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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게 살래요

개똥같은 인터뷰 #10

by 태희킷이지
개똥같은_인터뷰_로고(흰).jpg

https://youtu.be/s8qOnMXlMG4

여유는 승자의 사치?



‘별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이유는 인터뷰에서 말씀드릴게요.
아 그리고 10년 뒤 내가 꿈꾸는 가정을 물어봐주세요. 제 취미 두 개도요.’

내 귀와 녹음기가 듣는 대로 정확한 사실 전달을 해오는 듯하던 개똥같은 인터뷰는 옐로저널리즘이라는 이름아래 발현된 찌라시로 드러났어요. 더 나은 인터뷰를 위한 명목이라던 자기소개로 나도 모르게 인터뷰이의 이미지에 맞는 인터뷰를 만들고 있었네요. 솔직히 별을 좋아한다는 것과 10년 뒤에 어떻게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어떻게 한 솥에 끓여내야 할지 몰랐어요. 사실 나도 몸이 하나인지라 듣고 받아 적는 입장에서는 확실한 표현은 날 이롭게 하거든요.(사랑합니다. 사랑꾼님)

근데 이건 내 사정이고 ‘이러한 사람’으로 보여야하는 것도 아닌데 다소 극단적이고 선택 강요적 질문을 해대며 ‘그냥’과 ‘적당히’를 인정하지 못했던 인터뷰어를 만나 고생하신 인터뷰이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려요. 뭐 누구한테 혼난 건 아닌데 그냥 자기검열 후 반성하는 마음이에요. 내 인터뷰는 처음부터 개똥같이 한다고 했으니까 내 맘대로 할 거임. 인터뷰 시작!




인터뷰 시작!


아 제 소개를 먼저 해야 하나요? (네 전 인턴이에여.) 지난 학기까지 수업 다 듣고 졸업 미뤄둔 백수입니다. 취업이 안돼서 미뤘어요.


그럼 취업하시고 졸업 예정인가여?


네 올해 취업을 할 예정이고요. 올해 안엔 백프로 할거에요. 그리고 졸업해야죠. (아 내년 2월에 학사모!) 그 때 졸업식 하겠죠. 근데 전 안갈 것 같아요. (헐 왜여?) 저는 졸업앨범사진도 안 찍었어요. 글쎄 저는 졸업식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뭐 개인적으로 의미부여를 하자면 한번 뿐인 졸업식이기도 하고 졸업사진 찍는 거 보면 여자든 남자든 사진 찍을 때 화장도 하고 머리도 하고 이쁜 옷도 입고 친구들이랑 추억도 남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졸업사진을 안 찍은 이유는 있어요. 먼저 가격이 비싸요. 그 가격이면 차라리 맛있는 걸 먹겠다는 주의라서 안 찍었고요. 다른 이유는 같이 찍을 친구 문젠데 저희 과는 전과를 목표로 온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1학년 때 친했던 여섯 일곱 명 친구 중 저 포함 2명 빼곤 다 사라졌어요. 전과하고 자퇴하고 편입하고 외국 나가고 해서 다 와해됐어요.


그래서 저는 매 학년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다 달라요. 게다가 이미 그 친구들이 졸업을 해서 같이 찍는 시기가 좀 애매해졌어요. 결국 나 혼자 찍은 사진이 얼굴도 모르는 수백 명의 사진이랑 같이 엮여서 나오는 게 별 의미 없어서 졸업앨범을 안 찍게 됐죠.또 옷도 사야하고 헤어, 메이크업도 다 돈이고요. 얘기하다보니까 돈이네요.


비싸다는 얘기는 들었어여. 그래서 그 돈으로 스튜디오에 가서 친구들끼리 사진 찍는 분들도 있던데여.


친한 친구들이랑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은 적은 없어요. 최근에 이미지 사진을 찍긴 했어요. 우연히. 2주 전에 친구들이랑 봉사활동을 같이 했던 군인 동생 면회를 갔어요. 넷이 놀다가 군인 동생이 하고 싶었던 게 있다는 거에요. 그게 이미지 사진 찍는 거라고 해서 넷이서 이미지 사진을 찍었어요. 찍고 나니까 되게 좋더라고요. 사진보면 그 때 생각도 나고 해서 친한 친구들하고도 찍어보려고요. (이쁘게 나오잖아여.) 여기저기 깎아주고 얇게 해주고 하더라고요.


