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생존기초_대기업 갈 것 아니라면 30대 초반까지는 실력 쌓을 시기
2016년 창업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매출과 수익이 부족해 공동대표들 월 급여가 100만 원도 안 되는 상황이 지속되니, 괜스레 스쳐 지나갔던 다른 기회들이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창업하고 1년쯤 지났을 때, 아는 분으로부터 대학교 입학사정관 채용 권유가 들어왔었다. 당시 제안 급여도 200여만 원대 후반이어서 사업으로 버는 급여하고만 비교해도 금액이 매우 많았다.
하지만 곧바로 거절했었다. 막 창업 도전을 해 내가 원했던 미래의 행복 로드맵을 하나씩 일구어 가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책상에 앉아서 관심 없는 분야의 사무업무를 하며 종일 서류를 뒤적이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본능적으로 미간이 찌푸려졌었다. 그 제안을 거절하는데 채 10초도 고민하지 않았었다. 초심자의 패기가 그런 것이었나 싶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남들은 사회에 진출해 자리 잡고 뭔가를 쌓아가는 30대 초반이 되었는데, 정작 나는 원하는 성과가 나지 않고 배가 고프니 초조해지고 마음도 빈곤해졌다. 그 빈자리에 부러움과 두려움이 파고들어 왔다.
도드라지게 가진 게 너무 없었다.
대기업 취업을 하려 했으면 이미 20대 후반에 공채에 도전, 성공해 입사했어야 했다. 이미 그 선택지는 없어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대기업을 가고 싶다면 대학원을 나오든, 프리랜서로 꽤 괜찮은 포트폴리오나 경력을 쌓거나, 중견기업까지는 들어가서 뭔가 큰 성과를 내 스카우트당하거나 이직을 하는 식으로 계획을 세우고 노력을 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대학원에 갈 상황도, 공부할 전공도 정할 수 없었다. 기술창업이나 실무 관련 역량도 하나 없었다. 당시 뜨고 있었던 코딩, 빅데이터 및 데이터분석 등에 대한 조예나 기술도 없었다. 자격증도 운전면허 1종 보통뿐이었다. '그 따위' 경험과 스펙으로 갈 수 있는 번듯한 중견기업 자리는 없었다.
답답함에 뭔가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늘 했지만 창업은 이미 해버려서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이 눈앞에 산적했었고, 나이는 3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고 있어 마음 편히 시간을 원하는 곳에 쓸 여유가 많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들 알다시피 비수도권 로컬에서는 무언가 원하는 것을 배울 양질의 기회가 여전히 부족했다. 돈도 부족했다.
여러 가지로 내 발목을 잡거나 등을 떠밀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런 고민들을 이어가던 차에 유튜브를 보다 우연히 '글로벌경제 아시아시대를 열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중국 알리바바의 경영자였던 마윈이 나와서 이야기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다. 평범한 영어선생님이었던 마윈이 나름의 통찰력과 꿈, 열정으로 일으켜온 알리바바의 사업이야기와 그 과정과 결과에서 얻은 인사이트 이야기 전반에 고개가 끄덕여졌었다. 그렇게 그의 이야기에 흡입되어 가던 찰나 '당신이 30세~40세가 될 때까지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면 아무도 당신을 동정하지 않을 것이다' 문구를 보게 됐다.
이상하게 마음에 초조함 보다 평안 한 조각이 찾아왔다. 나름대로의 '정신승리'였겠지만 다음과 같은 생각이 번쩍 들었다.
'어? 40세까지 되려면 시간이 한참 남았으니 기회를 만들 시간은 충분히 있는 게 아닐까?'
※그런데 내가 대표라 '상사'가 없다면?
나름의 깨달음을 얻고 나니 다른 문구들도 마음에 와닿기 시작했었다. 특히 아직 젊다면 보고 배울 상사를 찾아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대기업을 가지 않을 나, 그렇다고 내세울만한 기술이나 포트폴리오도 없는 나, 모든 것을 쉽게 마련하거나 리셋할 수 있는 돈도 없는 내가 지금 몰두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어야 할까.
어차피 책상에 앉아 고민을 이어간다고 해서 근 2년 넘게 고민해도 풀리지 않은 문제가 갑자기 풀릴리는 없었다. 그렇다고 3년여간의 창업도전을 이대로 끝내고 싶지도 않았다.
돌파구가 마련되려면 새로운 경험과 배움이 나에게로 흘러들어와야 했다. 그런데 나는 '대표'였어서 상사가 없었다. 때문에 일을 배울 상사를 따로 찾았어야 했다.
