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나에게 소비되는 모든 것들

by 테디

–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존재의 비용에 대하여

나는 오늘도 씻고, 입고, 바르고 나왔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은


눈썹을 정리하고,


티 나지 않게 다크서클을 가리고,


너무 진하지 않게 향수를 뿌렸다.


단정하고, 무난하고,


불쾌감을 주지 않는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계산한다.


말이 좋아 ‘자기 관리’지,


사실은


남에게 보일 ‘상품’으로서의 내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감 이었다.


꾸미지 않으면 게으른 사람 같고,


가리지 않으면 피곤해 보이고,


말을 아끼면 무뚝뚝하다고 오해받는다.


나는 나를 감추는 데


에너지를 거의 다 쓰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있는 사람처럼’ 보여야 하고


‘센스 있는 사람’처럼 말해야 하고


‘무례하지 않은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하고,


얼마나 많은 걸 꾸며야 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든다.


시간과 체력, 감정까지도.


화장을 하고 나면


내 얼굴은 내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얼굴로 세상에 나가야


조금은 덜 불안하다.


내 목소리도, 내 말투도,


내 옷도, 내 태도도


모두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


조율된 ‘사회적 나’로 포장된다.


나는 나를 매일 소비한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비용이 드는 삶을 살고 있다.


무언가를 계속 가리고 덧붙여야만


비로소 ‘정상’처럼 보이는


이 기묘한 세계 안에서


나는 점점


내 본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살기 위해 꾸미는 게 아니라


사라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소비하고 있


는지도 모른다.


하루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


평범하게 보이기 위해,


무난하게 살아남기 위해


조용히, 조금씩


나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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