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주니어

개똥같은 인터뷰 #28

by 태희킷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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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5CxlB34EzSM


남들은 하반기 취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일주일에 딱 두 번 학교에 나온대여. 태생적으로 자신 있어 보이는 어깨는 오늘따라 더 널찍한 듯해여. 입으로는 떨어질 것 같다고 하면서도 (본인은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라고 했다고 주장하지만 여튼) 약간 실실댈 때부터 수상했는데 미생 주니어가 되어 나타났어여. 인터뷰 장소를 물색하던 중 혹시 자주 가는 카페가 있느냐고 물었어여.자연스럽게 계열사 프랜차이즈 카페로 안내를 해여. 적립은 자신이 하겠대여. 거참 충성심 보소.




아 인터뷰 왜 또 신청했어요.


그간 저에게 많은 성장과 시련, 고통이 있었기 때문에....


신청서엔 그냥 요즘 논다고 하셨는데;; 뭐 하고 노심?


요즘은 고상하게 카페에 가서 책 읽어요. 집에 있으면 잘 집중이 안 되기도 하고 제가 커피를 좋아하기도 해서요. 아이패드로 그냥 인터넷도 좀 하긴 하는데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집에 있으면 뭐 하는데요?


자꾸 침대에 눕더라고요 침대에. 보통 카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책 읽는 걸 이해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저는 오히려 너무 조용한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약간의 소음이 있는 환경을 선호했어요. 분위기나 온도 같은 것도 카페에서는 일정하게 시원하게 유지가 되니까 좋죠. 그래서 집중할 수 있는 카페에 많이 가고요. 여행을 준비도 하고 있어요.


카페에 갈 여유, 여행 준비를 할 여유가 생기신 게 다 직장을 구해서 생긴 여유로움이 아닐까 싶어요.


기쁜 상황인 동시에 ‘이게 정말 내 젊음에서 마지막 여유겠구나.’ 싶어요. 물론 나중에 나이가 들면 여유가 생기겠지만 젊음을 가진 여유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얘기를 회사 선배님들도 되게 많이 해주셨거든요. ‘최대한 많이 놀아라. 빚을 내서라도 여행을 가라.’라는 얘기도 많이 듣고 스스로도 좀 그렇게 느꼈어요. 사실 이렇게 시간이 남는 건 되게 축복이라 생각을 하는데 동시에 뭔가 마지막이라는 느낌에 아쉬운 건 있어요.


마지막 잎새 같은?


ㄴㄴ 그건 아니에요.


지난 인터뷰에서 “취직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어요. 누구 밑에 들어가서 일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라는 말을 하셨어요.


그때가 언제죠? 14년인가요?


그렇죠.


아닌데 13년에 한 거 같은데.


13년엔 이 인터뷰가 없었는데요.


음... 원래는 전역을 하고 경영 대학원을 가려고 생각했어요. 마케팅 쪽은 원래부터 하고 싶었는데 이곳저곳에서 얘기를 들어봐도‘마케팅은 사람을 잘 안 뽑는다. 학사는 잘 뽑지도 않는다.’는 얘기만 들리더라고요. 제조업은 문과 출신이 아니라 이공계 출신이 마케팅 부서에서 그냥 일을 한다는 얘기도 있었고요. 심지어 저희 아버지도 이공계 출신인데 마케팅 팀에서 일하고 하셨거든요.이런 상황에서 마케팅 쪽에서 일하려면 최소한 석사는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죠. 학교도 엄청 좋은 학교가 아니니까.


근데 한 학기 다녀보니까 깨달았죠. 아 공부는 나랑 안 맞는다.(웃음) 대학원은 그냥 안 가는 게 낫겠다 싶어 마음을 빨리 접었어요. 그 후론 별생각 없이 학교 다니다가 교환학생에 갔어요. 가서 한가하니까 생각을 많이 하다가 취직을 빨리해야겠다고 결론이 났어요. 아버지가 퇴직을 빨리하실 것 같고 어머니가 걱정을 하시다 보니까 아무래도 내가 빨리 돈을 벌어야 되겠다 싶어서요. 개인적으로도 제가 돈을 좀 좋아해서이기도 해요. 부자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이번 제 생의 미션이기 때문에. 돈을 빨리 벌어보고 싶기도 했어요. 집에서 독립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당장은 좀 힘들 거 같고 경제적으로라도 독립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근데 취업을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고 어떤 회사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아는 건 삼성, LG 정도? 4학년이다 보니까 취업 정보를 찾아보는데 인턴을 꼭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4학년 1학기니까 학교 다니면서 인턴을 몇 개 써보자 해서 알아보던 중에 한 기업이 눈에 들어왔어요. 처음엔 솔직히 엄청 가고 싶은 느낌은 아니었는데 막상 서류 준비하고, 자소서 쓰고, 면접을 준비하는 동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되게 커졌어요. 아 면접 보는 꿈도 꿨어요.


태몽 같은 거임?


