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같은 인터뷰 #19
보내온 자기소개에서 너님은 분명 열아홉 살이 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했어요.
내 기억 속 열아홉은 나뿐이라 당연히 난 내 기준으로 너님의 이야기를 상상해갔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님의 열아홉은 나의 열아홉보다 거대한 거 같아요.
중요한 건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크기였나 봐요.
그래도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요. 나 너님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들어는 드릴게.
편한 마음으로 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려요.
저는 역대 개똥같은 인터뷰이 중 가장 학력이 낮은 중졸이고요. 곧 고3입니다. 요즘 자소서 쓰다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인터넷 여기저기 검색하다가 여기를 알았던 거 같아요. (어떻게 검색해야 우리 회사가 나오죠?) 저도 기억이 안 나요. 나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뷰에 자기에 대해서 정리가 잘 되어있더라고요. 그래서 너님에게 이야기를 해보고 스스로 정리를 해봐야겠다 싶어서 인터뷰를 신청하게 됐어요.
저는 고3이신 줄 알았어요. 자소서 얘기하시길래 수시를 준비하시려나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고3 올라가니까 자소서 쓰기 시작해야죠. (아;; 그래요?) 너님 몇 학번이라고 하셨죠? 그때는 자소서 안 썼나? 수시에 전형이 네 가지가 있는데 학생부 종합, 학생부 교과, 논술, 그리고 하나 뭐였지. 생각나면 말씀드릴게요.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자소서가 필요해요. 그래서 보통 저처럼 고2에서 고3 넘어가는 겨울방학 때 준비를 해요. (미리 준비하시는 거구나!) 아뇨 다들 그렇게 해요.ㅋㅋㅋ
제 기억엔 전 그때쯤 선생님들한테 “야 너네 지금 중요한 시기인 거 알지?” 이런 말만 듣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따지면 도대체 안 중요한 시기는 언젠지 모르겠지만. 그나저나 이제 고3이 되는 거면 본격적으로 고민이 많아지시겠어요.
근데 고3이고말고 상관없이 전 원래 고민, 걱정이 많았어요. (아 약간 걱정을 꾸준히 생산하시는 타입?) 네네.
너님 자소서 중 “어차피 가야 할 곳이라면, 대학이 뭘 하는 곳인지, 내가 대학에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최소한의 '갈피'는 잡고 입시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 ” 이 부분 읽고 조금 부끄러웠어요. 솔직히 고딩에서 레벨업하면 자연스럽게 대학 가는가 보다 하고 왔거든요. 주위 친구들도 대학에 대해 너님처럼 생각을 많이 하나요?
보통 대학의 서열 정도나 입시전형, 어느 정도 점수로 갈 수 있는지 정도는 많이 신경 쓰는데 정작 대학에서 뭘 배울 수 있고 내가 거기 가서 뭘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들을 많이 하는 것 같진 않아요. 일단 가라고 얘기는 하니까. (그런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친구들은 있나요?) 네. 흔치는 않지만요. 근데 자주 이야기하지는 못 하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그런 얘기하면 뭔가 조금 재수 없는 애들 같기도 하고 그래서요.ㅋㅋㅋ
조금 특별한 학교에 다니신다고 들었어요.
그렇긴 해요. 혁신학교라고는 말씀드렸죠? (네네 근데 뭔지 몰라가지고) 저도 아직 뭔지 잘 모르겠어요.ㅋㅋㅋ (별다를 게 없나요?) 아뇨 다를 거 많아요. 좀 거슬러 올라가도 되나요. 중학생 때로? (노 상관요)
저는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학교에서 쭉 모범적인 생활을 했어요. 크게 공부를 못하지도 않았고, 선생님한테 대들지도 않는 무난한 학교생활을 했어요. 근데 학교를 싫어하게.... 아니 학교를 싫어하는 마음이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는 그냥 다녔지만 중학교 때부터 그게 유독 심해졌어요. 약간의 중2병도 겹치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학교 때 제가 전학을 한 번 갔는데 (???) 딱히 무슨 일이 있던 건 아니고 그냥 집이 이사를 가서요. (아 뭐임... 저는 강제전학이라도 당하신 줄) 제가 다니던 중학교가 용인시에서 특목고 진학률 탑으로 손꼽히는 유명한 학교에요. 거기서 다른 중학교로 전학 오게 됐는데 전에 다니던 중학교에서 친구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어요. 따돌림이 있어서 자기 살던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 친구가 죽은 것보다 충적적이었던 건 그 학교 선생님이 아이들한테 ‘사리분별할 줄 알면 소문내고 다니지 말라’라고 얘기를 했다는 거예요. (애들한테..?) 네... 그런 학교였어요.
