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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땅

개똥같은 인터뷰 #29

by 태희킷이지
개똥같은_인터뷰_로고(흰).jpg

https://youtu.be/BxTgck_HPe4




녹음기 켜니까 갑자기 어색해진다.


어색함은 3분정도 갑니다. 신청해주셔서 감사여.


근데 그 보내준 걸로 인터뷰가 돼?


몰라요. 해봐야 알아요. 그리고 그건 제 사정임. 원래 자소서 쓸 때만해도 휴학을 생각하고 있는 백수라고 했는데 결국 결심대로 휴학을..?


휴학했어. 앞으로 1차적인 목표는 여행. 일단 여행을 다녀와서 나도 일을 해야 하니까 취업준비 해야지. 진로방향을 생각하는데 나 혼자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내가 모색하는 진로에 근접해있는 사람을 찾다가보니까 너님이 있었어. 일방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나도 조언을 듣기 싶어서 신청한 거. 어떻게 보면 원래 내가 하고 싶었던 게 방송, 미디어 콘텐츠를 다루는 일인데 너님은 1인 미디어로 활동을 하고 있잖아. (ㄴㄴ 저희 사장님 들으시면 섭하시겠네) 실무적인 거랑 연관이 되는 걸 떠나서 어쨌든 그런 활동을 하면서 어떤 식으로 하고서 어떤 걸 느끼는지 그런 얘기도 들어보고 싶고. 나는 근처도 못 가봐서.


얼마 안 지났지만 두 달 째 접어든 휴학생활의 현재는?


방송국 다닐 때는 어쨌든 내가 방송 일을 한 번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다녔는데 지금은 조금 내 전공을 살려야 된다는 생각,어떻게 보면 압박감이라고 봐야하나 그게 조금 더 커졌어. 물론 경험도 좋은데 두 달 사이에 있었던 일이나 주변 상황을 보면 뭔가 자꾸 현실에 직면하게 되는데 현실에 부딪혀보니까 나만 생각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자꾸 커지는 거지. 얼마 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상을 치르고 왔는데... 외할머니 돌아가신 거랑 내가 일하는 거랑 정말 어떻게 보면 별개의 문제인데 엄마 힘들어하고 집 문제를 복합적으로 생각하다보니까 빨리 내가 돈을 벌어서 우리 집을 어떻게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지더라고. 그리고 비록 아르바이트지만 어쨌건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니까 어떤 일이라도 지금 돈을 버는 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 물론 나중에 취업을 하다보면 또 어떤 식으로 다가올지 모르겠는데 지금 현재 상황으로는 돈, 금전적인 부분에 대한 생각이 좀 커.

물론 방송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지. 그것도 맞는 얘긴데 그 때 일하면서 실망감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환경이 너무 싫었어.단순히 현장 환경이 싫었던 게 아니라 뭔가 정말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첫 날, 둘째 날 거기서 한 게TV 본 거 밖에 없어. 연출을 담당하는 제작팀하고는 아예 다른 파트니까 내 일은 카메라를 다루는 촬영감독 옆에서 그냥 오디오를 조정해주는 일 뿐이야. 나가기 전에 카메라를 세팅해주는 일. 보통은 유선으로 녹음도 하지만 카메라에 기기를 달아서 무선으로도 하니까 그거 주파수 맞춰주고. 그거 하면 끝. 나가서는 가만히 있고. 현장 나가서 들었던 생각은 내가 여기 스탭으로 온 게 아니라 방송 촬영이 있어서 구경하러 왔다는 느낌? 그게 그만두고 나왔던 결정적 원인이었던 것 같아. 만약 돈을 버는 게 목적이었으면 예전에 했던 일 했겠지. 더 익숙했을 거 아냐. 근데 좀 해보고 싶기도 했고, 앞으로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일을 찾았던 건데... 물론 그게 짧은 기간이라 내가 섣불리 판단 한 걸 수도 있어. 하여튼 그때는 그랬어.


근데 내 주변에 방송 관련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몇 명 있거든. 한 명은 대학 캠퍼스에 개국한 방송국에서 작가 인턴십을 하고, 한 명은 영화제작동아리에 들어갔어. 그 친구는 직접 촬영하고 연출도 하니까. 친한 친구여서 계속 얘기를 들어보면 나도 모르게 또 관심이 가. 전부터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한테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먼저 던져놔서인지 방송국 나오고 나서 되돌아오는 얘기는 ‘이제 더 이상 안 할 거냐?’는 식의 질문인데 그런 질문이 어느 순간 나에게 부담 아닌 부담으로 느껴지더라고.


