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탕평책

개똥같은 인터뷰 #17

by 태희킷이지
개똥같은_인터뷰_로고(흰).jpg

https://youtu.be/ms6qAaOkw6g

나도 즐거운 모습을 찾자. 좋은 점을 보자.


영조대왕의 재림일까. 단지 언어의 균형 감각이 좋은 건가.
말하는 내내 이어지는 균형 잡기 덕에 인터뷰는 묘한 안정감이 돌았다. 솔직한 평으로 짭짤하고 매운 맛은 없었지만 신중하면서도 무덤덤하게 모든 일의 장단점을 입 밖으로 뱉어내는 그의 매력이 좋아보였던 건 사실이다. 이렇게 나도 한 번 그렇게 좋지도,그렇게 나쁘지도 않은 인터뷰를 시작한다.




준비 하나도 안하고 해도 되는 거야?


뭔 소리에여. 마음의 준비했잖아여. 시작합시다. 자기소개 받고 이거 바로 제목으로 써도 되겠다 싶었어여. ‘계산적인 남자의 즐거운 인생’이라? 근데 계산적이라는 게 제가 생각하는 그 의미인가여?



잉 그 ‘계산’ 임여? 그럼 좀 부정적인 의미 아니에여?


그런가? 나는 내가 계산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뭔가를 했을 때 자기 득실 같은 걸 많이 따지고. (예를 들어줄 수 있나여?) 간단하게는 친구들 만나서 밥 먹고, 뭐 당구 내기하고 노래방가고 하면 끝나고 집에 올 때 자동적으로 계산이 돼. 아 내가 얼마정도 썼고 친구가 얼마정도 썼고 하는 게. 근데 그게 의식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돼.


누구나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특히 그런 걸 맘 속으로 되게 많이 따졌던 것 같아. 주부근성 그런 건가? 마트에 가서 음료수가 있으면 뚱뚱한 애가 있고 홀쭉한 애가 있잖아. 그런 거 있으면 가격비교도 해보는 거지. ml당 얼만지도 보고 더 나은걸 고르고 왜 이게 조금이라도 더 싼가 생각하고 계산해보고 그래.


흠.. 이마트 이런 데 좋아하시겠어여.


근데 나는 어릴 때부터 그런 식의 생각을 많이 했는데 최대한 그렇게 안하려고 노력을 해왔어. 좀 마음 속에 여유 둘 수 있게. 내가 그런 거 따진다고 해서 매 번 그렇게 합리적으로 사는 건 아니야. 그냥 집히는 대로 살 때도 있는 거고 그런 합리성에 대해서 엄청 집착하진 않았어.


어른의 언어로도 표현이 어려운 것 같은데 어릴 때 한 생각이라니 신기하네여.


초등학교 때부터 만나온 친구가 있는데 서로 집도 가까운 친구였어. 걔가 5학년 때인가 전학을 왔는데 쫌 작고 귀엽게 생겼어. 그래서인지 반 애들이 다 되게 좋아했지. 근데 보통 초등학교에서 인기가 많다는 건 힘이 세거나 자기주장이 강하다든가 뭐 재밌거나, 웃기거나 보통 그런 애들이잖아. 그런 애들이 인기가 많은 건 계산적으로 맞다고 봐. 뭔가 분위기를 즐겁게 하고 반장 같은 역할을 하면 무리를 이끌기도 하니깐. (충분히 주목을 받을 만 하다고 생각하신 거군여.) 그래 주목을 받을 만 하다고 생각을 했어.


근데 그 애가 주목 받았던 이유는 귀여움.....? 근데 솔직히 남자애고 초딩이면 다들 어린애인건데 귀엽게 생겼다는 게 주목을 받는 진짜 이유였을까? 모르겠어. 아무튼 그 애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꼬였어. (ㄷㄷ 그 정도로 치명적인 귀여움인가여?) 그게 귀여움만은 아니었어. 약간 카리스마? 그런 것도 있었던 것 같아. 카리스마라는 게 권위라고 번역되긴 하지만 음 뭐랄까 매력? 인간미?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아. 무지 어릴 때인 건데 걔를 보면서 그걸 느꼈었어.


뭘 느끼신 건 데여 부러운 감정으로 이어진 건가여?