그 이후로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되게 많이 달라졌어요. 그때가 한창 시끄러웠을 때였어요. 대구에서도 중학생이 자살하는 사건들이 있었는데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거든요. 저는 그 상황에 되게 화가 났었는데 그게 한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모든 학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 자살이라는 결과로 드러났던 것 같아요.
정말 학교가 그랬어요. 중1 짜리 애들이 공부 잘하는 애들 사물함 뒤에 구멍을 뚫어서 노트를 가져가요. 처음에는 따돌림 시키는 애들, 그렇게 노트를 가져가는 애들이 나쁘다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애들은 잘못이 없어요. 그런 행동을 하게끔 만들어지는 거죠. 물론 모든 애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제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 계기로 혁신학교에 대해 조금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중학교 3학년 때 입시 설명회를 해요. 용인은 비평준화라서 용인시에 있는 거의 모든 학교들이 와서 몇 시간 동안 막 설명을 해요.용인외고부터 갓 지은 신설학교까지 다요. 근데 하는 얘기들은 다 똑같아요. “우리는 서울대를 몇 명이나 보냈고~” 학교 이름만 가리면 그 학교가 어느 학교인지 기억도 안날 정도로 그냥 다 똑같은 거예요. 그러다 수능을 잘 보려면 학교가 아니라 수능에 나오는 것만 알려주는 학원가에 가는 게 더 나은 선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학교는 도대체 왜 가야 하나 싶었어요.
마침 혁신학교가 저희 동네에 있었어요. 저희 학교가 다큐멘터리에도 많이 나왔거든요. 혁신학교 경기도에서 처음 시작했는데 유독 저희 학교가 각광받는 편이에요. 솔직히 다른 혁신학교에 다니는 애들 들어보면 자기 학교가 혁신학교인 것도 몰라요. 그냥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예산이 나오니까 그런 용도로만 이름을 사용하는 것 같아요.
근데 저는 혁신학교라는 제도가 특별했다기보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생각하는 게 다른 학교랑 진짜 차원이 다르다는 게 느껴졌어요. 다큐멘터리 예고편이라도 보시면 그게 느껴져요. 아무래도 신설학교다 보니까 진짜 별의별 애들 다 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눈물까지 흘려가면서 가르치세요. 주민들부터 학부모들까지 ‘그런 애들 퇴학시켜야 한다’, ‘왜 그런 애들 때문에 멀쩡한 애들까지 피해를 받아야 하나’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런 모습들 보면서 이 학교에 다니면 적어도 ‘사리분별할 줄 알면 소문내고 다니지 마라’하는 식의 얘기는 안 들을 것 같았어요.
혁신학교는 어떤 게 다르던가요?
일단 교장선생님이 너무 좋으세요. 진짜 좋아요. 학교 다니면서 교장실에 창문이 있는 걸 처음 봤어요. 창문이 되게 크게 있는데 교장선생님이 뭐 하시는지도 다 볼 수 있어요. 교장실 가면 학생들한테 받은 편지, 포스트잇에 적힌 쪽지 이런 게 엄청 많아서 창문이랑 벽에 막 붙어있어요. 과자 같은 선물도 막 쌓여있고요. 아 제일 좋은 건 일단 교장실에 가면 선생님이 초콜릿을 주세요ㅋㅋㅋ (오홍홍) 그리고 매일 아침 교문에 나와서 애들 인사해주세요. (올) 또 전교생 이름을 다 외우는 거 그게 진짜..... (네? 다 외워요?) 네 (전교생이 몇 명 안 되나요?) 적은 편이긴 해요. 저희 학년이 240명 정도요. (근데;; 전교생?) 네. 다 외우세요. 그래서 전학 온 애가 있으면 따로 교장실로 끌고 가서 인사도 시키고 그래요. (;;혁신이네여) 저희 학교가 혁신학교의 면모를 보일 수 있었던 게 설립 초기부터 교장선생님이 노력하셔서 그래요. 그분이 평교사라서 원래 교장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없으셨는데 교장공모제로 바로 교장이 되신 거예요. 교장선생님이 그전에 하시던 교사 모임에서 뜻이 맞는 교사 분들을 모아 오셔서 선생님들이 진짜 달랐어요.