지금 취준생이신데...


취업얘기 ㄴㄴ


;; 넴 취업준비에서 오는 스트레스 해소법이나 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취미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니 취미 이야기를 해주실래여?


음 스트레스 해소법은 한강공원에서 공공자전거 빌려 타면서, 바람을 맞으면서 추파춥스를 먹는 거에요. 그렇게 하다보면 되게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바람을 맞으면 추파춥스... 음악도 필요하지 않을까여?) 아뇨 음악은 안 들어요. 아직 자전거를 잘 타는 수준이 아니라서 줄이 걸리적거릴 수도 있고 그러다가 죽을 수도 있고 해서요.


즐겨 이용하시는 공원이나 자주 찾으시는 코스가 있나여?


전 자전거가 없어서 무조건 여의나루역 1번 출구로 가요. 거기서 자전거 빌리고 한강공원에서 바로 타는 거죠. (너님 집에서 젤 가까운 게 여의나루인 거에여?) 아뇨. 그건 아닌데 처음 탈 때 거길 가서 계속 가고 있어요. 여의도 한강공원을 자주 가는데 아 맞다 자전거로 과제를 한 적도 있어요. GIS라는 게 있거든요. (GIS... 지리정보시스템?) 오! 맞아여. 컴퓨터랑 지리를 연관시키는 GIS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하루는 교수님께서 자신의 취미를 주제로 GIS 프로그램을 이용해 성과물을 내오라는 과제를 던져주셨어요. (그냥 자유롭게여?) 엄청 자유롭게. 제 취미는 자전거 타는 거니까 휴대폰으로 GPS 앱을 이용해서 자전거 탈 때 제가 한강공원을 어느 정도 돌았는지 지도에 표시하기로 했죠. 그래서 세 번 정도 자전거를 타면서 과제를 했어요. 그때마다 최대한 다른 코스로 타면서 경로기록을 했죠. 그 어플에 표시된 지도에서 경로를 따로 떼서 GIS 프로그램에 옮기는 작업으로 과제를 했어요. 예를 들면 제가 자전거 타고 가는 길에 편의점이 여기 있고 앉아서 쉴 만한 장소가 저기 있다는 걸 기록하는 거죠. 그렇게 나만의 자전거지도를 만들어서 과제로 제출했어요. (그래서 학점 대박나심?) 중간고사 성적이 별로였는데 과제가 교수님 마음에 드셨는지A+를 받았어요. (이야 짝짝짝 이런 식으로 자기자랑하나여.) 여튼 한강공원에서 자전거 타는 생각을 하면 그 때 생각이 나서 기분이 좋아져요. 뭔가 완성된 결과물이 있으니까 뭔가 뿌듯하더라고요.


너님 학점은 저랑 노상관이고 자전거는 언제부터 타셨나여?


자전거를 처음 탄 게 2012년인가. (2002년말구여?) 되게 늦죠. 어릴 때 네발 자전거까진 엄빠가 사주셨는데 두발 자전거부터는 안사주시더라고요. 두발 자전거는 안타봐서 못타고 그렇게 살았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할아버지들이 손 놓고 타고 가거나 어린 초딩 남자애들이 자전거 잘 타는 거 보면 엄청 부러워했죠. 부러워만 하다가 ‘한 번 질러보자. 무작정 타보자.’ 하고 혼자 타러 갔어요. 처음부터 중심잡기가 되게 어렵잖아요. 첫 날부터 엄청 많이 넘어졌어요. 손바닥 다 까지고 무릎에도 피나고. 그렇게까지 했는데 결국 뭐 50미터도 못 갔던 것 같아요. 혼자 그렇게 연습했어요. (그렇게까지 해서 타고 싶었나여?) 네 무지 타고 싶었어요. 지금 안배우면 나는 앞으로 영영 못 탈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포기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렇게 자전거랑 같이 넘어지면서 탔어요.


