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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짐

개똥같은 인터뷰 #16

by 태희킷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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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8VboP7EaVLw

떳떳하게 뚜잇 유얼 셀프


“인도 볼리우드 댄스도 배워보고 바디페인팅도 해보고, 어젠 번지점프도 하고 그런 이상한 거 아니 이상한 거라기보다 하고 싶었던 것들을.....”

나 또한 그가 말한 ‘이상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의 하나로서 그의 말이 이해되면서도 슬프게 들렸다. 그래도 그저 적당한 단어들로는 그가 하고 싶었던 ‘이상한 일’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섣불리 그의 이야기를 옮기면 우리 둘 다 어깨 잔뜩 올라간 중2병 환자가 되어버릴 것 같아 자연스레 인터뷰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잘 정돈되어 있었던 자신의 웹사이트만큼이나 깔끔했던 그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본다.




# 우리들 인생을 관통하는 무언가를 찾고 있어요.


메일로 보내온 자기소개를 보내온 그는 자신의 웹페이지, 페이스 북 페이지 같은 다양한 루트로 자신과 자신이 해오는 일에 대해서 정리를 해오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자기소개 말미의 문구가 기억에 남았다. ‘동시에 저는 우리들 인생을 관통하는 무언가를 찾고 있어요.’


자기소개에 적은 대로 우리들 인생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 스물한 살 이전에 창업, 기업가정신과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서 그 분야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했어요. 기업가 정신을 제가 함부로 정의할 수 없겠지만 제가 아는 대로라면 주인의식과 사명감,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주체적으로 해나가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다가 입대 후에는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 내가 해왔던 것들과 단절하고 군 복무 기간을 새로운 삶의 길을 찾아보는 기회로 삼기 위해서 이전까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것들을 해보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래서 인도 볼리우드 댄스를 배워보고, 바디페인팅을 해보고, 예술가들도 만나봤어요. 또 인도철학과 대안적인 삶의 방식, 녹색당의 녹색가치들까지 정말 제 나름 할 수 있는 대로 다양한 곳으로 손을 뻗쳤거든요. 그 과정에서 에크하르트 톨레, 류시화 같은 분들이 쓰신 영적인 책들을 읽었는데 제가 해왔던 경험들에서 느꼈던 것들을 한 마디로 정리를 해주더라고요. 그 한 마디가 “세상의 모든 것들은 사실 다 연결되어있다.”였어요.


물론 이 믿음을 어느 누구도 보장해줄 순 없겠죠. 하지만 제게는 추상적이기만 했던 느낌들을 ‘모든 것들은 연결되어있다’는 정리된 문장으로 마주하게 되니까 뭔가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모든 것들을 연결하는 무언가가 존재하진 않을까. 그런 것들이 결국 나의 일상, 주변인들의 일상, 모든 이들의 일상 더 나아가 인생 자체를 관통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어요.


이런 이야기는 철학적, 종교적, 어떠한 이야기로도 비칠 수 있겠지만 저는 호기심이 발동해서 결국엔 그 관통하는 무언가를 찾아야겠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됐어요. 그런데 찾기 위해선 무얼 해야 하나 생각하다 보니 답을 아무도 내려줄 수 없더라고요. 결국 나는 다시 나의 경험으로 돌아가야 하고 모든 걸 경험하면서 그 답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내 인생을 관통하는 무언가를 찾고 싶어 다양한 경험을 시작했다는 그는 목적지에 점을 찍고 직선으로 곧장 달려가기엔 놓치는 게 너무 많다고 느꼈다.


그저 달려가다 잠깐 걷는데 주위에 안 보이던 꽃이 보이고 지나가는 구름의 움직임이 내 눈에 들어오는 거죠. 그래서 목적을 잃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목적을 잃는 것에서 나아가 순간순간에 집중한다면 어디든지 가도 괜찮겠다 싶었거든요. 내 일상을 관통하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모든 것을 경험하자며 앞으로만 가고 있었는데 가는 도중에 목적은 잃어버리고 그 순간순간에 마주하는 다양성들을 받아들여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아요. 앞으로 목적지가 없으니까 다양한 경험 또는 방황이라고 칭하는 것들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적어도 방향성 있는 삶이 더 좋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해요. ‘항상 주류, 대다수의 것들이 옳은 것만은 아니지만 지침이라든지 방향이 있으면 네가 가는 길에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너무 감사하죠.


