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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희킷이지 Sep 22. 2016

나는 사랑꾼입니다

개똥같은 인터뷰 #8

https://youtu.be/-fsP21AHviw

내가 생각하는 이별은 이런거에여


얼마 전에 이별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아직 시작도 안한 인터뷰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어요. 이야기를 시작하고 27분쯤 건넬 티슈도 챙겨놨어요. ‘라면을 끓여도 그릇을 꼭 두 개를 놓는’ 노랫말 속 이야기를 상상했어요. 그런데 인터뷰이는 자신이 사랑꾼이래요. 뭔 개수작이죠? 헤어졌다면서. ‘이 죽일 놈의 사랑’ 이 정도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 순간의 감정을 기록하고 싶다는 너님을 위해 나름 열심히 우리의 대화를 옮겨봤어요. 너님의 그 생생한 직접화법까지 담고 싶은 마음에 유난히 따옴표를 남발했어요. 전 남친 얘기에 부들부들하다가도 사랑얘기가 나오면 최선을 다해 눈웃음을 던져주신 너님의 사랑을 응원해요




인터뷰 신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사실 인터뷰마다 제목달기도 힘든데 아주 찐한 걸로 달아주셨네요사랑꾼이라?

 

괜찮죠?


진작에 들어왔어야 했던 인터뷰 주제에여근데 익명으로 신청하신 걸 보니 약간 민감하신 이야기인가봐여?

 

뭐 쪽팔려서 그렇죠. 쪽팔려서.(아 그런 거에여?) 네. (왜여 차였어여?) 아아 더럽게 헤어졌죠. 더럽게.


그렇게 쪽팔린 이야기를 굳이 저에게 말씀하시려는 의도는 뭐져어맛 저에 대한 신뢰인가여?

 

그건 아니고요. 헤어졌다는 걸 대놓고 자랑하려는 건 아니지만 반대로 ‘아 이건 절대 알면 안 돼!!’ 이런 것도 아니에요. 익명으로 하더라도 알려면 알겠죠. 쪽팔린 건 쪽팔린 거에 그쳐야죠.


말로 배설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다는 이야기로 들리는 데 이미 친구들과 많이 나눈 이야기인가여?

 

몇 친구들한테 이야기했죠. 완전한 비밀은 아니지만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굳이 그걸 알 필요는 없는 딱 그 정도의 이야기에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여?

 

그렇죠. 제가 이 인터뷰를 신청한 가장 큰 목적은 기록이에요. 기록.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은데 스스로 하는 게 아니라 남이 기록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원래 이런 생각을 했던 건 아닌데 너님 같이 기록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이용을 하는 거죠. (자신이 당시에 이 상황을 어떻게 판단했고 제 3자의 눈에는 그 모습이 어떻게 보였는가?) 네네 그런 느낌이에요.


만남부터 짚고 넘어가야 하나여?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나 헤어진 이유에 대해선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그저 연애를 마친 후의 제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지금 처음 헤어진 것도 아니고 몇 번의 이별과 재결합을 반복해왔기 때문에 특별할 건 없지만. 음.. 그냥 헤어질 때 돼서 헤어졌는데 여태 헤어지게 못하게 한 복잡한 감정들과 연애를 끝내고 들어왔던 감정들을 정리하고 싶어요. 좋았던 추억들은 별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네 그건 들어줄 의향도 없어여.)


완벽하게 끝난 지 얼마나 되셨나여?

 

딱 일주일. (아 오늘요?) 네. (3일 만에... 신청하셨네요) 처음 헤어진 게 아니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처음 헤어진 게 아니면 반대로 여지를 남겨뒀다고 볼 수도 있지 않았나여? 근데 인터뷰를 바로 신청하신걸 보면..) 아주 확신했어요. 촉이 확 왔어요. 받아들일 때가 됐죠.


지난번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으신 이유는 뭘까여?

