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같은 인터뷰 #15
모니터 오른편엔 네이트온이 아니라 PC카톡이 켜있지만 나는 그녀가 그때만큼 쿨하면서 똑똑하고 자신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녀가 신청한 BGM(드렁큰 타이거의 <내가 싫다>)은 조금 의외였어요. 꽤나 자주 뿜어 대던 패기와 열정을 기대하면서 나갔는데 그녀는 자꾸 꿈이 없다네요. 꿈을 잘못 꿨나 봐요.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건데 꿈은 제대로 꿔요.
파이팅.
소개는 생략할래여. 아니까 신청하셨겠져.
네
날이 갈수록 자기소개가 고퀄리티화 되는 것 같아 뿌듯하네여. 무슨 PPT로....
미쳤나봐요. (네 그러게여 다른 자기소개서나 공들여 쓰시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데 에너지를 쏟는 이유가 뭐져.) 밤에 잠도 안 와서 그냥 했어요. 한 30분 만에 했나.
근데 마지막 부분에 자신을 엥겔러라고 소개하셨는데 무슨 뜻이에여?
엥겔지수 알아요? (빅맥지수는 아는데.) 엥겔이라는 경제학자가 있는데 그 사람 이름을 따서 만든 게 엥겔지수에요. 총 가계 지출액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엥겔지수거든요. 그래서 그게 높을수록 개발도상국이나 저소득층을 의미한다고 해요. (아 불쌍한 사람이라는 거군여.) 네 저도 약간 불쌍한 사람인데 암튼 그만큼 먹는데 쓰는 돈이 많다 이거죠. (근데 왜 인터넷에도 안 나오지여? 원래 없는 말인가여?) 내 후배가 날 그냥 그렇게 부르던데요. 먹는 데 그만 좀 쓰라고.
자기소개에 링크해주신 동영상도 인상깊게 봤어여.
짜증나지 않아여? (어떻게 보면 그 동영상이 신청이유가 된 것 같던데여.) 거기서 자꾸 ‘꿈, 자신의 목표를 이뤄라’ 이런 얘기를 하는데 나한테는 그런 게 없거든요. 나는 꿈도 없고, 아니 나는 꿈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뭔지 기억은 안 나고 잃어버린 것 같은 거 있잖아요. 내가 어떻게 살 건지도 되게 혼란스럽고요. 그리고 지금 시즌이 어떤 시즌인지 알아요? (네 하반기 공채시장이 열린 상황이져.) 이욜 어떻게 아셨어요. (단톡방에 다들 ㅅㅂㅅㅂ 하시길래여) 여튼 남들 쓰니까 나도 따라 쓰기 시작했어요. 근데 난 문과생이다 보니 딱히 지원할 수 있는 데가 많지 않아요. 기껏해야 유통업체 정도 이랜드, 롯데 이런데 밖에 없는 거죠. 근데 난 유통업을 생각해 본적도 없고, 백화점에 관심도 없는데 내가 왜 쓰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그러던 중 그 동영상을 봤어요. 나는 지금 자기소개서에 졸라 소설 쓰면서 ‘저는 여기 들어와서 개인적인 목표를 이룩하는 동시에 회사에 이런 저런 기여를 하는 사람이 될 것 입니다!’ 하는데 완전 이건 뻥이잖아요 뻥. 혼란스럽더라고요. 내 것은 아예 싹 사라지는 기분? 내 삶에선 내가 주체가 돼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고 느껴진 거죠. (그 동영상을 보고?) 그렇죠.
http://blog.naver.com/solely/220104856800
결국 그 동영상이 말하는 것처럼 너님이 살고 있지 않아서 짜증났다는 거에여?
그렇죠. (그럼 그 동영상이 사실이라고 생각 해여?) 무조건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꿈이나 자신이 하고 싶은 그런 게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 근데 나는 이게 없다는 거죠. 그래도 방향을 잡아야 어떤 일이든 해나가면서 만족도도 높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어느 정도의 안정성, 방향성은 갖고 싶다!) 그렇죠. 평생 방황만 할 순 없잖아요. ‘여태 방황하고 살았는데 계속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가. 이런 삶을 청산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하는 거죠.