그 날 약간 슬펐던 건 한 십미터 정도 떨어진 데서 저처럼 자전거를 처음 타는 것처럼 보이는 어떤 여자 분이 자전거를 배우고 있더라고요. 근데 곁에서 남자 두 분이 바퀴...가 아니고 그 안장이라고 하나? (넴 맞아여) 안장을 양쪽에서 잡아주면서 가는 거에요.저는 무릎팍에 피나고 있는데 그 여자 분은 되게 행복해하면서 자전거를 배우고 있더라고요. (부럽네여. 무려 남자가 둘.) 남자 두 명이 잡아주니까 엄청 쌩쌩 달리더라고요. 넘어지지도 않고 즐거운 비명 지르면서요. 그 모습이 저랑 비교돼서 뭔가 더 처량하고 힘들기도 했어요. 어쨌든 그렇게 넘어지면서 타다보니까 조금씩 달릴 수 있게 되더라고요. 진짜 신기하게 몸이 기억하더라고요.이제는 민폐를 끼칠 정도는 아니겠다 싶어서 그 뒤론 친구랑 같이 공원도 가고 했어요.


아 의도적으로 혼자타시는 건 아니군여. 자전거 타는 거 자체에 관심이 있으시면 자전거 사셔서 동아리 같은 거 하시면 더 정기적으로 타실 수 있을 텐데. (근데 어디서 많이 본 질문인데.)


자전거로 친목을 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안들고요. 제가 좋아하는 건 바람을 맞으면서 천천히 자전거 타는 거에요. 빠르기에 집착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주위 풍경 보면서 달리는 게 좋아서요. 자전거를 안사는 건 저희 집 주변에 자전거를 탈 데가 없어서요. 공원이 하나 있는데 언덕도 많고 울타리가 없는 호수가 있어서 자전거를 못 타게 막아놨더라고요. 근데 요즘 보니까 아파트 가는 길엔 인도 옆에 자전거 도로가 나란히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약간 고민중이에요. 살까말까.


자전거를 독하게 배우셨는데 피보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나여. 특별한 계기라도? 예를 들면 자전거도 못타는 똥멍청이라고 놀림을 받았다던가.


그냥 어릴 때부터 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고요.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들이 항상 부러웠어요. (그 생각을 갑자기 2012년에 실천에 옮기게 된 계기가 있냔 말입니다.) 글쎄 명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글쎄요. 큰 계기는 없었던 것 같은데...... 제가 답사 차 전주에 간 적이 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되게 편하게 자전거 타고 가시는 거 보면서 부럽더라고요. 나이 드셨어도 편안하게 자전거에 앉아서 오고가고 하시는 게. 그리고 일단 자전거라는 자체가 되게 매력적이잖아요. 환경오염도 없고 크게 사고가 나거나 위험한 교통수단도 아니고.


자전거 위에서 편해 보인다는 말씀이 눈에 띄네여. 말씀하시는 거 보면 느릿느릿 자전거 타시는 모습이 그려지는 데 본인 성격을 뭔가 느긋한 신선 같은 삶과 겹쳐볼 수 있을까요.


그냥 여유 있게 살고 싶어요. 그런데 사실 부끄럽긴한데 아직 풍경을 보면서 자전거를 타는 수준은 아니에요. 힐끔힐끔 봐요. 1초 풍경보고 앞에 보고하는 식으로. (아;; 마치 누가 너님 이름을 부른 것처럼 힐끔 말이죠.) 아직까진 그 정도에요. (저도 초딩 분들이 두 손 놓고 타는 거 보면 개부럽. 그래도 저는 한 3초 놓을 수 있음여.) 오 잘 타는데요. 아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말씀 드리면 자전거 반납하러가면서 유턴을 해야 하는데 저는 아직 유턴하다 넘어집니다.


못타는 거 자랑 그만여. 근데 취미 두 개라고 쓰셨는데. 자기소개에.


하나는 뭐였더라. (억지로 취미를 만들어내지 말아여. 여튼 왠지 할머니 돼서도 동네 친구랑 자전거타고 치맥할 것 같네여.) 많이 행복할 듯요. 제 꿈 목록에 추가해야겠어요. 그나저나 할머니 돼서 친구랑 한강공원에서 자전거 타고 치맥도 먹으려면 운동 많이 해야겠네요.


할머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청한 질문 중에 10년 뒤 꿈꾸는 가정이라는 질문이 있던데여.