 

이제는 더 이상 노력하고 싶지 않아요. 몸도 마음도 다시 시작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거든요. 물론 연애를 하면서 힘든 것도 많았지만 좋은 것이 그것들을 다 덮어줄 수 있어서 지속돼 왔던 건데 그 힘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할 만큼 했어요. (지치셨나여?) 네 할 만큼 했고 후회도 없고. (어떤 사람이었나여?) 자존심이 아주 세신 분이고, 책임감이 강하신 분이고, 화가 많으신 분이고. (욱?) 네 욱하시는 분이죠. 감정 기복이 아주 크세요. 스스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다기 보다는 저에 대한 감정의 기복이 크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손을 잡자고 했는데 안 잡으면 화를 내나여?) 아니 미친 그건 아니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신이 싫어하는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민감했어요. 말 한마디 한마디. 자신이 생각할 때 아니다 싶은 부분에서는 되게 칼 같았어요.


그렇다면 너님은 어떤 사람이었나여?

 

예전에는 우리가 서로 다른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지낼수록 우리가 너무 비슷해서 많이 싸운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원래 비슷했던 건지 아니면 점점 비슷해져왔던 건지는 모르겠는데 저도 좀 욱하고 그래요. 분명히 한 명이 져줘야 하는 상황은 오기마련이고 서로가 그게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젠 그렇게 안 되더라고요. 근데 그게 어떻게 보면 자기 성격이 아닌 이상 참는 거니까 편한 게 아니니까 언젠가부터 제가 희생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여?

 

최근에 내 행동에 대해 정말 많이 화를 냈어요. 내가 자꾸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그런 거래요. '내가 싫다고 싫다고 얘기를 했는데 너가 자꾸 하니까 너무 참을 수가 없다. 이제는 너의 이런 행동을 받아줄 수 없다. 예전에는 내가 받아줘서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는 안 되겠다.' 라고 했어요.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죠. 이정도로 그 사람이 느낀다는 건 내가 하는 행동이 나쁜 의도로 비춰진다는 거잖아요. 그렇게 받아들인다니까 너무 당황스럽죠. 실수라고 말하면 '왜 그런 실수를 해 내가 그렇게 싫다고 말을 했는데 왜 나는 안하는 실수를 너는 해.' 이렇게 나오니까.....


그런 관계가 일방적으로 이어졌나요?

 

사귀는 기간 그 친구가 군대에 있던 시간이 길다보니 그 쪽에서 저한테 잘못할 일이 별로 없어요. 군대에 있는 애한테 트집을 잡을만한 거리도 없잖아요. 제대하고 나서도 그 친구는 이렇게 말을 했어요. '니가 내 상황을 몰라서 그래. 내가 계속 군대에 있을 때부터 여태 니 잘못을 받아주는 그 마음을 잘 몰라서 그래.' 그렇게 말을 해요. (ㄷㄷ) 주위 친구들은 제 얘기를 들으면 '너네는 왜 항상 너만 잘못하냐?’고 물어요.


보통의 연애에서 '사과했으면 넘어가지 쪼잔하게 계속 물고 넘어지냐 그렇게 큰 잘못도 아닌데!!' 이렇게 할만할 일들도 우리는 제가 '아 내 잘못이 뭐지?' 하면서 자꾸만 반성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게 전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반성하는 건 당연하죠. 근데 반복되나 보니 음... 기운다고 해야 하나? (감정을 받아주는 역할이 한쪽에만 치우치는 느낌인가여?) 그렇죠. 저 스스로도 예전 같았으면 '이건 아냐. 이런 식으로 얘가 나한테 몰아붙일 만한 큰일은 아니야. 날 코너로 몰건 아냐.' 이렇게 생각했을 텐데 이렇게까지 안끌고 간다는 거죠. '아 그냥 내가 미안하다고 하고 말지.' 하고 말아요. (어맛 끔찍해라.) 저도 속으로는 진짜 답답해요. 속에서는 부글부글 끓어도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던 게 문제가 됐던 것 같아요.


그럼 화내본 적은 없는 거에요?

 