최근에 류시화 시인의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방황은 우리가 해보지 않은 경험인데 그에 대해 함부로 속단할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어요. 어떠한 방황이라 해도 겪는 그 사람이 그 속에서 얻는 것에 대해 그 가치를 감히 누가 논할 수 있느냐는 거죠. 방황이란 게 사실 누군가에게는 가치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거고요. 다들 가능성이 있는 삶, 길을 원하고 좋은 것으로 판단하지만 사실 방향성이 없는 삶, 길에 대해 누가 생각해봤냐는 거죠. 물론 어디로 갈지 모르는 길이지만 저는 안 해봤으니까 해보고 싶은 거예요. 방향성 없이 사는 것이 정답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내 인생의 어떤 기간 동안은 방향성 없는 삶을 살아보는 게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줄지 궁금해요. 왜냐면 남들이 다 해보지 않은 거니까 그 안에서 뭘 얻었는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동시에 순간순간에 필요한 확고함은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자신이 다양한 경험을 하기 필요한 3가지 조건을 꼽았다. 자신만의 삶의 방식, 그에 확신을 부여할 자기 철학, 현실적인 유지를 위한 수익모델.


먼저 수익모델 면에서 시공간적으로 제약이 있으면 조금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금 보편적인 방법으로는 힘들 것 같아서 여러모로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원하는 삶을 위해서 제 삶에 다양성을 끌어오는 것은 당연한 것 같고요. 동시에 내 철학과 생각들을 일방적인 설득이 아니라 알리고 공유해보려고 해요. 제 생각에 공감을 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더 즐겁게 해나갈 수 있으니까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제가 전역하고 할 수 있는 확실한 것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그래서 정한 게 이헌국 공모전이었고. 이건 제가 할 확실한 것이기도 해요. 그래서 아까 질문하신 것처럼 확실한 건 없이 그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둘 거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둘 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제 기준으로는 둘 다 병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다양한 경험을 할 거지만 이헌국 공모전은 확실하게 내년에 할 거고 확실하게 전시회를 진행할 거예요.


그가 거듭해서 강조하던 확신이라는 말이 나에겐 태도나 자세라는 말로 들렸다. 그는 앞으로 경험해야 할 과정들에는 관대했지만 자신의 태도나 자세에는 누구보다 분명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했다.


# ‘자신을 소재로 한’ 공모전.


그가 앞으로 해나갈 일 중에 가장 분명한 ‘이헌국 공모전’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이헌국 공모전(그의 정의에 따르면 대한민국 최초로 일반인이 본인의 사비를 들여 본인을 소재로 한 컨텐츠를 전국 사람들로부터 공모하는 대회)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우려였다. ‘본인을 소재로 한’이라는 문구가 자칫 자기만족적 이벤트에 그쳐버릴까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제 예상대로 된다는 가능성은 크지 않겠지만 말 그대로 저를 소재로 몇몇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서 창작활동을 하는 거예요. 글도 그림도 무엇이든 될 수 있겠죠. 하필 왜 제 자신이 소재가 됐냐는 건 제가 할 수 없는 다양한 분야로 녹아들기 위함이에요. 저는 솔직히 지금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지만 그저 제 생각의 나열들일 뿐이고 제가 자료를 접하고 있는 부분은 되게 한정적이잖아요. 저는 그 영역을 넓히고 싶은데 저 혼자선 그걸 획기적으로 잘 넓힐 방법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근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 다양한 사람들이 하는 창작활동 속에 제 자신이 포함되니까 자연스럽게 저도 넓어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예를 들면 제가 지난번에 인도 볼리우드 전통춤을 추러 가게 됐는데 솔직히 전 춤이란 걸 별로 춰본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근데 거기서 인도 전통춤을 배워보니까 인도에 대한 관심사가 갑자기 생기고 춤을 통해 내 몸을 사용하는 것, 내 몸을 통해 나를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관심이 가더라고요.


이게 또 다른 관심사로 연결돼서 이번엔 만다라 치유의 댄스라는 수업에 가게 됐고 거기서 우연히 파리에서 유학하며 Movement meditation을 공부하는 사람을 또 만났어요. 이런 식으로 제 삶 속에서 다양성의 폭을 넓히는 게 내가 접하지 못한 분야에 사람들, 창작활동을 가까이 두면서 가능하더라고요. 본인을 소재로 한건 그런 다양한 활동 속에서 나를 내던진다는 의미였어요. 연결을 거듭하는 게 무지막지하게 다양성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건 자기만족일 수도 있는데 전 창작활동을 통해 소통하는 걸 되게 긍정적으로 평가해요. 제가 지금 부대 내에서 매주 시를 한 편씩 쓰는 모임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는데 그렇게 시를 통해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너무나 좋더라고요. 이헌국 공모전도 연장선으로 볼 수 있어요. 거기다 제 자신을 더한 거죠.


