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이만하면 됐다”는 말이 물건이 될 때

by 테디

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

꽤 진지하다

지금의 나에게

이건 꼭 필요하다고

충분히 설득한 다음에야

카드를 꺼낸다.


운동기구, 책, 필기구, 옷,

삶을 바꿔줄 것 같은 어떤 것들.


그 순간만큼은

확신에 가깝다.

이걸 가지면

조금은 달라질 거라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에 들여놓는 순간

그 확신은 힘을 잃는다.


하나 샀으니

언제든 쓸 수 있다는 안도감.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


그리고 물건은

서서히 풍경이 된다.

있지만 사용되지 않는 것,

있는지조차 잊히는 것.


나는 가끔

그 물건들이

버려진 게 아니라

‘이만하면 됐다’는 말로

조용히 멈춰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하려고 했고

충분히 고민했고

시작했으니까

이 정도면 됐다는 판단.


사람들은

완성보다

안심을 먼저 선택한다.


물건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고

공부도 그렇다.


조금 나아졌고

조금 달라졌고

조금 채워졌으니까

이쯤이면 괜찮다고.


그 말은

자신을 보호하는 말이기도 하고

스스로를 놓아주는 말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말을 너무 자주,

너무 쉽게 쓰게 된다는 데 있다.


“이만하면 됐다”는 말은

사실

그만두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지금은 더 이상

버티고 싶지 않다는 신호에 가깝다.


그래서 물건은 쌓이고

시도는 멈추고

우리는 또 다른 무언가를

필요로 하게 된다.


전에 샀던 것을

기억하지 못한 채로.


어쩌면

우리가 끝까지 가지 못하는 이유는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충분하다고 말해주지 않으면

계속해야만 할 것 같아서

스스로를 먼저 멈추게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방 한쪽에 놓인

사용되지 않은 물건들을 보며

가끔 생각한다.


저건

포기일까,

아니면

그때의 내가

나를 살리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었을까.


아마 둘 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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