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브사커

개똥같은 인터뷰 #27

by 태희킷이지
개똥같은_인터뷰_로고(흰).jpg

https://youtu.be/7-7knsP2n5w


2006년 상암 월드컵 경기장. 금발을 귀 뒤로 넘기던 50번 선수가 발로 가볍게 공을 튀겨 손에 집어 든다. 코너 플래그에 공을 내려놓는 순간 붉은 색 서포터즈 석에는 북소리가 내 심장마냥 쿵쾅 거린다. 약속이나 한 듯 이곳저곳에서 터지는 쌩 목소리에 내 오른쪽 어깨가 움찔한다.

“I love Ricaldo! Goal! Goal! Goal! Goal!"

유니폼에 응원수건까지 둘러맨 수호신들이 관자놀이에 핏대를 세워가며 부르던 단순한 그 응원가는 코너 플래그에서 발사된 공이 상대 수비수의 머리를 넘길 때까지 반복됐고 몇 차례 비명으로 이어지더니 마침내 4년 전쯤 들었던 것 같은 함성으로 바뀌었다. 나는 솔직히 어떻게 골이 들어갔는지 전혀 보지 못 했지만 미치도록 좋아라하는 이 공간의 분위기가 좋았고 몇 차례 정신없이 하이파이브를 하더니 갑자기 약 2초간 껴안아준 옆자리 누나가 좋았다.(처음 보는 사람임;;)

아 이 얘기를 하려고 한 건 아닌데 그 누나는 되게 이뻤고 하여튼 그래서 축구가 좋았다.
불순한 나와 달리 무척이나 순수한 마음으로 축구를 사랑하는 너님과 그냥 축구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라고 했지만 사실 축구말고 너님 얘기를 듣고 싶었다. 어차피 축구얘긴 들어도 몰라요 난.




녹음을 좀 할 거예요. 불쾌하시지 않는다면.


악용하진 않죠??


네네 평소엔 그럴 건데 세상이 영 내 맘대로 안 될 땐 어떻게 될지 몰라요. 인터뷰 전에 걱정을 많이 하신 걸로 아는데 제 원칙대로 익명으로 진행되고요. 인터뷰를 작성하고 최종원고를 보내드리면 그때 너님 마음대로 검열을 하시면 됩니다. 참 쉽죠? 그나저나 여태 내가 이렇게까지 집착했던 인터뷰이는 너님이 처음이에요. 자꾸 간만보고 인터뷰를 안 하니까.


너님이 연락을 안 해요. 자기가 필요할 때만 하고.


상당히 어이없네. ㅡㅡ 너님은 지난 2014년 5월 29일에 첫 인터뷰 신청을 해주셨어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맞이해 (브라질 월드컵 전이었음) 축구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쏟아내고 싶으셨는지 인터뷰 신청을 해주셨다가 바쁘다고 연락을 끊으셨어요. 그리고 한 달 뒤였나 제가 다시 한 번 ‘인터뷰 언제쯤 할까요?’ 하니까. 정확히 “몰라 XX” 이라고 친절한 답장을 해주셨어요. 기억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정합니다.


지난 5월 29일 자기소개를 쓰셨을 당시와 한 달 뒤 저에게 “몰라 XX”을 외쳤을 때의 심경변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이제 제 나이가 스물다섯입니다. 태어나서 월드컵이라고는 94년, 98년, 02년, 06년, 10년, 14년 밖에 없었는데 94년은 기억도 안 나고 98년은 초등학교 1학년 때에요. 뭘 안다고 새벽에 일어나서 조금 보긴 했지만 제대로 못 봤죠. 4년에 한 번에 오는 월드컵이기 때문에 이전 대회들과 같이 역시 엄청난 기대를 했어요. 올림픽에서 성과도 내고 선수 때부터 범접할 수 없는 많은 업적을 이룬 홍명보 감독이었기 때문에 더욱요. 원래 월드컵 끝나고 열심히 영어공부도 하려 했는데 오히려 모든 것을 접어버리게 됐어요. 그 이유는 뭐... 너무나 큰 실망. 아 뭐 사실 러시아전, 벨기에전은 만족스러웠어요.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우리의 준비상태나 실력치고는 잘했어요. 그러나 왜 알제리전 분석은 안 했는지 의문스럽죠. 아예 안 했어요. 아예.


그렇게 티가 날 정도였나요?


티가 나는 것뿐만 아니라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그렇게 밝혔어요. 분석을 아예 안했다고. 상대 선발선수가 누군지도 모르고. (깔보다가 된통 당했다는 건가요?) 완전. 알제리가 지난 월드컵만 해도 한국한테 딱 잡아먹히기 좋을 스타일의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부터 바뀌었어요. 뭐랄까 원래는 완벽하지 못한 개인기에 취약한 조직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현재 일본 국가대표 감독인 바히드 할리호지치가 아주 한국의 약점을 제대로 팠더라고요. 높은 수비라인, 센터백의 느린 발. 개인기의 취약한 신체조건. 이번에 알제리는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거든요. 다수의 축구전문가들이 ‘러시아, 벨기에보다 무서운 상대가 알제리다.’라고 이야기했지만 솔직히 저도 거기에 동의하지는 않았어요. 알제리정도면 ㅈ밥이라고, 지난 월드컵에서 보여준 걸 보면 우리가2:0정도로 잡을 수 있는 상대라고 봤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엄청 잘하더라고요. 알제리전 경기를 보고 멘붕이 와서 월드컵 이후 먹는 걸 좋아하는 저도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충격이 왔어요. 당시 뜨겁게 논란이 됐던 건 축구경기뿐만 아니라 홍명보의 자기새끼 챙기기, 이른바 의리엔트리와 귀국전날 음주 후 신나게 춤을 추는 뒤풀이도 있었죠.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회자되는 것조차 안타까운 정성룡 선수의 SNS 퐈이아♥ 사건까지. 정말 그 팀을 응원했던 한 국민으로서 너무 섭섭했습니다.


