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나 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죽음을 오래 생각하고 나니
문득 이런 마음이 들었다.
그럼, 나는 아직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질문은
죽음을 두려워해서 나온 게 아니었다.
오히려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았기에
이제야 비로소
‘남겨진 시간’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살아 있다는 건
그 자체로 기적이라고도 하지만
그 기적이 아무 의미 없이 반복되는 하루처럼 느껴질 때도 많다.
아프고 지치고,
의미를 찾지 못해 허공을 바라보다 보면
"왜 나는 아직 살아 있을까?"
그런 물음이 마음을 흔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남겨진 시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의 시간이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의 시간이라는 걸.
누군가에게 내 말이, 내 하루가,
짧게라도 온기로 남을 수 있다면
그 하루는 충분히 살아낸 시간이다.
어느 날,
이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저녁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안 이후로,
나는 가끔
너무 평범한 순간들에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빨래 냄새,
식탁에 올라온 따뜻한 국물,
창밖에 흘러가는 비.
이런 것들이
내게 남겨진 시간의 얼굴처럼 느껴진다.
조금은 낡았고, 조금은 지친
그럼에도 너무나 아름다운 것들.
그래서 지금 나는
무언가 거창한 걸 하지 않아도 괜찮다.
남은 시간 동안
그저 나답게, 조금 더 나직하게,
한 사람의 마음에 남을 수 있도록
하루를 살아내고 싶다.
내게 얼마나의 시간이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시간이 끝날 때,
“그래도 참 잘 살아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오늘도,
나는 살아간다.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결국 삶을 더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