아니죠. 최근에도 화를 냈었죠. 또 비슷하게 넘어가긴 했는데 전 화를 내도 상황을 극단적으로 안끌고 가요. 왜냐면 내가 얘랑 헤어질 맘으로 화를 내는 게 아니니까요. (친구들이 너희 관계의 균형이 좀 기울어져 있다고 얘기 해줬을 때 연애주도권을 좀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은 안해봤나여?) 굳이 친구들한테 말하지 않은 그 사람의 좋은 모습도 있는 거잖아요. 잘 해주는 모습도 있으니까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져줄 때도 '내가 잘못했으니까 져주지' 라는 생각이 계속 됐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해서 불만을 혼자 삭히고 그런 것도 아니고 저도 불만을 이야기 했는데 자꾸 내가 잘못한 일이 많다고 하니까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왜 나만 잘못했지??!! (진정해여;) 아니 얘가 말하는 거 들어보면 나만 잘못 했는데 어떻게 연애에서 나만 잘못할 수가 있어?!! 정말 친한 친구들은 그 쪽에서 피해의식이 있다고 말해요. 한 번은 그 쪽에서 내가 무슨 행동을 하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고 화를 낸 거에요. (아 너 또 이렇게 할거지! 이런 식인가여?) '너 이렇게 할 거였잖아.' 라면서 미리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는 거에요. (되게 예민한 분 같네여) 나는 그 사람에게 익숙해져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은 그 얘기를 정말 많이 하더라고요. 진짜 예민하고 여자애 같다고.


연애 이야기는 양쪽에서 들어야 제 맛이겠지만 연애 초기에 자연스러웠던 것들이 '변했다'라고 느껴져서 헤어짐이 온 것 같지는 않네여어때여?

 

제가 이 연애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정말 '변했다'라는 걸 인정하기 싫어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가 몇 번 헤어졌었다고 했잖아요. 그때마다 깨진 도자기 다시 붙여봤자라고 말을 하는데 왠지 저는 '좋아하는 마음만 변하지 않으면 됐지 그걸 굳이 변했다고 표현해야하나?' 이런 식으로 생각을 했어요. (근데여?) 그런데 분명 사람은 안변한 것 같은데 그 쪽도 저도 안변하고 계속 똑같은 실수를 반복 했던 거 같아요. (그럼 오히려 변하지 않아서?) 네 사람이 변하지 않아서 더 그런 거 같기도 하고요.원래는 사람이 변하지 않아서 사랑이 변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변하려고 노력은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맘에 들지 않았던 거였을 수도 있고요.


이제 더 이상 상대의 좋은 면이 이 연애를 커버하지 못했던 건가여?

 

그렇게 생각했으면 '우리 이제 그만하자' 했어야 하는 건데 그냥 다툼이 있고 나서 헤어진 거에요. 이젠 제가 그걸 받아들인 것 같아요. 저는 서로 맞지 않으면 맞춰나갈 수 있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나쁜 부분은 메울 수 있죠. 왜냐면 좋은 기억이 나쁜 기억을 덮는 건 확실히 맞으니까요. 근데 중요한건 크기 비교가 아니잖아요. 안그래도 연애라는 건 감정소모가 따를 수 밖에 없는데 그쪽에서는 제가 힘들길 원하는 거에요. 내가 잘못을 했고 그래서 자기가 화가 났다 하면 그만큼 감정적으로 자기처럼 힘들길 바라는 것 같았어요. (너의 죄를 알고 회개하라는 건가여?) 네 맞아요! 회개하길 바랬어요. (부들부들) 독한 사람이었어요. (근데 헤어질 때마다 누가 잡았나여?) 일방적이진 않았는데 그건 확실하죠. 이렇게 연락을 확 끊은 적은 없었어요. 다시는 안되겠다고 받아들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저는 받아들일 때 진짜 헤어지는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못받아들이면 그것 때문에 계속 힘들어야 하고 계속 신경을 써야 하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본인이 딱 받아들이셨다는 말씀?

 


일주일을 돌이켜 봤을 때 언제 빈자리를 많이 느끼나여?

 

하루 중 공백? 공백이 없을 수가 없어요. 아무리 제가 카톡을 붙들고 있고 수업을 계속 듣고 이래도 진짜 단 30분이라도 나 혼자 남겨지는 순간이 있단 말이에요. 카톡 안 하던 사람한테 괜히 카톡도 해보고 안 만나던 사람도 만나고 해요. 조금이라도 그 생각에 시간을 뺏기는 게 너무 싫어서요. 나 혼자서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거에요. '아 괜찮아~' 하면서 내가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는 게 너무 웃긴 거에요. 사람들 앞에서 괜찮다고 하는 걸로 충분한데 저 혼자 있을 때도 그러고 앉아있으니깐 (그 시간이 힘든 거에여?) 네. 그런 것 때문에 제 자신에게 짜증나요. 혼자 곰곰이 생각 하고 싶지 않아요 별로. 그러면 우울해질 걸 알기 때문에 안하고 싶은데 그 순간이 없을 순 없으니까 일부러 사람도 만나고 연락도 하고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저는 한낱 도구에 불과하네여) 아니에요. 기록을 위해서라니까요. (결국 도구잖아여)


그래서 지금 일주일동안 해왔던 (애도라고 해야 하나보내는 과정은 끝난 건가여막 그의 흔적을 불태운다던가 드라마보면 그러던데.

