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죽음을 미루며 살아가는 우리

by 테디

– 살아내기 위한 ‘이유’를 붙잡으며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걸 매일같이 떠올리며 살지는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은
그 사실을 조심스럽게 외면한 채
하루를 살아간다.

그게 살아내는 방식이라는 걸,
나는 이제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죽음을 잊어야만
밥을 먹고, 일하고, 사람을 만나고,
하루의 일과를 무사히 끝낼 수 있다.
죽음을 가까이 두면
너무 많은 것들이 무너져버릴 것 같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죽음’을 미루고,
‘지금’을 버텨낸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우리는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는 걸까?
아니면 살고 있는 지금이 불완전해서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걸까?

이루지 못한 일,
다 말하지 못한 마음,
남겨진 사랑과 미움.
그런 것들이 아직 이 안에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은 떠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아닐까?


죽음을 미룬다는 건
사실은 삶을 더 사랑하고 싶은 마음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 삶을 붙들고 싶은 마음.

아프지 않게 떠나는 것보다
지금 덜 아프게 살아가는 일이 더 어렵다는 걸
우리는 알기에,
이 순간에도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리고 그건
비겁한 것도, 미련한 것도 아니다.
그건 우리가 살아 있는 증거다.
죽음을 미루는 시간 동안
우리는 사랑하고,
슬퍼하고,
기억하고,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선다.

그 모든 것이 모여
‘살아낸 하루’가 된다.


나는 오늘도 죽음을 생각한다.
그러나 더 자주,
살기 위한 이유들을 하나씩 떠올린다.


바람 소리,
한 사람의 따뜻한 문자,
눈물 흘린 뒤의 평온한 고요.
그런 것들이 내 하루를
한 번 더 살아가게 만든다.



죽음을 미루며 살아간다는 건
비로소 삶을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루하루 그렇게
나는 여전히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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