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
꽤 진지하다
지금의 나에게
이건 꼭 필요하다고
충분히 설득한 다음에야
카드를 꺼낸다.
운동기구, 책, 필기구, 옷,
삶을 바꿔줄 것 같은 어떤 것들.
그 순간만큼은
확신에 가깝다.
이걸 가지면
조금은 달라질 거라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에 들여놓는 순간
그 확신은 힘을 잃는다.
하나 샀으니
언제든 쓸 수 있다는 안도감.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
그리고 물건은
서서히 풍경이 된다.
있지만 사용되지 않는 것,
있는지조차 잊히는 것.
나는 가끔
그 물건들이
버려진 게 아니라
‘이만하면 됐다’는 말로
조용히 멈춰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하려고 했고
충분히 고민했고
시작했으니까
이 정도면 됐다는 판단.
사람들은
완성보다
안심을 먼저 선택한다.
물건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고
공부도 그렇다.
조금 나아졌고
조금 달라졌고
조금 채워졌으니까
이쯤이면 괜찮다고.
그 말은
자신을 보호하는 말이기도 하고
스스로를 놓아주는 말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말을 너무 자주,
너무 쉽게 쓰게 된다는 데 있다.
“이만하면 됐다”는 말은
사실
그만두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지금은 더 이상
버티고 싶지 않다는 신호에 가깝다.
그래서 물건은 쌓이고
시도는 멈추고
우리는 또 다른 무언가를
필요로 하게 된다.
전에 샀던 것을
기억하지 못한 채로.
어쩌면
우리가 끝까지 가지 못하는 이유는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충분하다고 말해주지 않으면
계속해야만 할 것 같아서
스스로를 먼저 멈추게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방 한쪽에 놓인
사용되지 않은 물건들을 보며
가끔 생각한다.
저건
포기일까,
아니면
그때의 내가
나를 살리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었을까.
아마 둘 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