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직장은
닮아 있다.
처음엔
필요해서 시작한다.
이 사람과 함께해야 할 것 같았고
이 일자리가
지금의 나에게는 맞아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적응한다.
참고, 맞추고, 배우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이상한 감정이 생긴다.
이건
처음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르다는 느낌.
관계에서는
말이 줄어들고
직장에서는
의욕이 줄어든다.
아주 큰 사건은 없다.
누군가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니다.
다만
하루하루 쌓이는
작은 어긋남들.
관계에서는
공통점이 줄어들고
직장에서는
기대가 줄어든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람들은
비슷한 말을 마음속에서 꺼낸다.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그 말은
상대를 비난하는 말도 아니고
나를 합리화하는 말도 아니다.
그저
더 이상 애써 설명하고
견디고 싶지 않다는 고백에 가깝다.
관계는
한 사람이 붙잡는다고
유지되지 않는다.
직장도
한 사람이 버틴다고
건강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용히 거리를 두거나
조용히 이직을 준비한다.
떠나기 전까지는
충분히 고민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
관계에서는
안부만 남기고
직장에서는
정리된 인수인계를 남긴다.
그리고 우리는
또 다른 관계를 만나고
또 다른 직장을 시작한다.
이번엔 다를 거라고
조금 더 나을 거라고
믿으면서.
어쩌면
우리가 관계와 직장을 떠나는 이유는
책임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계속해서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감각을 견디지 못해서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완전히 떠나지 못한 관계들과
완전히 애착하지 못한 일들 사이에서
살고 있다.
머무르고 있지만
온전히 속해 있지는 않은 상태.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애매한 지점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떠나지도,
완전히 남지도 못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