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같은 인터뷰 #32
인터뷰이가 백수라길래 뜨끈한 동질감을 선사하려고 면도도 안하고 나갔더니 너무 말끔히 나오셔서 좀 당황하긴 했어요. 제 두서없는 질문에도 인터뷰이는 깔끔하고 담담하게 자기 이야기를 했는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여유롭게 손글씨 쓰는 것만 같아서 좀 신기하기도 했어요. 제 질문 중간 중간에는 타이밍을 뺏어 역질문을 주셨는데 아이 참 내 얘기하는 시간이 아닌 걸 분명 알면서도 신나서 너무 떠들었네요. 좋은 인터뷰이이자 좋은 인터뷰어를 만난 것 같아 기뻐요.
써주신 소개 글 간단하게 옮겨 써오긴 했어요. 그래도 초면이니까 자기소개 한 번 더 해주세요.
저는 이번에 스물 다섯 됐고 올해 다시 신입생이 되는, 아직도 시작인 학생입니다.
‘시작’이라는 말을 되게 많이 쓰셨어요. 돌고 돌아서 다시 새내기가 되셔서인지 시작을 앞둔 사람의 다짐도 많이 보였고요.
부담이 좀 많은 거 같아요. 욕심도 많고. 왜냐면 제 또래 애들은 이제 이미 취직을 해 있거나 취직 준비 중이니까 많이 부담이 되죠.
백수라는 말이 싫어서 재충전하고 있다고 하고 싶다 하셨어요. 재충전이라는 말은 전에 힘들었던 상황, 소모적인 사건이 있다는 걸로 들리는데.
작년 여름부터 좀 활동을 많이 했어요. 대외활동도 많이 했고 영화제도 했었고. 6월부터 GMF에서 민트플레이어로 활동을 했고 혼자 부산국제영화제도 다녀와서 감독님들도 만나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 그냥 요청했어요. 무대인사 끝나고 막 달려가서 질문도 드리고. 12월에는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열심히 활동했죠.
영화에 관심이 있어서 영화제에 가신 거예요?
원래 영화과를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스무 살 때부터 3년 정도 영화과를 준비했는데 다 떨어지고 결국 간 학교에서 영화과 전과하려고 1년 동안 영화 전공 수업만 들었어요. 1년 후에 전과를 약속을 받았었는데 학교에서 행정상의 이유로 전과신청을 거절했어요.
행정상의 이유...?
TO가 안 난대요. 넘어오는 TO가 안 난다고.. (근데 원래 가능한 거라는 답을 듣고 수업을 들은 거잖아요.) 네 교수님들한테 싸인도 받고 미리 확답을 받았거든요. 혹시나 안 될까봐 아예 입학하자마자 찾아가서 전과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래서 좀 많이 힘들었죠. 일단 휴학을 결정했어요. 그렇게 한 반 년 동안 폐인으로 지내다가 작년 여름부터 정신을 차리고 활동을 시작한 거죠.
영화학과가 아니면 안될 만큼 꼭 영화 쪽에 몸담고 싶었나 봐요.
영화, 문학 이쪽이요. 글 쓰고. (욜 시나리오도 쓰셨겠네요.) 수업시간에 시나리오도 몇 번 썼고요. 단편소설도 몇 편 써봤고요. (원하던 영화 공부할 때는 만족?) 그땐 교수님들이 칭찬까지 해주셨어요. 수업 중에 제 글을 읽어주시면서 가장 잘 쓴 글이라고 이런 칭찬도 받고 하니까 ‘아 내가 뭐 재능이 없었던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좀 들었죠. 물론 입시에는 실패를 했었지만 그때 인정을 받으니까 기분은 좋더라고요.
왜 안 뽑았을까요.
지금은 알 것 같아요. 왜 내가 안됐었는지.
그럼 드디어 영화과 새내기가 되신 거?
