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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학교노잼!

개똥같은 인터뷰 #9

by 태희킷이지
개똥같은_인터뷰_로고(흰).jpg

https://youtu.be/oiKj0Z_Xnjc

인터뷰이님 뮤비 재밌다면서여!뭔가 이상하게 슬퍼서 찾아보니 제목부터 '아빠 어딨어!' 라는데여ㅠㅠ


이번 방학이 끝나면 나도 6학기를 맞이해여. 입학한지도 전역한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빌어드실 타임 이즈 러닝아웃이에여. 의욕만 앞서고 뭐든지 궁금했던 스무살이었는데 건방지게 뭐 쬐금 알 것도 같고 세상에 이해 못 할 것도 전보다 많이 줄어든 스물 네 살이 됐어여. 집에서처럼 난 윗사람만 모시고 살아야 하는 운명인 줄 알았는데 매 학기 팀플에서 나이에 비례하지도 않은 능력을 발휘해야하는 형, 오빠가 됐어여. (그래도 이왕이면 오빠를 해야지.)

하여튼 오빠가 되니 어딜 가든 꼰대 같은 말이 튀어나올까 주둥이를 잘 잡고 있어여. 라고 생각은 하는데 조언의 경계를 유지하기가 참 힘들어여. 내 입에서 나오는 시커먼 내 생각이 앞에 있는 초롱초롱한 눈들에게 진리가 되어버릴까 두려워서여. 물론 판단하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도 온전히 그들의 몫이겠지만 스무 살의 내가 그랬던지라 아직까진 꼰대질이 무섭기만 해여.




한 줄짜리 자기소개는 밉지만 여튼 인터뷰 신청 감사해여. Facebook을 통해 보신 건가여?


네네. 블로그도 가봤어요. 근데 몇 살이세요?


엥 내가 질문해야대는데. 전 24세여.


아 저희 오빠랑 동갑이에요. 근데 그 블로그 말인데요. 굉장히 활발할 줄 알았는데 나름 조용하더라고요. 막 매일매일 게시물 올라오고 사람들이 댓글 많이 달아주고 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던데요.


네. 댓글은 저 혼자 달고 있어여. 근데 질문은 내가 해야 하는데.


보통 블로그하면 매일 올리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 괴롭히지마여. 암튼 오늘은 님 얘기를 들어주러 왔어여. 정신차려여.


간호학과 1학년이에요. 학교는 노잼이에요. 이게 지금 학교를 다니는 건지 안다니는 건지 내가 하고 있는 게 대학 생활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지루하게 시간 보내다가 제가 자전거 타는 거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과 동기들하고 ‘우리 뭔가 해보자.삶이 너무 정적이지 않냐.’면서 날을 정해놓고 뚝섬유원지 같은 곳에 정기적으로 자전거를 타러가기로 했어요. 그래서 한 여섯 명 정도 모았는데 실패했어요.


왜죠?


갑자기 가는 날 되니까 다들 바쁘다고..... (...... 그래도 정기모임이라면서여) 아니 정기모임인데 첫 모임도 안 된 건데요. (;;) 저도 처음에는 의욕 있게 만들었는데 지금은 의욕이 상실됐어요. 흐지부지됐어요.


아까 제가 구박하긴 했지만 한 줄임에도 불구하고 핵심이 분명한 자기소개였어요. 마지막쯤엔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제가 진짜 별로 활동적이지 않거든요. 근데 학교가 너~무 재미없어서.. (그럼 학교가 재미없는 이유부터 들어볼게여. 학교생활이 어떤데여?) 학교생활이요? 아침에 수업을 들으러 가요. 수업을 들어요. 수업이 끝나요. 끝나고 밥 먹고 싶으면 친구랑 밥 먹고 아니면 그냥 바로 알바 하러....


아 지금 알바를 하시는군여?


네 학원에서 질문 받아주는 거 있잖아요. (보조 선생님) 네 보조교사. 그리고 과외를 하나 했어요. (오 두 탕) 학원 알바는 2월부터 했고 과외는 4월인가부터 시작했어요. 막상 학교생활 시작하니까 학기 초에 시간이 없어서 관두려고 했는데 돈이 들어오는 걸 보고 주저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일을 안 하면 이 돈이 어디서 나나싶어서 계속 하다 결국엔 그만뒀어요. (두 개 다여?) 학원알바는 제가 그만둔 거고요. 과외 하나에 집중하려 했는데..... 과외 중학생이 날라리에요. (오 지젼) 방학도 아닌데 머리가 노랗고, 중2인데 지난 주말에 소주를 마셨다느니 (잉 너님한테 그런 얘기를 해여?) 네 그런 얘기를 해요.


