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감을 주는 직업인이 되니 더 많은 기회가 찾아왔다

로컬생존기초_내 일 방식, 방향, 속도, 결과물 질과 양을 예측하게 하기

by 권성대

나의 고용자이자 협업자들이 느낀 불안감


창업한 첫 해 2016년, 대전의 한 청소년수련원에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전통시장을 취재, 잡지로 기록하는 15회 차 짜리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했었다.

모든 게 새로웠던 도전이었다. 프로그램 계획서를 쓰고 지원사업 심사를 통과하는 것도, 15회 차 짜리 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잡지를 만들어 보는 것도,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공공기관과 협업해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첫 시작은 무난했다. 학생들에게 이 프로그램의 의미와 목표, 방식 등을 설명해 주며 잡지에 담을 인터뷰 주제별 팀 구성을 시작했다. 이후 팀 활동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때부터 수련관 담당자분들의 불안이 섞인 확인요청들이 틈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번 주는 어떤 결과가 나오는 거죠?'

'아이들 잘하고 있는 걸까요?'


프로그램 제안서 쓸 때도 관련 내용을 공유했었고, 전체 현황을 볼 때에도 크게 문제 될 게 없었는데 왜 은근히 불안해하시는지, 당시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어떨 때는 우리를 여전히 못 믿어서 그러시는가 싶어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익숙하지 않았던 교육 운영방식, 모호한 회차별 결과가 만들어낸 담당자의 불안


당시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번뜩 이해가 가는 불안이었다.

프로그램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초보 기획자인 내가 쓴 기획안에 대해 심사위원이 '욕심 많은 초보가 썼거나, 프로기획자가 쓴 것 같다'는 평을 해줄 정도로 못 쓸 기획안은 아니었다.

주요 문제는 회차별 운영방식과 결과 도출에 있었다. 당시 활동은 팀 활동이 핵심이었는데 당시 나는 팀 활동은 각 팀원들의 동기부여와 역할분배, 관심주제를 얼마나 주체적으로, 맞춤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 전체 성패를 좌우한다고 봐서 이 과정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였다.

그러다 보니 팀 간에 활동 진행 속도도 다르고, 갑자기 주제를 뒤집어엎는 팀도 있었고, 하루 활동 간 제자리걸음을 하는 팀도 더러 있었다.

각 회 차마다 예정된 결과가 딱딱 나와야 하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진행하셨던 기관 담당자분들의 눈에는 이 모든 것이 불안으로 보였던 것 같았다. 특히 제대로 된 교육프로그램 포트폴리오 하나 없는 팀과 처음 협업을 하다보니 더 불안해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인사이트가 없던 그때의 우리는 우리가 계획서에 기재된 활동을 하고 있고, 언제까진 뭐가 반드시 나오게 만들겠다고 설명을 드리며 활동을 이어갔다. 결론적으로는 좋은 결과물이 나오고 학생들도 선생님도 만족해하셔서 잘 마무리가 되었고, 이런 결과는 차후 다른 프로그램을 해당 기관과 함께 진행하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또 다른 측면으로 이 경험은 우리와 함께 일하는 협업자에게 어떻게 협업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 원활하고 효과적인 협업을 이루어낼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무리 선진적인 방식을 활용하며 이상적인 결과를 쫒는다고 해도, 함께 협업하거나 과업을 지원해주는 분들이 과정과 결과 모두를 이해하거나 관찰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일을 한다면 인정받고 선택받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컬에서 소문난 인재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두 가지 태도 중


두 번째 태도. 일관되게 예측가능한, 신뢰할 수 있는 협업파트너로서의 태도

위 사례와, 그간 함께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경험 속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 생각이 든 사람의 특성을 정리해 보았는데, '일의 동기'와 함께 중요하다 생각했던 요소는 '신뢰감'이었다. 이 신뢰감은 '협업 과정에서의 신뢰'와 '결과 도출에서의 신뢰'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협업과정에서의 신뢰'는 협업자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속도로 혼자 또는 함께 일하며 문제를 다루어가는지, 어떻게 결과도출을 향해 다가가는지에 대해 충분히 알 게 해주는 과정에서 생긴다.