꿈을 포기한 거냐? 뭐 이런 느낌?


내가 해보고 포기한 거랑 해보지도 않고 포기한 거랑은 다르니까.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내 자신이 점점 작아 보이고 이 일을 한다고 괜히 말을 하고 다녔나하는 생각도 들고. 결국 말만 이렇게 떠들어대는 그런 건가....


얼마 전에도 방송일 하는 친구가 SBS에서 조연출을 구한다고 할 생각 있냐고 물어봐왔어. 예전에 그 얘기를 들었으면 꽤 고민을 했을 텐데 지금은 큰 고민 없이 거절을 했어. 지금 자리 잡은 것도 이제 한 달 다 되어 가는데 이걸 포기하고 거기에 갔다간 이리저리 옮기는 게 내 습관이 될 것 같더라고. 지금 하는 알바를 구하기 전까지 정말 많은 데 지원했고 면접도 많이 봤어. 심지어 출근해서도 중간에 담당자한테 거짓말하고 로펌에 면접 보러 갔었어. 일반 사무직이긴 한데 로펌은 나중에 그쪽으로 취업 할 수 있는 가망성도 희박하고 알바 아니면 경험하지 못하는 회사잖아. 그래서 지원해봤어 궁금해서. 되긴 했는데 거기도 같은 이유로 안 갔어.아 그냥 안 되겠다 싶더라. 아무리 알바라도 이곳저곳 옮기면 이게 내 습이 돼서 자꾸 옮길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누구나 그렇겠지만 개인적으로 난 처음에 적응하기가 되게 어려운 사람이야. 처음 어딜 가서 어딘가에 적응을 하고 밀려오는 느낌은.... 그걸 패배감이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는데 항상 후회 같은 게 밀려오는 편이야. 아 거기를 왜 들어갔나 하는. 뭐 그 시간을 버티고 나면 그 뒤로는 항상 순탄하긴 했지만, 그걸 이론적으로 아는데도 몸은 거기에 적응을 못한다고 해야 하나? 생각은 이렇게 해도 처음에 적응해야 하는 게 좀 어려운 거 같아. 나중에 취업할 때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게 항상 문제인 거 같아.


근데 방송국 그만두기 전까지는 그럼 나름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심?


솔직히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아. 거기에서 노력을 한다는 건 그냥 버티는 것밖에 없었겠지. 근데 적어도 방송국에 들어간 일에 대해 지금 와서 후회하진 않아. 후회는 안 하는데 아쉬움은 남는 거지. 이 일을 하겠다고 주변에도, 부모님한테도 알리고 하다보니까. 내가 적응을 못 해서 나온 것 같은 그런 느낌? 패배감? 그런 기분이 조금 들어. 그게 심지어 내가 하기 싫었던 일도 아니고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신청서에 ‘이런 고민을 들어줄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으면’ 이라고 쓰셨음. 이욜 한 명은 있나보네요. 보통은 누구한테 이야기를 하심?


아까 말했던 친구들. 그 친구들은 나랑 비슷한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방송국에서 인턴하고 있는 친구는 일찍 진로를 정해서 진학도 동아방송예술대학으로 했고. 이런 얘기를 그 친구들한테 했을 때 그리고 너님한테 얘기를 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을까 궁금했어. 각자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분야가 다르니까 보는 시각도, 견해도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차이점이 뭐가 있을까 싶은 거지. 또 그런 반응을 듣고 내가 뭘 느낄까 하는 것도 스스로에게 궁금했고.


나도 워낙 사람들이랑 얘기하는 거 좋아하고, 더구나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은 더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 얘기도 들어주는 것도 좋아해서 뭐. 물론 고민을 들어줄 사람도 필요하지만 그냥 단순히 내 일상이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그게 제일 좋은 거 아닌가.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한 명 더 있는 것 자체가.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친구들은 그냥 니가 계속 하고 싶었던 일이니 그냥 무조건 해보라고는 하지. 자기가 겪었던 에피소드를 얘기해주면서 ‘재밌더라.너도 한 번 해보는 게 어떠냐.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 이런 식으로. 내가 말로만 이 진로를 원했던 건지 아니면 그냥 내 생각에만 너무 잡혀있던 건지 나도 나한테 궁금한 건 있어.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이 진로를 꿈꾸면서 환상을 가진지가 7, 8년이 되다보니까 ‘아 나는 이걸 해야겠구나.’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몸이 자연스레 반응하는 수준? 근데 대학 진학할 당시에도 그렇게 반응했기 때문에 나도 원래 동아방송예술대학을 지원해서 영상제작과에 붙었었는데 결국엔 포기를 했지.


