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소리를 잃는다는 것

by 테디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보청기 끼면 다 들리는 거 아니에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사실 그 말에 대답할 수 없다.

보청기는 소리를 증폭시킬 뿐
세상의 말들을 ‘이해’시켜주진 않는다.
높낮이도, 뉘앙스도,
그 순간의 숨결 같은 감정들도
보청기 너머에선 어딘가 뭉개지고 사라진다.

**

‘소리를 잃는다’는 건
청각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화에서 밀려나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를 놓칠까
늘 긴장하게 된다.
거리를 걸어도 온몸에 긴장감을 갖는다
차들이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항상 뒤를 의식해야 하고, 항상 주변을 경계해야 사고를 줄일수 있는것 처럼 ...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이
웃고 이야기하는데
그 흐름에 나만 끼어들지 못할 때,
나는 자주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괜찮아. 그냥 웃자.”

**

말을 되묻는 일이 많아졌다.
처음엔 “미안, 뭐라고?” 하고 물었지만
몇 번을 반복하다 보면
상대의 표정이 슬며시 변한다.
그 눈빛은 말한다.
‘귀찮다’고. ‘답답하다’고.

그래서 나는 그냥 넘어간다.
아무 말 없이,
그 순간을 대충 웃음으로 대답 한다.

그러고 나서야
그들이 건넨 말이
나를 위로하는 말이었단 걸
뒤늦게 알게 되면—
그건 또 다른 아픔이 된다

**

나는 점점 말을 줄였다.
들리지 않으니 대화가 겁났다.
나도 모르게,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해졌다.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조용한 사람으로 남는 게
더 편해져버렸다.
누군가에게는 무던함이겠지만
나에겐 ‘포기’였다.

**
소리를 잃는 건
사람을 잃는 일이다.
그들의 이야기, 표정,
그날의 기분, 그 안부조차도
하나둘씩 멀어지게 한다.

그래서 어떤 날은,
소리가 그리웠다.
아무 말 없이 머물던 친구의 목소리,
아이의 웃음,
평범한 인사조차
언젠가부터 나를 스쳐 지나가기만 했다.

**

하지만 나는 지금,

여전히 여기에 있다.
들리지 않아도
느끼고,
느끼기에 살아간다.

**

소리는 사라져도,
내가 세상을 향한 마음만은
여전히 작고 선명하게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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