사실 월드컵 이전에는 굉장히 들떠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 달 새 급격한 심경변화를 겪으셨나 봐요.ㅠㅠ


한국축구에 대한 실망이죠. 망했다 싶은. 다행인건 웃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가 아시아 네 개팀 중 가장 성적이 좋았어요. 하하하하하. 우리나라 조 편성이 가장 좋았고. 나머지 팀들은 안 좋았지만 뭐... 아시아 팀이 부진했던 이유를 경기장이 지구 정반대여서 그렇다는 하는 얘기도 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정반대가 브라질이 있는 남미라고 하잖아요. 근데 한일월드컵에서 브라질은 우승을 했단 말이에요. 결국 실력차이가 난다는 거예요. 남미의 대부분 팀들. 우루과이,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콜롬비아를 상대로 만나면 한국은 끝나요. 탄력 있으면서 헛다리 잘 되는 나라한테 한국이 취약하거든요.


착실히 준비해서 다음 러시아, 카타르 월드컵에서 잘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우리나라가 월드컵 4년 주기로 잘했다 못했다 하기 때문에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뭔가 기대가 돼요. 슈틸리케와 함께! 신태용 수석코치와 함께! 여러 어린 선수들의 전성기가 딱 맞아 떨어지고! 부상만 없으면! 미리 말씀드리지만, 사실 속단하긴 일러요. 2017년은 되어야 대강의 예상성적과, 대강의 예상엔트리를 알 수 있을 뿐이죠.


2018 러시아 월드컵의 핵심선수를 꼽아주신다면?


지금은 물론 3년 뒤에도 핵심은 당연히 기성용이고 손흥민도 역시 빼놓을 순 없죠. 거기에 이승우 같은 어린 선수가 가세하면...근데 우리나라의 문제는 노장이 없더라고요. 그때 되면 그나마 기성용을 노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33, 34세 되는 선수가 팀에 한 두명 있어서 좀 혼내고 해야 되는데....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 곽태휘가 그 역할로 왔는데 자기도 못 하는 바람에 화 한 번 내보지 못하고 돌아왔죠(냈을지도 모르지만). 군기를 못 잡았다고 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차두리선수가 김창수 선수 대신 승선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요.


이번 월드컵 기간에는 KBS N 스포츠 였나요. 거기서 월드컵 서포터즈인가 뭐 하신 걸로...


상당히 실망인데.... MBC임.


죄송해요 제가 KBS N 스포츠 아나운서를 좋아해서요. 사랑해요 윤태진.


자랑은 아닌데 수많은 지원자 중에 제가 시험도 보고 면접도 보고 페이스 북 검열까지 받아서 최종 8명 안에 들

어갔어요. (그게 자랑인데요) MBC 월드컵 서포터즈라고 게임 시작하기 전에 올라오는 자료들 있잖아요. ‘루니가 현재 690분 무득점이다.’ 뭐 이런 거 조사해서 실제로 자막에 넣고 피디님, 작가님들 도와서 ‘월드컵은 네모다’ 이런 거 함께 만들었어요. 아 근데 방송국 무섭더라고요. 빡세고. 방송사고가 1초라도 나면 좀 분위기 안 좋아지고. 아무도 안 볼 것 같은 그 시간 방송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었어요. 어쨌든 저는 방송국에서 월드컵 전 경기를 다 보게 됐는데 하필 시차가 정 반대라서 고생을 하긴 했죠. 낮밤 바뀌고 그렇게 고생하면 살이 빠진다고 피디님이 그랬는데, 저는 살 제대로 찌던데요? 야식 시켜주고 축구보고, 정신없이 행복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경기를 보기 위해 새벽에 방송국에 가는 거??


밤 아홉시쯤 출근해서 아침 아홉시쯤 퇴근하고 바로 또 자고. 다시 여의도가고. 여의도 MBC 마지막 시절이에요.... 상암 MBC 가기 전에. 멀긴 했어도 괜찮았어요. 활동비도 짭짤하게 받고. (얼마정도?) 자세히는 세보지 않았어요. 그냥 출근하는 게 재밌기도 하고 신나기도 했어서. 최저시급보다 1.5배에서 2배는 받은 거 같아요. 밥도 챙겨주시고 해서 고마웠는데..... 알제리전도 거기서 봤죠. 전반 끝나고 형이랑 통화를 하는데 서로 10분간 아무 말도 하지 못 했어요. 어떡하냐 제대로 망했다 싶었죠. 이 참담한 심정은 98월드컵 멕시코, 네덜란드 전 이후 처음이었어요.