호오 다니시다 관두신 거?


아예 다른 대학에 갔지. 그땐 스무 살이고 어렸으니까 진로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부모님밖에 없었어. 심지어 내가 재수를 했기 때문에 괜한 압박감도 되게 컸고. 부모님은 대학 진학 결정에 너무 완강한 입장이셨는데 부모님들은 그런 게 있잖아. 아직까지 4년제랑 전문대가 다르다는 인식. 재수도 했겠다 솔직히 미안하기도 하고 내 고집만 부리기도 좀 그렇기도 하고 그랬어. 물론 정말 정말 하고 싶다면 그 고집을 꺾고 동방예대를 들어갔어야 하는 게 맞는데 그때는 내가 그 정도의 열정이 없었던 걸 수도 있어. 결국 지금 다니는 대학 와서도 되게 고민 많이 했었지. 근데 솔직히 말해서 나는 되게 고민만 많이 했어. 근데 이게 정말 쓸 데 없는 거 같아. 물론 어느 정도 충분한 고민을 하는 건 좋지만 그게 행동으로 이어지고 실천으로 옮겨져야 하는데.. 항상 그렇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을 부.러.워.만. 하는 게 문제점이야. 그 뒤를 쫓아야 하는데 부러워만 하고 그걸 안 한다는 게 문제지.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막연히 떠올렸을 때 내가 내 기대만큼 안 될 것 같아서 좀 무섭기도 해요. 이만큼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 판단을 믿었는데 진짜 본격적인 일을 시작하면서 뚜껑을 열어보니 내가 그 정도의 사람이 아니면... 그 실망감은 어떨까 하는 고민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작이 어려운 것 같기도 하고.

어렸을 때 생각인데 영화나 드라마 연출자가 됐다고 상상하고 극 중 캐릭터에 맞는 배우들도 한 번 정리해보기도 하고 그랬어. (욜 가상 캐스팅) 시나리오도 한 번 생각해보고. 물론 그걸 직접 써보진 않았지만 관련해서 친구들한테 잠깐씩 얘기를 해본 적도 있고.근데 아까 말했듯이 정말 고민은 많이 했는데 그 고민들을 몸소 실천을 안 해본 게 좀.... 심지어 이게 내 가장 큰 단점인 걸 아는데 아는데도 시도조차 안 했다는 것 자체가 나한테 문제가 있는 거지. 근데 그게 쉽게 버려지지가 않아 습관이 되어버렸는지 정말 싫은데. 단순히 게으른 건지 뭔지 모르겠어. 너님 얘기대로 무서워서인가. 용기가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은 건 누구나 가지는 욕심이라고 생각을 해요. 근데 좋아하는 건 분명해도 솔직히 잘할 자신은 그렇게 많이 없어서... 그렇다고 내가 잘하지 못하는 꼴은 솔직히 보기 싫고... 저는 그래여 ㄲㄲ


맞아. 아직 졸업은 안했지만 대학 4년 다니면서 느꼈던 것도 비슷한 건데. 난 문과지만 공대생인지라 전공과목들이 되게 어려웠거든. 그러면서 더 방송 쪽 진로를 생각하게 됐던 거야.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선생님 한 분이 해줬던 얘기가, ‘니가 이제 1학년 막 시작했는데 때려치우면 주변사람들이 너한테 쟤는 적응 못해서 때려쳤구나 그런 소리밖에 못 듣는다.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버리는 거랑 처음부터 못하겠다고 버리는 거랑은 정말 차이가 크다. 그러니까 일단은 해봐라.’ 그래서 3년, 4년 계속 버틴 거야.


근데 정말 이상한 게 4년 간 전공 수업 듣고 하다보니까 그렇게 단순히 싫은 것도 아니란 말이지. 특히나 여름 방학 때 IT회사로 실습을 나갔는데 괜찮더라고. 나한테 시키는 건 정말 별일 아니긴 한데 막상 해보니까 재미가 또 생기더라고. 나도 모르게. 좀 의외였어. 나 스스로 별로 이쪽을 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만약 이쪽에 지금까지 4년 내내 생각이 없었으면 일찍 방송 쪽으로 갔을 수도 있는데 계속 학교 다니다 보니까 뭔가 아예 맞다고는 생각이 안 들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하면 재미는 있구나 이 생각은 계속 하고 있어. 그래서 고민이 더 커진 거지. 솔직히 IT분야로 가도 그렇게 못 할 거 같지는 않거든. 그렇다고 전공 살리자니 미련은 남고. 근데 방송일 뿐만 아니라 일로 해보고 싶은 게 분야가 좀 다양해.