# 변화를 불러온 군대라는 분기점


현재 군 복무 중이라 자연스럽게 ‘군대’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을 테지만 유난히도 군대 안에서 자신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느꼈던 것처럼 그의 지인들 또한 그를 변화시킨 그의 군 생활을 궁금해했고 그는 스스로 많이 변했다고 했다.


저는 군대 가기 전에 스타트 업이라는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었거든요. e-비지니스랑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중요하다고 배운 건 효율성과 합리성이었어요. 항상 의사결정도 효율적으로 해야 하고 제한된 자본으로 최대 효율을 내야 하니까 그런 생각으로 하는 이야기는 뻔한 거였죠. 돈 많이 벌겠다는. 그랬던 애가 군대에 가더니 삶의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알 수 없는 소리하고 있고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많이 변했다고 했어요. 저도 많이 변했다고 느꼈고요.


군대 가기 전엔 청년 창업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저에겐 실시간 연예뉴스 같은 거였어요. ‘누가 무슨 창업을 했대. 세계에서 어떤 유명한 사람이 새로운 뭘 개발했대.’ 그런 이야기에만 관심이 있던 것 같아요. 물론 전 그것도 충분히 재미있었죠.


모든 종류의 창작활동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시 창작 모임에서 정기적으로 시를 쓰고 있다. 그의 마음속에서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았던 시는 자신의 창작활동을 습관화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무언가 창작함으로써 자신을 마주할 수 있고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군대에 가서 시를 몇 개 읽기 시작했는데 시라는 건 사람들이 정말 공감하는 것들 중에 내가 표현할 수 없거나 모호한 것들을 시인들이 콕 찝어서 표현해준 거라고 하더라고요. 모든 사람들의 생각으로만 떠돌 뿐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던 것을 자신만의 표현으로 딱 내놓는 거 있잖아요.


세상엔 다양한 창작 방식이 있고 어떤 방식이든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제가 그걸 처음 느꼈던 것이 시였어요. 그래서 시를 써보자고 함께 할 사람을 모아봤는데 한 친구가 휴가 복귀하는 버스 안에서 자기가 적은 시 한편을 보여주더라고요. 자기가 소개팅을 했는데 그 소개팅을 했을 때 느꼈던 감정을 시로 썼대요. 저희는 소개팅 이야기를 그렇게 시로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시라는 창작활동으로 우리가 소통을 한 거죠. 그렇게 시로 창작활동을 하는 모임을 만들어보게 됐어요.


지금까지 10번 정도 모임을 진행했고 4명에서 같이하고 있으니까 한 40편 정도 쌓였겠네요. 한 친구가 군 생활의 추억으로만 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한 권의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좋겠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근데 아직까진 그냥 웹에만 올려놓고 있죠. 저희가 7월쯤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얼마 전에 7월에 쓴 것부터 지금 것까지 나열해봤어요. 근데 재밌었던 게 그날 서로서로가 그러더라고요. ‘넌 무슨 스타일이다. 이건 니 초기 작품이다.’ 10번 썼으니까 2번째 쓴 건 초기 작품인 거죠.(웃음) 너무 즐겁더라고요. 시에서 묻어 나오는 생각이 보이고 소통할 때 느꼈던 게 생각나니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 싶은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를 위해선 내가 모든 것을 온전히 경험하고 수용하기 위해 빈 존재가 되어야 함 또한 깨닫는다. 때문에 빈 존재가 되기 위한 의식을 치르고, 마침내 나는 모든 것을 경험하기 위해 세상 속으로 사라지며, 세상이 된다. 빈 존재가 되기 위해 그리고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온몸을 흰색으로 칠하는 바디페인팅을 진행했다. (10월 4일 그가 행한 ‘모든 것을 위한 의식’)


의식이라는 말에 어떤 느낌을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의식을 거행한다고 표현하고 거행하기 전과 거행한 후가 나뉘는 분기점 역할을 하잖아요. 그런 의도로 의식이라는 단어를 썼어요. 개인적으로 저한테는 모든 것이라는 개념은 익숙했어요. 앞으로 그냥 제가 보여줄 것이라는 의미랄까. 전 제 인생에 랜드마크를 박고 싶었고 10월 4일 제가 ‘모든 것을 위한 의식’을 치름으로써 본격적으로 뭔가를 할 거다. 그런 순간을 제 인생에 표시를 해두고 싶었어요. 나는 그 의식을 치렀기 때문에 어떠하겠다는 다짐. 그래서 의식이라는 단어를 쓴 거 같아요.