지금은 문예창작학과에 다녀요. 제가 3년 동안 다른 활동들을 하다가 느꼈던 게 ‘영화는 굳이 영화과를 나오지 않아도 할 수 있겠다. 근데 글 쓰는 건 배우는 게 필요하겠다.’ 왜냐면 영화의 기본은 이야기고 글이라고 생각을 해서. 일단 글이 먼저 기본이 되어야 영화 연출도 어디서든 배울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문예창작학과를 선택을 했어요. 또 영화를 찍으려면 돈이 필요한데 기자 쪽으로 취직을 해서 돈을 먼저 버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언제든지 병행을 하려고 선택한 것 같아요.
이야기라는 공통된 분모가 있으니까요.
네 그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이제는 나이가 드니까 현실적인 문제도... (글로 돈을 버시겠다는 거네요.) 그것도 힘들 것 같은데 일단 그럴 생각이에요. 뭐 취직을 할 수 있으면 하고.
공연기획에 관심이 많다고 얘기하셨어요. 예술분야에서 유명해지고 싶다는 얘기도 하셨고요.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어떤 일을 하신 거예요?
데일리 팀. 그때 정말 많이 배웠어요. 감독님들 만나면서 이야기도 많이 듣고요. 그때 영화과 출신이 아닌 감독님이 출품하셔서 오신 거예요. 그거 보고 ‘아 나도 마음만 먹으면 영화과에 가지 않아도 영화를 배울 수 있겠구나’ 하는 용기를 얻었죠. 그때 글 쓰는 것도 되게 힘들었거든요. 양은 많은데 시간은 없고 해서요. 근데 그렇게 힘든데도 너무 좋더라고요. 뿌듯하고. 그래서 계속 이런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새로운 경험 자체의 설렘도 있겠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받는 에너지도 많았겠어요.
그 전까지는 그냥 사람을 좋아하는 척 했던 것 같아요. 작년 여름이 전환점이었는데 그동안 너무 입시에만 매달리느라 사람들을 많이 안 만났거든요. 어울릴 줄도 몰랐는데 그런 활동들을 하다보니까 사람들이랑 이렇게 얘기하는 거, 술자리의 재미도 알게 됐어요. 그리고 내가 참으면 얻을 수 있는 게 많다는 것도.
참으면?
내가 좀 싫어하는 사람들하고도 같이 있다 보면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다는 것들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그 활동들이 있었기에 다양한 사람들한테 관심도 많이 생기더라고요. 들을 수 있는 이야기도 많이 풍부해지는 것 같고. (어느 집단에 가도 또 새로운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맞아요.
영화의 기본이 글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셨는데 그래서인지 인터넷 신문에 칼럼 쓰고 계신다고. 자랑 좀 해주세요.
자랑이요? (웃음) 돈을 받는 건 아니에요. 서울 신문에서 근무하셨던 편집장님이 따로 나오셔서 만든 신생 인터넷 신문이에요. 영화제 같이 했던 형이 거기서 칼럼을 쓰시더라고요. 관심이 생겨서 물어나 볼까 전화를 드렸더니 칼럼을 한 편 보내달라고 하셔서 보내드렸더니 같이 글 써보자고.
오호~
지금 글이 하나 올라가 있긴 해요. ‘토닥토닥’을 타이틀로 해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어요. 저처럼 이제 막 시작을 하시거나, 좀 늦은 나이에 시작을 하려고 하는 분들, 아니면 아직 망설이는 분들한테요. 힘들어하는 20대에게 하고 싶은 말, 같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주로 쓰려고 제목도 그렇게 지었어요. 이제 두 번째 글 올리려고 열심히 쓰고 있어요. 근데 아직 돈은 버는 게 없어요.
자기소개에 쓰신 대로 돈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겠지만 어떤 일이 하고 싶은 지는 아직 모르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근데 너님은 하고 싶은 일이 워낙 많다고 했어요.