소개할만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학교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만큼 차이를 느낄만한.
되게 많은데 뭘 말씀드려야 하지.. 그냥 우리 학교 와보시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까 했던 얘기 있잖아요. 친구가 자살한 이야기요. 제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선생님이 같이 우셨어요. 그 선생님은 대안학교에도, 일반학교에도 계셨던 분인데 일반학교에 있으면서 아이들이 상처받는 게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해서 저희 학교로 온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ㅠㅠ) 또 기억에 남는 거 있어요. 혁신학교가 궁금해서 여기저기서 저희 학교로 많이 오세요. 한 번은 와세다 대학교에서 온 적이 있어요. 그날 저랑 친구들이 학교가 끝나고 잉여롭게 놀다가 선생님 마주쳤는데 학교에 손님들이 오셨으니까 와서 얘기나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보통 그런 정도의 손님들이 오시면 학생회라든지 공부 잘하고 말 잘하는 애들한테 준비 시켜서 인터뷰를 하잖아요. 근데 저희 학교는 그냥 학교에 남아있는 애들 있으면 모아다가 인터뷰 시켜요. 저번에 JTBC에서 왔을 때도 교장선생님이 인터뷰하다가 “어 너 이리 와봐.”해서 그냥 인터뷰시켰어요.
사실 준비를 시키게 되면 걔들이 할 수 있는 답은 정해져있는 거잖아요. 그때 와세다 대학교에서 왔을 때의 경우를 보면 저도 있었지만 저랑 같은 중학교 출신인데 수업 때 맨날 자기만 했던 애도 있었어요. 근데 이 학교 와서 많이 달라진 친구거든요. 저는 그 친구가 학교를 별생각 없이 다니는 줄 알았는데 그 친구가 인터뷰 중에 막 울면서 얘기를 하더라고요. 자기는 이 학교에서 선생님들한테 받은 사랑이 너무 커서 자기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다시 깨닫게 된 것 같다고요. 그게 가장 기억나요.
수업방식에 있어서는 저희 학교 책상 배열부터 좀 특이해요. 저희는 디귿자 형이에요. 보통 선생님은 판서해주고 학생은 따라 적는 주입식 교육을 하지만 저희는 선생님이 질문을 던져주면 저희가 알아서 다 해결을 해야 해요. 선생님은 스스로 배울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지 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게 말씀을 하세요. (전 대학에서도 그렇게 못 배워본 것 같은데)
그렇게 배워본 적도 그렇게 가르쳐본 적도 없기 때문에 서로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저희 학교는 사실 교과서도 잘 안 써요. 교과서보다는 다른 책이나 기사를 통해 자료를 가져오는 편이에요. 선생님의 질문에 모둠끼리 이야기를 하는데 처음엔 아무도 말이 없어요. 그래서 엄청 불편하고 ‘내가 왜 이걸 해야 하지’ 싶기도 해요. 그런데 하다 보면 적응도 되고 뭐 나름 요령도 생겨요. 그러다 보면 내 생각을 할 수 있고, 그 생각을 말할 수 있고, 친구들한테 피드백을 받을 수 있잖아요. 그런 과정에서 되게 배우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젤 중요한 건 내 생각이 생긴다는 것 같아요. (아ㅠㅠ 너님 멋있어요) 그래도 자기 생각이 없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렇다고 그 친구들 탓으로 돌리려는 건 아니에요. 왜냐면 초등학교, 중학교 쭉 내 생각 없이 그렇게 수업을 받아오는 게 자연스러웠으니까요. 그니까 그전부터 가정에서도 자기 생각이란 걸 해 보고 표현하는 게 연습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1학년 땐 그렇게 눈에 안 띄었는데 2학년 땐 열심히 토론하고 있을 때 뒤에서 조용히 문제집을 푸는 애들도 몇 명 보여요. 중요한 건 그 몇 명이 공부를 되게 잘하는 애들이라는 거예요. 근데 전 그 친구들이 부럽진 않아요. 뭘 물어봐도 자기 생각이 없거든요. 그 문제에 대해 내가 왜 생각해야 하는지를 몰라요. 그게 입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야 하느냐는 식으로 대답해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관해 쓴 4천 원 인생이라는 책이 있어요. 그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한 친구가 ‘청소노동자랑 의사랑 임금을 같게 할 순 없지 않느냐’, ‘그 사람들이 공부를 안 해서 그렇게 된 건데 이게 왜 사회문제가 되고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근데 그 책이 얘기한 건 무조건적으로 임금을 같게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었고 사람다운 대우를 위해 최소한의 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였어요. 그 친구는 책도 안 읽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니까 불편했었죠.