아 방송 일 말고도 하고 싶으신 게?


내가 철이 없는 걸 수도 있는데 취업이라는 압박감이 없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많은데 나는 아직까지도 내가 못 해본 게 너무 많다고 생각해서. 지금 회사를 다니면서 한 가지 일을 또 하고 있단 말이야. 뭐 그게 전문적인 일은 아닌데 어르신 분들은 컴퓨터 잘 못하시니까 그런 걸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어. 오늘도 그 수업을 하고 왔고. 정말 단순한 걸 가르쳐 드리는 거긴 한데 내가 가르친다는 거, 앞에 서서 말하고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다보니까 어 이런 것도 재밌네 싶어. 근데 그런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야. 이런 것도 해보면 또 재밌겠네, 저런 것도 해보면 또 재밌겠네. 그런 생각이 계속 드니까 근데 시간을 갖고 여러 경험을 해보기엔 어떻게 보면 좀 늦은감이 있어서. 나이도 있고.


한 가지 일만 하다 갈 생각이 아니라면 차근차근 가능하지 않을까요. 저 같은 프리터도 있는데.


근데 내가 생각하는 현실이 그렇지가 않아. 어렸을 때부터 집에 대한 압박감이 좀 심했거든. 부모님이 나한테 강제적으로 무슨 일 해야 한다 이런 건 없었는데 집안이 좀. 이런 걸 얘기하기가 꺼려지는 게 다 어렵기 때문에 나 혼자만 어렵다는 식으로 들릴까봐 좀 그래. 우리 집, 우리 가족들을 보면 좀 안타까운 게 있어. 어렸을 때 아버지가 큰아버지랑 건설사업을 하다가 IMF 터지고 사업실패를 하셨어. 하루는 초등학교 교실에 있었는데 사채업자가 찾아들어오더라. 그게 초등학교 5학년 때니까 꽤 됐는데 아직까지도 기억나 꽤 큰 충격이었거든. 그 때를 기준으로 해서 우리 집이 정말 간당간당하게 낭떠러지에 있는 상황처럼 느껴지는 거야. 막 그렇게 지독히 어렵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뭐 좋은 상황은 아니었고.


특히 내가 밑에 동생이 있고 하다보니까 자꾸 부모님은 나한테 거는 기대감.... 아니 기대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만들어 낸 부담감이 되게 컸던 거 같아. 서울로 이사 오면서 집 문제에 대해서도 가면 갈수록 신경이 커지는 거 같고. 2년 남짓 살다가 계속 옮겨가야 하는데 전세 값은 계속 오르고, 어머니 아버지는 사업 이후로 자기 명의로 된 카드를 못 써. 현재 상황에서.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도 없고 현재는 신용불량자로 되어있는 거지. 대출할 사람이 나뿐이라 내가 대출을 받아서 전세금을 마련해야되는데 난 지금 학생이란 신분이고 바로 취업을 할 자신을 또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4대보험이 가입되면 신용대출 같은 걸 할 수 있게 된다고 하니까 최대한 그런 쪽으로.. 마음 한 켠에는 집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엄마 아빠는 이제 늙어가는 게 보이니까 좀 힘들더라고. 그게 좀. 근데 너무 식상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식상할 게 뭐 있음여. 너님 얘긴데.


요즘은 누구나 어려우니까. 여튼 스스로 느끼는 압박감은 현재 그런 부분이고. 얼마 전에 외할머니 돌아가셨는데 예전에 외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랑 상 치르는 느낌이 많이 달랐던 거 같아. 우리 엄마 입장에서는 엄마 아버지를 다 떠나보낸 상황이잖아. 엄마를 안정화시켜야겠다는 느낌? 그게 가면 갈수록 더 커지는 것 같아. 물론 아빠도 많이 고생을 하고 계시지만 만약 엄마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못 잡았으면 우리 집은 또 어떻게 됐을지 모르니까. 결혼하고 나서 항상 불안감에 살았던 거 같아. 우리엄마가. 그래서 본인도 자꾸 나한테 안정이라는 말을 자주 꺼내시는 것 같고. 엄마가 불안하니까 그걸 느끼는 자식도 불안해지는 거지.


