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공평한 시작점에 대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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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엔
세상은 공평하다고 배웠다.
열심히 하면 된다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그 말을 믿고 살았다.
나름 성실하게,
포기하지 않으려 애쓰며.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모든 말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달콤한 환
상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출발선부터 다 가졌고,
나는
달리기 시작 하기도 전에
뒤처져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준비된 사람,
말 한마디에도 기회가 따르는 사람,
노력은 '선택'일 뿐인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며 숨죽이는 우리.
“괜찮아, 나도 언젠간”
자기 암시.처럼 되뇌이는 우리.
그런 세상을 견디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를 자꾸 다독인다.
“운이 없었을 뿐이야.”
“아직 내 차례가 오지 않았을 뿐이야.”
하지만 정말 그럴까.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순서’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은 '되게' 태어났고,
우리는 '되게 하려는' 사람들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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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번도
운이 좋았던 적이 없었다.
복권은커녕
줄 잘 서는 일조차 없었고,
면접이 잘 끝났다고 느껴졌을 때마다
불합격 문자만 도착했다.
그럴수록 나는
조용히 나를 의심했다.
"내가 부족한 걸까?
아니면,
애초에 시작점이 달랐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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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스무 살이면 차를 갖고,
누군가는 삼십이 넘어도 자취방 월세에 허
덕인다.
누군가는 여행이 ‘쉬는 법’이고,
누군가는 하루 쉬는 것조차
죄책감이 된다.
그 차이가,
단지 운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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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묵묵히 일하고, 계산하고, 조절하며 산다.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지
않으려 애쓰고,
내가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더 바짝 움츠린다.
그래도 어쩌면
그 속에서도 버텨낸 내가
더 대단한 건 아닐까,
가끔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운이 없었고,
배경도 없었고,
거창한 재능도 없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내가 살아 있는 오늘이
가끔은 기적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