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말하지 않아도 아픈 순간들

by 테디

말로 하지 않아도 아픈 순간들이 있다.
오히려 말로 다 하지 못해 더 아픈 시간들이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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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살지만
서로의 말이 오가지 않을 때가 많다.
내가 못 알아듣는다는 이유로
남편은 아들에게 나의 말을 전한다.
“엄마한테 좀 전해줘.”

대화는 점점 짧아지고,
그 짧아진 말들 사이에
나는 서서히 투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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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처음엔 도와주려 애썼지만
이제는 지치는 기색이 역력하다.
내가 또 못 알아들을까 봐
한숨 섞인 말투로
“엄마 또?” 하고 내뱉을 때,
그 말이 칼날처럼 내 안을 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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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불편한 건 알지만,
나는 더 이상 그 불편함을 말할 수 없다.
말을 하려다 삼키고,
설명하려다 포기하고,
이해를 바랬다가 고개를 떨군다.

그건 이해의 포기라기보단,
나를 위한 방어였을지도 모른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조용히 내려놓는 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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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소리보다 눈빛이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답답하다는 표정,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그러냐”는 듯한 시선.
내가 말하지 않아도,
그들은 이미 나를 판단한다.

그럴 때면 입을 다문다.
묻지도, 말하지도 않는다.
그냥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며
그 자리를 벗어난다.

말하지 않아도
몸은 알고 있다.
감정은, 기억은, 마음은
모두 고요하게 아프다.

소리 없는 눈물이 흘러내릴 때
나는 그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그저,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나 자신에게
조용히 타이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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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은 아픈 티를 낼 수 없는 병이다.
외형은 멀쩡하니까,
사람들은 아프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하루하루가
작은 상실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그저 조용히 무너지고,
아무도 모르게
나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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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하지 않는다.
침묵은 나의 울타리이자,
나를 지키는 마지막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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