부럽지. 그 애는 딱히 별다른 행동을 안 해도 주변에서 항상 좋아해줬으니까. 물론 내 생각이지만 내가 봤을 땐 그 애도 스스로 관심 받는 것에 대해서 익숙해 했던 것 같아. 친구들을 대할 때 보이더라고. 난 개인적으로 주고받는 것에 대해 좀 민감하게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런 생각 자체가 보이지 않더라고. 그저 ‘두루두루 서로 평화롭게’ 랄까?


너님은 물질이든 정서든 계산 될 만한 정도의 차이와 주고받는다는 개념을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그런 개념조차 신경 쓰지 않는 친구가 있었다는 말이져? 그렇게 안 살려고 노력했다고 말씀하신 게 혹시 이 친구의 영향일까여?


음 그냥 그 애랑 다니면서 나도 좀 그렇게 변한 면도 있는 것 같아. 지금 와서야 나름 노력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당시엔 뭐 노력했다기보단 그 애가 그냥 좋아보였어. 그 애랑 같이 있고 같이 얘기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좀 바뀌더라고.


꽤 친하셨나봐여.


거의 맨날 같이 다녔지. (지금도 만나세여?) 지금도 만나지. 학교도 서로 가깝고. (그럼 이런 이야기를 그 친구한테 해본적도 있으세여?) 군대에서 했었어. (아 편지로?) 같은 부대였어. (아 진짜여? 좀 인연이 있나 본데여.) ㅋㅋㅋㅋ 그런가.


그랬더니 그 친구는 뭐라던가여? 반응이 어땠어여?


근데 그 땐 상황이 좀 특별했어. 걔가 군대에서 힘들어할 때였거든. 바깥과는 좀 다른 상황이잖아 군대는 주변 사람들이 그저 좋아해주는 상황이 아니니까. (끄덕 끄덕) 단순히 위에서 갈구는 거에 대해선 그렇게까지 스트레스 받지 않았는데 후임들이 오면 위에서 갈구라고 시키는 상황이었던 거지. (스스로는 관계에서 평화를 깨고 싶지 않은데?) 응 그렇게 압박은 있었는데 결국 갈구지는 않았어. 성격상 갈구지는 못하는데 위에서는 뭐라고 하고 그 사이에서 되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


그런 상황에서 난 거의 위로 식으로 그런 말을 했던 거지. 그래서 걔는 그 말을 진지하게 안 받아들였을 수도 있어. 그냥 하는 위로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어. (뭐라하셨나여?) 난 그냥 너가 항상 되게 좋아보였다라고 얘기를 했거든. 항상 사람들이 꼬이고 다들 널 좋아하고 내 생각에 그런 건 타고난 매력 같아서 부럽기도 했다고.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나도 자기소개에 왜 계산적이라고 썼는지 잘 기억이 안나. 아무래도 내가 재무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나왔을라나.


계산이라는 표현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생각을 가진?’ 더 나가면 ‘그걸로 인해 고민이나 스트레스가 좀 생기는’ 이라고 표현 할 수 있을 거 같아여.


맞는 거 같아. 근데 합리적, 이성적이라고 하면 좀 진짜 와 닿지가 않잖아.


그렇다고 계산적이라고 하면 너무 부정적이지 않나여? 약간 쫌생이 같다고 할까여?


나도 그런 뉘앙스로 말한 건 아닌데 딱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어서. 이건 아버지 영향인데 아버지가 빚지거나 하는 걸 엄청 싫어해.나한테도 어렸을 때부터 항상 말했던 게 친구 사줬으면 사줬지 얻어먹고 다니지 말라고. 그래서 사소한 거 같은데도 그런 거에 대해서도 계산을 하고 친구가 많이 쓴 거 같으면 내가 좀 더 살려고도 하고 그런 생각도 하지.


혹시 너님이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거에 대해서 다른 친구들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나여? 뭐 그런 걸 신경쓰냐느니.


웬만하면 내가 좀 더 내려고 하니까 그런 경우는 없어. 친한 친구들이 있는데 모이면 내기를 진짜 많이 해. 나를 포함한 두 명은 좀 자기관리 철저하고 계산적인데 나머지 두 명은 나랑 다르게 전혀 계산적이지가 않아. 그저 즐거운 대로 사는 거야. 돈 써도 니가 쓰건 내가 쓰건 그냥 사는 스타일이고.