방황을 그렇게 많이 하셨어여?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옛날 기록을 찾아봤어요. 그 당시에도 지금처럼 내 꿈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몰라서 새내기를 위한 교내외 프로그램들에 참여했거든요. 거기엔 선생님이 써준 편지도 있었어요. ‘정체성의 성취에서 정체성의 유예 단계를 거치면 나중에 자신에 대한 생각이 자리 잡았을 때 정체성에 대한 성취를 더 크게 얻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뭔 소리에여?)그래서 그 편지를 가져왔어요.
이 편지를 비롯해 옛날 자료를 뒤져보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여?
‘나는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누가여?) 내가.그래서 고민을 했어요. 근데 나는 약간 한량 같은 스타일이라 노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놀기 위해서 살려고요. 그게 저의 목표, 꿈이랄까. 인생의 가치관? 신념? 태도? (아 그럼 오늘 인터뷰 이렇게 마무리하면 되나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일하고 있는 선배들이나 다른 사람들한테도 물어보고요. (어떤 걸 물어봤나여?) 왜 사시냐고. 뭘 위해 사냐고. 난 이런 상태고 내가 왜 이 자소서를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했죠. (왜 사냐는 질문 좋네여. 나도 많이 써야겠다.) 너님은 왜 살아요? (쉿)
이 편지의 내용은 결국 한마디인 것 같아여. ‘너님 파이팅! 니 인생은 니 몫이얌.’
근데 나도 막 살고 싶어요. (막 사는 게 뭔데요.) 고민 없이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알바 있으면 알바하고 일자리 있으면 일하고 적당히 벌고 쓰고 하면서 살고 싶은데 부모님 압박이 쩔어요. 보이지 않는 압박, 보이지 않는 힘.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난 상관없어요. 근데 엄마 아빠한테 미안한 거 있잖아요. (나왔네여.) 그게 젤 큰 고민인거 같아요. 나한테 욕심은 딱히 없어요. 기대가 낮아야 성과가 높았을 때 만족감이 크다고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나는 내 자신한테도 기대를 안 하고 그 어떤 누구한테도 기대를 안 해요. 애초에 상대에게 기대를 안 하면 화도 안 나고 평화로워요. 나한테도 마찬가지에요.
그러면 반대로 남들이 너님에게 거는 기대에도 개의치 않아 하나여?
다 괜찮은데 부모님의 기대는 신경 쓰여요. (부모님은 너님에게 어떤 기대를 갖고 있나여?) 우리 집엔 딸이 셋 있는데 첫째는 행정학을 공부했고 성격이 여자 여자하고 조신하고 주어진 틀 안에서 공부만 고분고분하게 하는 스타일이에요. 셋째는 아직 많이 어리구요. 아버지가 나이들어 가시면서 주위 분들이 다 정년퇴직, 명예퇴직을 하고 계시니까 압박이 저에게 오더라고요. 아버지가 사업을 하시는데 회사 경영, 사업에 도전할만한 아들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에요. 그런 아들 역할을 나한테 기대하는 것 같아요.(언니는여?) 언니는 성격자체가 그러니까 아빠나 엄마도 그냥 결혼이나 해라 이런 식의 반응인데 나에게는 뭔가 막 진취적이고 야망을 보여주길 되게 원해요. (너님을 통해 본인의 야망을 실현하려는 의도가 아닐까여? 드라마 보면 그러던데.) 요즘은 안 그러는데 작년, 제작년 까지만해도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으라는 말을 했어요. 내가 봤을 땐 그 사업이 내가 손댄다고 해서 별 다르게 흥할 사업도 아닌데 굳이 거기 뛰어들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별로 하고 싶지도 않고 부담도 되고 그랬죠.
어머님의 기대도 상당하나여?