관련 정보를 통해 나의 협업자 또는 고용인이 '이 사람의 작업방식이 고객 또는 다른 협업자들에게 문제가 될 만한 피해를 주지 않을지 또는 그 피해가 수습 가능한 범위에 있을지, 갈등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어느 수준으로 풀어갈지, 어느 기간 안에 특정 결과물을 꼭 만들어내 데드라인을 지킬 수 있을지, 무엇을 지원해 주는 것이 이 사람이 더 잘 일하는데 도움이 될지' 등을 판단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결과 도출에서의 신뢰'는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의 퀄리티와 양, 조건들이 협업자의 요구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만들어낸 결과물은 필요에 따라 얼마나 추가적인 보완이 들어가야 할지, 협업자가 요청한 또는 내가 주장한 결과물의 파급력이 실제 그럴지 등을 충분히 예측하게 해 주며 생긴다.

나와 협업하는 대부분의 협업자, 고용자는 시간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협업을 통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할 것이다. 그렇기에 한정된 시간과 자원 안에서 일을 정확하게 적시에 해 내는 게 중요한 평가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평가에 높은 점수를 받아 많은 일감을 따오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신뢰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일 시작 전에 이 두 가지 신뢰를 모두 완전히 충족시키며 협업을 시작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때문에 그간 스스로 쌓아온 경험과 포트폴리오를 활용하거나, 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메꿀 꿈과 야망을 어필하며 부족할지도 모르는 나에 대한 신뢰를 다각도로 채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 만들어온 포트폴리오와 경력을 통해 쌓인 '신뢰감'의 힘


창업 첫 해부터 3년 차 까지는 그런 신뢰감을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게 쉽지 않았다. 기존 교육의 틀을 벗어난, 대안교육에 가까운 다회차 프로젝트 수업은 공공기관 담당자나 학교 선생님들에게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느낄 불안요소가 많았다. 중고등학교 진로수업 시장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로컬 창업팀이, 학생들이 싫어할 질문 많은 워크시트를 들이밀며 6시간 연속 수업을 할테니 기회를 달라하는 주장에 의문을 던지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때문에 우리가 준비한 프로그램을 바로 허락받아 들어간 곳은 많지 않았고 1시간 단위의 작은 특강을 먼저 하며 우리의 실력을 증명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하지만 약 3년 간 이런 고비들을 넘기며 수업을 진행한 교육기관들이 쌓이고, 만들어 낸 괜찮은 결과물들이 주변에 알려지기 시작하자 더 많은 사람들이 신뢰를 가져주기 시작했고, 우리에게 더 많은 사업기회를 가져다주기 시작했다. 덩달아 제안해 주시는 사업의 크기도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부족했던 자격은 현장에서의 실력증명으로, 경력의 부족은 버티며 쌓은 경험의 시간으로 해결해 가며 우리에게 부족했던 신뢰감을 채워갈 수 있었다. 이 신뢰감은 자연히 회사와 나의 브랜드가 되었고, 영업을 하지 않아도 사업제안이 들어오게 만드는 힘이 되어주었다.




로컬 리더, 프리랜서, 직장인으로서 고용자&협업자가 느끼게 해줘야 할 '신뢰감'


인재풀이 적은 로컬에서 직업적으로 자립하고자 할 때 이런 신뢰감을 얼마나 주느냐는 매우 중요한 홍보요소가 된다. 평범한 직장인이나, 주문받은 대로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결과물을 잘 만들어내면 되는 프리랜서의 경우 앞선 글에서 설명한 '일의 동기와 성취목표의 유무'보다 '신뢰감'을 주는 게 더 중요하다.

