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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같은 인터뷰 #24

by 태희킷이지
개똥같은_인터뷰_로고(흰).jpg

https://youtu.be/DiVZB233QEk



잡지는 그냥 보다가도 인물 인터뷰는 보지 않고 읽는 편이다. 대부분의 인물 인터뷰는 ‘찌질했고 잘 안 풀렸고 온갖 고생이 많았고 이겨내기에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꽤 잘 나가고 앞으로도 잘 나갈 거예요!’ 하면서 끝을 맺기 마련인데 내가 만나는 인터뷰이들은 대기만성형이신지 다들 막 잘 나가고 그러시진 않는다. ㄲㄲㄲ

지금 당장 급하게 뭐가 될 필요가 있나요. 잘 나가시기 전에 인터뷰부터 합시다.





근데 이거 왜 하는 거야?


하고 싶어서요.


아 나도 하고 싶은 거 되게 많았는데. 예전에 학교에서 비전을 써오는 과제가 있었는데 거기에 이런 말을 썼어. “나중에 내가 죽었을 때 언론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가 죽어도 사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잖아. 근데 난 딱 뉴스에 나오는 거야. 이 사람이 죽었다! 그런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


단순히 유명? 아니면 영향력? 솔직히 연예인 중에도 단순히 인기가 많은 사람들도 있지만 연기에 획을 그었다 뭐 이렇게 평가받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때는 지금보다 좀 어렸을 때라서 그냥 유명한 사람이 되겠다는 포부였던 것 같아. 그때 경영학을 배우고 있었는데 경영학이라는 게 딱히 전문적인 학문이라기보다는 그냥 실용적인 학문이라서 막 여러 가지 분야가 있잖아. 회계학도 배우고 마케팅도 배우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것저것 배우다가 난 마케팅에 좀 흥미가 생기더라고. 조금 말하기 부끄럽지만 사실 ‘마케팅 업종에서 되게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이렇게도 썼었어.


구체적으로 어디 기업에 들어가겠다! 이런 건 없었나요?


군대 가기 전에 학교 다니면서 형들이랑 친했어. 그 형들은 당시에 다들 군대도 갔다 오고 나이도 좀 있어서 ‘아 어디 취업하고 싶다.’ ‘아는 사람이 엘지에 있는데 나도 거기 가고 싶다.’ 뭐 이런 얘기들을 했었어. 그러다 나한테 너는 어디가고 싶냐고 하길래 “형 저는 구글이요!” 그랬거든. (그랬더니?) 미친놈이라고 하던데 ㅋㅋㅋㅋㅋ

난 구글이 그냥 멋있어 보였거든. 딱 봐도 다르잖아. 네이버 켜면 네이버 로고 나오고 그 밑으로 되게 정신없게 이것저것. 나 정신없는 거 되게 싫어하거든. (너님 말도 정신없는데 지금) 사람 많은 것도 안 좋아해. 사람들이랑 옹기종기 모여서 노는 건 좋아하는데 사람 너무 많아서 바글바글 대는 서울 번화가나 강남 이런데 되게 싫어하거든. 눈에 어지럽게 보이고 이런 거. 근데 구글은 구글 치면 딱 구. 글. 만 나와. 그래서 구글은 고등학교 때부터 되게 좋아했어.


단지 그것 때문에?


멋있잖아.

하여튼 이번에 복학하고 나서 조직 행동론 수업을 듣는데 직업적성검사랑 직업선호도 검사하는 게 과제라서 나란 인간에 대해 생각을 좀 해봤어. 난 솔직히 나 자신에 대해 항상 궁금해하는데 그냥 혼자 생각해서는 잘 모르겠더라고. 내 머리로만 생각하는 건 좀 확신이 안 들어서 뭔가 검증된 자료가 있었으면 좋겠고 그래. 어떤 불안감이 있어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확신도 안 들고 불안하기도 해서 뭔가를 선뜻 시작하기도 두렵더라고. 그래도 검사들을 하면서 내가 살아왔던 과거를 한 번 돌이켜봤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항상 나이대별로 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던 것 같아. 생각해보면 난 하고 싶었던 게 바뀌긴 해도 꾸준히 꿈이 있었던 사람인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 어렸을 때는 오히려 하고 싶었던 게 여러 개 있었는데......