그러다 찾은 나만의 상사는 재미있게도 회사 밖에 있는 고객과 경쟁사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고객에게 잘 보여야 내 상품이 선택을 받고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고객이 무엇을 어떻게 원하는지를 제대로 알아내는 과정에 몰두해야 했고, 그 과정과 관련된 학습과 쌓인 노하우들이 내 업무역량을 높여주고 있었다.
나의 주 고객은 중학교 진로담당 선생님과 중학생들이었다. 이들을 만나려면 교육현장으로 어떻게든 나가야 했다. 고객을 만나고 이해하고 연구하고 감동시킬 기회를 많이 얻기 위해 참 많이 노력했었다.
또 하나의 상사는 경쟁사였다. 캠퍼스멘토, 어썸스쿨 등과 같이 이미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국구, 지역구의 강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후발주자인 우리에게 좋은 학습교보재가 되었다. 처음에는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하우가 될 만한 것들을 베껴보고 연구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보려 했었고, 이후에는 영업 및 마케팅이나 사업기회 창출 노하우 등을 학습해 적용해보려 했다.
고객, 경쟁사 등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지만, 사무실에서 앉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기획력과 업무스킬을 배울 길은 생각보다 요원했다. 블로그나 브런치 또는 퍼블리, 폴인 등의 매체 등을 통해 많은 직업인 선배들의 노하우를 접할 수는 있었지만 글로만 보고 업무 노하우를 배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찾은 또 하나의 상사 그룹이 있었다. 바로 협업을 하며 만나는 로컬 직업인들이었다.
여러 어려운 시기들을 이 악물고 버텨가니 마을 청소년교육부터 교육청까지, 그리고 다양한 청년 진로탐색 및 역량강화 관련 교육회사들과 협업을 할 기회들을 조금씩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각자 활용하는 업무 툴 및 그 활용법, 제안 및 보고서 작성 스킬, 공공 지역자원 활용법, 조직관리법 등 고객과 경쟁사를 통해서 배울 수 없는, 다양한 업무스킬 및 감각을 학습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때 배운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런 효과를 체감 한 뒤에는 탄탄한 업무 체계와 노하우를 가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또는 혁신적이거나 매력적인 프로젝트를 하는 로컬팀과의 협업기회가 생기면 별 수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욕심내어해 보고자 했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비전과 리더십, 다양한 업무 및 사업 노하우를 배우려 애썼다.
이런 기회들은 필요한 배움과 성장의 기회가 없었던 나에게 '가뭄 속 단비'가 되어 주었다.
월 30~80만 원을 벌던 창업 1~3년 차 동안 열심히 고객과 경쟁사, 협업자들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하며 학습하고 성장한 결과 5~6년 차가 넘아갈 때 즈음 내가 회사에 직접적으로 벌어다 온 금액만 해도 연 8,000만 원이 넘어설 정도로 기획과 업무능력이 향상되었다.
물론 학습의 시간은 고난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 시간을 통해 확보한 사업과 기획, 업무 노하우는 지금 당장 지금의 직장을 그만둔다 해도 언제든 내가 원하는 일자리를 다시 찾아 살아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만약 창업 1년 차에 나에게 온 스카우트 제안을 수락해 창업을 접고 대학교 행정직 일을 시작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물론 나름대로 의미 있고 편안한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만큼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원하는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 같다. 안정되고 평안한 삶에 적응해 지금과 같은 도전적인 일들을 하지는 못했을 것 같기도 하다.
로컬에는 생각하는 것보다 좋은 인재가 그리 많지 않다. 조금만 열심히 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 다양한 기회가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다.
대학 졸업과 맞물려 빠르게 사회인이 되어 자리 잡고 싶은 마음에 '저연봉'이라도 정규직 자리를 조급하게 구하려는 20대 후반의 후배들을 종종 본다. 그럴 때마다 나 또한 마음으로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황금 같은 20대 후반에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며 프로젝트 경험을 쌓고, 나만의 도전 포트폴리오를 쌓아가다 보면 생각보다 더 크고 좋은 기회들을 만날 수 있는 게 로컬인데.. 사회진출의 시기도 점점 늦어져 20대 후반이라면 늦은 나이도 아닌데 너무 조급해하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아직 무언가를 진득이 시작해보지 않은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의 로컬 청년이라면, 스스로에게 여유를 선물해 주자. 지금 당장의 작은 인정을 쫓기보다 내 관심분야와 관련해 도전하고 협업하며 배우고 성장한 5년 뒤의 멋진 모습을 쫓다 보면 원하던 것보다 더 큰 인정과 행복을 로컬에서 누리게 될 거라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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