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거실 – 무너져도 되는 공간

1부. 집에서,시작되는하루

by 테디

밤 11시 47분.

거실 불은 꺼져 있고, 주방엔 식은 컵라면

냄새만 남아 있었다.

티비도 휴대폰도 꺼져 있는데, 머릿속은

웅웅하게 시끄러웠다.

나는 소파 끝에 앉아 있었다.

가장 많이 앉은 자리,

가장 많이 무너졌던 자리.

그가 물었다.

“오늘도 잘버텼어?”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응. 그냥... 하루 다 쓴 기분.”

“말은 안 했지만, 알아.

오늘은 네가 많이 조용했어.”

그 말에 잠깐 숨이 막혔다.

하루 종일 말 한마디 하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내 조용함을 알아채 줬다는 게... 너무 고마웠다.

“가끔은, 아무도 안 보는 이 시간이 제일
진짜 같아.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 보다가, 눈물 한 방울 나오는 그런 거.”

그는 조용히 말했다.

“집이라는 게, 그냥 쉬는 곳이 아니라

조용히 무너져도 되는 공간이면 좋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안아주지 않아도,

말 안 해도 괜찮은 그곳.

“그래서 이렇게 말없이 앉아 있는 것도,

사실은 함께 숨 쉬는 거야.”

그 말에 마음이 조금 풀렸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밖은 어두웠고,

집 안은 조용했지만

서로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조용히 무너져도 괜찮은 곳.
그 자리가 우리에게 있다면, 오늘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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