차근차근 들어봅시다.


초,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학원 플랜카드에 얼굴이 걸릴 정도로 공부를 잘 했었어. 근데 중1 끝날 때쯤 우연히 스트리트 댄서들을 보고 완전 반한 거야. 그래서 ‘아 저거 한 번 해보고 싶다’ 싶었지. 근데 그 당시에 부모님이랑 사이가 썩 좋은 편이 아니었거든. 내가 많이 피하기도 했고 되게 어색한 사이라서 말을 못 했어. 특히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많이 무서워해서 어쩔 수 없이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말했는데 아무래도 이해를 해주실리 없고 구체적으로 도움을 주실 수도 없었지. 너 왜 공부를 잘 하다가 갑자기 웬 개똥같은 소리냐면서.


해보고 싶어도 돈이 있어야 어디 가서 배우지 돈이 없으니까 인터넷 보면서 혼자 시작했어. 그때가 우리나라 비보이들이 세계대회에서 우승했다면서 그럴 때라 처음엔 비보이가 되고 싶었는데 인터넷 보면서 연습을 하다가 어느 날 그런 기사를 봤어. 1세대 비보이들이 지금 40대가 됐는데 퇴행성 관절염을 앓기 시작했다는 거야. 내가 사실 장수에도 관심이 많거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거. 나 몸 생각 되게 하거든. 주위 어른들이 어린놈이 건강 너무 신경 쓴다고 할 정도야. 아무튼 비보잉이 좋지만 그것 때문에 퇴행성 관절염을 앓기는 싫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야. 이유가 그거야. 그래서 다른 춤을 찾아보다가 팝핀현준이 나오는 영상을 보게 됐는데 졸라 멋있어 보여서 그대로 팝핀으로 갈아탔어. (비보잉이랑 팝핀은 뭐가 다른 건데요?) 잘 모르는데 팝핀은 근육을 튕겨서 추는 춤이라 퇴행성관절염 얘기는 없더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인터넷 보면서 기본기를 배우다가 학원을 다니고 싶으니까 돈을 모으기 시작했어.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준비물 산다면서 천 원, 이천 원씩 받아서 그렇게 10개월 정도를 모은 것 같아. 그래서 9만 원을 만들었어. 근데 여름방학 때 어디 댄스스쿨에서 특강을 한다는데 그게 10만 원이었거든. 돈이 모자라잖아. 그래서 할아버지한테 가서 부탁을 했지. ‘제발 만 원만 보태주세요. 나 진짜 이거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결국 어떻게 졸라 가지고 돈을 받아서 보내는데 천 원짜리만 모았으니까 두께가 아주 이만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어떻게 모은 돈인데...’ 하는 생각에 손이 잘 안 움직이긴 했는데 그래도 너무 배우고 싶으니까 그 돈을 보냈지. 약수역에 있는 댄스스쿨에서 한 달간 열심히 배웠는데 하고 싶던 걸 하니까 진짜 좋았어. 당시엔 춤만 되게 열심히 췄거든. 2학년이 되면서 자연스레 중2병에 걸렸고 친구들한테 나 춤 배우러 다닌다고 얘기하면 애들이 뭐 배웠어?? 하면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생기잖아. 나 인정받고 그런 거 되게 좋아하거든. 사실 지금도 그래. (오키 님 짱짱) 춤을 배우면서 점점 실력이 느니까 이제 박수도 나오고 그랬어. 그때는 진짜 일진 애들한테 불려가서 앞에서 춤추고 그랬었어. 일진 애들 담배 피우고 나는 거기서 춤추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 찾아와서 춤 보여 달라고 문워크 보여줘! 보여줘! 막 이러고. 무지 좋았지. 장래희망 쓰는 란에 ‘댄서’라고 당당히 쓰고 그랬단 말야.