머릿속에 이런 고민이 있으면 앞서 이야기했던 생각들이 쉽게 결정이 안 될 거 같아요. 각자 상황이 다른 만큼 판단도 달라질 거고.


그래서인지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 안 좋은 일이든 좋은 일이든, 진짜 내 인생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도 막상 겪고 나면 나중에는 도움은 되는 거 같거든. 하다못해 ‘이건 하지 말아야겠다.’ 뭐 이런 생각이라도 얻잖아. 후회를 하더라도.나도 정말 인생을 길게 보고 싶은데, 길게 보게 되면 뭐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걸 경험할 수 있으니까. 근데 내가 생각하는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가 않더라고. 어릴 때 내딴에는 되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했거든. 나도 이런 내가 싫지만 자꾸 현실에 부합하려하고 맞춰가려하는 걸 알면서도 정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그걸 지금은 더 많이 느끼고 있고 그러니까 자연스레 고민만 늘어놓고.


너님의 꿈에 그런 마음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연출이라는 걸 현실에서는 마음대로 안 되던 부분을 만들어내는 일로 볼 수도 있으니까.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그런 걸 수도 있겠다. 정말 혼자서 상상을 되게 많이 하는 편이거든. 그 중에 쓸데없는 고민이나 이런 게 섞여있을 수도 있지만 뭐 예를 들어 저 차를 보고 있으면 저 차가 어딜 향해 가는지, 누가 타는지, 누구랑 함께 가는지 뭐 이런 거.내가 호기심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그런 상상을 하게 되는 것 같아. 대상에 관심이 있으면. (그걸 기록해두고 싶은 욕구는 없어요?)없는 것 같아.


되게 아까울 거 같은데


내가 부정적인 걸 수도 있는데 이런 상상을 되게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스스로 여기는 거 같아. 물론 거기에서 무지 좋은 이야기로 이어질 수도 있지. 생각을 하다보면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들도 많고. 근데 잘 모르겠어. 밤에 자면서 상상을 많이 하긴 하는데. 길을 지나가면서도 하고. 단순히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이런 식으로 갔으면 좋겠다하는 식으로도 하고. 근데 그게 시나리오를 써야겠다는 목표를 두고 상상을 하는 게 아니고 정말 일상적인 거라 모르겠어. 그런 걸 기록해보고 하진 않았거든.


상상을 하는 내용은 평소에 현실을 보는 시각과 차이가 있음여?


당연히 차이가 있지. 대부분 현실을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고 싶은 상상들이지. 현재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이런 세상을 벗어나서 더 좋아질지 그런 결과물을 스스로 도출하고 창출해내는 그런 상상들? 나한테 좋은 쪽으로. 단순한 예를 들어서 친구랑 게임을 하다가 졌어. 그러면 그날 누워서 상상을 하게 되는 거야. 이걸 어떻게 하면 이겨서 나중에 어떻게 되겠다 뭐 단순한 예를 들어서 그런 거. 현실에 있었던 일상에 있었던 일을 기반으로 그 반대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나한테만 좋은 ㅋㅋㅋㅋㅋ


어떻게 보면 나는 그걸로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날 있었던 일을 상상하면서 이렇게 했으면 이랬겠지 하는 식으로 그날을 그렇게 마무리 짓고. 그런 거 있잖아. 정말 사소한 일상에서 이미지트레이닝을 자주하는 편이라고 해야 하나. 누굴 만나거나 일을 해도 이런 식으로 해야겠다는 이미지트레이닝을 많이 하는 편인 것 같아. 성격 상 준비를 하지 않으면 당황하는 스타일이기도 해서 준비를 하지 않은 일은 좀 하기 꺼려지기도 하고.


상상이 너님 스스로에게 하는 솔직한 표현일 수도 있겠네요.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이랑 관계없이 약간의 해방감을 준 달까.


뭐 내 입장에서 봤을 때는 되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나 혼자 이런 저런 상상을 하고 사는 게. 재밌던 데 가만히 누워서 밤에 그러고 있으면. 어떻게 보면 되게 또라이 같기도 한데 가만히 앉아서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떠올려 보다가 나한테 안 좋은 일, 불리하거나 화나는 일, 패배감을 느꼈던 그런 일, 그런 씬만 생각으로 꺼내서 그 결과를 뒤집어 버리는 거지.


