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고요한 공포, 메니에르라는 이름

by 테디

내가 이 병의 이름을 처음 들었던 순간을 기억한다.
의사의 입에서 나오는 그 말—
“메니에르병이 의심됩니다.”

당황스러웠고, 생소했다.
생소함은 곧 불안함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곧, 나는 그 이름 속에
‘고요한 공포’가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은 어지럼도 있었지만 점점 귀가 들리지 않고 있다는것을,
그렇게 나의소리는 어지럼과 함께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소리를 잃지 않으려고 보청기를 끼게 되었다. 보청기를 끼고도 잘 못알아들으니 점점 소리가 멀어져 가고있었다그리고 난 장애인이 되었다.
**
어지럼이 처음 왔을 땐
그저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다.
머리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이 기울고, 뱅글뱅글 돌았다.
구토가 밀려오고,
땅이 내 발을 밀어내는 느낌.
나중엔 두려워졌다.
혼자 있을 때 어지럼이 오면
벽을 짚고 바닥을 더듬으며
가만히 멈춰 서 있어야 했다.

단순히 어지럽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감각.
온몸이 고장 나버린 것 같은
공포에 가까운 순간이었다.

**
한쪽 귀는 종일 이명을 앓는다.
쉬지 않고 들리는 ‘웅’ 소리.
삶의 배경음처럼 따라붙는
낯선 잡음.

그리고 더는
내가 원하던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아, 나는 이제
이 병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구나.

**
이 병은 사람을 천천히 흔든다.
갑자기 덮치는 것도 무섭지만,
더 두려운 건 언제 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어지럼,
소리의 왜곡,
그리고 그 뒤에 따라오는
무력감과 고립감.

이 병은 내 귀에만 사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과 일상속 깊숙이 파고들었다.

**
가족에게 설명해도
이해받기 어려운 병이다.
눈에 보이지 않고,
수치로 명확히 나타나지 않으니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 몸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걸.
소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걸.
마음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걸.

**

‘메니에르’라는 병의 이름은
그 자체로 외로운 단어였다.

그 이름 아래에서
나는 조용히 싸우고 있었다.
남들에게 설명하기보다는
차라리 침묵하는 쪽을 선택하게 되는 병.
그렇게 나는
점점 더 조용해져 갔다.

**
그래도 나는,
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어지럼이 와도,
소리가 가물거려도,
나는 내 삶을 붙들고 있었다.

그건 내 나름의 용기였다.
고요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용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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