짜 하고 있는 분이 계시는 구나 싶어서 신기했죠. 엄청.ㅋㅋㅋㅋ 그때 보자마자 막 엄마한테 얘기하고 그랬어요.
오늘 솔직히 얘기한 거 같아요? 편하게?
네. 굳이 여기서 말을 꾸며낼 필요도 없고. 흐흐흐흐흐
입학 면접 볼 때처럼...
맞아요. 저 그 때 정말..
왜요. 그땐 얘기 지어내심?
아니요 나오다 넘어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욜 그래도 잘 합격했네요. 안 고꾸라지시고.
그러게요. 기억에 남으셨나...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멋있게 인사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멋있게... 넘어졌어요.ㅋㅋㅋㅋㅋ
넘어져도 멋을 잃지 않는 클라스~
너무 공부하기 싫을 때마다 하고 싶은 걸 적었다는 인터뷰이의 노트 이야기를 듣고 저도 방구석에 짱박아놨던 일기장을 오랜만에 뒤적여봤어요.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도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금방 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았어요. 예를 들면 '어느 맛집에서 밥 먹기' 같은... 그런 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인데 비극적이게도 그 맛집이 흥하고 쇠하고 결국 사라질 때까지 가보지 못하는 상황도 여러 번 있었어요...
하고 싶은 일을 그때그때 잘 기록해두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하겠지만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을 때 하는 것만큼 좋을 순 없을 거예요. 따뜻한 집안에서 뒹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던 계절이 있었는데 집 밖으로 안 나오곤 못 버틸 봄날이 오고 있어요. 너님들도 나님도 강제로 아껴놨던 위시리스트를 깨울 시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