그리고 그 생각엔 나는 절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지 않을 거라는 전제가 깔려있다고 봐요. 근데 전 정규직이 된다고 해서 그런 문제에 영원히 부딪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하거든요. 저는 사회 이슈에 좀 관심이 많아서 찾아보고 알아보는 편인데 그 친구들을 그렇지 않으니까 아예 남의 얘기라고 생각해버리는 거 같아요. 근데 저는 사회 속 다른 삶을 사는 개인들이 공유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을 때 그게 사회문제라고 생각해서 살아가면서 한 번도 사회문제를 겪지 않을 수는 없다고 봐요. 고민해서 달라질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고민하지 않기 때문에 달라지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같은 맥락으로 저희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고민하라고 주제를 던져주는 것 같은데 이미 몇 년 동안 수동적 학습에 익숙해진 학생들에게 이제 와서 문제의식을 던져준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을 거 같아요. 저도 그 지점에서 한계를 좀 느껴서 우리 학교가 이런다고 해서 뭔가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생기고 그래요.
학교에 대한 애정이 있으시니까 학교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시는 거 같아요.
네네 그런 고민되게 많이 해요. 학생들의 경향이 입시 위주로 흘러가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저희 학교가 추구하는 ‘배움의 공간’이라는 이상과 현실의 문제들이 충돌하고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대학을 보내야 하니까요. 결론적으로 혁신학교가 하고 있는 교육이 맞다는 걸 보여주려면 대학입시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돼요. 사람들은 그것만 보잖아요. (아이러니하네요.) 학교에서 이런 거 해봤자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하는 애들도 있고. 학부모들 입김이 좀 세서 전화도 와요. 수능특강 풀려야 하는 거 아니냐는 그런 전화요. 선생님들이 진짜 힘드실 거 같아요. 사실 선생님들은 철밥통이잖아요. 그런데도 선생님들이 진짜 수업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하시고 아이들한테 신경도 되게 많이 쓰시고 그런 거에서 저는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대외활동하다 보면 다른 학교 애들이 ‘머리 걸려서 너무 싫다.’ ‘교복 치마 어디까진데 나 잡혔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저는 전혀 공감을 못해요. (복장 규정 이런 거 없어요?) 치마는 원래 짧게 나와요. (좋네요.) 교복을 다 갖춰 입기만 하면 문제없어요. 염색,파마도 해요. 저는 투톤까지 봤어요. 초록색 투톤. 다른 학교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학교가 입시를 엄청 강조하고 수업방식도 수동적이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저도 우리 학교에 불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차차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겠죠. 학교 얘기만 진짜 많이 했네요.
‘사람 책 도서관’을 비롯해 여러 가지 대외활동도 많이 하셨다면서요?