춤 실력이 늘수록 성적은 바닥으로 내려갔어. 그러면서 집안에서도 왜 하필 지금 그걸 배우냐 취미로 해라 그런 이야기가 대다수였어. 나는 ‘이걸로도 돈을 벌어먹고 살 수 있는 거 아니냐.’ 뭐 그렇게 얘기도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더라고. 고등학교 가서도 공부 좀 열심히 할 테니까 3개월만 보내달라고 협상해서 댄스스쿨을 잠깐 다녔는데 예전보다 좀 더 좋은 학원으로 갔었어. 근데 가보니까 잘하는 사람이 되게 많더라고. 거기서 주눅이 좀 들었던 것 같아. 그때 나도 나름 학교에서 인정받으면서 애들 앞에서 춤추고 그랬는데... 30~40명이 둘러싸고 나 혼자 핸드폰으로 음악 켜놓고 춤추고 그랬거든. 그땐 진짜 열심히 출 때라 진짜 잘 췄었어. 근데 점점 주눅 들고 선생님한테 왜 이렇게 못 따라오냐는 얘기도 들으면서 슬럼프에 빠졌던 것 같아. 그리고 아버지랑 트러블도 좀 많아서 학교도 많이 빠지고 가출도 했었어. 집 나오니까 어디 연습할 데도 없고 같이 경쟁하는 사람들보다 뒤처진다는 생각도 들어서 그렇게 나도 모르게 확신이 떨어지더라고. 그러면 나는 뭘 해야 하나 생각이 들더라. 정말 뭘 해야 할지 몰랐거든. 어떻게 운 좋게 전학을 가게 됐는데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 그래서 공부라도 해보자 해서 다시 공부했지.


(갑자기 애인이랑 통화 중)


인터뷰 중 애인하고 통화하는 건 처음이에요.


보고를 해야 하는데 보고를 안 했거든.

전학을 가서 그 학교 근처에 있는 친구네 집에서 살았어. 그때 내가 아버지랑 트러블이 있고 가출도 하면서 학교도 많이 빠져서 다니던 학교를 계속 가기가 거시기한 상황이었거든. 내가 그 학교도 되게 싫어했고. 그래서 그 친구 아버지 어머니가 나를 거둬들여 준 거야. 그 집에서 살면서 그 근처 학교로 통학하라고. 그 친구네 아버지 어머니가 나서주셔서 우리 아버지랑 얘기하고 그렇게 전학을 간 거야.


전학 가기 전에 그 고등학교 애들이 공부를 잘 한다는 얘기는 이미 들었어. 이 동네에서 공부 잘하는 애들이 다 모였다더라 하는데 개 쫄리잖아. 나는 공부 ㅈ도 못 하는데. 춤만 추느라 공부를 아예 안 했으니까 당연히 못 하지 뭐. 모의고사 보면 5등급, 6등급 이랬는데 전학 와서도 똑같더라고. 우리 반에 지적장애 있는 친구가 한 명, 운동부가 몇 명 있었는데 반석차가 걔네 바로 위였어. 결국 꼴등이지. 공부를 안 했으니까 이 결과는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긴 했는데 충격이긴 했어. 내가 서울에서 전학 왔다고 하니까 몇몇 공부 경쟁 심하게 하는 애들이 경계를 되게 심하게 하고 그랬거든. ‘너 공부 졸라 잘하지? 어쩌고저쩌고 서울에서 왔으면 잘할 거 아냐’ 막 이딴 말 지껄이는 거야. 아 나 공부 졸라 못하는데 이딴 말하면 기분 나쁘잖아. 서울사람은 공부 다 잘하냐고. 서울 인구 천만 명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등학교도 인 서울이야 뭐야. 졸라 짜증 났지. 몇 명은 나 꼴등했다고 놀리고 그랬거든. 아 어떻게 공부 못한다고 놀리지. 뭐 이런 개새끼가 다 있나 싶을 정도로 졸라 놀렸어. 그래도 그 뒤론 공부를 안 한 것만큼 열심히 했어. 나름 열심히 해가지고 한 3등급 정도까지는 올렸던 거 같아. 수학도 96% 안에 들어야 1등급인데 아직도 기억나. 95.57%까지는 맞아봤어. 영어도 2등급까지 올리고 나름 열심히 공부했는데 수능을 잘 못 봐서 대학을 잘 못 갔지.