우선 일에 있어서 명확한 꿈은 없어요. 내가 십년 뒤에 어느 위치까지 올라가서 연봉을 얼마 받고 싶고 이런 건 사실 크게 바라지도 않아요. 현실적으로 여자는 일하다가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전 그걸 극복하고 일할만큼의 큰 꿈이 없기 때문에 현실에 순응하려고 해요. 그냥 이렇게 말하면 너무 꿈 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되는 데까지만 일 하고 싶어요. 회사생활하면서 돈도 모으고 주위 사람들이랑 좋은 관계 유지하고 즐겁게 일하는 게 제 목표에요. 그래도 일단 제가 하고 싶은 직무는 영업 관리 쪽인데 몇 개의 매장을 포함한 지역 규모로 마케팅도 하고 소규모로 영업전략도 짜고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욜 이마트 점장님인가여?


약간 비슷한 느낌 같긴 하네요. 근데 점장님은 한 지점만 관리하는 거잖아요. 근데 영업 관리자는 여러 점포를 관리해요. 예를 들면 지역마다 특성이 있을 거 아니에요. 어느 동네엔 애엄마들이 주 타겟이고, 어디는 상대적으로 노인이 많아서 실버세대가 타겟이고 하는 식으로요. 그 타겟 따라 영업 전략이 달라질 테니까 이마트 점장님 보단 좀 더 넓은 시각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굳이 대형마트에 가고 싶은 게 아니라 백화점, 편의점 같은 유통도 좋고 의류 매장 같은 분야에도 관심이 있어요. (쉬운 일은 아니겠어여. 아까 뭐 일적인 측면에서는 욕심이 별로 없다고 하셨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네여.) 아예 없으면 취업을 안 하겠죠.


아니 근데 10년 뒤 회사생활 말고여. 가정이여 너님 집.


제가 원하는 건 딱 두 가지에요. 먼저 미래의 남편과 저는 맞벌이를 하고 한 여덟시쯤에 집에 와서 함께 밥을 먹고 아니 각자 밥을 먹고 들어왔더라도 집에 와서 같이 술을 먹는 거에요. (매일여?)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러면 매일 말고 일주일에 세 번? 날을 정해놓고 술을 마시는 거죠. (소주인가여?) 아뇨 저는 칵테일 소주나 좀 달달한 걸로. 함께 술을 마시면서 그 날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거에요. 뭐 상사한테 까인 얘기부터 진상 고객 얘기까지 뭐 이런 소소한 얘기를 술 마시면서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는 거죠. 이렇게 서로 이야기하면서 저도 남편을 응원해주고 저도 응원을 받고 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하나는 제가 그 나이에 아마 애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아들하나 딸 하나를 낳고 싶어요. (누가 첫째에여?) 아들. 오빠에 여동생 별론가요? (그냥 너님이 오빠가 있었으면 해서 그런거 같은데여?) 뭐 그런 것도 있죠. 만약 외동이라면 꼭 강아지를 같이 키워야 해요. 아 아니다. 자식이 두 명이어도 키울래요. 아니 그리고 전 반려견보다는 반려묘할래요. 그렇게 되면 가족이 총 다섯 명이죠. 그렇게 다섯 명에서 산책을 나가고 싶어요. 밤에. 그래서 서로 손잡고 걸으면서 얘기도 하고 바람도 맞으며 걷다가 출출해지면 편의점에서 애기들 과자사주고 저는 남편이랑 술 먹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술은 빠지지 않죠?) 그러네요. 아니아니 맛있는 술. KGB 이런거요.


근데 이 생각이 왜 들었냐면 제가 요즘엔 빼먹기도 하지만 집 근처 공원을 매일 돌아요. 호수공원을 돌면서 가족끼리 산책 나온 걸 보면 그게 항상 부럽더라고요. 예전에 남자친구 있을 때도 막연하게 결혼을 하게 되면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요. 부부끼리 같이 나와서 가볍게 맥주 한 잔하고 하는 모습이 되게 부러웠어요. 계속 그런 모습들을 봐와서 구체적이면서도 뭐 소소한 꿈을 가진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가정상은 딱 이거 두 가지에요. 너무 소소해서 말하기 좀 그럴 때도 있지만. (자기 할 일 하면서 이런 시간 가지시려면 그 만큼 노력하셔야겠네여.) 아 그리고 전 나이 들어서도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싶어요. 지금은 젊다고 쳐도 나이가 들수록 몸도 챙기고 더 운동을 해야 하잖아요. 계속 운동을 하면서 몸매를 관리하고 싶어요. 남편이 딴 데로 눈 돌리지 않게 매력 있는 아줌마가 되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매력아줌마) 애들한테도 예쁜 엄마가 되고 싶어요. (들으면 들을수록 안 소소한데여 엄청나 보이는데여.)