아 참고로 최고로 열뻗쳤던 경기는 06년 스위스전이구요. 아무튼 러시아, 벨기에 전은 우리 잘했어요. 러시아전에서 이근호의 뽀록 골이 들어갈 때만해도 아 홍명보 정말 운장(運將)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근데 운은 사실 월드컵 조 추첨 날부터 좋았어요. 아시아 팀이 추첨 순서가 가장 나중이라서 각 조의 마지막 퍼즐을 채우는 건데 한국이 끝까지 안 나오더라고요. 마지막엔 한국과 미국이 남았어요. G조에는 독일, 포르투갈, 가나가 있었고 H조에는 러시아, 벨기에, 알제리가 있었는데 다행히 H조에 간 거죠. G조에 갔다면 누가봐도 더 큰 학살을 당했을텐데... 브라질을 7대1로 이기는 독일인데 한국은 또 어떻게 됐을까요. 미국이 G조에 나오는 순간 홍명보는 정말 운장(運將)이다. 운이 많은 장수라고 하죠. 그땐 진짜 됐다 싶었는데..


월드컵 끝나고 인터뷰에서 ‘좋은 경험이 되었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지금 할 소리입니까. 이 발언에 대해 KBS 이영표 해설위원은 ‘월드컵은 배우는 곳이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었어요. 또 그 와중에 김보경 선수는 이런 인터뷰를 합니다. ‘2015 아시안 컵을 위한 많은 배움이 되었다.’ 아니 지금 당신이 뽑힐지 안 뽑힐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무슨 아시안 컵!! 역시 그는 슈틸리케가 이끄는 아시안 컵 명단에 없었습니다. 그만큼 자기네들이 특권의식이 있었다는 거예요. 감독이 홍명보인 이상 자신은 국가대표에 들어오겠다는 거죠. 사실 브라질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영상이 교민에 의해 공개되지 않았더라면 홍명보가 적어도 아시안 컵까지 감독을 하기로 되어있었어요. 사실 공개 되고도 허정무씨께서 무조건 유임해야 된다고도 했구요. 그럼 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결과도 못 이뤘을 뿐더러 썩은 물갈이조차 되지 않았겠죠. 저는 그 교민이 한국축구를 살린... 축구역사에 있어서 오바를 살짝 보태면 안중근 의사정도의 위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귀국 행 비행기에 오르는데 정성룡의 파이어 사건이 터집니다 정성룡 선수 같은 경우 제가 봤을 때는 어렸을 때 다큐를 보기로도 (성남시절) 정말 정말 순수하고 착한선수이고. 열심히 하는 모습은 보기 좋은데 반응이 느립니다. 저도 반응이 느린 사람으로서 잘 알지만 키도 크고, 킥도 좋은데 국대급은 아닙니다. 특히 골문 앞에서 가끔 주저앉는 모습.. 2010년 월드컵부터 4년 동안 주전으로 나섰는데 수많은 경험치를 어디다 잃어버린 겁니까. 특히 알제리전 코너킥 실점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은 정말......


근데 축구를 진짜 많이 보면 그런 게 다 보여요? 누가 뭐가 약점인지. 장점이 뭔지.


제가 보는 것도 있고 남들 의견도 듣는데 딱 보면 알죠. 제 친구들이 저한테 같이 치맥 먹으면서 한국 국대 경기보자고 요청을 많이 하는데 미안하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면 몰라도 저는 집에서 모든 소음을 없애고 봅니다.물론 치맥도 하지 않습니다. 축구시청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닭다리를 드는 순간 이미 제 시선이 내려가잖아요. (ㅁㅊ 패스 하나하나까지 봐요?) 완벽히 90분을 보기 위해 노력하죠. 모든 걸 다 제쳐놓고.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직관을 하지 않는 이상 저랑 한국축구를 같이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저는 완벽하게 보는 게 재밌어서요.


그리고 국가대표라고 하면 성인 국가대표뿐만 아니라 연령별로 17세, 20세, 올림픽, 23세도 있는데 그런 경기도 꼼꼼하게 보면 재밌어요. 요즘 청춘FC라는 프로그램을 하는데 거기 나오는 사람들도 진짜 잘하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러니까 대표로 뽑힌 사람들은 진짜 축구의 신이죠. 공부하는 사람들로 따지면 고시 같은 걸 가볍게 통과한 사람들 수준인데. 그 대단한 사람들의 특성하나하나보고 응원하는 거 재밌잖아요. 제 롤모델이 연예인 김흥국씨에요. 축구장에서 응원하고 소리 지르고 방송활동까지. 가진 능력에 비해 잘나가는 것 같아서 정말 부러워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은데... 그게 능력이겠죠. (방송에도 관심있음여?) 방송인으로 성공하기보다는 성공을 해서 방송인으로 출연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요즘 나오는 백종원씨 처럼요. 저는 방송인으로 성공할 그릇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이뤄놓은 다른 분야가 있고 그걸 이용해서 출연했으면 좋겠는데. 그럼 재밌게 할 자신 있거든요. 짤려도 걱정없을 거고.