그냥 막 던져보면. 일단 영화 연출을 하고 싶고, 소설도 쓰고 싶고, 영화/뮤지컬 잡지사에서 일도 하고 싶고, 뮤지컬 기획/연출도 하고 싶고, 연극 연출도 하고 싶고, 기회가 되면 미술도 배워서 하고 싶고요. 아 작곡도 해보고 싶고요. 문화, 예술 분야에 관심이 좀 많아요. 아무래도 돈이 넉넉했다면 뒤 안 돌아보고 내 일만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어요. 좀 이기적인 생각이긴 한데 지금은 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일단 부모님한테 지원받으면서 미안한 마음은 외면하고 있어요.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긴 하거든요.
오오 어떤 시작인가요?
친구랑 둘이서 쓰고 싶은 글을 써보자 해서 이미 계획을 하고는 있어요. 블로그를 하나 만들어서 우리가 쓰고 싶은 글을 주기적으로 올리고, 기회가 되면 인터뷰도 하고요. 우리끼리 한 얘기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눠보자 이렇게 기획하고 있어요. 봄에는 영화 연출 수업을 등록해놔서 아마 영화 시나리오 계속 쓰고 올해 아마 영화를 한 번 찍어볼 것 같아요. 찍을 거예요. (오 결연하네요.) 네 올해 하나는 찍고 넘길 생각이에요. 단편이나 다큐멘터리나.
잡아놓은 주제라도 있나요?
다큐멘터리는 생각해놨어요. 내가 대학에 왜 가려고 했는지. 저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을 해보니까 내가 왜 이렇게 대학에 가려고 했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거기서 출발을 하다보니까 답이 어느 정도 나오고 문제도 보이는 것 같아서 천천히 기회를 봐서 찍을 방법을 찾고 있어요. 지원도 받아야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도 나와야하니까. 아직 잘 모르거든요. 어떻게 찍어야하는지. 목표는 그거에요. 올해 하나는 찍고 가자.
두 분에서 하신다는 블로그도 재밌을 거 같아요.
저희끼리 미디어라고 불러요.
아 경쟁사네요. 그때 서울 독립영화제 갔다가 너님이 속해있던 데일리팀이 쓰신 글을 읽은 적 있어요. 인터뷰도 재밌고 공들인 노력이 보여서 이 사람들이 진짜 쓰고 싶은 거, 자기가 관심있는 거 썼구나 하는 정성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얼마나 하나하나 힘줘서 썼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꼭 하셨으면 좋겠어요. 블로그 자주 놀러 갈게요.
그렇게 쓸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잖아요. 그 친구랑 글로 갈증을 해소 해보자는 말이 나와서 아마 시작을.... 아니 이미 진행하는 중이에요.
16년에 벌인 일이 다섯 개가 넘는다고 하셨는데...
방금 말씀드린 미디어 하나 하고, 칼럼도 계속 쓸 거고, 영화 찍으려고 준비하는 거랑 학교 이제 들어가니까 학교 신문사도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것들을 계획하고 있는데 과연 내가 소화를 하고 있을지...
정말 그게 관건이겠어요. 이렇게 이야기 하면서 스스로 다짐을 굳게 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남한테 이야기하면 “생각하고 있어요.” 하는 수준의 계획이 “영화 찍을 거예요”라는 말처럼 확고해지기도 하잖아요.
맞아요.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같이 하자고 하는 분들도 있어가지고.
그래서 중요한 것 같아요. 누구한테 이야기하는 게. 계획이 실천이 되는 과정이니까. 맘속에 남아있는 계획이 있으면 더 얘기하셔도 돼요. 나중에 까먹을 때 볼 수도 있잖아요.
사실 공부도 하고 있어요. 사진 기능사 자격증 따려고 공부하고 있고. 일러스트도 책을 이미 사놨어요. 뭔가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일러스트도 배우지 않을까 해요.
하.. 욕심 너무 많으신 거 아님?