'뭐든 좋으니 약속한 비용에 요청한 걸 언제까지 반드시 해주세요'가 가능하다면 로컬에서 이모저모로 자주, 유용하게 쓰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창업자라면 고객과 협업사에게, 프리랜서라면 고용인에게, 직장인이라면 직장동료와 상사에게 신뢰감을 어떻게 주고 또 쌓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좋다.


나아가 여기에 '저 친구는 여기서 OO을 꼭 해보고 싶어 해, 온통 저 이야기만 하고 다니더라고, 포기할 만한데도 열심히 하는 친구야'라는 이미지까지 심어져 있다면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 경험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나의 신뢰포인트


답은 과거 경험들에 있다. 과거에 내가 해왔던 과업들을 되돌아보면 나의 일하는 방식,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질과 양을 어느 정도 확인해 볼 수 있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특정 일을 할 때 효율이 나고 떨어지는지, 어떤 사람들과 일할 때 일일 잘 되거나 실패가 많은지, 얼마나 많은 일을 동시에 질적 저하 없이 해낼 수 있는지, 기획안을 만들어내거나 산출물을 만들어낼 때 평균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지원을 받았을 때 일을 어느 정도 효율적으로 해 낼 수 있는지, 내가 가진 업무적 장단점이 무엇이며 단점은 어떻게 보완하고 장점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등을 스스로 알고 정리할 수 있다면 충분히 협업자 또는 고용자에게 느끼게 해 줄 신뢰의 포인트를 찾아 정리할 수 있다.


발견한 장점은 더욱 다듬고 포장해 매력적으로 만들고, 단점에 대한 보완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해 협업자 또는 고용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면 된다. 최종적으로 이를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많은 프로젝트 경험과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인사이트 또한 키워야겠다.



인사가 만사, 자신이 한 팀의 리더라면 좋은 사람 찾기를 게을리하지 말자


창업을 해보면 안다. 처음 계획을 1년 동안 온전히 지켜나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 계획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는 환경의 변화도 있겠지만 '인사'문제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유능하고 나이스한 사람들과 함께 일 했을 때 엄청난 성취감과 효과를 누리는 경험도 했지만 잘못 채용한 한 사람 때문에 작은 회사 전체가 휘청거리는 경험도 해봤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며 우리 회사에 딱 맞는, 유능하고 좋은 사람을 모시고 오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로컬에서 나 혼자 하는 것보다 더 크고 빠르게,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창업자 또는 리더라면 좋은 동료를 얻는 것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좋은 동료를 얻기 위해서는 리더 자신과 회사를 있는 그대로 적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도 길러야겠고, 자신에게 딱 맞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는 안목과 네트워크를 가지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낸 퍼포먼스는 생각 이상으로 나와 동료, 직원, 고객, 지역민들에게 파장을 만들어낼 것이다.


구글이 사람을 뽑을 때 약 5개월 간 9번의 면접을 본다는 말을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고문에 가깝지 않냐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을 찾을 수 있다면 면접 10번도 제안하겠다. 그렇게 인재를 채용하게 된다면 목표 하나 주고 근무지도, 일 방식도 자율적 정하게 하며 일 시켜도 원하는 것 이상의 어마어마한 결과가 나오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위에서 기술한 태도를 직업을 구하는 개인이 갖추면 좋은 역량이라고 표현했으나, 그 개인이 소속되어 일하는 회사 및 대표 또는 협업 파트너가 그 진가를 제대로 알고 활용할 줄 모르면 효과를 내기 어려워집니다. 이 글을 보는 사람이 회사의 대표 또는 리더라면 스스로의 그릇과 회사 업무체계가 유능한 인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는지 늘 점검해야 합니다. 부족한 리더십을 인지하고 있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든 배우고 성장해 필요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그래야 대표 개인도, 회사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유능한 인재를 찾고 채용하고 일하게 하며 역량을 원하는 만큼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한 책임은 조직의 대표자가 모두 져야 하고 또 지게 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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