알제리전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해주셨는데 저는 월드컵을 안 봤어요. 결국 문책성 사퇴를 한 감독으로서 홍명보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홍명보 감독은 올림픽 감독으로서는 100점이었어요. 올림픽 예선이랑 월드컵 예선이 겹치게 되는데 그럼 선수도 겹쳐요. 23세 이하 선수들이 국대급으로 잘하니까. 국대 감독이든 올대 감독이든 좋은 선수는 자기가 쓰고 싶은 건 당연하데 홍명보가 대승적 차원에서 조광래, 최강희 감독에게 배려를 해줍니다. ‘국대를 먼저 뽑아라. 자신은 알아서 예선을 치루겠다.’ 그래서 좋은 선수들은 국가대표 올라가고 자기는 또 발굴하고 키워서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3등까지 기록한 거죠. 배려도 좋고 좋은 성적을 낸 것도 대단하지만 국가대표팀 감독으로는 빵점이죠.


알제리 전에서 한국이 실점하는 장면을 보면 홍명보 감독은 털썩털썩 주저앉아요. 선수들에게 전략을 이야기하고 소리 지르고 정신 차리라고 해야 하는데 자신도 놀랬죠. 털썩 주저 앉은 채 별다른 지시 없이 박주영 집착의 끝을 보여줍니다. 별로 준비가 없었어요. 선수들도 인정했고 축구협회 문서에도 이렇게 나와 있고요.

그리고 우리나라 주치의가 담당하는 의학적인 문제도 컸다고 봅니다. 브라질 가기 전에 접종도 받고 그랬는데 그게 미국에서 맞았는데, 타이밍이 안 맞는 바람에 고열도 나고 선수들 몸 관리가 잘 안돼서 평소보다 못 한 거예요. 마이애미에 캠프를 차렸는데 그곳은 또 너무 더워서 에어컨 틀고 자다가 몸관리에 실패했다는 얘기도 있고.. 브라질은 당시 남반구라 겨울이고, 여러모로 엇박자가 났죠. 이제 와서야 선수들이 밝혔지만 당시 중앙수비수 조합이었던 김영권, 홍정호 선수는 둘 다 부상이 있었다고 지금에서야 밝혔습니다. 근데도 홍명보 감독은 그 둘을 선발로 썼죠. 붕대로 칭칭 감은 선수들을요. 그러니까 지는 거예요.


자리를 대신 할 선수가 없었나요?


곽태휘, 황석호 선수가 센터백 자원인데 그들을 믿을 수가 없었던 거죠. 왜냐면 황석호는 팀에서 주전으로 뛰지도 못 했고 대표팀 경기를 많이 뛰지도 못했는데 러시아 전에 긴급 교체투입이 됩니다. 홍정호가 쥐가 나서 급하게 교체가 됐어요. 황석호는 들어가자마자 치명적인 실수로 동점골을 내줍니다. 그때부터 황석호는 X표가 쳐졌고 곽태휘는 가나와의 평가전부터 X표가 쳐져 있었고요. 그래서 부상이 있어도 김영권, 홍정호 그 둘을 믿어보자 했던 거예요. 그 둘은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쭉 호흡을 맞춰오는데도 불구하고 성격이 둘 다 비슷해서 완벽한 조합은 아니었어요. 한 명이 돌격해서 수비하면 한 명은 뒤로 빠져서 막아줘야 하는데 둘 다 똑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바람에... 둘 중 하나와 곽태휘 선수가 함께 나오면 조합이 잘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둘을 동시에 쓰는 건 쥐약이었거든요. 그래도 걔네를 계속 믿었던 거죠. 홍명보는 그럴만도 한 게 여태껏 자기가 믿었던 걸 계속 밀어붙이면서 실패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저는 이해합니다. 자기 생각이 항상 옳았고, 자기가 항상 맞았고,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3위라는 역대급 성적도 냈으니까요.


제 생각에 가장 잘못한 건 축구협횐데 어떻게 프로팀 감독을 한 달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을 한 나라의 국가대표 감독을 세워서....그 사람이 뭘 알겠어요. 전략은 4-2-3-1 밖에 없고 교체도 항상 똑같아요. 박주영 빼고 지동원 넣고, 구자철 빼고 김보경 넣고. 정말 신물이 납니다. 당시 굉장히 잘하던 남태희, 이명주를 왜 데려가지 않았는지.. 물론 둘 다 슈틸리케호의 명단에서 탈락하고 말았네요. 그의 눈이 정확한 것 일 수도 있지만, 당시 폼이 좋던 그들을 제대로 된 실험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은 것은 아쉬울 따름이죠. 또 김창수는 왜 이렇게 신뢰했는지도 의문이에요. 뭐 다음 러시아 월드컵은 우리나라랑 시차도 좋거든요. 기대해봐야죠. 저는28살이니까 백수로 보진 않겠죠 설마. 백수로 보면 큰일 나는데.


백수여도 볼 거 아니에요?


봐야죠. 아 맞다 우리 월드컵을 못나갈 수 도 있다. ㅋㅋㅋㅋ 너무 배부른 소리하는데.. 일단 월드컵 나가고. 한국 그래도 잘하는 거예요. 일본 감독이 좀 무서워요. 할리호지치라고. 원래 알제리감독이었는데 그 사람이 한국 감독을 맡았더라면 정말 엄청난 팀이 됐을겁니다. 표방하는 축구가 완전히 우리 스타일이거든요. 아차, 다만 언론과 사이가 엉망진창인듯하여, 일본에서도 지금 문제가 꽤나 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 관점에서 보면 한국 또한 언론이 쉽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 감독은 까다로워요, 체지방 몇 퍼센트 넘으면 국가대표 탈락. 달리기 빨라야하고 압박, 체력. 그게 딱 한국 축군데. 아쉽게도 우리가 새 감독 찾고 있을 때는 터키의 프로팀 트라브존스포르 감독이었고 그래도 슈틸리케라는 훌륭한 감독이.....