엄마는 별로 걱정도 안하고 딱히 관심도 없어요. 아버지의 기대가 상당하죠. 근데 난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거든요. 아빠가 열심히 벌어서 우리를 먹여 살리고 막 그렇게 했는데 어떻게 보면 우리한테 투자를 한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근데 내가 막 살면 원금손실이 엄청나다고 보는 거에요. (아빠의 삶을 볼 때?) 그게 너무 미안한 거죠. 여태 먹여주고 재워주고 키워줬는데. (위험하네여.)뭐가요. (아빠가 주는 기대에는 되게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아빠를 이렇게 사랑하면 고민직행이네여.) 그래서 난 아빠의 기대를 낮추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그 기대가 어느 정도져?) 아 말했잖아요. 사업을 하길 원해요. 창업 같은 거 있잖아요. (근데 너님은 아빠 기대를 충족시킬 마음도, 그럴만한 역량도 없다고 생각해여?) 네. 그래서 아빠랑 있으면 궤변만 늘어놓고 그래요. ‘난 솔직히 ㅂㅅ같고 아빠가 생각하는만큼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아니라 아빠의 기대에 부응해줄 수 없어요. 미안해요.’ 라고 말은 안하지만 그래도 아빠 스스로 포기를 할 수 있게 그냥 "이 동네에서 야채곱창집 할건데ㅋㅋ"라고 철없는 소리만 늘어놔요.
아빠의 기대는 부담스러워 하는데 아빠는 좋아하고 아빠를 설득하려고하면 자신의 꿈이 없어서 어떻게 보면 제대로 된 설득을 못하고 있는 거네요. 그래서 본인 말대로 궤변만 늘어놓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그렇죠. (정리 깔끔하지 않나여?) 인터뷰 이제 좀 잘하시네요. 걱정 많이 했거든요. 스스로도 머릿속에 있는 게 정리가 안 됐는데 듣는 사람은 더 혼란스러워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인터뷰이들이 다들 끔찍한 상황 속에서 열심히 사시는 듯.) 그 분들 모두 각자의 고민이 많은 것 같아요. 근데 다들 남자친구도 있는 거 같더라고요. 인터뷰 글 읽어보면 남자친구랑 어쩌고 저쩌고 한다느니.보면서 ‘와 얘네 다 있네’ 라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그래서 다들 고민 있을 때 남자친구가 의지가 된다던가.. 위로가 되나보네~?그러나보네~? (거기까지? 아닌 거 같은데여?) 부럽다!! (ㅇㅋ)
친구들도 비슷한 상황일 텐데 주위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는 것 같아여?
애들이요? 애들도 딱히. 넌 뭐냐. 넌 도대체 왜 사냐는 질문을 던지면 자신만의 신념이나 On my way! 를 외치는 애들이 없어요.너 꿈이 뭐냐고 물으면 ‘음.. 내가 원하는 거 하면서 행복한 삶?’ 이러는 거 에요. (ㅁㅊ 누구나 그렇지 않나여?) 그래서 나도 원하는 거 하면서 행복한 삶 원하는 데 도대체 그 ‘원하는 게’ 뭐야? 이렇게 물어보면 뭐 그냥~ 하면서 그 때부터 버벅대기 시작하죠.누구든 원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것 같긴 한데 그 원하는 일이 뭔지도 모르겠고, 내가 어느 때 행복을 느끼는지도 솔직히 잘 모르잖아요. 자기가 어느 때 행복하냐는 질문에도 명쾌하게 답을 내렸던 친구들은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너님도 그들도 충분한 생각이 부족했던 건 아니었을까여?
뭐 그런 것도 있겠죠. 근데 현실이라는 걸 누가 규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위 말하는 그 현실이라는 걸 자꾸 고려하게 되더라고요. 그렇다보면 막 이렇게 처지는 거에요. 할 수 없는 건 많고요. 그래서 그냥 일, 직업에 대해 의미를 두지 않기로 했어요.
하지만 직무가 그렇게 중요하담서여.
그냥 설정을 해놓으라는 거죠. 거기 가서 뭔가 배우고하면 만족감도 느끼겠죠 나중에. 저는 인사나 기획 같이 사람을 잘 안 뽑는데에 관심이 있어요. 자리가 나면 지원을 하는 거고 안 나면 다른 데 지원했다가 어떻게 넘어가든가 이렇게 가볍게 생각을 하려고요.
하나도 모르겠다고 하시더니 꼬물꼬물 나오네여. 눈 딱 감고 한 번쯤은 현실적인 제약을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걸 말씀해주세여.
