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하나 딱딱 못 맞춘다니...
타이밍을 맞춘다는 것...
홈런을 밥 먹듯이 치던 타자가 결정적인 순간에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결과는 팀의 패배로 끝나고 말았으니...
투수가 던진 공과 타자의 배트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아서, 공이 오기 전에 배트가 나가든지, 공의 속도가 너무 빨라 지나간 뒤에서야 스윙을 하게 되면... 타이밍이 빠르든지, 느리든지... 아무튼 타이밍이 맞지 않은 결과다. 비슷하게 맞추었더라도 정확하게 맞지 않으면 틱! 공은 관중석으로 날아가 모처럼 구경온 팬들에게 행운의 선물이 되고 만다.
150 킬로미터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라고 해서 타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지도 않고, 110 킬로미터의 변화구를 구사하는 저속구 투수라도 충분히 타자의 헛스윙을 이끌어낼 수 있는 걸 보면 어느 한쪽만이 정답은 아닐 게다.
얼마 전, 모처럼 아들이 주말을 맞아 볼일이 있다며 대구에 내려온 적이 있었다. 아내는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어 먼저 나가고, 나는 아들과 시내에 가서 오랜만에 베트남 쌀국수를 먹었다. 마침 동남아 특유의 향신료 냄새를 싫어하는 아내가 없는 틈을 타서... 고수까지 넣어서...
언제 주말에 오면 같이 야구 보러 가자고 했었는데, 하필 그날은 광주에서 원정 경기를 하는 날이었다. 이렇게나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니...
그래도 우리는 점심을 먹고 나서, 지하철을 타고 라이온즈 파크로 갔다. 비록 경기는 없지만, 야구장 구경이나 하자며 바람도 쏘일 겸, 부른 배도 소화시킬 겸 간 것이다.
역시나 휑 하니 야구장 주변은 인적 하나 없었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만이, "너희들, 왜 왔니? 오늘 야구 안 하는데... "하며 놀리는 것 같았다.
우리는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조형물들 앞에서 사진도 찍고,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서 아들은 라이온즈 모자, 나는 힙색을 하나씩 샀다. 외야 관중석 너머로 푸른 잔디밭이 깔린 야구장을 들여다보며 경기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고 돌아왔다. 다음에는 꼭 보러 와야지 하면서...
시간을 맞춘다는 것... 비단 야구만의 이야기는 아닐 게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일이 이 타이밍의 결과가 아닐까?
타이밍이란 결국 상대적인 말이다. 혼자서는 의미가 없는 말이니, 야구공과 배트, 출근 시간 지하철과 뜀박질, 상사의 기분과 보고서, 아침에 기분 좋게 팔았는데 오후에 더 올라간 주식, 모처럼 밀린 빨래를 했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주다 놓쳐버린 비행기의 사고 소식 등등... 살아온 날들을 가만히 돌이켜보면 이렇게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나쁜 결과도 있었지만, 반대로 뜻밖의 운도 있었던 기억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어쩌면 지금 나와 관련된 모든 일들은, 사람들은 나와의 타이밍이 맞아서 이루어진 결과가 아닐는지... 좋든 나쁘든 말이다. 우리는 이걸 인연이라고도 하는 것 같다.
세상만사 뜻대로 되지 않는 건 우리가 좋은 타이밍을 놓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노력하면 어느 정도 맞출 수는 있지 않을까?
야구 선수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배트 스피드가 떨어져 공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투수가 잘 쳐보라며 살살 던져주지도 않으니, 결국 얼마 가지 못해서 은퇴를 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우리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기력이 떨어져 배트를 강하게 휘두를 힘이 없어져 간다. 기술적으로 타이밍을 맞추는 것도 점점 어려워질 만큼 사회는 급속하게 변화되어 가고 있으니...
요즘 아내는 내게 직구를 던지지 않는다. 예전에는 던지는 족족 뻥뻥 때려내었는데, 지금은 변화무쌍한 커브, 체인지 업, 컷 패스트, 브레이크, 투심 등등... 아내가 내게 던지는 말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기가 쉽지 않아 졌다.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단순해지고,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복잡해진다고 했던가... 남자와 여자의 두뇌 구조가 달라서 그렇다고...
아내가 괜찮다고 말해도 곧이곧대로 믿으면 나는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만다. 세상에서 제일 타이밍 맞추기 힘든 것은 여자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너무 어려워~~~
나는 오늘도 열심히 배트를 휘둘러본다... 3할은 못 쳐도 1할이라도 쳐야지... 그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