근데 생각해보면 스무 살에 이런 걸 못했기 때문에 그게 지금 몰려오는 것 같아요. (약간 억울함도..) 억울함도 있고요. 갈증이기도 하죠. 남들은 차근차근 해왔던 거라고 생각을 하니까 좀 조급한 것도 있고.
차근차근 해 온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아요 (웃음) 너님은 지금 새내기지만 뭘 좀 많이 아는 새내기(?)니까.
그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아 다행이다. 내가 허투루 나이를 먹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긴 해요. 지금 입학하는 게 저에겐 오히려 잘 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죠. 만약에 스무 살 때 들어갔으면 물론 뭐 나이에 관계없이 제대로 길을 밟아갈 수도 있었겠지만 내가 많이 놓치고 왔던 부분도 많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까. 그런 식으로 좀 다독이고 있어요.
그 시간을 3년간의 입시, 1년간의 방황이라고 표현하셨어요. 방황이라면 전과가 틀어지고 보내신 작년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그 와중에 심리상담도 받았었어요. 그때도 상담으로 얻은 것도 많죠. (어때요? 받아보시니까) 처음에는 되게 힘들고 우울한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근데 나에 대해서 계속해서 생각하고 분석하는 시간을 보내다보니까 지금은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인 듯해요. 나에 대한 고민이나 문제가 해결됐으니까. 작년 여름을 기준으로 여러 활동을 시작하면서 사람들이랑 어울리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전까지는 자기정리가 잘 안 됐나 봐요.
아무래도 입시 때문에 막 치이다보니까 스트레스도 있었고 사람들에 대한 불신도 있었어요. 남들은 뭔가 하고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니까 괜히 열등감도 들더라고요. 친구들 만나면 하는 얘기가 뭐 다 그런 건데 괜히 자랑하는 것처럼 들리고 보이니까 사람에 대해서 되게 안 좋게 생각을 했었어요. 겉으로는 모질게 못하고 좋아하는 척은 하는데 혼자 속으로는 앓고 있던 거죠.
그런 얘기를 할 사람은...
얘기를 잘 안하는 편이에요. 고민 같은 것도 얘기 잘 안하고. 한다고 해도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편은 아니에요. (아 친구의 피드백을) 네 제가 내키지 않으면 잘 안 듣는 편이라.. 그러니까 지금까지 이렇게 왔겠죠.
소신 있는 거죠.
아마 그런 게 알게 모르게 쌓여서 문제가 됐던 것 같아요. 근데 심리상담 받으면서 많이 편안해졌어요. 내 이야기만 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남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만큼요.
남의 말 안 듣기로 유명하다고 쓰셨는데.
타고난 것 같아요. 정말 안 듣더라고요. (어떨 때 느껴요?) 제가 내키지 않는 일을 할 땐 정말 능률이 안생기고 성과, 결과도 안 나와요. 일단 즐겁지 않다고 느끼니까. 근데 내가 한 번 결정하고 내가 하고자하는 일은 정말 잘하더라고요. 자신이 있는 게 가장 큰 차이 같아요. 자신이 없어요. 제가 하기 싫은 일은.
스스로 생각하겠어요. ‘와 나는 진짜 하고 싶은 일하면서 살아야겠네.’
항상 느끼죠. 매번 나이가 들수록 계속 느끼는 것 같아요. ‘아 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되는 구나.’
스스로 그런 사람인 걸 아니까 하고 싶은 걸 많이 찾아놔야겠네요. 반대로 생각하면 하고 싶은 게 없으면 큰일 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여러 개를 찾아 놓는 게 아닐까요? 하고 싶은 게 하나면 되게 불안할 거 아니에요.
아 맞아요. 맞아요. 그 생각은 안 해봤는데 새로운 사실.
알바는 누군가 시키는 일이니까 자존감이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하셨어요.