내가 하고 싶은 건 최소한의 자본이 들어가는 (아니 최소한의 자본을 고려한다는 것부터 현실적이잖아여.) 아니 근데 돈이 없으면 못 하잖아요! (말이 안 돼도 좋으니까 일단 말씀해보세여.) 저는요. 저는 영국에서 한인민박하고 싶어요. 한인민박. 숙박업. (일단 해외에 가고 싶은 건가여?) 그런 것도 있지만 일단 여행자들 보는 것도 좋고 그들을 위해서 숙식이라는 서비스로 서포트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좋고 그런 삶도 되게 행복한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경험을 간접적으로라도 느끼셨던 적이 있나보져?) 제가 그런 서비스를 받아봤기 때문에 저도 그런 서비스를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죠. 프랑스 파리에서 민박하는데 되게 좁은 민박집이었어요. 유럽여행을 가면 음식이라는 게 되게 중요한데 하루쯤은 한식을 먹고 싶어요. 한인민박에선 한식도 먹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았기 때문에 서비스도 훨씬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았나 싶어요. 아침마다 주인아줌마가 ‘식사 하세요~’하고 깨우는데 그런 것도 되게 재밌었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어요. 별 거 아니지만 그런 것들? 모든 여행지에는 낭만이 있겠지만 다른 여행지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특별함을 그 곳에서 느꼈어요.
다녀온 뒤로 계속 생각하신 건가여?
계속 잔잔하게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회사 같은 조직생활도 경험해보면 좋으니까 회사를 다니면서 여유롭게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유로운 생각은 무슨 요즘 각박해지는 자신을 발견하셨다면서여?
요즘 오춘기에요 오춘기. (예민하나여?) 네 건들지 말아요. (이게 취준생들이 공유하는 예민함과 다른 종류일까여?) 어... 솔직히 전 잘 몰라요. 취준생의 예민함이라는 걸. (취업준비를 안하고 있기 때문에?) 여태 말한 것처럼 제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고민들이 커지면서 짜증이 많이 나는 것 같아요. 대놓고 짜증이 나는 게 아니라 뭔가 무의식적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건가여?) 네.날이 서있는 것 같은 느낌 있잖아요. 그래서 친구한테도 막 틱틱대는 것 같고, 집에서도 그렇고. 원래 친구한테도 지적질은 잘 안하고 잘 참는데 그것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거에요.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없을 만큼 과부하가 걸린 건 아닐까여?
‘내가 이만큼 참았으면 된 거다’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누가 참으라했어여?) 근데 내가 참지 않으면 나쁘고 부정적인 에너지가 다른 사람한테 방출이 될 거 아니에요. 그러면 그 사람들은 그 부정적인 에너지를 만나는 거잖아요. (그게 부정적인 거 말고 솔직한 것이기도 하잖아여) 몰라요. 난 좀 착한 거 같아요. (동시에 착하고 싶기도 하고여?) 그렇죠. 누구에게나 착한 사람이고 싶은 것 같아요... 그러고 싶어요. 그러니까 솔직하지만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 그걸 난 부정적인 에너지라고 표현을 한 거고 나 같은 경우엔 그런 것들에 상처를 받으니까 그걸 남한테 주기 싫은 거죠. 그래서 여태 내가 참아 온 건데 이젠 참지 못하는 상황이 된 거죠. 왜냐면 나도 버겁거든요. 나도 내 삶 사는 걸로 충분히 각박하고 짜증나거든요. 아 몰라요 내가 꼬인 것 같은 느낌이이에요.맘이 꼬였어요.
착하게 살아오시다 갑자기 꼬이면 주위에서 받는 부정적 에너지는 배가 될 거에여. 원래 착하던 애가 화내면 무섭잖아여.
그러니까 지금 내가 그런 거죠.
그럴 땐 ‘난 지금 꼬여있어’ 라고 밝히는 것만으로도 주위 사람들에게 큰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아여. 미리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들은 상당한 차이를 느낀다는 데.
근데 만약 내 친구가 그랬다고 생각을 해봐요. 그럼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니 지가 꼬였다고 해서 상대에게 무례하게 굴면 안 되지’라는 생각이요. ‘왜 니가 꼬여있다는 이유만으로 왜 주위에서 부정적 에너지를 받아야 해’ 이런 거죠.