아버지는 수능도 못 본 애가 무슨 편입을 하겠냐고 하긴 했는데 공부 시작하고 내가 좀 떵떵거리려면 대학도 좋은 데 가야겠다 싶어서 편입을 결심한 거야. 결국에는 편입 성공하고 고등학교 다닐 때 공부 못 한다고 무시했던 애들보다 더 네임밸류 있는 학교에 다니게 됐으니까 스스로도 성취감도 얻었어. 근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목적 없이 공부를 하고 있는 거 같아. 뭔가 할 게 없어서 뭐든 해야겠다 싶어서 공부를 했는데 공부를 하는 도중에 보다 보니까 그냥 공부만 하고 있더라고. 이렇게 대학을 왔는데도 아무런 해답을 아직 못 찾았어.


중학교 때 꽂혔던 춤처럼 너님 마음을 끌어당겼던 건 못 찾은 거예요?


그나마 경영학 배우면서 마케팅 쪽으로 관심을 가져서 관련된 책을 읽고 그랬어. 어떤 책에서 이런 얘길 하더라고. 마케팅은 어떤 기업이나 해야 하는 거고 어떤 분야든지 마케팅은 다 필요하잖아. 마케팅을 하고 싶으면 네가 좋아하는 분야가 뭔지, 어떤 분야의 마케팅을 하고 싶은지 그런 것부터 생각을 해보라고 하는 거야. 단순히 생각할 게 아니더라. 고민도 많이 필요할 거고. 직업이라는 건 내가 평생 가져야 하는 거니까. 지금 4학년이기도 해서 비슷한 고민들을 많이 해. 예전에 기타 칠 땐 그것만으로도 너무 재밌으니까 친구한테 그냥 우리 음악 하자는 얘기도 했었는데 그랬더니 그 친구가 그러면 굶어죽는다고 하더라고. 그 당시에도 확신은 없었지.


가출라이프는 어떠셨어요? 저는 경험이 없어서.


가출을 하긴 했는데 이건 뭐 내 꿈이랑 관련 있던 건 아니고 사춘기 때 아버지랑 심한 갈등으로 인해서.... 처음 가출했던 게 아버지가 나한테 뭐라 하시면서 “그럴 거면 나가 이 자식아!”라고해서 진짜 나간 거야. 2주 동안 집에 안 들어가고 별의별 데서 다 자봤어. 학교 가서 벤치에서 자보기도 하고. 친구네서도 자고. 지하철 화장실 안에서도 자고. 병원 로비에 가서도 자고. 찜질방에서도 자고. 그리고 새벽에 몰래 들어가서 교실에서도 자고. 나는 그게 나쁜 경험이라고 생각 안 해. 나름 되게 재밌었어. 아직까지도 추억할만한 일이 되는 거 보면. 하여튼 가출 중인데 친구를 만난 거야. 졸라 쪽팔렸지. (우연히?) 응 근데 가출한 걸 알고 있더라고.우리 할아버지가 전화를 했대 그 친구한테. 핸드폰 놓고 나갔거든. 그래서 내 핸드폰에서 찾아서 혹시 연락되냐고. (그 친구는 뭐라던가요?) 들어가래. (그래서 들어가심?) 안 들어가지.


가출도 그렇고 친구 집에서 살았던 것도 그렇고 혼자 있을 시간이 많았을 거 같아요.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할 시간이 되었을 것 같고.