슈틸리케 감독은 어떻게 보시나요?


제 생각에 슈틸리케는 조광래 같은 전략 전술형 스타일은 아니고 완전 관리자형의 감독 같아요. 물론 부임한지 10경기밖에 안됐는데 뭘 아느냐고 할 수도 있는데 상당히 틀이 단조롭고 공격 수비 전술적인 부분은 신태용 수석코치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어요. 대신에 선수단 관리나 인터뷰스킬, 선수 선발에 관해서는 굉장히 공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걸 보면 우리가 원하는 감독이 오긴 했죠. 그리고 2018년 월드컵이 끝나면 은퇴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배수의 진을 치고 하는 거니까 그때까지 멋진 성적을 내서 은퇴를 했으면 합니다.


현재 신태용 수석코치가 올림픽 대표 감독이자 국대 수석코치를 겸임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감독이 되면 한국축구가 또 한 번 일을 낼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어요. 신태용의 대한 역량은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서 한 번 지켜봐야죠. 물론 홍명보 전 감독같이 올림픽 성적이 이후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는 보장은 없지만요. 신태용 감독은 우리나라에 얼마 안 남은 전략형 감독이거든요. 이 사람이 감독 대행시절에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한 번 했었는데 기성용을 스리백 중간에 배치하고 전술을 희한하게 해가지고 아주 재밌는 경기를 했던 기억이 나요. 근데 너무 선수들하고 스스럼없이 지내기 때문에 팀 기강 면에서 약점이 있다고 평가받기도 해요. 성남을 한 번 우승 시키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타이틀까지 있었는데 선수단 기강이 해이해지면서 감독에서 물러났죠.


이건 축구팬들 사이에서 흘러나온 썰인데 신태용은 홍명보랑 친하지가 않다고 하네요. 사건의 발단은 96년 아시안 컵 8강 이란전이었어요. 신태용이 골을 넣어서 우리가 전반전 2:1로 앞서고 있었어요. 당시 감독이 무서운 호랑이 감독으로 유명한 박종환 감독이었는데 한 2년 전에도 성남에서 감독하다가 선수에게 주먹질을 때려서 해임되었어요. 어쨌든 그 경기 그 당시에도 폭력사건이 있어서 홍명보를 비롯한 몇 선수들이 열을 받았답니다. 그래서 태업을 했죠. 그 결과 후반전에만 5골을 먹고 6대2로 패배한 대참사가 일어납니다. 거기서 홍명보와 신태용은 완전히 갈라섰다는 얘기가 있어요. 신태용은 월드컵이 끝나고 홍명보를 신랄하게 비판했고요. 이번 감독교체와 맞물려서 축구협회라인(홍명보)이 아닌 비주류(신태용)의 시대가 온 것 같아서 지켜보고 싶어요.


신태용 감독은 선수 때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인가요?


K리그에서 미칠듯한 활약을 했죠. 그런데 미지의 라인의 영향이 있었는지? 실력부족인지? 국가대표로 잘 뽑히지 못했어요. 그게 쫌 찝찝하다 이거죠. 주류라인이 아직도 있었구나 싶은 거죠. 사실 홍명보가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라이센스가 필요했는데 축구협회의 도움으로 빠르게 취득하게 됩니다. 완전히 특혜를 받았죠. 완전 믿었던 거죠. 그가 항상 보여줬던 리더십과 카리스마에 대한 신뢰. 어릴 때부터 엄마가 말했어요. 홍명보만큼 카리스마 있고 멋있는 축구선수는 없다고.


아;; 어머니도 축구를 좋아하시는....?


아 뭐 그냥 국가대표만 누군지 아시는 정도. (그래도 스포츠에 관심 없는 여자들은 잘 모를텐데)온 가족이 스포츠 좋아해요. 야구랑 축구요. 그래서 저도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잘 하진 못하지만. 아빠도 챔피언스리그 결승하는 날 주무시기 전에 얘기하더라고요. 알람해 놨는데 혹시 모르니 깨우라고. 코파 아메리카도 같이 보고. 새벽에 그거 보고 멀쩡하게 출근을 하시더라고요. 형이랑 아빠는 부산 태생이기 때문에 롯데가 지면 집안 분위기가 상당히 안 좋아져요. 저는 서울 태생이라 엘지 팬이고,엄마는 충청도라서 옛날 OB, 두산 좋아하시고요. (스포츠 얘기만 해도 집이 재밌겠어요.) 그렇죠. 우리 집은 대화가 끊이질 않아요. 제가 밖에서 잘 안 놀고 집에서 노는 이유가 집에 있는 거 같아요. 집이 너무 웃기고 재밌으니까.


이정도 열정이면 자연스럽게 스포츠 관련 진로도 생각해보셨겠어여.


하고 싶은데. 길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대한 축구협회가 1번. 정말 가고 싶죠. (거기서 무슨 일을 하고 싶어요?) 그 안에 선수들 짐 챙기는 일부터 해서 직종은 많아요. 해설 쪽은 저도 경기를 보면서 마이크를 잡고 혼자 연습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안 되더라고요. 할 말이 없어서 어려워요. 이미 워낙 쟁쟁하신 분들도 많고 한 경기 한 경기 진짜 공들여 준비할 용기도 없고. 그리고 저는 돈 많이 벌어서 올림픽, 월드컵을 항상 찾아가는 팬이 되고 싶은 게 인생의 목표에요. 스포츠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저는 응원을 하고 싶을 뿐이지 꼭 업으로 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무슨 일을 하든 자신 있기도 하고.