개인적인 상상 속에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결국에 드라마나 영화같은 이야기를 만든 다는 건 매체를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는 의미도 될 거 같은데?


기분이 좋아지려고 가볍게 보는 영화도 있지만 가끔씩 그런 거 있잖아.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영화들. 그런 주제를 다룬 영화를 보게 되면 자꾸 그 메시지를 보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야. 그래서 나도 만약에 영화를 만들 때 그런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만들면 좋겠지. 근데 평소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에 대해 솔직히 말해서 생각을 해보진 않았어. 그래도 나름 시나리오 주제로 처음 생각했던 게 뭐냐면 밴드 부활 있잖아. 한창 김태원이 TV에 나오면서 이승철과의 관계를 부각하다보니까 이승철과 김태원 사이에 실제로 있었던 옛날이야기를 다루면서 어떨까 싶은 거야. 처음에는 이승철이 부활을 하다가 중간에 탈퇴하고 밴드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나중에는 둘이 정말 합쳐서 멋진 노래를 만드는 뭐 대충 단순히 그런 스토리라인을 나 혼자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KBS 드라마 스페셜을 보는데 그 얘기를 다루는 드라마가 나오더라. 정말 깜짝 놀랐어. 동시에 어 이걸 나만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니구나. 아 좀 아깝기도 하고. 메시지는 따로 없는데 그런 구도를 좋아하긴 해. 사람 사이에 갈등이 있는데 나중에는 알고 보니 그 관계는 떼어놓으래야 떼어놓을 수 없더라. 뭐 그런. ‘화합’같은 말로 표현이 되려나.


나쁜 짓도 같이하면 용감해지잖아요. 특히 시작은 더더욱.


좀 나 혼자 창피하다고 해야 하나. 이런 얘기를 누구한테 하는 것도 처음이라서. 이렇게 얘기를 하면 되게 주변 친구들은 욕하고 마는 그런 분위기이기도 하고. 뭐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동아리나 그런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면 얘기를 꺼낼 수도 있겠지.


지금 고민만 하고있다고 한탄하고 계시지만 그 생각이 정리가 되고 납득할만한, 움직일만한 이유가 되면 움직이겠죠. 그 시작이 이 인터뷰이길.... 이욜 나 멋있었음?


물론 고민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하고 있는 내 고민에 종지부를 찍을 만한 그런 계기나 일들이 좀 빨리 왔으면 해. (그래야 맘이 좀 편하실 거 같음?) 편할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내 선택이 어떻게 이뤄질지 궁금하기도 해. 어떤 마음을 먹고 어떤 계기를 통해서 어떻게 마무리가 될까. 물론 좋게 안 끝나면 상황이 안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사람일은 모르는 거니까. 그래서 재밌겠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살아봐야 아는 거니까.


아 근데 이런류의 고민을 나이 먹어도 똑같이 할까요. 그리고 지금이야 주변에 나 같은 백수가 많아서 그렇지 그때는 들어줄 사람이 있을 런지. 개인적인 고민은 하찮은 게 될 수도 있잖아요. 아 나도 늦기 전에 듣기 그만두고 말하러 다녀야겠다.


10090597.jpg 준비만 많이 했으니 시작해서 만납시다. 요이땅




방바닥과 하나 되어 채널을 돌리다가 가끔씩 케이팝스타를 본다. 남들은 열 몇 살 되는 애가 고음을 빽 뽑아내면 소름을 동반한 감동을 받는 것 같던데 나는 정작 노래를 들을 때는 침착하다가 심사평을 들을 때 움찔움찔하곤 한다. 솔직히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보다 케이팝스타를 더 열심히 보는 것도 심사평이 재밌어서다. 노래 잘 하는 애가 세 명의 아저씨들 앞에서 인정을 받는 걸 보면 지켜보는 내가 덩달아 뿌듯하다. 근데 내 새끼처럼 대리뿌듯(?)한 그 느낌이 그렇게 오래가진 않는다. 마이크 들고 무대에 선 쟤네들은 나름 스스로 인정할만한 노력을 해왔을 거고 그래서 자신 이외에도 인정받을만한 상대를 찾겠다는 것 같은데 난 뭐 아직 출발도 못해서 남에게는 커녕 스스로한테도 인정을 못 받고 있는 꼴인지라... 아 아니다. 스스로 인정을 못 해줘서 출발을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가장 큰 동기부여는 나한테 오는 걸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해 봄. 새해니까. 1월이니까. 몰라 어떻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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