근데 그 친구 중 하나가 우리 둘 보고 너희는 당구 내기 하다 질 거 같으면 표정 막 바뀌고 그런다고 얘기를 한 적이 있어. 예를 들자면 만약에 볼링내기 지고, 당구내기 지고, 노래방 내기 가위바위보도 졌어. 그 정도까지 균형이 안 맞아 버리면 마음에서 막 불편함이 밀려오거든. 내 생활비가 어느 정도 있는데 거기서 상당한 타격이 있다고 머릿속에서 계산되면 표정이 안 좋아지나 봐. 그 이야기 해줬을 때 ‘아 난 안 그러려고 했는데 표정을 못 숨겼구나.’ 했었지. (저도 간이 작아서 내기 못 해여.) 근데 안 그러려고 노력한다고 느낀 건 솔직히 그 때야. 친구들이 얘기 하고나서.


나는 솔직히 당구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거든.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랑 볼링을 하다가 돈 쓰는 건 상관없어. 재밌으니까.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당구는 그 친구들 3명이 다 잘 친단 말이야. 끌려다니면서 치는 건데 또 져서 돈을 내가 내는 것 자체가 싫어서 내가 생각해도 당구 칠 때 표정이 많이 바뀌었을걸.ㅋㅋㅋ 그래도 요즘은 칠 수 있을 정도가 돼서 괜찮지. 100정도 치거든. 예전처럼 친구들이 치라는 코스대로 쳐서 되면 되고 안 되면 안 되는 상황일 땐 내기를 해도 하나도 재미가 없었지. 표정 장난 아니었을 걸. 질 거 같으면 갑자기 온힘을 다해 집중하고 그랬어.


그런 자신의 모습이 맘에 안 들고 뭐 반성해야겠다 그런 건 아니져? 저도 내기하면 ‘이색히 집중한다.’ 이런 얘기 많이 들어여. 근데 그것조차 신경 쓰이는 거 있잖아여. 내가 신경 쓴다는 것 자체가 신경 쓰이는 그 느낌.


뭐 나 같은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고 하는 거지. ‘나랑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 어디서든 장단점은 있으니까.사람들 성격마다도 나름 장단점이 있겠고.


사실 계산적인 남자라고 자신을 소개하시길래 너님 단점 자랑하시는 줄 알았는데 뒤에 붙은 즐거운 인생 때문에 혼란스러웠어여.연관성이 있나여? 계산적이라서 즐겁다 아니면 요즘 사는 게 즐겁다 그것도 아니면 나는 원래 사는 게 즐겁다?


음... 그 자기소개 쓸 때 약간 즐거웠었어. (ㅋㅋㅋㅋㅋㅋㅋ 왜여 무슨 일 있었나여?) 그 때 그냥 내 감정곡선이 약간 업 됐을 때?(;;; 그냥 약간 조증이 온건가여?) 근데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아마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해서. (예? 뭐라고여?) 나는 같은 상황에 처해도 감정기복이 좀 덜한 거 같아. (모든 면에서여?) 모든 면까지는 모르겠는데 보통 대표적으로 고3 때나, 군대, 고시공부 할 때 되게 힘들어하잖아. 근데 나는 그 때마다 그냥 그랬거든. 솔직히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어. 그런 거 보면서 친구들이 나보고 자주 태평한 거 같다고 말하더라고. (태평하다는 게 무덤덤하고 좀 다를까여? 그렇게 좋을 것도 없고 그렇게 나쁠 것도 없고?) 응 비슷한 거 같아. 그런 상황을 같이 겪는 친구들은 힘들어하는데 난 그 와중에서도 웃으면서 다녔어. (사이사이 소소한 재미를 찾으셨나여?)


되게 건강하신가봐여. 정신건강이. 너님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세여?


그런 거 같아. 음..... 모르겠네. 지금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집안에서 서포트가 되긴 하니까 그런 게 아닐까 그런 식으로 생각도 들고. 좋은 집에서 무난하게 자란(?) 약간 그런 케이스거든. 그런데 힘들다고들 하는 상황에 처해도 그렇게까지 크게 동요는 안 되는 편인 것 같아. 되면 되고 아니면 말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냥 묵묵히 하는 편.