네. 부속품 같고. 기계 같고. (그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당장 돈을 벌지 못해도 여기서 음료를 만들고 있을 게 아니라 영화를 한 편 더 봐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단기 알바만 하고 있어요. 어차피 돈도 필요하니까 일은 해야 하는데 단기알바는 딱 그 시간만 집중하고 나오면 되니까 그게 저한테 더 맞더라고요.
아까 말씀하신 조급함의 영향도 있겠어요.
상담을 하기 전에 가장 큰 문제가 조급함이었어요. 뭔가를 해야 하는데 정리는 안 되고 방향도 안 잡히는 게 다 조급함 때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느긋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정리가 안 되니까 거기서 오는 불안감 때문에 일도 잘 안 풀리고 자신감도 없었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천천히 집중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상담하시는 분들이 자주 말씀하시더라고요. “아 이게 문제네” 하고 아는 순간부터 어느 정도 문제는 해결된다고.
상담하시는 분이 말씀하시는 게 문제가 사라지진 않는대요. 가끔씩 꺼내서 보고 옆에 두고 이런 식으로 하는 게 더 좋다고. 어차피 문제는 안고 살아가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상담 받으러 가기 전에 저는 아예 문제를 없애려고 간 거거든요. (치료하듯이)뭔가 암세포를 없앤다는 그런 생각으로 갔었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시니까 그냥 안고 살아가고 있어요. 느끼는 감정들을.
그런 상황을 인정하게 되면서 여러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다고 했어요. 인터뷰도 계획하고 하셨다고. 꿈과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 있는, 지금까지 말한 걸 보면 너님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꿈을 이루는 과정 중에 있고 자신만의 목표를 가진 사람들도 많은데 요즘에는 뭔가를 이루지 못하면 많이 자랑하진 못하는 것 같아요. 그 과정만으로 인정해주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나라도 좀 인터뷰를 통해서 인정해주고 칭찬해주고 싶어요. ‘인정한다. 칭찬한다.’ 이렇게 말을 하진 않지만 인터뷰 자체가 내가 뭔가를 했던 과정들을 좀 관심 있게 봐주고 들어주는 거잖아요. 인정한다는 느낌을 주는 거니까. 그런 느낌으로 인터뷰를 하고 싶어요.
필요했나 봐요. 너님에게도.
네 사실 저한테 필요했던 거죠. 그런 사람들이 없었거든요. 근데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이 인정해주더라고요. 그게 너무 좋았어요.얼마나 힘이 되는지 잘 알기 때문에. 저 말고도 아마 인정받고 싶은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런 인터뷰를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에요.
크 넘나 갬동인 것. 분명 원하시는 대로 하실 것 같아요.
그때 저는 정말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나도 혼자 뭔가를 해볼까 했는데 그 친구가 얘기하더라고요. 자기는 할 거라고. 그래서 “같이 할래?” 그랬더니 같이 하자고. 서울 독립 영화제 데일리 팀 하면서 인터뷰를 많이는 아니고 두 번 정도 했지만 그때마다 인터뷰로 힘을 얻는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인터뷰에 더 관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어떤 식의 전략이라도 있나요. 기업비밀인가요?
(웃음) 전략이요? (내세우고 싶은 메시지랄까) 메시지는 그거였어요. “아직 꿈을 이루는 과정 중에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 한다.”이루는 과정 중에 있는 사람들. 아직 구체적으로 세워놓은 건 없는데 아마 학생들을 위주로 할 것 같아요. 이제 막 시작을 하려 발을 막 뗀 사람들? 그런 사람들 위주로요.
저는 올해 새내기 인터뷰를 해보고 싶은데 지금 스무 살이면 대학을 졸업하는 스물 다섯, 여섯이 됐을 때 어떻게 살고 있을 것 같은지 물어보고 싶어요. 너님이라면 어떤 질문을 할 것 같아요?