아 맞다 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도 쓰셨는데 아까 말씀 못하신 취미가 별보는 거 아님여?


그랬나? 그랬나 봐요. 취미라고 할 수 있겠네요. 별보는 걸 좋아해요. 별 보는 게 행복하다고 느꼈던 적이 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음성 꽃동네로 1박 2일 수련회를 갔어요. 밤에 캠프파이어를 하다 우연히 하늘을 봤는데 진짜 별이 촘촘하게 박혀있는 거에요.그게 되게 이쁘고 신비스럽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멍 때리고 보는 게 아니라 나쁜 생각, 안 좋은 생각 사라지는 듯한 음 뭐랄까 황홀하게 봤어요. 별들을요. 그게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서 그 뒤로는 ‘별보기 = 행복하다’가 됐어요. 그 때 이후로 밤하늘을 맨날 보는데 서울도 그렇고 저희 집 주변도 그렇고 건물도 높고 주위도 밝으니까 별이 잘 안보이더라고요. 별 보는 게 좋은데 별이 없으니까 별 많은 데 가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해오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실천은 못했어요. 그냥 보러 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고 구체적인 계획은 없네요. 집에 가는 길에 별이 몇 개 떴나 세어 보는데 까만 밤하늘에 한 지점을 계속 보다보면 갑자기 별이 생길 때가 있어요. 그런 거 발견하거나 별이 평소보다 많이 보이는 날엔 되게 기분 좋아져요. 언젠가는 천문대 그런데도 가서 가까이서도 보고 싶어요. (이욜 낭만적이네여.) 별이 보고 싶어서 베란다에 조그만 망원경을 사서 두려고 했는데 저희 집 앞에 아파트가 있어서 하늘을 가리더라고요.


별보고 자전거 타시는 걸 즐기시는 너님은 약속도 없는 일요일 한 낮도 낭만적으로 보내시나여?


누워있어요. (와식생활을 즐기시나여?) 네 누워서 티비보거나 인터넷 돌아다니면서 재밌는 거 보고 그래요. 전 고양이 강아지를 엄청 좋아하는데 못 키우니까 인터넷에 사진들 올라오는 거 보고 대리만족하곤 해요. 아! 이게 취미였네. (뭐여?) 고양이 강아지 사진 보면서 저장하기. (ㄷㄷ) 맞다 이거였어요. 아니면 책 읽어요. 제가 살면서 책을 읽고 너무 좋아서 산 책이 딱 두 권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콰이어트라는 책이에요. (어떤 내용인가여?) 제가 내향적인 성격인데 그런 사람들의 특성? 장점? 같은 게 나와요. 음 내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에요. 그래서 제 생각엔 내향적인 사람들이 읽으면 되게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내향적인 사람들은 혼자 있으면서 에너지를 얻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거에 대해 무지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해요. 저도 다른 사람들은 여러 사람들하고 어울리면서 더 에너지를 얻고 신나는데 나는 왜 자꾸 힘이 빠지고 빨리 집에 가고 싶을까 하는 고민을 해봤거든요. 외향적인 성격이 좋은 성격이라고 다들 말하니까 좀 위축되는 감도 있고요.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외향적인 척 하면 괴리감 느끼고 오히려 힘들어지죠. 이 책을 읽으면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 책을 읽고 나서 좀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내향적인 친구를 만나게 되면 항상 이 책을 추천해요.


반쯤 남은 2014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여?


지금 취업얘기 유도하시는 건가요? (네 ㅈㅅ 질문 중 졸업 전 이루고 싶은 목표도 있었는데 그것도 취업이겠네여. 이것도 ㅈㅅ)


좌우명이나 인생의 모토가 있다면? 아니면 어떻게 살고 싶다라든지.