인생의 큼지막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사소한 일에서도 자신의 성격이 드러나기도 하잖아여. 평소생활 속에서도 약간 주위의 말대로 태평한 스타일?


응 안 되면 말고 주의야. 물론 안 좋기도 한 거 같아. 이런 면도 장단점이 있겠지. 이런 경우엔 동기부여가 잘 안 돼.


근데 여태 말씀하시는 거 보면 모든 면에서 장단점을 골고루 말씀해주시는 거 같아여. 왜 이렇게 장단점을 좋아하시는 거?


난 어렸을 때부터 내 성격 같은 거에 대해서 되게 많이 생각을 했어. 이건 교수님한테 들은 얘긴데 공부 잘하는 애들 보면 다 피곤하게 사는 애들이라고 하시더라고. (왜여? 난 못해도 피곤한데) 공부를 잘하려면 일단 자기가 정한 규칙이 꼭 있어야한대. 시험날짜가 나오면 몇 주 전에 계획대로 이렇게 저렇게 하고 또 시험이 끝나면 ‘내가 뭘 어떻게 틀렸구나!’ 하고선 자책하는 그런 스타일?


나 같은 경우엔 틀린 문제랑 맞은 문제 있으면 ‘아 이거 맞았다!’ 하고 좋아하는데 걔네는 ‘아 이거 틀렸어..’ 하면서 안타까워 하는 거지. 틀린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다음번에 맞출까 고민을 한 대. 그럼 머릿속으로 스트레스 엄청 받는 거지. 근데 틀렸을 때 했던 실수들을 다 안 하려고 하다보면 다른 계획들이 자연스럽게 세워지는 거고. 그런 식으로 성장해나간다고 하더라고. 근데 난 솔직히 그렇지 않거든. 나는 하나하나 맞는 게 즐거워. 그래서 문제를 풀었으면 동그라미하고 틀린 건 못 본 척 하고 애써 넘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부 잘하는 사람은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가면서 성장을 꿈꾸는데 너님은 단점을 잘 보지는 않고 긍정적인 부분에만 집중해서 발전을 한다는 전개인가여?


음... 발전을 안 할 수도 있는 거고. 그래서인지 난 발전이 좀 더딘 거 같아서 그런 측면은 마음에 안 들지. (동기부여도 그렇고?)그냥 보면 나보다 치열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 굉장히 많은 거 같아. 나보고 그렇게 살라고 하면......


너님은 주위 친구들에 비해 스스로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나여?


굉장히!!ㅋㅋㅋ 물론 나도 미래에 대한 걱정은 있는데 솔직히 노답이야 그냥. 앞으로 해야 될 게 있고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 아는데 잘 안하고 있는 거 같아. (머릿속으로는 아는데? 그럼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거 같아여?)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는 아니지. 그 목표 자체를 안보는 사람도 많고 목표 자체를 보더라도 좀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근데 난 내가 생각하기엔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긴 한 거 같은데, 그 길을 알면서도 열심히 가지 않는 느낌?


가긴 가는 느낌이에여?


응 좀 느리지만 가긴 가는 거 같아. 치열하게 하는 사람들은 좀 더 빨리 갈 수 있다거나 조금 더 확신을 갖고 가겠지. 근데 가만 보면 목표가 있는데 이상한 길로 새는 사람들도 꽤 있는 거 같아. (이상한 길?) 정보가 좀 부족해서? 내가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거일수도 있겠지만 허투루 힘쓴다는 느낌? 이것저것 열심히 하는데 옆에서 봤을 땐 꼭 그걸 해야 하나 하는 걸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지.


뭐 하고 싶은지 먼저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거겠죠?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될 것 같은데 솔직히 난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아. 좀 폭력적인 말이라고 생각하거든. 내가 그런 얘기 들었을 때도 기분이 좋지 않았고. 그런 식으로 딱 결론을 내버리고 나면 좀 답이 없다고 생각해. 무엇보다 자기가 원하는 거에 대해 생각하라고 하잖아. 뭘 좋아하는지 찾으라고 하잖아. 근데 그런 걸 할 수 있게 해줬어야 돼. 애초에 교육을 그런 식으로 했어야하는 건데 그냥 니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라는 건 너무 무책임한 거 같아.