진짜 닥치는 대로 엄청 많이 했어요. 사실 제가 언론 쪽으로 진로를 잡고 있어서 도움이 될만한 대외활동을 다 지원해봤어요. 근데 합격하려면 다른 대외활동 경력이 필요한 거예요. 지원서에 대외활동 경력 란이 있어서요. 그래서 고1 때를 그런 경력 쌓는데 보낸 것 같아요
사람 책 도서관은 서울시 청소년 드림센터에서 했던 활동이에요. 한 해 동안 사람 책 도서관 프로그램을 기획부터 섭외, 행사 준비, 인터뷰까지 해볼 수 있었어요. (청소년 기자단도 많던데요. 언론인으로 진로를 꿈꾸신다면..) 기자단도 해봤는데요. 근데 그건 진짜 기자단이 아니라 홍보대사잖아요. 쓰라는 대로 써야 하고요. 그래서 여기서는 내가 뭐 기자로서 뭔가를 배워갈게 없겠다 싶어서 다른 활동을 찾았었죠. 그리고 사실 웬만한 대외활동들이 대입을 위해 만들어진 활동이라 대외활동하면서도 입시라는 굴레를 많이 느꼈어요. 그런데 사람 책 도서관은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운 좋게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서 배운 게 많았죠. (대외활동의 묘미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거잖아요.) 네 동성애자도 사람 책으로 초청하면서 처음 만나봤어요.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학교 안 다니는 친구들, 새터민, 빅 이슈 판매원, 장애인 운동선수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자소서에 인터뷰도 많이 해보셨다고 하던데 사람 책 도서관 하시면서 하신 건가요?
중3 때 진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오라는 숙제가 있었는데 그땐 제가 야구를 너무 좋아해서 스포츠 기자가 꿈이었어요. 포트폴리오 양식 중에 인터뷰란이 있어서 처음에는 기존 언론에서 한 인터뷰를 가져다 쓸 생각이었는데 담임쌤이 그냥 직접 만나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연락이나 해보자 해서 정우영 스포츠 캐스터한테 연락을 드렸는데 인터뷰에 응해주시더라고요. 제가 그쪽에 꿈이 있으니까 조언도 많이 해주셔서 인터뷰가 진짜 재밌었어요.
그때부터 인터뷰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다니면서 “인터뷰하실래요?” 물어봤어요. (어떤 식으로?) 가까운 선생님들도 찾아가 보고 아 저희 학교에 연극 선생님이 계시거든요. 그 연극 선생님이 인권 연극을 하시는 분이라서 인권운동가로서 인터뷰도 해주셨어요. 그렇게 소개를 받아서 여러 시민 단체들로 가지치기가 된 거죠. 고1 때는 주로 어른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하다가 고2 때는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떤 걸 인터뷰로 만들었어요. (그런 건 어떻게 활용하세요?) 학급신문 만들 때 써요. 저는 학급신문을 선생님이 만들어주시는 건 줄 알고 기다렸는데 소식이 없길래 제가 기획안을 만들어서 선생님한테 보냈어요. 그렇게 제가 만들고 친구들 모아서 돌아가면서 글도 쓰고 인터뷰도 싣고 하면서 활용하고 있어요.
인터뷰어로서 인터뷰는 어때요? 재밌어요?
너님도 인터뷰하면 친구들한테 배우는 게 엄청 많지 않아요? (그렇죠) 그 친구들이 “이거는 쓰지 마. 비밀 이야기야.” 하는 거 들어주는 것도 재밌어요.ㅋㅋ 저는 사실 학교를 싫어해서 반에 대한 소속감 같은 것도 없고 주위에 철벽같은 걸 많이 쌓아 왔는데 그걸 허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제가 막 웃기고 분위기를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는 못되니까 그냥 애들 뭐하나 사주면서 인터뷰 같은 건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인터뷰 요청하면 친구들이 또 고맙게 받아주고 인터뷰 끝나고 나면 다 좋았다고, 너 되게 좋은 친구라고 얘기해주니까 저도 하면서 재밌죠. (또 친구들이 너님을 새롭게 보기도 하겠네요.) 네. 그런 애인 줄 몰랐다는 식으로 말해서.... 아 내가 그렇게 개차반으로 살았나 싶기도 하고....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도 되고 저 혼자 곱씹게 되는 것도 많아서 되게 좋은 거 같아요. 그래서 계속하고요.
