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그들은 자신을 위해 소비하고, 나는 나를 포장

by 테디

어떤 사람들은 소비를 즐긴다.

무언가를 사는 순간의 짜릿함, 새 옷의 냄


새, 반짝이는 새 물건이 주는 만족감.


그들은 자신이 좋아서, 자신을 위해, 흔쾌


히 지갑을 연다.


그들에게 소비는 자기 자신을 더 잘 아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고,


세상과 자신을 이어주는 건강한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좀 다르다.


내 소비는 대개 누군가를 위한 장면으로

귀결된다.


‘이 정도는 입어야 예의지.’


‘이런 건 하나쯤 있어야 덜 없어 보이겠지.’


‘나도 잘 지내는 사람처럼 보여야 하니까.’


나는 늘 누군가의 시선을 생각하며 물건을 고른다.


화장품을 고를 때도, 옷을 입을 때도, 심지


어 커피 한 잔을 주문할 때조차.


선택의 기준이 ‘나’가 아니라 ‘나를 바라볼


타인’이 되어버린 그 순간,


소비는 더 이상 기쁨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포장할 때, 우리는 그것이 본래


가지고 있던 ‘느낌’과 ‘분위기’를 감춘다.


나는 점점 내 안의 느낌을 외면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색, 편한 옷, 진짜 내 얼굴.


그 모든 것을 밀어낸 채,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들이 소비하는 동안


나는 포장지처럼 나를 감쌌다.


화려한 말, 가려진 진심, 누추한 마음


대신 웃는 얼굴.


그리고 그런 나를 보고 사람들은 말하겠지.


"괜찮아 보여."


"요즘 잘 지내는구나."


"부럽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건 껍데기일 뿐이라는 걸.


나를 위한 소비가 아니라, 나를 숨기기 위


한 소비였다는 걸.


나는 결국,


소비의 주체가 아니라


소비되어가는 대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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