어릴 때부터 가치관으로 형성 된 건 ‘열심히 공부해서 일하는’ 건데 그렇게 몰아놓고선 지금 와서 하는 말은 ‘너만이 할 수 있는 너만의 개성을 찾아라!’ 라는 건데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그저 좋은 말이기만 한 거 같아. 그게 진짜 좋은 말이 되려면 그만큼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줘야한다고 생각해. 내가 뭘 해봤어야 알지. 이게 좋은지 저게 좋은지. 음식을 먹어보기만 하고 요리사가 되고 영화를 보기만 하고 영화감독이 되는 게 아니잖아.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 거에 대해서만 생각을 하니까 천편일률적으로 다 하고 싶은 게 겹치는 게 아닐까.


물론 자기 꿈이 있고 그걸 찾아서 가는 사람들은 굉장히 행복하고 좋은 예라고 생각해. 근데 그건 좋은데 모든 사람들한테 그걸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봐. 꿈이 없어선 안 된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싶지는 않아. 그리고 이건 동시에 개인의 타입의 문제인 거 같아.자기가 꼭 원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그냥 자기 일에 만족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겠고 자기가 만족하지 않는 일을 하면 그걸로 돈 벌어먹고 살면서도 ‘아 내가 뭐 했어야 하는데!’ 라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고. 그런 것도 다 성격 차이겠지.


너님의 태평한 성격을 개인적인 만족의 기준과도 연관 지을 수 있을까여? 만족의 기준이 낮은 편이신 듯?


그렇지. (이런 질문에 대해서도 크게 만족하지도 않지만 크게 불만족스럽지도 않은 그런 건가여?) 맞는 말이라고 대답했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든 담담히 관조하는 그 태도가 불쾌하네여) 근데 이게 분량이 나오려나.


너님이 묻는 말에 다 장단점 찾아대셔서 꽤 건졌어여. 그리고 이게 말하는 사람이 한 30퍼센트 말했으면 그거 살을 잘 붙여서 80퍼센트로 불리는 맛이 꽤 재미나여.


자소서 컨설팅 같은 거 잘할 거 같은데?ㅋㅋㅋㅋ (요즘 자소서 맛 좀 많이 보시는 걸로 아는데. 집필을 잘 되시나여?) 자소서는 쓸 말이 없는 게 젤 문제지. 컨설팅이라는 것도 너랑 지금 이야기 하는 거랑 비슷해. 내 성격의 장단점에 대해 써놨다고 하면 진짜 이렇게 생각하는 거 같은지 묻고 사례 같은 걸 말해보라하고 그 중에 젤 괜찮은 걸 골라주는 거야. 거의 1시간 하는데 내가 내 이야기를 돌이켜볼 수 있게 생각할 시간을 많이 줘. 솔직히 집에서 혼자 생각해볼 수도 있는 건데 옆에서 말을 걸어줘서 그걸 촉진해주는 느낌이랄까. 이런 인터뷰도 비슷한 거 같아. 인터뷰한 내용을 잘 추려서 자소서 항목에 나온 대로 잘 끼워 맞추면 그거 자체가 자소서가 되니까. (드디어 우리 회사 수익구조 생기나여?)


아까 성격얘기 나와서 그런데 자기 성격을 자주 생각하시는 편이에여?


그거에 대해선 어느 정도 생각의 정리가 돼서. (오) 거의 군대에서?ㅋㅋㅋㅋ 그 전에는 정리가 안 돼서 속으로 생각만 했었지 지금처럼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별로 이야기 한 적은 없단 말이야. 그런 거 보면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하면서 이해가 되고 정리가 되는 거 같기도 해. 내가 좋아보였다는 그 친구는 자신의 그런 모습을 그렇게까지 좋게 안 봤다고 이야기 하더라고. 남들은 다 그렇게 좋아하는데 걔가 말하기로는 군중 속의 고독이랄까. 엄청 가까운 친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대. 나는 그 친구랑 엄청 친하다고 느꼈는데 그 친구 주변에는 나만큼 가까운 친구가 꽤 많아서인지 사람들이 특별히 자기를 좋아한다고 그렇게 느끼지도 않았대. 그걸 보면서 역시 다 장단점이 있는 거구나 했지.