자소서에 저희 회사 칭찬을 마구 퍼부으셨는데 혹시 옐로저널리즘의 의미 아세요?
네 알아요. 저 피해자였어요. 보수지에서 혁신학교 공격을 엄청 해요. 원래는 공부도 못 한다면서 학력평가 점수 공개하는 정도였는데 보수 기관지에서 저희 학교를 거론하면서 이 학교는 둘이 들어가면 셋이 나온다고 썼더라고요. 말이 안 되는 게 하나가 들어가서 둘도 못 나오는데 어떻게 셋이 나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화나서 메일을 써서 날렸어요. 우리 학교를 점수의 잣대로 보지 말고 아이들의 행복과 배움의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나가는지에 주목해달라는 내용이었어요. 이왕 글을 쓴 거 우리 학교에 대해서 안 좋게 보고 계시던 부모님한테 보여드릴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서 보여드렸는데 그 글이 되게 성공적이었어요. (오 부모님이 마음을 바꾸심?) 아빠가 특히 생각을 많이 바꾸셨어요. 말하다 보면 감정이 섞이다 보니 싸움으로 가잖아요. 근데 글은 일단 끝까지 읽을 수 있으니까 저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달을 할 수 있었죠. 보시고서는 ‘그래 네 말이 맞다.’ 이렇게 인정을 해주셔서 그 뒤론 학교 때문에 부딪히고 그러지는 않았어요.
이욜 글 쓰는 거 좋아하시나 봐요.
네 좋아해요. (진로도 확실한 건 아니겠지만 언론 쪽을 지향하고 계시다 하고 저희 회사에서 일하실 생각은...?) 저 진짜 하고 싶어요. 근데 지원 자격이 안 되잖아요. (왜요 초졸이면 되는데) 그 해외여행에 결격사유가 있는 자도 있잖아요. 여성일 경우 군대도 다녀와야 하고..(ㅋㅋㅋㅋ ㅈㅅ 그 공고 지우겠음.) 탐나요 이 아이디어. 그리고 인터뷰가 굉장히 특이하잖아요. 오늘 인터뷰 오면서 겁이 났던 게 ‘엄청 츤츤대면 어떡하지?’ 했거든요. 근데 비협조적이라고 해놓고 들여다보면 엄청 협조적인 거예요. 제가 말할 때 안물! 안궁! 이러면 주눅 드는 편인데 그러실까 봐 좀 걱정했어요. 근데 그냥 컨셉이네요.
대학 진학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 정보를 캐셨다고 들었어요. 정보들을 종합해보니 대학의 모습이 어떻게 예상되던가요?
안 좋게 보이던데요. (중고등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히려 더 안 좋게요. 막 100명씩 들어가는 강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100명씩 들어가는 게 수업인가 싶었어요. 인터넷 강의 듣는 거랑 뭐가 다를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약간 다 노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취업률, 고시 합격률 얘기만 하더라고요. 근데 어느 학교를 가도 똑같은 얘기를 하는 거예요. 아까 말씀드린 고등학교 설명회가 데자뷰처럼 떠오르더라고요.그래서 여기서는 도무지 내가 대학에서 뭘 배우는지 알 수도 없고 대학의 민낯 같은 건 볼 수 없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우연히 경희대 교수님이 하시는 학벌세탁소라는 팟캐스트를 듣다 댓글을 달아봤어요. 혁신학교 다니는 학생인데 잘 듣고 있다 이렇게요. 근데 대뜸 연락이 와서 혁신학교 특집을 준비하는데 와서 얘기해 줄 수 있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연이 닿아서 그때부터 경희대 좀 들락날락하다 정치외교학과에서 하는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라는 주제의 토크 콘서트에 가게 됐어요.
대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얘기하는 자리였는데 그 자리에 있던 교수님들은 학생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셨던 거 같아요. 그랬더니 한 학생이 교수님들은 우리보다 바꿀 수 있는 힘이 더 크신데 왜 학생들만 바뀌라 하느냐. 내 생각엔 학교가 전혀 바꾸려 하지 않는다. 당신들이 더 힘이 있기 때문에 더 나서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반박을 하더라고요.그 모습을 보면서 대학에서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현재 상황에 대해서 문제 인식을 하고 고민하려는 노력들이 보이는 것 같아서 그래서 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그때 처음으로 들었어요. 진짜 지성과 학술의 장 이런 느낌이랄까.