그래도 평소에 본인이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선 만족하시나여?
나름 만족스러워요 좋은 사람들이랑 뭐 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연락을 하게 되는 사람들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는 거 이런 것들이 좋은 것 같아요. 주위에서도 그런 점을 장점으로 봐주니까 더 좋고요.
그런 너님의 장점을 꿈과 연관시킬 순 없어요?
아니 사람 좋아하고 정과 흥이 많다는 걸 어떻게 꿈과 연결시켜요. 아 그래서 나는 인사팀 이런 데 가고 싶다는 거에요. 인사팀에서는 업무 기준이나 평가 척도를 세우고 나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사람을 보는 것도 중요한데 전 그런 역량도 있어요. 사람을 향하는 그런 자세랄까. 그래서 제가 인사팀을 원하는 거고 될 수 있으면 인적 자원 개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뭔가 잘 어울리는데요.) 네 잘해요. 자신 있어요. (너님이 경험도 있잖아여.) 그렇죠.
하고 싶은 거 있네여!
아니 하고 싶은 거 있는데 TO가 없으니까 그냥 가볍게 생각하.. (아니 가볍게 생각을 한다는 게 어떻게든 되겠지 보다는 너님이 생각하는 복잡한 과정을 심플하게 만드는 게 가볍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여?) 아 그렇죠. 그렇네. (일단 가볍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에여?) 네 맞아요. 맞아요. (자꾸 수긍하지 말고여. 싸우자고여.) 일단은 가려는 길은 너무 좁으니까 넓은 길로 들어가서 돌아가겠다는 거죠.
꿈이 없다는 이야기는 결국 찡찡을 위한 찡찡이었나여?
모든 사람의 기대치를 낮추기 위한 나의 발악 정도요. 내가 기획, 인사 분야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면 아는 사람들은 그 쪽이 되게 힘들다는 걸 알아요. 난 그걸 이루지 못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을 못 지는 거잖아요. 그게 싫어서 내 깊숙한 마음속에는 이런 게 있기는 있는데 사람들한테 표현을 할 땐 내 마음 속 깊숙이 있는 목표는 말 안하게 되는 거에요. 근데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이렇게 ‘으음 뭐 별거 없어’ 이렇게 반복해서 얘기를 하면 내 마음속도 뿌옇게 변해요. 내 마음속에 있는 진짜 목표가 흐려져요. 내 마음이 그래요.
아까 그 편지 속 선생님이 되게 현명하신 분이셨네여. 저도 너님한테 파이팅밖에 할 말이 없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특별한 존재로서 저희 회사에 대한 욕이나 칭찬, 참견 혹은 훈계 따위 부탁드려여.
인턴씨 고생하시네요. 이렇게 복잡하고 꼬이고 정리 안 된 인터뷰를 정돈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인터뷰가 밀린다는 얘기가 어느 정도 와닿았어요. 저라면 때려 칠 것 같아요. 이야기가 막 왔다갔다해서 죄송하네요. 그래도 이렇게 두서없는 인터뷰가 너님의 역량을 기르는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요.
너님이 아까 저에게 물어본 질문 저도 해볼래여. 왜 사세여.
태어났으니까 살아요. 이왕 한 번 사는 거 좋은 거 보고 느끼고 즐기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은 음악도 들으려고 사는 거 같아요.
신세 한탄류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아는 척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요. 시즌이 되면 꾸준히 자소서를 찍어내야 하는 게 정말 맞는지, 여유로운 생각은커녕 하루하루 날카로워지는 내 마음은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이야기를 듣곤 나도 괜히 겁이 나서 영화리뷰가 아니라 면접리뷰를 보고 있긴 한데 솔직히 얘네 얘기가 내 얘기가 될 것 같지도 않아서 자꾸 의심만 늘어요.
그래도 예전엔 ‘On my way!’를 외치는 데 문제없었냐는 내 물음에 그녀가 말해요.
“그죠. 동아리에서 막 실세고 키야 막 그냥 내가 뭔가를 기획하고 인생은 즐겁고 아 쩔었죠.”
확실히 아는 척할 수 있는 거 하나 있어요. 맞아요. 너님 쩔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