아니 사람이 살다보면 이해가 안 되는 상황도 있고 너무 좋기도 너무 싫기도 기복이 있는 건데 그 모든 면에서 중간을 내달리는 그 상태를 사랑하시는 거 같은데?


왜냐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고 정말 이해가 안 되는데 그걸 이해하려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그런 이유가 있을 거다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는 거지. 그럴 이유가 있고 그것 나름대로 그 사람은 남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장점이 있을 거고 물론 내가 생각한 것처럼 단점도 있을 거고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관대하시네.


그 사람을 대할 때는 관대한데 다시 안 만나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취향에 안 맞는 건 또 잘 튕겨내시나?) 군대에서도 스트레스를 덜 받았는데 물론 내가 잘못한 게 있고 위에서 갈구면 나도 맘속에서 막 추락할 때도 있어. 아무리 감정기복이 덜하다 해도 내가 실수를 해서 잘못됐으면 미안하고 그렇지. 근데 딱히 내가 잘못한 거 같지 않으면 내가 또 죄송한 척을 되게 잘할 수 있거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냥 죄송한 척 하고 있으면 내 멘탈에는 전혀 금가는 일은 없지. 멘탈에 타격 안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죄송한 척하고 있는 것도 되게 중요해. 근데 이런 모습에도 단점이 있어. (진심을 잘 모른다?) 연애할 때 안 좋아. 그냥 누가 좋으면 표현을 하고 그거에 대해 반응을 보고 나도 그에 대한 리액션을 이어갈 텐데. 나는 너무 방어적이야. (자신에 대해서여?) 응 나에 대해서. 웬만하면 잘 표현도 안하고.


그나저나 무슨 병적으로 장단점을 찾으시네. 인터뷰 내내 좋은 얘기가 나오면 안 좋은 걸 찾고 안 좋은 얘기 나오면 좋은 걸 찾고 계세여.


그래서 말할 때도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꼭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이야. 얘기가 좀 극단적으로 가면 균형을 찾고 싶어서. 그런 식으로 여지를 남겨두려고 하고. 생각해보니까 살짝 집착이 있는 거 같긴 하다.


마지막 질문은 항상 하는 거에여. TH의 옐로저널리즘에 해주고 싶은 불만, 욕, 조언.


그냥 좀 혼자 홍보까지하기 힘든 거 같아. 새 글 올라올 때마다 사람들 만나서 좋아요 눌러 달라 말할 수도 없잖아. 너가 계속 혼자 뭐 만들고 쓰고 올리고 하는 것도 지치는 날이 올 텐데. 뭐 연재자들이 좀 생기면 좀 더 나아지긴 할 거 같은데. 그냥 페이스 북에 올리는 거 말고 또 다른 방법이 있으면 좋겠어. 페이스 북 뉴스피드가 굉장히 쉽게 휩쓸려 지나가니까. 딱히 대안은 안 떠오르지만. (적극적인 홍보!) 아냐 근데 너가 그것까지 하면 너무 피곤할 거 같아. 방법의 다각화랄까. 솔직히 사람들이 긴 인터뷰를 핸드폰으로 읽는 거 자체가 좀 그렇기도 하고. 그렇다고 뭐 출간을 하자니 좀 그것도 그렇고. (네 역시 지금 저희 회사도 장단점이 있겠져.)




ADKDJDJA.jpg 영조대왕의 재림? 가만보니 닮은 것도 같다.


인터뷰이의 좋아보였다는 친구 얘기에 나도 내 친구 한 명이 생각이 났다. 당시 초딩스럽지 않게(?) 어른스러웠고 어린애의 필수덕목이라 할 수 있는 억지스러운 땡깡을 지니지 않은 친구였다. 뭐든 엄마한테 물어봤어야 결정을 할 수 있었던 나랑 다르게 뭔가 있어보였고 그저 멋있어보였다. 어렸을 때 내 머릿속에서 비교대상으로 등장했던 친구들은 보통 나에게 우월감을 주기 보단 내 마음을 나락으로 떨구기만 했다. 다행히 그 때 그 마음이 제 살 갉아먹기식의 비교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때 머릿속으로 열심히 해대던 비교가 지금의 내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데 한 몫 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가여? 이 정도면 장단점 찾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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