어디서 살 것 같아요? 이런 거 물어볼 것 같은데. 어느 지역에서 얼마를 내고 살 것 같은지. (너님은 어떨 거 같은데요? 졸업 즈음에.) 뭐 보증금 1000에 월세 30-40에 살고 있지 않을까요. 낙성대 이런 쪽에, 사당, 서울대 입구. 싼 곳에서. 사실 그것도 비싼 것 같아요. (집값은 오를 텐데 그때 그 가격이면 지금 그 가격보다 안 좋은 거 아님?) 아 오르겠구나.
희망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있을 거 같은데요.
전 희망적으로 생각을 안 해요. 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굳이 긍정적이진 않다 이런?) 항상 모든 일을 시작할 때 안됐을 때를 염두 해두는 편이라 내가 지금 이걸 하지만 이게 실패했을 때는 어떤 일을 해야겠다는 걸 항상 생각하고 살고 있어요. 그냥 무섭거든요.잘 될지 안 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아마 입시를 겪으면서 계속 느꼈던 것 같아요. 내가 여기를 실패하면 뭘 해야 하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저는 그런 안전장치를 생각하기엔 현실성이 약하다는 생각을 스스로 해요. 너님은 어떤 사람 같아요?
예전에는 되게 감성적이었는데.. 지금은 감성적인 글을 쓰면서도 현실에서는 이게 안됐을 때 내가 어떻게 돈을 벌어야하지 하는 생각에.... 1주일에 한 번씩 로또도 계속 사고 있고요. 즉석복권도 천 원씩은 사는 것 같아요. (골고루 하시네요) 긁는 것도 하고 번호도 넣고 연금도 하고. 일주일에 한 오천 원씩은 투자를 하죠. ㅋㅋㅋㅋㅋㅋ 잘 됐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가요 내 꿈이? 아니면 로또가?
로또가ㅋㅋ 로또가 곧 꿈을 실현시켜줄 거니까. 지금 당장 돈 걱정이 많이 되는 건 아니지만 미래가 걱정이긴 해요. 전공도 글 쓰는 과에 들어가서 글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 게.. 확실한 게 아니니까. 어떻게 보면 그래서 기자 이런 쪽에 잡지사에 취직하려는 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월급 받으면서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영화나 뮤지컬 잡지사 들어가려고요. (음 관심분야로)합의를 본 것 같아요. 돈도 벌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아무리 쓰기 싫더라도 그런 쪽에서는 내가 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싶은 일’이라는 질문에 유명해지고 싶다고 쓰셨어요. 어느 급?
한남동에 살고 싶어요ㅋㅋㅋ 한남동이나 잠실. (욜 사회적 지위는요?) TV에 나와서 욕 많이 먹는 평론가 이런 느낌. 욕 엄청 먹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 어떤 걸로요? 자기주장 쎈 걸로?
네네. ‘쟤는 항상 왜 저렇게 말해...? 저런 생각만 해?’ 뭐 이런 걸로. 분명 지지해주는 사람도 있겠죠. 반반씩 섞여서. 왜냐면 너무 칭찬만 받으면 불안하거든요. 칭찬도 받고 욕도 먹으면 그래도 사람이 불안하진 않을 거 같아요. 떨어질까봐. (추락할까봐) 네. 적당히 욕을 먹으면 떨어지더라도 받쳐주는 분들이 있어서 힘이 날 것 같아요.
구체적이네요. 한남동 사는 욕먹는 유명 평론가.
되고 싶어요. 그냥.
그게 중요하죠. 어쨌든 지금이야 사람 좋아하고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거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예전에는 너님 이야기를 하는 편이 아니라고 했잖아요. 지금은 많이 해요?
지금도 그렇게 많이 하진 않아요. 그냥 할 말만 하는 것 같아요. (그럼 전과 다른 건?) 조금 더 내 얘기를 많이 하는 거? 사실 인터뷰를 신청하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저에게는 도전이거든요. 낯선 일이고 예전 같았으면 주저했을 일이고요. 항상 모든 일을 시작할 때 많이 걱정해하고 불안해해요. 불안함이야 다들 느끼겠지만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남보다 좀 더 큰 거 같아요.지금 입학을 두 달 정도 남겨놨는데도 벌써부터 걱정을 하고 있어요.