사실 바디 페인팅이 대단한 이벤트는 아닌데 제 또래 사람들이 쉽게 해보지는 않는 경험이더라고요. 단순히 몸에 물감 칠하고 사진 몇 개 찍은 건데 의외로 관심을 가져주시고 관심을 갖다보니까 질문들도 오더라고요. 근데 ‘정확한’ 정답을 많이 요구하시더라고요. ‘왜 하느냐? 의미가 뭐냐?’는 반응으로요. 그래서 제가 대답을 해보려고 생각을 해봤는데 사실 대답하는 것도 저는 웃긴 거예요. 김치 앤 칩스에 손미미 작가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해요. ‘창작자의 의도와 관람자의 이해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 그게 어떻게 보면 즐거움을 가져다주고 좀 더 풍부한 세상을 가져다준다.’


저 또한 확실하게 기존의 틀로 규명하려 하는 걸 거부하는 입장이다 보니까 정답을 요구하는 질문에 정답에 맞춘 대답을 해주다 보면 제 스스로 모순적인 느낌을 받는 거예요. 그런 고민을 하면서 휴가 기간 10일을 보냈는데 너님이 이런 이야기를 정리하고 들어주실 수 있는 분이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된 거예요.


한마디만 건넸다. 가장 현명한 인터뷰이는 인터뷰어에 끌려다니지 않는 인터뷰이가 아닐까 싶어요.


# 그의 사람들


전과 다른 그의 모습에 주위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이상한 소리를 하네. 4차원이 됐다.’ 그리고 ‘응원한다!’


누구에게나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라는 매개를 통해 자연스럽게 맺어진 인간관계는 있을 거고, 제겐 스타트 업 관련해 만들어진 인간관계가 있었어요. 아무래도 스타트 업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됐죠. 스타트 업에서 만난 사람들은 제가 군대에서 변화를 겪고 난 뒤에 오히려 어떠한 가치판단도 없이 응원과 지지의 반응을 보여줬어요.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제 인간관계의 비중은 이쪽이 더 컸어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서로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응원과 지지를 해주는 사람이 대다수인 환경 속에 있었어요.


근데 군대에서는 다른 반응들이 오더라고요. ‘이상하고 현실감 떨어지는 이야기만 한다.’고요. 제 주변에는 주체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오히려 지금의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에 군대라는 사회가 되게 이상하구나라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휴가를 나와서 학교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군대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반응하는 거예요. ‘되게 많이 변했다. 이상한 소리 한다. 애가 4차원이 됐다. 쟤 어디 뭐 취직한다더니 저렇게 됐네.’ 이런 식으로요.


근데 생각해보면 전 주체적인 활동을 강조하는 곳에만 있었던 거잖아요. 그래서 그게 당연한 줄 알았죠. 이젠 이렇게 격리된 제 상황이 오히려 감사한 거예요. 생각이 되게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으니까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또 어떤 사람과 어떻게 연결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저랑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저를 비판할 수 있는 사람과도 만날지 모르는 거죠. 나와 다른 사람도 세상에 많다는 걸 미리 경험해 봤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좋았어요. 생각이 다른 사람도 존중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물론 저를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친구들에게는 항상 고마운 마음이에요.


엄청나게 넓은 이 세상에서 이런 생각하는 사람도 저런 방식을 가지고 사는 사람도 있다. 만약 너가 관심 있으면 우리 같이 연결되어 뭔가 만들어보자! 한 번 연결돼보자! 같이 뭔가 만들자! (그의 웹 페이지는 http://heonkook.com/)



SAM_0319.jpg 솔직히 나는 저걸 니체라고 읽는지 그날 처음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인터뷰이가 열심히 이야기하는 동안 머릿속으로 인터뷰이에게 동그란 뿔테 안경을 씌워봤다. 귓가에 들려오는 그의 이야기와 머릿속에 그려놓은 동그란 안경이 빚어내는 그 놀라운 효과. 고등학교 1학년 국어 상 교과서에 있는 김구 아저씨의 <나의 소원>. 인류 전체를 하나의 세계의 시민으로 보는 사해동포주의!! 그의 열린 마음을 알아봐 주는 귀인들, 그와 손잡고 일을 벌여 볼 동포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인터뷰이의 태도와 자세가 유난히도 튀었던 오늘.
인터뷰 제목이 참 맘에 든다. <나의 다짐>.
일방적인 염원일지 몰라도 나와의 인터뷰가 그의 다짐을 다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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