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존재의 비용에 대하여
나는 오늘도 씻고, 입고, 바르고 나왔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은
눈썹을 정리하고,
티 나지 않게 다크서클을 가리고,
너무 진하지 않게 향수를 뿌렸다.
단정하고, 무난하고,
불쾌감을 주지 않는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계산한다.
말이 좋아 ‘자기 관리’지,
사실은
남에게 보일 ‘상품’으로서의 내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감 이었다.
꾸미지 않으면 게으른 사람 같고,
가리지 않으면 피곤해 보이고,
말을 아끼면 무뚝뚝하다고 오해받는다.
나는 나를 감추는 데
에너지를 거의 다 쓰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있는 사람처럼’ 보여야 하고
‘센스 있는 사람’처럼 말해야 하고
‘무례하지 않은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하고,
얼마나 많은 걸 꾸며야 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든다.
시간과 체력, 감정까지도.
화장을 하고 나면
내 얼굴은 내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얼굴로 세상에 나가야
조금은 덜 불안하다.
내 목소리도, 내 말투도,
내 옷도, 내 태도도
모두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
조율된 ‘사회적 나’로 포장된다.
나는 나를 매일 소비한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비용이 드는 삶을 살고 있다.
무언가를 계속 가리고 덧붙여야만
비로소 ‘정상’처럼 보이는
이 기묘한 세계 안에서
나는 점점
내 본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살기 위해 꾸미는 게 아니라
사라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소비하고 있
는지도 모른다.
하루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
평범하게 보이기 위해,
무난하게 살아남기 위해
조용히, 조금씩
나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