아 물고기 장사! 너님 물고기에 환장하잖슴.


물고기 장사는 망했어요. 한국에서. 최근에 피라냐가 강원도에서 잡혔다는데. 하아.. 그거 사람이 풀어준 거거든요. 남미에 사는 그 물고기가 절대로 우리나라 저수지까지 헤엄쳐 올 수가 없어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키우던 물고기를 한강에 풀고, 저수지에 풀고 하는데 절대로 그러면 안 되거든요. 뭐 한강 같은 데는 큰 잉어들이 잡아먹지만 저수지 같은 데다 베스 이런 거 풀면 생태계 끝나요. 나름대로 그 사람들은 키울 순 없고 그렇다고 죽일 순 없으니까 버려주는 건데 그게 오히려 잘못된 거예요. MB정부 들어오면서 생태계의 위협문제가 대두되면서 대부분의 예쁘고 신기한 가재나 물고기 같은 것들은 완전히 수입이 중지됐어요.(지금은 수입이 거의 안 되는 거예요?) 못 생긴 거 밖에 없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키우기 쉽고 싼 거. 그래서 예쁜 가재 같은 경우엔 자가 번식으로만 아주 고가에 판매되고 있는데 근친교배기 때문에 얼마 못가서 죽어요. 하여튼 그 산업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죽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항관리는 취미로 해야죠. 지금 집에 어항이 세 개가 있는데 학교 다니면서 아침에 관리하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너님이 혼자 관리하는 건가요


우리가족은 다 싫어하니까요. 비린내 난다고 치워버리라고. 엄마가 나중에 니 집 사서 하래요. (개체 수는 얼마나 되나요?) 못 셉니다. 많아서. (그 정도로 많아요?) 아니 뭐 그냥 한 두 마리 대충 키우는 게 아니라 제대로 계속 새끼 받고 축양하는 거라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놈이죠.


분양도 해요?


아 제가 기르고 있는 건 분양할 수 없는 거예요. 너무 약하기 때문에 물이 조금만 바뀌어도 죽어요. 그래서 어려운 고기를 어떻게 건강하게 할까 연구를 많이 해요. 먹이조합도 생각하고요. 그래서 집에만 있는 거

예요. 너무 좋아요. 이런 생활. 집에 있을 때는 전화도 잘 안 받거든요. 친구들한테 좀 미안하긴 한데 집에선 전화기 충전기 꼽아놓고 그냥 이불에 덮어놔요. 밤에만 확인하고. 어차피 연락도 잘 안 와서 그냥 집에서 가족이랑 떠들고 컴퓨터하고 어항보고.


지금은 방학인데 하루 일과는 어떻게 돼요.


방학이니까 공부도 쪼금씩 하죠. 영어공부.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도 하는 거 같은데 남들이 더 잘하니까. 그것도 되게 잘하니까.근데 그 사람들이랑 싸워서 저도 취직해야하니까.


몰라 XX 외치고 돌연 잠적하신 뒤로 갑작스럽게 휴학까지 했잖아요. 그땐 뭐하심?


유럽갔어요. 가기 전에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더라고요. (연락드리니까 살 쪄서 졸라 못생겼다고 만나기 싫다고 하셨잖아요.) 얼굴은 항상 못 생겨서 그건 변명이에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유럽 간 거 말고는 집에 있었을 거예요. 그냥 귀찮잖아요. 그 때 어항 한창 늘렸던 거 같아요. 5개였나. 집도 좁은데 한 여름에 어항 많으면 집이 완전 싸우나 되거든요. 물이 증발하니까 습도가 높아지죠. 그래서 엄마한테 졸라 혼나고... 집에 재밌는 게 너무 많아요. 아빠가 이번에 플스4사서 MLB 한 번 하자고 해서 형이랑 플스방 가서 미리 해보고 왔는데 너무 어렵던데. 너무 어려워서 우리아빠 못할 거 같아요.


가족들과 공유되는 게 많네요.


가족들이랑 친한 게 밖에서 노는 걸 싫어하게 만든 거 같아요. 밖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술먹는 게 별 재미 없어요, 밖에 나가서 공차고 노는게 재밌지. 아 1주일에 한 번씩은 집 앞에 인조 잔디 깔린 중학교에서 축구해요. (동네친구들이랑?) 아니 혼자. 형이랑 하거나. 혼자 프리킥 때리면서 감을 잡는 거죠. 어차피 달리기가 느리니까 혼자 공을 놓고 차야 돼요. 전 공 주워오는 것만 해도 힘이 들거든요.


너님에겐 취미, 특히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되게 큰 영역인 거 같아요.


솔직히 고등학교 수능 이후 정말로 하기 싫은 공부를 하는 이유는 취직을 하기 위해서예요. 취직을 해서 돈을 벌고 싶은 이유는 취미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예요. 아, 물론 좋은 가정을 꾸리고 싶기도 하고. 진짜 좋은 가장 될 자신은 있거든요. 저는 큰 욕심 없어요. (그게 큰 욕심 같은데.) ㅋㅋㅋ 아까 말했듯이 돈 많이 벌어서 올림픽, 월드컵 보러 다니면서 살고 싶어요.