예전에는 짜증을 많이 냈어요. 예를 들어 버스가 20분 늦으면 ‘아 더운데 버스도 안 오고 기다리는 시간은 아깝고 짜증나네. 아 조금만 일찍 나왔으면 안 기다려도 되는데.’하면서 제가 선택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까지 엄청 후회하고 불만을 가졌어요. 이미 지나간 일까지요. 이제는 안 그러려고 노력중이에요. 지금 일어나는 상황이 저에게 좀 짜증나는 일이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오늘 버스 20분 기다려서 탔거든요. 기다리긴 했지만 그래도 제가 일부러 다섯 정거장 앞으로 가서 편안하게 앉아서 왔어요.앉아서 노래들으면서 왔으니까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광역버스 입석금지제 때문에 분노해서 네이버 뉴스에 악플도 달긴 했는데 여튼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 자신 말고도 관계에 있어서 삶의 방향도 있어요. 옛날엔 제가 칭찬을 되게 못했어요. 이 사람이 되게 좋은 건 알겠는데 어떤, 어떤 점이 좋은지 잘 몰랐거든요. 근데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상대를 편하게 대하려면 상대의 장점을 찾고 상대를 존경한다고 생각해보라는 거에요. 실제로 별로 좋지 않더라도 평소에 내가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자기 최면을 걸면 일단 나부터 이야기를 할 때 열정적으로 이야기하게 되고 상대가 하는 말에도 더 귀 기울이게 되고 표정부터 달라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자연스레 상대방도 긍정적으로 반응하겠죠. 그래서 저도 상대방의 장점을 하나하나 찾아보려고 하고 민망해도 칭찬해보려고 노력했더니 억지스럽지 않게 좋은 점이 잘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상대에게서 배워야 할 점을 찾는 편이에요. 실제로 그렇게 하다보면 존경스러워져요. 그래서 항상 상대가 누구든 나이가 저보다 많든 적든 존경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결국 자신에게든 상대에게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거네여.) 네네.


마지막 질문이에여.


설마 취업얘기 아니죠? (아오 취업에 무슨 알러지반응이네여. 아깐 별 얘기 자전거 얘기 하시면서 꿈꾸는 목동 코스프레하시더니.) 저도 지난 학기까진 근자감 상태였거든요. ‘나 정도면 취업 되겠지.’ 뭐 이런 생각이었는데 진짜 구석까지 몰리니까 아니더라고요. 제가 지난 학기에 토익점수도 낮고 자소서 첨삭도 없이 그냥 근자감 넘치는 상태로 서류를 넣었다가 다 떨어졌거든요. 그래서 한동안 자신감을 잃고 포기했었어요. 취업얘기를 하다보면 취업이 안 돼서 슬프기보단 내가 너무 싫어져서 기분이 좋지 않아요. 자소서라도 포기하지 않고 썼어야 하는데 도전도 안하고 포기한 내가 너무 싫어져서 그래요. (지나간 일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하셨잖아여.) 아 그니까 취업 얘기 하지말라고요. (아 옙. 때리실 것 같네여.)


사실 저도 제가 써놓고 잘 안 읽는데 인터뷰를 다 읽어주셨다니 감사해여. 제 인터뷰에 대해 욕이나 칭찬을 부탁 드릴게여.


근데 궁금한 게 너님이 이걸 취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재밌어서 한다고 했잖아요. 그래서인지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었는지가 궁금했어요. (없어여.) 만약 나중에도 인터뷰를 하는 직업을 하신다면 되게 도움이 많이 되실 것 같은데. 저는 언론정보학과라 해서 신문 기자나 방송국 기자가 되고 싶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하시는 일이 과연 미래에 도움이 될까? 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런 인터뷰를 해보는 게 아예 처음이고 앞으로도 없을 경험이라 되게 신기하고 새로웠던 것 같아요. 친구 만나서 두서없이 수다만 떨다가 이렇게 자리를 갖고 특별하게 이야기 했다는 게 그냥 막연하게 좋았다고 하긴 좀 그런데..... 같은 얘기를 하더라도 인터뷰라고 이름 붙이니까 느낌이 색달랐던 것 같아요. 좋았어요. 앞으로도 계속 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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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속에 할 일은 든든히 채워야 하는 거고 그 만큼 미래가 튼튼해질 거라 믿었다. 근데 그래서인지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이 앞섰고 이따금 찾아오는 의욕보다 걱정들이 한 발 빨랐던 것 같다. 10년 뒤에도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살 수 있다는 (진짜 그런)눈으로 별을 보고 있을 인터뷰이를 보면서 단추 하나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여유가 빈틈인 줄만 알았는데 숨 쉴 공간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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