 

아뇨. 그건 뭐... 전 약간 물건 같은 것도 언젠가 '이게 왜 우리 집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이런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 때 버리려고 어디 한데 모아 놨구요. 자연스럽게 그런 순간이 오면 정리하면 될 것 같아요.


저한테 연애를 권하신걸 보면 이번 연애를 통해 연애 못해먹겠다는 입장은 아니네여.

 

저 사랑꾼이라니까요. 전 굉장히 사랑 지향적입니다. 또 하고 싶죠. 저는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사랑을 할 수 있어요. (연애를 통해 많이 배웠나여?) 내가 느끼기에 나랑 비슷한 사람을 만났더니 나 같은 사람이 힘들다는 건 알았어요. (아 너란 사람이 상대에게 말인가여?) 네 그래서 연애초반에 좀 차분해졌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왜냐면 상대가 저처럼 욱하고 속에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니까 그걸 받아주는 동안 좀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고 느낀 것 같아요. (처음부터 되게 노력하셨나봐여) 그렇죠. 근데 분명히 그 친구도 저를 받아주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말할 것 같아요. 정말 사소한 이유로 정말 많이 싸웠어요. 한 달 전에도 우린 대체 언제 안 싸울 수 있을까 라는 얘기도 많이 했고요. 그런데 헤어지고 나서 다시 만났을 땐 우리가 그렇게 많이 싸웠기 때문에 또 이렇게 다시 만나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너무 감정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저희에게는 싸움이 관계의 윤활제가 되기도 했으니까요.


근데 친구들한테 걔도 잘하니까 나도 받아 주는거라고 말하면서도 연애 때문에 힘들 때 엄마생각을 하면 그렇게 미안했어요. 우리엄마가 나를 이렇게 곱게 키워왔는데 우리 딸이 한 남자 때문에 (막 그냥 아주 그냥 부글부글하고 있고.) 네 우리 엄마가 알면 얼마나 슬플까 이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자존감에도 영향이 있었을 것 같은데) 맞아요. 어느 순간 내 자존감은 어디로 갔나를 생각하기에는 이미 늦은 거였고 친구들은 항상 그 이야기를 해왔는데 나만 자각을 못했으니까요. 정말 좋아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좋아하는데 뭐 굳이 내가 자존감 세워서 뭐해.' 이런 식으로 생각을 했었죠.


그래도 앞으로도 사랑꾼 할거잖아여.

 

할거에요. 자존심 없는 남자 만나고 싶어요. (아 앞으로 꿈꾸는 연애를 물어보려했는데 자존심 없는 남자라구여?) 자존심 없는 남자. 무조건 미안한 남자, 내가 잘못해도 미안한 남자. 근데 주위에선 넌 또 똑같은 남자 만날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좀 편한 연애하고 싶어요. 내가 뭐 너를 엿먹여야 해 라고 작정하고 실수를 하는 게 아닌데 상대는 불같이 화를 내고 싸움 직후에는 살얼음 판이잖아요. 저는 또 무슨 말을 해서 얘의 심기를 건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거에요. 그런데 그 쪽에서는 그 생각이 오래 안간다고 싫어했어요. (아ㅠ 충분히 반성을 하라는 건가여?) 내가 살얼음판을 오래 걸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라 금방 까먹고 또 실수를 한다는 거에요. 진짜 피해의식이라니까요. 제가 남자친구를 왜 괴롭히겠어요 그럼 내가 왜 만나! 사실 자존심 없는 남자는 과장해서 말한 거고 그냥 배려심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원하시는대로 배려심이 많은 남자를 만났을 때 본인은 어떤 여자이길 바래여?

 

저도 좀 유하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고 싶죠. (오히려 여태까지 배려심을 맘껏 보여준 거 아닌가여?) 나는 정말 배려심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은 내가 배려하지 않아서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생각을 하니까 그래서 그 쪽에서 봤을 땐 전 배려심이 없는 거죠.