스스로에 대한 고민들이 많아서 그걸 글로 많이 남겨놔. 일기도 많이 썼고. 365일 매일 썼던 건 아니지만 하루하루를 무지 소중히 생각하거든. 나는 하루 빈둥빈둥 거렸어도 ‘아 오늘 참 가치 있는 하루였다’라고 생각해. 어떤 하루는 빈둥빈둥 거려야 하지 않겠냐? 이런 날도 내 인생인데 내가 좋아해야지. 이미 지나갔지만 내가 쓴 시간인데 그걸 스스로가 헛되었다고 생각하곤 싶지 않아서. 일기 쓰면서 그런 생각들 하지 뭐. 나는 이런 말 자주 하는데 나는 나를 되게 좋아해. 뭐 죽고 싶다는 얘기를 장난 식으로 많이 하긴 하는데 사실 죽고 싶진 않아 난. 아까 말했다시피 난 장수에 관심이 많거든.


스스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지.


너님이 하는 잡생각을 써달라고 했는데 이게 뭐예요. Being intellectual?


똑똑해지고 싶은 마음이 커. 그냥 그런 거 있잖아. (인정받는 거?) 인정받고 싶은 욕심 중 하나겠지. 그런 거 되게 좋아해서 책도 철학 관련 책을 좀 찾아다 읽거든. 근데 아직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그래도 가끔 감명받은 구절이나 해외에 유명인사들이나 철학자들이 했던 멋있는 말 이런 건 살짝 적어놓고 기억했다가. (여자 친구한테 쓰고?) 그렇지. 여자 친구한테도 쓰고 어디 가서 동생들한테도 쓰지. 인생 졸라 잘 아는 것처럼 ‘뭐 인생이 그런 거 아니겠냐.’하는 표정으로.


생각나는 거 있으면 지금 저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려요.


........ 지금 당장은 없는데. 나 자신과 꿈에 대해 한창 생각할 때 읽은 건데 누가 했던 말이더라. 스티브 잡스였나. 아무튼 세상이 아무리 당신의 뒤통수를 칠지라도 절대로 희망을 저버리지 말라는 뉘앙스의 말을 했었어. 이 말을 듣고 춤출 때 생각이 나더라. 좀 못 한다는 얘기 듣고 좌절하지 않고 그 위기를 발판 삼아 한 번 일어났었더라면 내가 지금 메이저에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사실 중학교 이전에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어. 초등학교 때 스타크래프트로 꽤 이름을 날렸었거든. 초등학교 5,6학년 때 스타 좀 한다는 초딩들이 나를 한 번 이겨보고 싶어 했어. 반대항전 이런 것도 했었는데 초등학교 때 썼던 일기 같은 거 보면 ‘5반이랑 반대항전을 했는데 졸라 처발랐다. 내가 캐리 했다.’ 뭐 이런 내용들이 있더라고.


그때도 벽에 부딪혔을 때 일어나질 못 해서 흥미를 잃었던 것 같아. 내가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었던 거지. 그 당시에는 초딩이 아무리 잘해봤자 배틀넷 들어가면 승률이 얼마나 나오겠어. 초딩들 사이에서는 잘했어도 배틀넷 들어가서 발리고 그러니까 게임을 접었겠지. 흥미를 가지고 계속했어야 했는데. 그랬으면 솔직히 게이머가 됐을 수도 있을 거 같아. 그걸 딛고 일어났어야 하지 않나, 지금 프로가 된 사람들한테도 그런 과정이 다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이제 나이가 먹어서 하게 된 거지 뭐.


너님 스스로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응원이나 칭찬, 격려 이런 게 부족했다고 느끼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외부의 다독임이 부족해서 확신이 없었다고 표현하는 것 같고요.


맞아. 그런 게 별로 없었어. 솔직히 나는 관심 이런 거 되게 좋아하는데 어렸을 때 마음의 상처들도 많았어. 이런 걸 공개적으로 떠벌리고 싶진 않지만 관심을 잘 못 받고 자라가지고 그런 거 같아.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본 중간고사에서 반에서 1등 했거든.반에서 1등 했는데 아무도 칭찬을 안 해줬어. 학생이 공부를 잘하면 칭찬받을만한 일이잖아. 근데 우리 아버지는 학생이 공부하는 건 당연한 건데 그게 뭐 칭찬받을 일이냐 이런 식으로 얘기하시는 분이었거든. 어린 마음에 실망을 많이 했지. 잘한다! 잘한다! 하면 더 잘한다는데 그런 게 없었으니까. 아직도 그런 응어리가 있어서 관심이나 칭찬 이런 작은 거에 되게 목말라하고 들으면 되게 좋아해.


