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감각의 틈 사이에서

by 테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이 멈추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침묵은 침묵대로, 그림자는 그림자대로.
눈앞의 움직임, 기척 없는 공기,
바람이 스치는 커튼의 떨림까지—
나는 그 조용한 풍경 속에서, 더 천천히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말소리를 듣고자 사람들의 입모양을 읽고,
표정을 따라 눈동자를 쫓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는 늘 약간의 시차가 생긴다.
나는 항상 한 순간 뒤에 머문다.
세상은 벌써 말을 끝냈지만,
나는 이제야 그 의미를 따라가는 중이다.
그건 어쩌면 감각과 감정 사이,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작은 틈이었다.

귀로 들어야 할 것들을 눈으로 보고,
입으로 느껴야 할 것들을 몸으로 받아내다 보면
나는 하루의 끝자락에서 조용히 묻는다.
“오늘, 나는 정말 누군가와 마음을 주고받은 걸까?”
나조차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밤이면
귓가에 맴도는 이명은 더욱 선명해진다.

소리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 안의 의미가 잡히지 않을 때,
세상은 마치 유리벽 너머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모두가 나를 향해 웃고 있지만
나는 그 웃음의 이유를 알지 못할 때가 있다.
그 작은 어긋남이
내 마음을 오래도록 슬프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날은 누군가의 손짓 하나,
눈빛 하나가 나에게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건 대단한 말보다 훨씬 더 진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감각이 온전하지 않아도,
나는 분명히 느낄 수 있다.
나를 향한 조심스러운 마음들과
내가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이 세계의 온기.

메니에르라는 병은 소리만을 앗아가는 게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감정과 감정 사이,
그 고운 결들을 조용히 어지럽힌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그 틈 사이에서 하루를 살아낸다.
어눌하고 느리지만
분명히 누군가에게 닿고 싶어 하는
나의 이 조용한 마음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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