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무언가를 쳐발라야만 보이는 나

by 테디

– 나 자신을 마주하는 일의 피로함

거울 앞에 선다.


물로 세수를 하고,


세럼을 바르고,


크림을 얹고,


선크림 위에 파운데이션을 펴 바른다.


그리고 그 위에


눈썹, 입술, 눈가의 그림자.


이제야 비로소


사람처럼 보인다.


‘괜찮은 사람’처럼.


쌩얼이라는 단어를


이젠 좀처럼 입에 올리지 않는다.


그건 더 이상 자연스러움이 아니라


허술함이 되어버린 시대니까.


화장을 하지 않으면 피곤해 보이고,


머리를 말리지 않으면 성의 없어 보인다.


꾸미지 않으면 ‘관리 안 되는 사람’이 되고,


꾸미면 ‘욕심 많은 사람’이 된다.


그 사이 어디에도


진짜 나는 없었다.


사실은


이 모든 게 너무 피곤했다.


나를 단정하게 꾸며 세상에 내놓는 일,


나를 정리해서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일,


나를 납득시키고, 감추고, 조절하는


모든 행위들.


나는 내가 점점


‘내가 아닌 무엇’이 되어가는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그 감정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는 것이


더 무서웠다.




어느 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푹 자고 일어나


거울을 봤다.


그 안엔


몹시 낯선 얼굴이 있었다.


‘아, 이게 나였지.’


익숙하면서도 초췌하고 어색한 내 모습.


나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오래도록 말이 없었다.


어쩌면,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진짜 나였기 때문에


난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바라 보았다


무언가를 덧붙이지 않으면


사라지는 느낌.


존재감은 점점 얇아지고,


그 얇아진 존재를


또 다시 메우기 위해


무언가를 계속 바르고 칠하고 입힌다.


나는 매일 나를 덮어가는 중이다.



나는 오늘도


사회가 원하는 얼굴을 쓴다.


거울 앞에서 시작된 나의 하루는


진짜 나를 조금씩 지워내는 일로 가득하다.


그런데도


나는 이 삶을 멈출 수 없다.


왜냐하면,


그걸 멈추는 순간


나는 투명인간이 될 것 같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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