너님이 하시는 건 건강하고 건설적인 걱정이네요. 완벽히 세상이 변하긴 할까 의심이 들더라도 말씀하신 대로 노력 자체가 되게 중요한 거 같아요.
이런 말을 하면 쓸데없는 생각할 시간에 공부나 더해라 하니까 저도 그런 얘기 잘 안 해요. 근데 제 성적이 떨어지는 건 저 혼자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거지만 이런 생각은 함께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런 얘기하면 엄마나 어른들은 쓸데없는 생각한다고만 하죠. 저는 그게 남의 문제가 아니라 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게 저희 아빠를 보면 그래요.
저희 아빠는 어른들이 보통 말하는 좋은 대학 나와 좋은 데 취직한 그런 이상적인 루트대로 살아오셨어요. 근데 저는 아빠가 직장생활하고 하시는 거 보면서 대학 나와야 사람 취급받는다는 어른들의 말을 안 믿게 된 것 같아요. 왜냐면 아빠가 얼굴 볼일 거의 없이 바쁘시고 힘들게 일하시니까요. 제가 아주 어렸을 때는 힘들고 피곤한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아프시기까지 하니까 마음이 안 좋아요.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가도 이렇게 힘들게 사는데 대학 나와서 내가 저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싶었어요. 물론 저는 아빠를 존경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동시에 아빠도 제가 그러길 바라시기 때문에 저한테 교사하는 게 어떠냐고 넌지시 말을 꺼내기도 하셨어요. 꼭 저희 집만의 모습이 아니라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높은 사람들하고 골프 칠 시간은 있어도 자기 아들이랑 축구공 찰 시간은 없다고 하잖아요. 근데 웃긴 건 아빠들이 그렇게 일하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자식들 때문이잖아요. 그런 아빠들의 모습을 보면서 관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결국엔 내 문제고 우리 가족의 문제니까. 저는 아빠 볼 때 안타깝고 속상하고 좀 그래요. 나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 거잖아요. 그 자살한 친구도 그렇고 저한테는 세상 걱정들이 내 문제로 느껴진 경우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많이 갖게끔 된 거 같아요.
그런 생각들이 피곤하고 그렇진 않나요?
피곤할 때 많아요. 나는 왜 이런 걸 생각하고 있지 싶기도 해요. 제가 중학교 때 공부를 잘했는데 그때에 비해 고등학교 때 성적이 많이 떨어졌어요. 근데 저랑 비슷한 성적이던 친구가 모의고사 계속 1등급 받고 그러더니 저한테 “너는 그런 생각 안 하면 공부 훨씬 잘할 거 같아.”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불안함도 있을 거 같아요.) 불안하죠. 이게 옳다고 생각은 하는데 현실 속에서는 벗어나는 길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어른들은 그럴 거 같은데 “이런 거 대학 가서 해도 돼.”
맞아요. 그 말 진짜 많이 해요! (그럼 뭐라고 대답해요?) 그런 얘기하면 재작년까지만 해도 싸우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냥 넘기고 제가 하고 싶은 일해요. 근데 저는 그렇게 말하는 어른들의 말도 이해가 돼요. 자신들이 살아오면서 좋은 대학을 나와도 힘들었는데 아니면 더 힘들 거라고 생각이 들 테니까요. 그래도 저는 그 말 안 믿어요. 대학 와도 그런 거 할 수 있다는 말.(유예시키려는 말 같아요. 대학이 사회적인 보증수표라는 뉘앙스로 공부를 조장하는!!) 그 보증수표라는 게 저한테는 안 올 거 같거든요. 그리고 이 땅에 사는 이상 일을 그만둔다고 해서 그 문제들에게서 자유로워지는 건 아니잖아요.
진로를 한 번 여쭤보는 건 아직 무리데스?