어느 날은 수업하러 갔더니 문을 안열어요. (.....?) 아파트 입구 들어서니까 경비아저씨가 그 애 4시에 놀러나갔대요. 아까 2시쯤에 6시에 보자고 미리 통화도 했는데 애가 안 와요. 어떤 날엔 가보면 엄마랑 싸워서 집 베란다 창문이 깨져있고. (무섭네여..) 숙제도 한 번도 안 해왔어요. 자기는 원래 과외할 때 숙제 안한대요. (ㄷㄷ) 그래도 이 아이를 고쳐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학원 알바도 관두고! 그 다음 주에 과외를 하러 갔는데 그 친구가 저한테 이러더라고요. “선생님 저는 이 과외가 의미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렇게 공부를 하기 싫은데 과외를 계속하는 게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짤렸어요. (엄마한테 짤린 것도 아니라..) 네. 애한테 짤린 거에요. 순식간에 무소득자됐죠. 5월 중순 쯤 그렇게 됐어요. 그 뒤로는 강제적으로 여유로워졌죠. 지금 통장에 8만원 남았나.(ㄷㄷ 저보다 많으심)


용돈도 안받으세여?


용돈은 한 달에 30만원 받는데 엄마가 잘 안줘요. (엄마를 두드려도 돈이 안 나와서 알바를 시작하신 건가여?) 처음 대학 딱 오니까 뭔가 사야할 것들이 많더라고요. 가방도 뭐 하나 사야할 것 같고 신발도 이쁜 거 하나 신어야 할 것 같고 그랬죠. 재수학원 다녔을 땐 맨날 추니닝만 입고 다녀서 옷도 없고요. 그래서 그런 거 사려고 하는데 그 비용을 엄마한테 다 다달라고 하기가 그런거에요 좀. 그래가지고 시작을 했는데 뭐.


두 탕 뛰실 때 수입은 어느정도였나여?


한창 벌 때 60만원 정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그 한창이 한 달이라는 거?) 네 과외를 두 달하고 짤린 거에요. 근데 그 중학생의 영어 과외 선생님이 저희 오빠 친구에요. 처음에 그 언니가 저한테 과외 소개해주면서도 “얘 수학 선생님 8달 동안 5번 바뀌었어.”라는 거에요. 그러니까 저한테도 조심하라고 했었거든요. 결국 짤렸죠. 어차피 방학이고 쉬자 생각하고 있어요. (아 방학 때 알바는 안하시는 거?) 하려고 하는데 7월부터 다시 찾아보려구요. (다음엔 어떤 알바를 하고 싶나여?) 카페요! 카페알바나 미용실에서 머리 감겨 주는 거 있잖아요. 그게 시급이 엄청 세다고 하더라구요. 모르겠어요. 다양한 걸 해보려구요.


여자만 할 수 있는 알바를 찾으세여!


왜요? (그건 남자는 못하는 특별한 알바잖아여...) 아... (구직 사이트에 성별 란에...) 안돼요! (왜여) 저희 과에 여자만 가득가득하단 말이에요. 일을 하더라도 남자랑 같이 하는 게.... (아.. 그래서) 그냥 아는 남자가 없어요. 아는 남자가. (고딩 때!) 고딩 때 저희가 남녀 분반이었거든요. 거의 못 봤죠. 여고나 마찬가지였어요. (중딩 때!) 중딩 때는 몇 명 있는데 몰라요. 연락 뜸해졌어요.


설마 학교가 재미없는 이유가?