그리고 어항, 음, 미래에 제 집이 생기면 보여드릴게요. 집 문을 열면 가로 180cm 되는 큰 어항 하나가 똭. 멋진 물고기 큰 거 하나 똭. (아 아마존에 사는 애?) ㅇㅇ 그런 거. 이젠 자잘하게 많이 키우는 게 힘들더라고요. 시간이 부족하다보니까 미안하기도 하고.새끼 낳으면 자꾸 부모가 잡아먹기 때문에 일일이 분리 해줘야하고. 그건 할 일이 별로 없고 돈이 많을 때나 할 수 있지. 바빠지면 관리할 시간이 없어요.


축구도 혼자하고 어항도 혼자 관리하는 걸 보면 너님은 친구가 많이 필요 없는 사람임?


친구 좋죠. 같이 놀면 재밌고. 근데 어차피 저를 그렇게 많이 필요로 하는 친구도 없고. ㅋㅋㅋ 저도 그렇게 목숨걸만한 친구가 몇 명 없는데.. 그렇게 살아왔어요. 그냥 재미없게. 얕은 친구는 많죠. 이번에 제가 운영하는 페이스 북 페이지에 친구 초대하다가 느낀 게 ‘하아.. 내가 얘네한테 평소엔 연락 한 번도 안 했으면서 무슨 염치로 좋아요 눌러달라고 초대를 보내나...’ 민망해서 글까지 올렸어요. 초대를 보내서 죄송하다고. 제가 다른 건 모르겠는데 집에서 예절은 일본인에 버금갈 정도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길가다 부딪혀도 무조건 내가 잘못했다고 해요. (나한테는 예의 없잖아요.) 뻐큐다.


자기검열을 꽤나 생활화하시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너님이 예의와 겸손을 넘어선 자기검열을 하시는 것 같아요.


어우 정확해. 예의와 겸손은 아무리해도 끝이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섣불리 말 놓는 것도 잘 못해가지고. 좀 답답할 때도 있어요.


근데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너님을 좋아하는 친구들도 연락을 하기 어려워 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절대 동감합니다. 너무 내 자신을 이렇게 막. 아 뭐라고 해야 하지. 높게 평가되는 게 되게 불편해서.. 집에서 받은 교육의 가장 큰 단점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게 부탁을 안 하고 잘 못 해요. ‘내가 하면 되는데 왜 부탁을 해.’ 이런 생각 때문에 부탁 같은 걸 받는 친구 입장에서는 ‘아 나를 못 믿나?’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근데 못 믿는 거 맞아요.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내가 마음 편하게, 완벽하게 하는 게 낫지. 성격이 좀 꼼꼼해가지고. (강박증?) 집에서는 결벽증도 되게 심해요. 예전에 노홍철 집이 TV에 나왔었는데 그 사람 냉장고에 줄 세워 놓거든요. 음료수 이름 보이게. 저도 좀 그런 면이 있어요. 집에서 지금 장보기랑 청소나 빨래 이런 거 다 제가 하는데. 수건 같은 거 누가 대충 개놓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제가 방향 맞춰서 다시 접어놔요. 조금이라도 비뚤어지는 거 되게 싫어해서... 냉장고 정리도 한 번 다 엎어서 하고요. 아 이거 약간 또라이 같이 비춰질까봐 무섭다.


여행 갈 때는요?


여행 갈 때 뭐가 문제지? (여행 가면 평소보다 정리되지 않은 상태가 보이기 마련이잖아요.) 여행에 어디가 정리가 안 되어있지?호텔에서 막 가방 아무렇게나 열어놓고? (설마 거기서도 정리해요;;?) 하지. 씻고 나와서 다음 날 옷 입을 거 빼서 다 개놓고. 매일 빨래해서 널어놓고. 나 빨래 되게 좋아해가지고.ㅎㅎ


형도 그러심?


형은 나보단 더럽지(?). 나도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원래 안 그랬는데. 옛날에 우리 아빠가 차탈 때 모래 묻으면 차에 신문지를 꼭 깔았어요. 그땐 아 너무한 거 아닌가. 차가 무슨 대수라고. 뭐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나는 내 차가 생기면 철저하게 신문지 깔고 쓸 거예요. 아 그리고 냄새나는 것도 되게 싫어해요. 지금 계속 말하다보니까 성격이 완전 결벽증 또라이 같네. 저도 예전엔 집에 들어오면 옷 침대 옆에 벗어놓고 다음날 그대로 입고 가고 그랬는데. 이젠 항상 옷걸이에 걸어야 하고. 옷걸이도 항상 다 똑같은 방향으로. 아 난 미쳤나봐요.


군대에서 맞은 거 아니에요?


군대에서 아무도 이런 거 안 시켰는데 빨래도 무조건 자주 자주하고 섬유유연제 싸악 비율 맞춰서 넣고. 엄마는 엄청 좋아하죠.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 이런 것도 내가 다 하거든요. 아 또 피해주는 거 싫어해서 새벽에 해요. 음식물 쓰레기 들고 가끔 사람 많은 엘리베이터 타면 되게 민망하잖아요. 냄새 때문에 미안하고. 그래서 주로 밤이나 새벽에 나가서 버리고 와요. 피해주는 거 되게 싫어하고 나 자신이 막 나대는 것도 되게 싫어해서 사람들 여럿 모이면 조용해요. 이제 어디가도 나이 많은 편이라 주도를 하고 그래야하는데..