면접 가서 이렇게 말해야지 뭐 그런 꿈요. 되게 많이 설렜어요. 회사에 가면 너무 재밌을 것 같아서요. 그러다 보니까 원래 인턴도 여러 군데 쓰려 했는데 다른 데 아무 데도 안 쓰고 그 기업만 썼어요. 어떻게 잘 돼서 방학 때 인턴을 하고 최종적으로 취업이 됐는데 지난 인터뷰에 별로 취직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던 건 창업을 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어차피 상황 상 취직을 하겠지만 별로 마음이 동하진 않는다는 의미였어요. 근데 알아가다 보니까 회사가 되게 맘에 들고 무엇보다 직무가 되게 잘 맞는 거 같아서 일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남 밑에서 일하기 싫어한다는 말도 했었어요.


남 밑에서 일하기 싫은 마음도 있으면서 또 조직에 대한 애착이 꽤 강한 편이에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취업 준비를 하면서 애정이 많이 생겨서 누구 밑에서 일한다는 것에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아요.


지난 인터뷰는 교환학생 파견을 앞두고 진행됐어요. 당시에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오고 싶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사실 그 시간이 큰 영향을 준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시간이 많았고 여행을 다니면서 마음 자체가 여유롭다 보니까 그냥 생각 자체를 할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만약 한국에 있었으면 (휴학을 했다고 해도) TV만 켜도 취업시장 뉴스가 들리고 주변 친구들한테도 취업 얘기를 많이 들었을 텐데 거기서 같이 놀던 외국 친구들은 내가 취업을 할지 안 할지, 대기업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나중에 돈을 많이 벌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서 아무 관심이 없으니까 확실히 타인의 시선에 부담을 덜 느꼈었죠. 말 그대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게 되게 좋았어요. 또 교환학생 가서 여행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어요. 원래 여행 별로 안 좋아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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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데 못하는 일은?’이라는 질문에 ‘여행’이라고 쓰셨어여.


군대에 있을 땐 그냥 갇혀있으니까 ‘아 여행 가고 싶다’ 정도였다면 교환학생 가서는 실제로 여행을 다녀보니까 여행을 가고 싶었던 이전의 마음이랑 합쳐져서 ‘여행이 진짜 좋은 거구나’ 싶었어요. 예전에는 여행 갈 돈으로 차라리 뭘 사거나 돈을 모으겠다는 마음이 컸는데 지금은 비용이 들어도 여행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라서 이번 학기에도 여행을 최대한 많이 가려고 해요. 앞으로 살면서도 여행을 좀 많이 다니고 싶어졌어요.


스페인을 비롯한 몇몇 나라를 혼자 갔는데 그냥 길바닥에만 나가도 외국인들, 외국 음식들, 외국 물건들이 쫙 있는데 내가 여태 못 보던 광경들 사이를 내가 혼자 다니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유명한 관광지들도 나름대로 되게 좋긴 좋은데 저는 오히려 그것보단 혼자 지도 한 장 펴놓고 내 마음대로 여기저기 혼자 가보고 하는 자유로움이 더 좋았어요. 걷다가 피곤해지면 앉아서 커피 한잔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계획했던 코스라도 피곤해서 안 가고 싶으면 안 가고. 혼자 다 결정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느낀 여행은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그 기억이 되게 좋아서 여행 준비를 하고 있어요. 사실 국내에도 안 가본 곳이 굉장히 많아서 혼자 국내여행도 해보고 싶어요.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에 놀러 가면 어디를 가야 하냐고 물어도 추천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정작 내가 안 가봤으니까. 한국은 파티를 어떻게 함? 보통 클럽은 몇 시에 감? 이런 식으로 되게 간단한 거 물어보는데 내가 한국에서 클럽을 안 가봤으니까. 전에는 클럽 안 가본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을 했었는데 그 상황이 되니까 내가 한국에서도 경험을 많이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한국인인데 한국에서 너무 이것저것 안 해보고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외국에서 했어요. 근데 막상 한국 들어오면 그냥 피곤하고 살던 대로 살게 되고.


그래서 국내 여행은 어디 계획 중이심?


아직 계획 안 했어요. 사실 지금 학교를 잘 안 가기 때문에 국내여행은 언제든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솔직히 혼자 갔을 때 과연 재밌을까 하는 걱정이 좀 있어요. 또 만약 누구랑 같이 어디 가자 언제 가자 이렇게 약속을 해놓으면 준비를 같이하고 갈 수 있는데 혼자서 ‘가야지 가야지’만 생각하다 보니까 진행이 잘 안 되는 거 같아요.


단순히 너님이 게을러서 그런 거 아님여?


인턴 끝난 지 2주 됐는데 좀 여유로움을 즐기고 싶어서 되게 많이 쉬었어요. 잠도 많이 자고. 오늘 아침에 씻으면서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벌써 2주가 지났구나. 근데 딱히 크게 한 게 없네. 여행 계획도 학사일정 때문에 확실하게 못 짰고. 국내 여행도 어디 가보고 싶었는데 못 갔고. 아직 하나도 한 게 없구나. 2주 푹 쉬었으니까 다시 계획적으로 살아야겠다.’


근데 신청 이유에 시련과 고통은 뭐임여?