닥쳐봐야 알겠죠.
걱정이 너무 많아요. 그게 문제에요. (그만큼 철저한 사람일 수도 있고요) 아 그 말씀하셨어요. 상담할 때 이 말씀을 드렸더니 지금 너가 무기를 챙기고 갑옷을 입는 과정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듣다보니 맞는 거 같아서 이젠 다르게 생각해야할 것 같아요. 좀 좋은 쪽으로.
스무 살 이후 5년 간 많이 배웠고, 많이 괴로워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너님이 살아 온 얘기 더 듣고 싶어요.
그동안 남의 눈치를 많이 보면서 살지 않았나 싶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했던 모습이 입시라는 과정을 통해서 나온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 사실 영화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건 아니었어요. 정말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대학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친구들이 하나 둘 입학을 하다보니까 저도 그 모습을 보고 아차 싶었던 거죠. 그래서 스무 살이 돼서 재수를 결정했어요.
공부를 안 하던 애가 공부를 하려다보니까 잘 안 되는 게 당연했던 것 같아요. 재수도 실패를 하고 제과제빵과에 들어가서 돈을 벌자 해서 입학을 하고 한 달 뒤에 친구들을 만났어요. 그때도 글에는 재능이 좀 있었나 봐요. 그걸 친구들이 알고 있었는지 너가 왜 제과제빵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을 하더라고요. 그럼 내가 뭘 하는 게 좋겠냐고 했더니 그 친구 아는 분이 영화과를 다닌대요. 그때 처음 알았던 거예요. 영화과에 대해서.
아 영화과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네 그것도 몰랐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 방송반을 했기 때문에 영상이 그렇게 멀게 느껴지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글도 쓰고 영상도 찍을 수 있는 영화과에 가야겠다 싶어 준비를 했었죠. 근데 아마 그것도 눈치를 봤기 때문에 했던 결정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대학을 성적이 아닌 실기로 쉽게 가보고자 했던 것도 있었고 좀 더 좋은 학교에 가고 싶었던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결정을 했던 거거든요. 그 이후부터 영화 입시 준비하면서 영화를 진짜 좋아하게 되고.... 어쨌든 눈치를 많이 봤던 거죠.
그럼 언제부터 눈치를 안 보는..?
그게 작년 여름부터에요. (작년 여름이 진짜 분기점인가 봐요) 그래서 그때를 중심으로 항상 이야기를 하는 편이에요. 2014년 가을부터 상담을 받았어요. 상담 받았던 효과가 1년 뒤에 나온 거였어요. 그때부터 내 생각도 정리가 되고. 남들이 말하는 기준에 내가 맞춰갈게 아니라 내가 하고자하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 같아요.
자기 생각이 생기고. 내 이야기가 들리니까 남의 이야기도 들을 수 여유도 생기고.
내 안에서 먼저 고민이 해결되니까 주변이 보이는 것 같아요.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자기 얘기를 낯선 사람에게.. 그것도 깊숙한 얘기까지 꺼내놓는다는 게.
그래서 오히려 추천하는 편이에요 친구들한테. 많이 힘들어하는 친구들한테 ‘나한테 얘기할 게 아니라 너가 진짜 해결을 보고 싶으면 상담을 받아라. 그게 오히려 현명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얘기를 하죠.
저도 이따금씩 받았는데 위안을 많이 됐던 기억이 나요. 사실 인터뷰를 시작하는 데도 큰 영향을 받았어요. 들어준다는 그 행위 하나가 되게 어려운 일인 걸 알지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들어주는 일이 되게 귀중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서요.
들어주는 사람도 필요한 것 같아요. 들어만 주는 거.
이렇게 신청하는 거 보면 분명 필요하다는 얘기겠죠. (웃음) 상담도 받으시면서 서서히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준비하신 거네요.