그 마인드가 예의 있어 보이는 건 맞는데 도통 속을 알 수 없다는 식의 반응도 있을 거 같아요.


그래도 술 먹으면 조금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근데 술 마셔도 필름 끊기도록 마셔본 적은 없어요. 검열을 해야 하니까. 아직도 누구한테도, 가족한테도 내 모든 속을 털어놓은 적이 없어요. 친구도 친구 일뿐이지 내 모든 걸 털어놓기는 싫어요. 그래서 잠꼬대를 심하게 하나 봐요. 지금 이 자리에서 제일 많이 내뱉은 거 같아요. 생각해보면 누구한테도 고민을 털어놓거나 그런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닥 숨길 것도 없는데.


한번은 카톡 친구목록 보다가 그런 생각도 했어요. 내가 결혼식 하면 이 사람들이 하객으로 올까? 예전에는 많이 올 거라 생각했어요. 진짜 신부 쪽이 초라해지지 않을까 걱정 될 정도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제는 스무 명, 열명 남짓....? 가족끼리..어릴 땐 내 이름이 어디 붙어있는 것도 되게 뿌듯하고 졸라 좋았는데 이제는 그냥 조용히 있고 싶달까. 위축됐어. 이상하게 그런 삶이 더 행복하거든.


행복이라는 말에 굳이 위축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붙여야겠어요?


이게 더 안 좋은 거 아닌가. 혼자 있고 조용한 게.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긴 하겠지만. 뭔가 나한테는 나대는 삶이 더 우월한 것처럼 보여서 부럽지. 적극적이고 활동적이고 친구들한테 먼저 연락하는 사람. 나도 연락하고 싶은데. 그런 생각은 항상 대전제로 깔려있는데 막상 하려고하면 내가 무슨 얘길 해? 얘는 나랑 통화하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겁먹는 거 같기도 한데.) 친구한테 부재중 전화 와 있으면 고마운데 거의 못 받으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보통 밤에 확인하는데 예의상 밤에는 전화 못하잖아.그래서 내일 전화하겠다고 문자만 남기게 되고. 근데 전화 왔던 사람들한테는 정말 다음날 하기는 해. 전화 못 받는 거는 정말 예의 없어 보여서.


억지로 전화할 필요는 없지만 내가 받은 고마운 감정을 다른 친구한테도 줄 수 있는 건 되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전화를 하는 게 나처럼 고마운 사람이 있겠지만 ‘얘 뭐야’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충분히 단단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다르겠죠.) 근데 그런 사람이 점점 줄어요.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막상 사람만나면 고쳐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드는데. 접점이 적은 사람한테 연락을 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좋은 사람을 알게 되는 건 좋은데 내가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 연락하면 귀찮아할까 봐. 남이 나 때문에 귀찮아하는 건 싫잖아요. 아 그래도 여자면 좋아. 카톡하면 신나니까. (아 그건 나도 그래요 ㄲㄲㄲ)


그래도 너님을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섭섭한 마음도 있을 거 같아요.


“너 나랑 안 친하지.” 이런 말 많이 들어요. 그렇다고 안 하던 연락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난 맘에 드는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그냥 잠적하고 싶어. 그 사람한테만 잘해주면 되지. 그런데 이런 생각도 맘에 쏙 안 드는 걸 보면 내 머릿속에 있는 이상적인 모습은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친구랑 연락도 잘 하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삶도 부럽지. 근데 이기적인 마음에 친구도 좋지만 나를 잃을 만큼 너무 바쁘진 않았으면 좋겠고 뭐 그런 거지.


다들 그 균형점에서 고민하고 살겠죠. 여튼 결혼 이후엔 잠적하실 분을 이렇게 인터뷰로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근데 아 내가 뭔데 홍명보를 평가하고 대한민국 축구를 진단했지요?ㅠㅠ


ㅁㅊ;; 깔 거 다 까놓고. 돈 많이 벌어라. 홍명보가 고소하면 난 녹취파일 넘기고 잠적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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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설과 추석이 다가오면 보유한 관계의 유통기한 좀 늘려보겠다고 무척 애를 쓰는 편이다. (나만 그런 건 아니길 바람...) ㄱ부터 ㅎ까지 쉴새 없이 카톡을 날리다보면, 최근 보낸 메시지가 지난 명절에 보낸 안부메시지인 민망한 상황을 마주해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관계유지를 위해 힘쓰는 게 인간으로서 당연하다 생각하다가도 관계가 유발하는 이런 저런 스트레스로부터 소중한 나를 보호하기 위해 애써 맺은 관계들을 다 놓아버리고 싶은 생각도 드는 건 사실이다. 차라리 둘 중 한 상태가 꾸준히 유지된다면 덜 어려울 것 같은데 상황에 따라 경계를 이리저리 넘나드는 내 마음 때문에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때마다 선뜻 내 마음 가는 대로 했다간 후회할 내 모습이 너무 선명하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너님에게 관계라는 이름으로 내가 가져다주는 무게를 좀 덜어주고 싶다.

“무리하지 말고 지금처럼 이따금씩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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