그냥 하는 말이죠. 고난이 어딨습니까. 취업도 원샷 원킬인데.


그래도 고민은 적었던데. ‘앞으로 서로 바빠질 친구들과 어떻게 우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라구요.


솔직히 지금도 친구들 만나기 힘든데 다들 취직하면 진짜 못 볼 것 같아요. 연락은 하겠지만 진짜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도 잘 모르겠고, 결혼을 하면 다들 시간 맞춰서 만나는 게 일 년에 몇 번이나 가능할까. 한 번은 될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친한 친구들을 더 많이 만나려고 하죠.


전 반대로 어차피 자주 볼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현재의 친밀도가 제 앞으로의 인간관계의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음여.


어릴 때 서울로 이사 오면서 나름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가까웠던 사람들이나 내가 익숙했던 것에서 떨어지는 게 되게 싫고 두렵다고 해야 하나. 예전에 천안에 살다가 서울로 이사를 왔는데 당시에 어릴 때니까 헤어지는 그 상황이 되게 슬펐어요. 이후로 방학 때 오가면서 만나기도 하고 지금까지 연락하는데 아무래도 되게 멀어진 느낌이 들었죠. 실제로 멀어지기도 하고. 그 동네에서 내가 떨어져 나온 거잖아요. 나는 되게 그곳을 그리워하는데 그 친구들은 다 같이 있고 나 하나만 빠져나간 거니까 내가 생각하는 만큼 빈자리가 크지는 않겠다는 느낌? 그런 어릴 때부터 느꼈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이사 가는 걸 되게 싫어하고 친했던 사람이랑 멀어지는 걸 두려워하는 게 확실히 있어요.


태몽(?)까지 꾸게 한 회사에 출근을 앞둔 너님의 마음은 어때여.


자기가 원하지 않았던 회사에서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 원하는 회사에서 원하는 직무로 일을 시작하는 거니까 또 인턴을 해보고 입사하는 거라 만족해요. 나름대로 경험을 해보고 맘에 들어서 딴 데 지원도 안 해보고 이렇게 결정한 거고. 개인적으로 돈을 굉장히 중요시 생각하는데도 돈 많이 주는 다른 회사에 지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이 회사에서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고요. 하고 싶었던 분야의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되게 감사하고.


지금 맡은 직무의 소개말에 “브랜드매니저는 회사의 소사장이다.” 이런 말이 있어요. 진짜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는 거라서. 신제품 출시부터 패키징, 디자인, 판매, 매출 보고, 결산까지 아예 제품을 맡아서 그 과정을 통째로 담당하다 보니까 나중에 만약에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도 사업적인 측면에서 많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싶어요. 관련 부분에서 경험을 많이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사실 일이 되게 빡세서 퇴사하는 사람도 엄청 많대요. 과장님 부장님들이 많이 없어요. 너무 힘들어서 딴 데로 이직하거나 나가서.만약에 회사에 끝까지 남아있는 게 스스로에게 큰 비전이 없다고 생각이 돼서 다른 걸 준비한다고 해도 이 회사에서의 경험이 내 인생에 꽤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항상 그럴 순 없겠지만 회사생활도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팀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요. 물론 그분들이랑 계속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회사 사랑 보소. 훌륭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선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심? 저희 사장 놈한테 들려주세요.


훌륭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회사의 미션을 확실하게 하고 직원들과 사회에 공표를 하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업마다 미션과 핵심가치 이런 걸 괜히 만드는 게 아니니까. 회사에 아이덴티티니까. (들어줄게 니 얘기) 공동가치를 공유할 직원을 보유한 회사라면 들어줌으로써 궁극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가 나와야죠.


아...


SAM_2314.jpg 내년 이맘때 회사 가기 싫다고 찡찡댈 너님께 이 인터뷰를 미리 선물해요.




4학년이 된 기념으로 스펙 업에 가입했어요. 30개가 넘는 공지 글에 압도된 저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탈퇴 버튼을 찾고 있어요. 누구나 취업 준비를 하고 있지만 모두 똑같은 취업 준비를 하는 건 아니라서 다들 스스로의 취업 준비가 맞는 걸까 불안해하는 것 같아요. 뭐 제대로 된 답안지가 없으니까요. 그렇게 둥둥 떠다니는 마음의 목덜미를 붙잡아 뭐든 시작하게 하는 게 취업 커뮤니티라는 놈의 실체라고 보는데 별로 좋아 보이진 않네요. 나처럼 귀가 얇은 사람한테 무분별한 남 얘기는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 미련 없이 탈퇴 버튼을 눌러요.

물론 스펙 업에도 합격자 후기는 많았지만 설렘 가득한 눈을 보면서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이 짧은 인터뷰가 제겐 더 생생했어요.하고 싶은 거 하게 돼서 너무 좋다면서 눈으로 있는 힘껏 에너지를 쏴대는데.. 기대에 찬 사람의 눈은 그렇게 힘이 있나 봐요. 너님과 인터뷰할 때 내 눈도 변함없이 그랬어야 하는데. 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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