너무 여자들밖에 없어요. 모이려고 하지도 않고. 아 근데 이런 얘기하면 안돼요. 하지 말라고 했어요. (엥 누가여?) 위에 선배들이. (대충 검열해줄게여) 암튼 3월부터 동아리를 알아봤어요. 중앙 동아리를 들었는데 별로 재미없었어요. (어떤 동아리?) UNSA요. (그 유엔 뭐였는데.. 정확히 뭐하는 데인가여?) 모르겠어요. 저도. 뭐 연합동아리래요. 그래서 가입했는데 연합 되어있는 학교가 여대 투성이 인거에요. 2학기 땐 가입된 모든 학교가 모여서 UN 모의총회를 한다는데 1학기 때는 별로 활동이 없나 봐요. 한 세 번. (근데 다 술자리?) 술자리도 있었고 아니면 자기들끼리 토론을 해요. (어떤 주제인가여? 진짜 국제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아뇨 그런 식은 아니고 ‘결혼을 꼭 해야 하는가’ 이런 식으로 (ㄷㄷ 원래 그런 동아리에여?) 저도 잘 모르겠어요ㅋㅋㅋ 암튼 그만두고 나왔어요. (또 다른 동아리도 했나여?) 그래서 다른 동아리 가입하려고 했는데 그 때가 시험기간이라고 몇 주 뒤부터 쉰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2학기 때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따로 맘에 담아 둔 동아리는 없나요?) 테니스부랑 달리기? (운동 좋아해여?) 아뇨 안 좋아하는데 좀 해보려고요. 운동 너무 안하는 것 같아서. 자전거도 저는 그냥 천천히 타거든요. 느릿느릿.


한 학기 밖에 안다녔지만 대학 생활에 아쉬운 거 있어요? 생각과 다르다든지.


막 학교 끝나면 다 같이 선후배가 모여서 놀러간다든지 소풍을 간다든지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저희 과는 그것도 안했어요. 그 그 본관놀이! 그래서 친구랑 둘이 본관 앞에 앉아서 다른 과 사람들 모여서 술 게임하는 거 구경하고 그랬어요. (1학년인데 ㅠㅠ) 1학년이 1학년이 아닌 것 같은 이 기분. (웩 낭만적이지 못하네여. 보통 동기끼리 노시나여?) 근데 동기들도 반이 다 나눠져 있고 다 친한 게 아니라서 그냥 소수의 패밀리. (본인이 소속된 패밀리는 몇 명정도 되나여?) 한 여섯 명. (오 대규모네여. 하지만 여자들은 그 안에서 또 찢어지잖아여.) 그렇죠. 그리고 이 여섯 명의 시간표가 항상 맞는 게 아니니까 둘 씩 셋 씩 놀아요. (아 그 친구들 끼리 자전거를 타려했는데 실패한 건가여?) 네네. 저희가 다들 과 활동에 별로 참여를 안 하거든요.


작년까지 추니닝 입고 열심히 공부 했을텐데 대학 와서 하고 싶었던 재밌는 거 없을까여?


저는 진짜 다 같이 모여서 밤새면서 술 마시는 거. 밤 꼴딱 새고 아침에 집에 가는 그런 것도 해보고 싶고. (님 술고래임?) 술은 잘 못하는데. (술자리는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그런건가여?) 음.... 그렇게 엄청 대외적인 건 아닌데 그냥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같이 놀고먹는 건 좋죠.


주위 동기들은 어때요? 너님이 말한 것처럼 그님들도 그냥 흘러가는 듯 사는 것 같대여?


다 그래요. 다. 걔들도 ‘아 재미없어. 아 단조로워.’ 그래가지고 자전거를 타자! 뭘 해보자! 라고 한건 데 처음에는 막 좋아하더니 막상 첫 모임 날이 되니까 집에서 너무 멀다는 둥 가기 귀찮다는 둥 어젯밤에 너무 많이 놀아서 피곤하다는 둥 다음날 시험이라는 둥 이런 핑계를 대는 거죠. 저는 시험인데도 놀았는데!!! (그들에겐 해결의지가 안보이네여!) 나름 있겠죠. 잘 모르겠어요. (너님은여?) 저요? 저는....해결을 해야죠. (어떻게여?) 몰라요. (그게 고민이에여?) 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건 뭔가 익숙한 전개다;;) 아 콘서트 가고 싶었다. 콘서트.


거봐요 그런 게 지금처럼 쥐어짰더니 나오잖아요. 그런 쥐어짜는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여?