네 병행했어요. 상담도 하면서 내 할 일도 찾아가면서 왔다갔다. (1년간 무지 부지런 하셨을 듯)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더 열심히 살 것 같고요.
그 원동력은 아까 말한 너님이 계속 강조하던 꿈과 목표인가요. 아니면 제가 지금 끼워 맞추는 거...?
맞아요. 그게 있으니까 지금까지 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건 지금 막 나오는 계획 중에 하나인데 팟캐스트도 하고 싶어요. (오 어떤 주제) 주제는 아직 생각 안 해봤는데 아마 그것도 우리 얘기하지 않을까 싶어요. 대학생 얘기들.
관종이라고 소개하셨는데 진짜 관심 먹고 사셔야겠네요 ㄲㄲ
관종 맞아요. (웃음) 뭔가 알리고 싶어요. 제가 원래 알리지 않는 편이었는데 알리지 않으니까 주위에서 모르더라고요.
어떤 걸 알리고 싶은데요.
내가 요즘 뭘 하는지. ‘요즘 뭐하고 지내?’ 라는 말에 답해주기도 좀 뭐해서 요즘 페이스북으로 적극적으로 알려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고 무슨 계획을 하고 있고. 글로 알리진 않지만 공유하기 이런 식으로. (너님이 쓴 글도?) 그건 블로그에만요.ㅋㅋ 어디 모집요강 뜨면 그걸 공유하면서 관심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거죠. 그럼 반응이 오더라고요. 너 이런 거 찾아보냐 이런 댓글도 달리고 하니까.
그러다보면 너님과 잘 통하는 사람도 나타나고 그럴 수 있죠. 제겐 인터뷰이들이 대개 그렇게 만난 사람들이고. 팟캐스트하면 말 하는 것도 좋아하나 봐요.
모르겠어요. 관심 있는 분야에 관해선 말을 잘하는 것 같아요. 이것도 약간 문제인가 생각하는 게 있는데 제가 관심이나 흥미가 없으면 얘기를 잘 안하거든요. 유독 심한 것 같아요. 말이 안 나와요 아예. 원래 다 그런가요? 다른 분들은 다들 말 잘하던데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건가.
인터뷰어 하실 때 위험한 거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ㅋ
아 그건 어쩔 수 없이 관심을 가져야죠. (웃음) 근데 사적으로는 관심이 없으면 말 잘 안하는 거 같아요. 이것도 극복의 과정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제가 했던 인터뷰 혹시 보셨나요? 꼴 보니까 맘에 안 드는 게 있었다면 비판이나 욕을 해주세요. 한남동 거주하는 유명 평론가인척하고.
조언이요? 저도 이제 시작을 해야 하는데... (나 같으면 이건 이렇게 했을 거 같은데 하는 거) 좋았던 건 골목길 인터뷰? 짤막짤막하게 지나가는 사람 인터뷰하고 그런 건 정말 좋은 거 같아요. 더 좀 더 체계적으로 사람 특징 같은 거 잡아가지고 연령대도 다양하게 진행하면 더 재밌을 거 같아요.
인터뷰를 시작한 뒤로 바뀐 게 하나 있어요. 더 어렸을 때는 멋있는 사람을 많이 보면 열등감이 스물스물 피어오르다가 내 페이스를 잃을 만큼 조급해지고 결국 나도, 그 사람도 미워하면서 하루를 끝냈거든요? 근데 이젠 멋있는 사람이 더더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사람이 지금 제 앞에 나타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 덕에 저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너무 고마워요. 단순한 부러움보다 기분 좋은 자극을 주는 그런 사람들이 자꾸 생겨나서 듣는 재미가 끊임없이 생기는 나날이에요. 열심히 듣고 적은 이 기록이 저처럼 기분 좋은 자극이 필요한 사람들한테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덕분에 저도 좋은 일 합니다.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신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