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고요한 공포가 덮치는 날들

by 테디

그날도 평범하게 시작되었다.
햇빛은 창문을 스쳤고,

커피는 익숙한 향을 풍겼고,
나는 잠시나마 모든 것이 괜찮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늘 그렇듯,
아무런 전조도 없이 무너진다.

어지럼은 언제나 고요하게 다가온다.
소리도 없이, 이유도 없이,

단지 내가 한 걸음 내딛는 그 순간—
세상이 기울기 시작한다.

천장이 아래로 쏟아지고, 바닥은 물결처럼 요동친다.
나는 두 손으로 벽을 더듬고, 숨을 참듯 눈을 감는다.

하지만 눈을 감아도 세상은 멈추지 않는다.

그 고요 속에서,
모든 것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천장도, 벽도, 바닥도, 나의 몸도.
눈을 뜨면 돌아가고, 눈을 감아도 돌아간다.

누워도, 앉아도, 몸을 웅크려도
회전은 멈추지 않는다.
그 고통스러운 원형의 어지럼 속에서
나는 점점 토해내듯 숨을 몰아쉰다.

구역질이 밀려오고,
위가 들썩이는 감각은 한참을 견뎌야 겨우 사라진다.

식은땀에 옷이 젖고, 손끝이 차가워진다.
이 상태는 몇 시간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루, 이틀, 아니면 그 이상—

몸이 다시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나는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난 채
그저 버텨야만 한다.

무서운 건 고통이 아니다.
그 순간, 내가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내가 나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지금이 어떤 시간인지조차 잊혀지는 그 공백 속에서
나는 그저 이 공포가 지나가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말한다.
“어지럼증? 아, 그냥 쉬면 되잖아.”

하지만 이건 단순한 어지럼이 아니다.
예고 없이 찾아와, 나를 전부 휘감고 무너뜨리는 파도 같은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그것은
나에게 어떤 약속도 하지 않는다.

‘이제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조차,
너무 자주 배신당했다.

나는 침대 한 귀퉁이에 웅크린 채,
세상이 다시 멈추길 기다린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무너지는 중이다.
그 와중에도
가끔 들리는 소리들이 있다.

바깥에서 스치는 바람소리,
냉장고가 오래된 목소리처럼 울리는 진동,
누군가 주방에서 머그컵을 내려놓는 작고 사소한 소리들.

그 소리들은 마치
“괜찮아, 너는 아직 여기 있어”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나는 또다시 살아내기로 한다.
온몸이 뒤틀려도, 감각이 흩어져도,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내가 나를 다시 붙잡기 위해.

고요한 공포가 덮쳐오는 날들 사이에서도
나는, 아주 느리게
하루를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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