콘서트도 가고 싶었고 저 영화 보는 거 좋아해서 하루 종일 영화 보기도 하고 싶어요. 언제였더라 한 달 전인가 ‘아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핸드폰 메모장에다 그때 그때 음식이든 뭐든 ‘내가 좋아하는 걸 적어보자’하고 적어왔는데 요새 까먹고 있었네요. 다시 적어봐야겠어요.


많이 좋아하면 취미로 이어지는 거겠져?


취미랑 특기 적을 때 젤 애매해요. (영화감상이라 써놓고 내가 영화를 좋아하면 얼마나 좋아하겠나 뭐 이런 생각도 들지 않나여? 난 그렇던데.) 네네 맞아여. 저도 고 3때 영화를 엄청 많이 봤거든요. 암튼 고 3때 공부를 진짜 안했어요. 그렇다고 공부 안하고 나쁘게 논게 아니라 순수하게 놀았어요. 친구랑 분리수거장에서 킥보드 주워 타기도하고 학교 바닥이 슬리퍼 신고 미끄러지면 진짜 미끄러워서 스릴이 쩔거든요. 그래서 얼음 없는 얼음땡하면서 뛰어다니고 그랬거든요. 수능 1주일 전까지.


그렇게 신났던 그 때랑 지금이랑 뭐가 다를까여?


그 땐 주위친구들이랑 맨날 붙어 있잖아요. 그래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근데 지금은 친구들이랑 항상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학교 오고 가는 시간도 다르고 밥 먹는 시간도 다르고 만나기도 힘들고 그래요. (일단 모이기 힘드네여.) 네네 누군가 강압적으로 모여! 하지 않는 이상 모이는 것부터 힘들어요. 모여 볼래? 언제 시간돼? 하는 식으로 시간을 맞추려하니까 힘들더라고요. 근데 지금까지 뭐 얘기한거에요? (학교가 왜 재미없는지.) 아.


의심하지마세여. 깔끔하게 연결 되잖아여. 지금 연애 중이 아니니까 재미없는 거 아닐까여?


원래 남자애들하고 잘 지내는 성격은 아니었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아는 남자애들도 별로 없고요. 고등학생 땐 굳이 남자애들이 있어야 하나. 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근데 대학 와서 보니까 너무 제 눈앞에 남자들이 보이잖아요. 제 친구들은 공대를 많이 갔는데 3월에 돈을 쓰질 못했대요. (ㄷㄷ 아르미!!) 아름이니까. 선배들이 다 사주니까. 저는 맨날 학식 먹고 있는데! (막 샤방샤방한 대학생활을 꿈꿨군여) 네. 꼭 남자친구가 아니라 그저 제 곁에 두 가지의 성이 모두 있었으면 좋겠다. 그 정도의 바람이죠.


너님 패밀리 친구들 중에 남친 있는 친구 없나여?


있어요. 안 그래도 제가 소개팅 해달라고 맨날 찾아보라고 하거든요. 근데 맨날 없대요. (수상한데.... 노력은 하고 있나여?) 지난 3월에 첫 미팅을 했어요. 근데 너~무 재미없었어요. (개노잼?) 개노잼! 그 주선한 애도 같이 나갔는데 약속장소에 남자들이 먼저 앉아있었어요. (이욜 몇대 몇) 4:4. 문을 딱 열고 들어가서 상대를 쫙 봤는데. (쉣?) 개쉣! 그래서 주선한 애가 먼저 들어가다 자리에 앉으면서 제 팔을 붙잡고 속삭이더라고요. ‘언니 미안해.’ (옴머 진짜 미안했나보군여.) 그 날 화장실 갈 때마다 마주치면 ‘언니 미안해. 내가 빙수 사줄게.’ (설마 동시에 노잼인가여?) 재미도 너~무 없었어요. 아무 것도 몰라요. 술 게임도 몰라서 우리가 알려주고 했죠. 그리고 술 게임을 못하니까 계속 마셔서 결국 취해가지고 진상부리고 한자외우고 있고 맹자 외우고..... (좋은 추억은 아니겠네여.) 그 뒤로 미팅을 접고 3, 4월을 그렇게 보냈어요. 그러다 5월이 되니까 다시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미팅이라도 해야 하는구나... 가만히 있으면 정말 없구나...’ 해서 5월 달엔 다시 미팅을 막 했어요. 근데 뭐 그 때가 끝물이라 그런지 다 필터링 됐더라고요. 저보다 나은 분들이 나왔어야 하는데 저 같은 사람들만 나오더라고요.