지금 내 여자 친구가 그런 걸 되게 잘 해주거든. 그러니까 되게 이뻐 죽겠는 거지. 너무 고맙기도 하고. 나는 아무것도 없는데 오빠는 정말 잘 될 거래. 잘 될 수밖에 없대. 그러면 나는 아니 내가 뭐 있다고 잘 될 거냐고 얘기하지만 속으론 무지 고맙지. 힘도 나고. 우리 고모나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런 말을 가끔씩 해주시긴 했는데 그래도 나는 그것보다 많은 걸 바랐던 거 같아. 그런 거에 되게 목말라했던 것 같고.


칭찬이나 격려가 자신에게 부족한 상황인 건 스스로 알고 있고 여자 친구도 응원해준다고 했지만 스스로는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나는 그래서 글을 써. 일기는 일기대로 쓰고 나 혼자 쓰고 싶은 말들을 많이 쓰는 편이야. 별의별 글을 다 쓰는데 갑자기 생각나는 거도 막 노트에 적어놓고 그래. 스치는 기분 같은 것도. 사소한 것까지. 여자 친구랑 지내면서 즐겁고 이 시간이 너무 좋으니까 오늘 만나서 어떤 기분이 들었다 그런 것도 다 적어놓거든 핸드폰 메모에.


봐. (엄청 많네요?) 여자 친구랑 계속 만나고 있으니까. 만나면서 드는 생각이 맨날 똑같은 게 아니잖아. 이렇게 적어놓고 있었는데 여자 친구가 어쩌다 이걸 보게 됐어. 보여주려고 했던 건 아닌데 보고 나서 울더라. (감동해서?) 응ㅎㅎ 그래서 더 열심히 쓰게 되더라. 가끔씩 여자 친구가 체크해.


거짓말을 쓰는 건 아니죠?


거짓을 쓰는 건 아니야. (그럼 여자 친구랑 싸웠다. 그 기지배가 밉다. 이렇게 쓸 수도 있잖아요.) 그런 거는 섭섭했다고 쓰긴 쓰는데 마무리를 되게 좋게 써. 여자 친구가 나를 만나기로 해놓고 친구를 만났다 뭐 이런 상황이라면 아 내가 좀 더 잘해서 친구보다 나를 더 보고 싶게 해야지!! 뭐 이런 식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평소에도 살다 보면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있잖아. 안 좋은 날엔 일기를 좀 미화시켜. 기억을 좀 조작한다고 할까.그걸 내가 글로 써놓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사실 그때 안 좋았던 일이 잘 기억이 안 나. 근데 이걸 다시 켜보면 좋은 일이 쓰여있는 거지. 보고선 ‘아 나 이 날 좋았구나?’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 나쁜 얘기도 쓰여있어.


많은 분들이 그렇겠지만 너님도 머릿속 키워드로 행복을 꼽으셨어요.


나는 되게 행복하고 싶은데. (지금은 어떤데요?) 행복하지. 지금도 행복한데. 내가 지금은 학생이라서 이렇게 살아도 행복한데 만약에 더 이상 학생이 아니고 직업이 없다면 이 행복이 얼마나 갈까 이런 생각도 있고. 어쨌든 살아가려면 인간인 이상 뭔가를 해야 하니까. 그 뭔가를 하려면 이왕이면 좋은 거 하는 게 좋잖아. 그래서 고민이 되는 거야. 이제 어리다고 하기엔... 물론 아직 어리지만 또 그렇게 어린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지.


그래서 요즘 행동으로 옮겨보자 하는 게 있나요?


