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서 벗어나는 일은
한 번의 결심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나는 그 과정을 지나와서야 알게 되었다.
사람은 끝난 뒤에도
그 끝에서 오래 머문다는 것을.
어둠에서 빠져나온 뒤
내 안에는 오래 비워진 자리가 남았다.
그 자리를 처음엔 두려워했고
나중엔 그저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그 빈자리는
무너졌던 시간들이 남긴 흔적이었고
다시는 그 자리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묵직한 다짐이기도 했다.
아버지가 남긴 상처는
지금도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
아무리 부모라도
자식을 끊어내는 말은
평생을 흔들어 놓는 상처가 된다.
나는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 상처는
내가 다시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우게 한
조용한 스승이기도 했다.
반대로
어머니가 남긴 온기는
내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한
유일한 불씨였다.
삶이 끝났다고 느껴지고
세상을 떠나는 길만 남아 있을 것 같던 순간에도
그 한 사람의 말이
나를 살아 있게 했다.
살아간다는 건
때로는 아주 어둡고
때로는 아주 조용하게
다시 시작되는 일이다.
서툴고, 흔들리고, 멈춰 서도
사람은 결국
다시 걸음을 내딛는다.
나는 완전히 회복된 사람이 아니다.
어쩌면 평생
회복되는 중인 사람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말은
더 이상 나를 두렵게 하지 않는다.
살아가는 건
늘 ‘중간’에 있는 것이니까.
빛과 어둠 사이,
절망과 희망 사이,
무너짐과 다시 일어섬 사이—
그 중간 어딘가에서
나는 오늘을 건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다시 한 번 선택한다.
살아보겠다고.
아주 천천히,
아주 작은 숨으로.
그리고 그 선택을
내일도 조용히 반복해볼 생각이다.
나는 완전히 돌아온 건 아니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나는 아직, 살아 있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오늘을 건널 이유는 충분하다.
그리고 이것은
완결이 아니다.
나는 이제야
비로소
내가 무엇으로 버텨왔는지,
무엇을 대신 붙잡고 살아왔는지를
하나씩 돌아보고 있다.
도박에서 빠져 나오는 일보다
어쩌면 더 어려운 건
그 이후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 견뎌낼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만
이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나를 소모하는 방식으로
살지는 않으려 한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준 당신도
혹시
어떤 이름의 도박을
아직 내려놓지 못한 채
살고 있을지 모른다.
돈이 아닐 수도 있고,
관계일 수도 있고,
일, 책임, 침묵일 수도 있다.
나는
이 기록을
끝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기록을 시작하기 위해
여기까지 써왔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삶에 대해,
빠져나온 뒤에 남은 공백에 대해,
그리고
그 공백을 채우지 않고
견디는 법에 대해.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만
질문은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