어른들이 물어볼 땐 그냥 언론직?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항상 그렇게 얘기해요. 어버버 거리면 되게 싫어하시더라고요.) 많이 물어보시는데 제가 설명하기도 귀찮고 제 꿈에 대해서 설득시킬 자신이 없어서 적당히 ‘언론직이요.’ 하고 말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지금 하는 고민들 계속하고 싶어서 아무래도 걱정 부자로 살아야 할 거 같고요. 직종을 이야기하면 르포를 전문으로 하는 기자?진실에 가장 가까운 건 직접 경험해야 아는 거잖아요. 그럴 수 없다면 현장에 가서 사람들 얘기 들어보고 내가 보고 관찰하는 게 차선이라고 생각해서 르포 기사를 써보고 싶어요. 직접 발로 뛰는 언론인! 그리고 지금처럼 인터뷰도 하고 싶고요.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 묻는다면 저는 ‘송곳’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낭중지추. 그 말은 뛰어난 사람은 언제든 드러나게 된다는 의미잖아요. 저는 거기다가 의미를 더 부여하고 싶은데 주머니 속의 송곳은 결국 주머니를 뚫고 나오잖아요. 그 송곳처럼 뚫고 나올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아니다!’라고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요. 저는 그래 본 적이 없거든요. 항상 제가 감당할 수준에서만 항의를 하고 그래요. 질 것 같아도 제 자신이 맞다고 생각한다면 쫄지 않고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자기주장, 고집이 좀 있으실 거 같아요.
엄청 세요! (그럼 뭐 고민 부자의 숙명도 감당하셔야죠) 네 맞아요. 그래서 이런 거 얘기 잘 안 해요. 얘기해봤자 달라질 것도 없고.그래도 오늘 얘기 끝까지 해서 기분 좋아요. 올해 담임선생님한테는 제 이야기를 끝까지 못해요. 말을 끊고 자기 이야기를 쭉 해버리시니까. 여튼 누구한테라도 얘기를 하면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되더라도 마음이 후련해지긴 해요. 지금처럼!
자소서에도 무지 자세히 써주셨지만 저희 회사의 발전을 위해 뭐든 한 말씀해주세요.
저 여기 들어가고 싶어요. 그 얘기하려고 온 건데. 근데 인턴 지원 자격이 안 되니까 (그럼 정직원으로 들어오세요) 다른 데서 본 인터뷰는 어느 정도 정답들만 있는 거 같았는데 너님이 하시는 인터뷰는 신선했어요. 아 저 써왔어요! (뒤적뒤적하심) 아 저 진짜 다 읽었거든요. 반복해서 읽은 것도 있고. 근데 점점 인터뷰 길이가 길어져가지고.. (길긴 길죠;;) 길어도 비문학보다 쉬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너님 인터뷰 보고 인상 깊었던 부분을 써왔어요. 얘기에 공감해주고, 정리해주는 것도 좋았는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연막작전’ 펼친다는 느낌? 대놓고 위로하고, 배려해주는 척하면 가식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잖아요. 겉으론 아닌척하면서도 엄청 생각해주고 위로해주는 거죠. (제가 그렇게 전략적인 사람은 아닌데요) 아 그리고 지난 인터뷰가 진짜 대박이었어요. 해시태그!! 제가 이분이었으면 진짜 감동받았을 거 같아요. 사람들한테 관심 없는 척하면서 되게 관찰 많이 하시는 거 같아요. (너무 저를...) 이 정도는 해야 저를 뽑아주는 거 아님?
“하루하루 새롭게 생겨나는 내 문제도 해결하기 벅차.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되지.”
라는 내 말에 운전하시던 아부지가 하셨던 말이 기억난다.
“그럴 거면 혼자 섬 들어가 살아라.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고 모여 사는 거지
혼자만 잘 먹고 잘 살려는 사람은 섬에 들어가서 사는 게 낫지.”
“......... 결국엔 내 문제고 우리 가족의 문제잖아요.”
라고 말하는 인터뷰이를 보면서 아부지가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나는 왠지 질문을 받은 것만 같다.
“인터뷰 왜 해요?”
생각해보면 내가 이렇게 들으러 다니는 것도 결국 내 문제라서 그렇다.
너도 나도 끙끙대는 우리 문제라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