이제껏 당하고만 살았는데 순둥이 같은 애 잡아서 노예 부리듯 살 거야 그런 건 아니고?

 

그런 건 아니고 싸울 때 싸우더라도 좋게 좋게, 긍정적으로, 둥글게 둥글게, 쌓아두는 거 없이 그때그때 서로 불만을 이야기해도 피드백을 잘 전달하면서 지내야죠. 분명히 불만은 생기겠지만 쌓아두지 않으면 싸움으로 번지지 않을 수 있잖아요. 저희는 감정적으로 싸우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거에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나도 감정 상했으니 너도 상해라?) 그러면 내가 단단히 깨닫고 다신 안그럴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최근 들어 유난히 그랬어요. 나를 무슨 인간개조? 그런 식으로. 좀 기분이 상하네요. (다시 생각하니까 졸빡인가여?) 왜 그렇게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는지... 내가 그렇게 맘에 안 들었나. (너님이나 그님이나 잘 맞는 사람이 있겠죠.) 있겠죠. 변하지 않아도 서로 잘 맞는 사람이 있을 거에요. 그 쪽도 나도. 지금 모습으로도.

 

근데 이 인터뷰라는 게 흐름이 있어요? 정리 할 수 있겠어요? 저는 연애 후의 이야기를 한다고 했는데 왜 안한 거 같지? (오늘 말한 건 너님 감정밖에 없어여.) 그게 연애하면서 계속 반복된 거라 반복적으로 나온 것 같아요.


정리는 제가 알아서 할테니 인터뷰를 마치면서 저에게 욕이나 칭찬을 해주세여

 

지금 조금 찝찝한데 뭔가 할 말을 못해서라기보다는 이런 말을 하면서 나만 혼자 생각하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결국엔 내 친구들한테나 하는 얘기를 그대로 한 것 같아서 아쉬워요. 필터링을 하려고 애쓴 것도 아닌데 그렇게 된 것 같아서 찝찝해요. 그리고 인터뷰 시작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인터뷰이로 선정되는 사람이 제가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정말 있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누구나 남들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잖아요. 속속들이 까보고 싶지는 않아도 '오 이런 사람도 있네!' 정도는 궁금해 한단 말이에요. 가까이 있는 사람이 누군가를 인터뷰 했다고 해서 참신하고 신선해서 인터뷰 자체가 궁금하긴 했는데 그 인터뷰이가 저한텐 미스터리한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는 거에요. 내용을 봤을 때 아 누구네 이런 느낌이 아니라 '오 이사람 이렇게 사네. 특이하네. 이 사람 누굴까?' 이렇게 신비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알던 사람이라도 모르는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는 거죠. 정말 모르는 사람을 가져다 놓으면 평범한 얘기를 하더라도 궁금해지잖아요. (저도 그건 계속 고민이에여) 인터뷰를 통해서 그 사람이 누구한테나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건 아니죠. 그래서 저도 오늘 나도 몰랐던 내 얘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스탠딩 에그 콘서트에 갔어요. 
이어폰으로만 듣던 말랑말랑한 가사들을 귀에 직접 때려 박아보니 말랑카우(이거 맛있음) 같았어요.

사랑꾼과의 인터뷰 중 사랑꾼이 나에게 물어요. “너님은 왜 연애를 못 하나여?”
제가 대답해요. “그런 거 직접 안 해도 대충 뉘앙스는 알거 같아여. 영화보고 드라마보고 하면 돼요. 이렇게 너님한테처럼 연애얘기도 듣잖아여.”

사랑꾼이 말해요. “너님은 다른 것들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요?”

“네?”

"잘 몰라도 대충 알 것 같으면 안 해보냐구여.”
나는 할 말이 없었어요.

공연장에서 노래를 듣다가 사랑꾼과의 인터뷰가 생각났어요. 방금 전까지 속으로 달달하다고, 설렌다고 생각하던 가사가 모조리 머릿속에서 죽어 버렸어요. 나는 머리로만 아는 척을 해왔어요. 그렇게 척척 해대느라 내 감정도 썩혀 왔나 봐요. 나도 이제 사랑꾼 할래요. 나도 이제 노랫말에 진짜 공감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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