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우리는 왜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까

by 테디

나는 책을 끝까지 읽지 않는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면
읽지 않기로 결정하는 사람에 가깝다.

처음 책을 펼칠 땐
기대가 있다.
이 책이
지금의 나에게
무언가를 건네줄 거라는 기대.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찾던 문장을 만나면
이상한 안도감이 생긴다.
아, 여기까지면 됐다.

그리고 책은
다시 펼쳐지지 않는다.

나는 책을
완주하기 위해 읽기보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말을
찾기 위해 읽는다.

끝까지 읽는다는 건
내가 원하지 않았던 이야기까지
함께 데려가는 일인데
그건 생각보다
체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읽다 만 책들을
실패로 여기지 않는다.

그건
그 시점의 내가
필요로 했던 만큼만
정직하게 읽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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