일단 지금은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하고 있어. 그리고 내가 외국어 공부를 좋아해서 복학하기 전에 스페인어에 잠깐 손댔었단 말이야. 내가 카투사에 있으면서 가장 친했던 친구가 남미 출신인데 걔랑 친해서 아직도 연락하거든. 내가 나중에 스페인어 공부해가지고 나랑 스페인어로 얘기하자고 했더니 공부하래.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래. 그래서 공부하면서 카톡 보내서 모르는 거 물어보기도 했는데 문법 관련해서 물어보면 당연히 설명 못 하더라. “그냥 그런 건데?”라면서. 그래서 그런 부분은 도움 안 돼. 아무튼 스패니쉬 어렵더라. 영어공부도 그렇지만 열심히 하면 늘겠지.


나 영어 되게 못했거든. 고등학교 때도 영어시험 다 풀어본 적이 없어. 그럴 정도로 많이 못했는데 영어 공부 많이 하니까 는 것 같아. 고등학생 영어 과외도 했었는데 너무 쉽더라고. 아 내가 고등학생 때는 왜 이걸 못 풀었을까 싶을 정도로. 걔 모의고사 준비할 때 나도 미리 모의고사를 풀어보는데 듣기 속도가 너무 느려가지고 책상에 발 올리고 들어도 다 들리는 거야. 그땐 죽어라 들으려 해도 하나도 안 들렸는데 이젠 입에 과자를 씹고 있는데도 귀에 다 들리는 거야. 다 푸니까 20~30분이 남더라고. 그래서 아 공부를 하니까 진짜 이만큼 되는구나 싶어서 나 스스로 성취감 때문에 무지 뿌듯했어. 아 영어 되게 못했는데.


이번에 복학했다고 들었는데 학교생활은 어떠세요?


딱히 재미가 있고 그런 건 아닌데 빨리 사회로 나가고 싶어. 돈이 필요해 난. 빨리 돈 모아서 솔직히 결혼을 좀 빨리하고 싶어.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단란한 가정을 빨리 꾸리고 싶어. 솔직히 말하면 난 그게 내 인생의 다른 궁극적인 목표보다 먼저야. 사랑이 넘치는 가정.


가정적인 남자가 되시겠네요.


난 졸라 자상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터뷰 너무 하고 싶었어. 얘기하는 거 너무 좋아하거든.


네 오늘은 얘기 너무 많이 하신 것 같아요. 저희 회사가 하는 일에 대한 욕이나 칭찬해주시고 저리 비켜 주세요.


난 너님이 하는 일에 대해 되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야. 개인적으로 글 쓰는 걸 좋아해서 더. 재밌게 읽어서 좋았어. 하고 싶은 활동하는 게 부럽네. 얘기 듣고 글 쓰고.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거든. 그걸 아우르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멋있고 부럽기도 하고. 한자리 있으면 나도 좀 껴줄 수 있나?




밍깨인터뷰.jpg 언젠가는 구글의 메인만큼 깔끔한 인터뷰를 쓰는 날이...



우리가 모든 게 이뤄질 거라 믿었던 그 날은
어느 새 손에 닿을 만큼이나 다가왔는데
그렇게 바랐던 그 때 그 마음을 너는 기억할까
이룰 수 없는 꿈만 꾸던 2009년의 시간들

- 브로콜리너마저의 <2009년의 우리들> 中

2016년 4월 9일 토요일 제주 하얏트호텔 주차장에서 나는 결혼한다.

라고 2009년의 나에게 약속했었다. 7년이라는 시간이 그 때의 나에겐 꽤나 여유로워 보였는데 시간은 자꾸만 흘러서 ‘약속의 날’이 이젠 1년도 안 남았다. 물론 나도 대한민국 땅에서 스물 여섯에 결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던 건 아니지만 왠지 그 나이가 되면 결혼해도 될 만큼 자라있을 것만 같아서 괜히 자신은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빌어드실 신부가 없음)때문에 위태로운 꿈이 되어버렸지만 시간이 아직 남아있어서 여전히 자신 있다. 유난히 확신타령을 해대시는 인터뷰이에게 확신은 어디서 떨어지는 물건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 확신은 나 자신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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