남자친구가 급하신 건 아니라고 하니 남자가 있는 무리로 들어가시는 게 급선무겠네여. 자전거 어때여. 자전거 연합동아리. 그나저나 첫 모임부터 와해되고 그 후론 얘기 없었나요?


처음 모이기로 한 게 시험 1주일 전이었어요. 막상 시험 전 주가 되니까 공부하자는 분위기여서 시험 끝나는 금요일에 가기로 했는데 그 날 망한거죠. 저는 그날 못 가서 실망감과 회의감이 동시에 들었어요. 저는 다들 시험 언제 끝나냐고 닥달하는데 다른 애들은 단톡방 보고도 씹고 이러니까..... 그래서 시험 끝나고는 따로 얘기 안하고 있어요. 7월 즈음에 다시 얘기해보려고요. 아 자전거 진짜 좋은데. 저희 집 근처에 한강이 바로 있으니까 가기도 편하거든요. (근데 친구들은 다 이 쪽 사는 거 아니잖아여.) 네 아니죠. (망했네여 그럼 혼자 타여.) 그래서 저는 밤에 혼자 나가서 타요. 밤에 타면 한강다리에 불 들어와 있고 진짜 좋아요.


역시 취미 찾기는 어려워여. 멀리 가 봐여. 아예 늙어서는 뭐하고 있을 거 같아요?


아예 늙어서요? 그 땐 어..... 제가 진로를 간호사로 결정한 이유기도 한데 간호사 일은 경력이 있으면 그만뒀다가 다시 할 수 있대요. 어쨌든 일을 계속할 것 같긴 한데 그러면서 여행을 다니지 않을까요. 저는 이게 맞는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여러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한 6개월 정도씩 살아보고 싶어요. (왜여 굳이) 재밌을 거 같지 않아요? 저는 여행을 할 때마다 급하게 보고 지나가야 하는 게 싫어서요. (너님 좀 용감한가여?) 음.... 모르겠는데 용감한 거 같기도 하고. (여행은 좋아하나여?) 네. 근데 뭔가 여행을 간다는 느낌이 아니라 가서 그 곳에서 있어보고 싶어요. 생활을 하고 싶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급하게 여기저기 다 가야하는 게 아니라 그냥 거기서 생활하면서 뭐든 느껴보고 싶어요.


그럼 난 이대로 더 늙기 전에 인터뷰를 보완하기 위해 뭘 해야 할까여?


여태 인터뷰 다 봤는데 재밌어요. (쫌 길지 않나여.) 길긴 한데 못 읽을 정도로 길지는 않고 괜찮은 거 같아요. 딱딱하지도 않고. (근데 지난 번 인터뷰이가 나이, 이름 공개가 별로라고 해서 너님 인터뷰도 제목만 달려고여.) 어... 근데 저는 여태 인터뷰를 다 읽어본 이유가 이 나이의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고민을 하는지 궁금해서 읽어본 것도 있거든요. 전 나이도 학과도 공개해도 괜찮을거 같은데 너무 모르면.....(역시 개인취향이네여.) 보완할 점은......(그렇게 고민할거면 칭찬해도 되여.) 좋았어요.^^ (그렇게 재미없게 말할 거에여?) 어... 그럼 편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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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제 생각엔 취미의 다른 말이 ‘혼자 뭐하고 노냐’인 것 같아요.”
인터뷰이와 취미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내가 말했어여.

혼자라는 상태에 상당한 가치를 두고 싶은 건 아니에여. 다만 혼자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이어야 비로소 온전히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여. 하고 싶은 게 있을 때마다 얽혀있는 남들이 생각난다면 그게 내 진심인지도 의심스러울 것 같아여. 솔직히 따져보면 혼자 있는 시간이 더더더 많지 않나여? 같이 있어도 소울리스 한 시간이 얼마나 많은 데여. 결국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야 함께 있는 시간도 잘 보낼 수 있을 거 같아여.

그래서 어딜 가도 물어대는 취미라는 게 무지 시답잖은 질문인 줄 알았는데인생을 관통하는 질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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