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브랜딩_대전은 조용히 사유하기 좋은 도시에요
2023년, 제2회 어은/궁동 혁신생태계 구축포럼에 오셨던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의 모종린 교수님 이야기를 듣고 느낀 바가 많았어요.
대전의 상징으로 과학, 성심당, 교통, 꿈돌이 등이 있지만 정작 사람들이 즐길 문화, 경험 콘텐츠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충분히 갖추기는 어려웠죠.
다른 지역들도 비슷한 상황이라 생각해요.
지역활성화, 도시재생 등으로 다양한 '활성화' 시도들이 여러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특색있는 콘텐츠 생산, 자립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 지속가능한 일자리 생태계, 지역 주민들과의 융화와 협업과정에서 저마다 고민들이 있지요.
이런 고민을 하는 입장에서 지역마다의 독특한 자연환경, 유명한 사람, 랜드마크 등이 있는 곳을 보면 문득 부럽기도 해요. 특정 무엇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관광객을 불러들일 수 있는 곳은 '지역 활성화' 측면에서는 축복받은 곳이니까요.
하지만 그러한 관광지들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육지사람 입장에서 '제주'와 같은 곳을 제외하고는 단순히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꾸준히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재방문에 재방문을 유도하며 나아가 정주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지역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우니까요.
한 두번 가보고 '볼 만큼 봤네', '이런거 서울에도 있어' 이야기가 나오는 곳이라면 처음엔 이슈가 되어 관광객들을 끌어모을지는 모르나 재방문을 유도하지 못하고, 나아가 정주하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내지 못해 지속력을 잃게 되죠.
이러한 관점에서, 저는 제가 사는 대전으로 돌아와 관광객은 물론이고 지역주민까지도 즐기며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가 무엇일까 고민했었어요. 그리고 나름의 결론을 냈어요.
저는 '사유의 도시'를 대전의 브랜드 중 하나로 제안하고 싶어요.
다양한 연구자와 학자, 시민들이 동네 카페, 독립서점, 대학교, 연구소, 산 초입과 중턱에 있는 도서관과 워크숍 장소에서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생각을 정리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나누고, 콘텐츠를 만들며 전국에 그 영향력을 전달하는 곳.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모습을 상상해보았어요.
전국에 유명한 철학자들과 지식인들이 생각을 정리하고 나누기 위해 찾는 곳
다양한 직장인과 사업가들이 몰입해 일하고,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정리하며 앞으로 나아갈 영감을 얻기위해 들리고 교류하는 곳
시민들과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리빙랩 실험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이러한 사례들이 콘텐츠화 되어 타 지역에서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찾게 되는 곳
이 모든 과정들이 각 동네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노출되며 일반 시민들도 함께 경험하고 그 혜택을 누리는 곳
대전에는 다음과 같은 자원과 환경적 특징이 갖춰져 있어요.
20여개가 넘는 독립서점
10여개가 넘는 지역대학과 연구소
취금헌 박팽년, 동춘당 송준길, 우암 송시열의 이야기
자연재해가 별로 없는 평안한 도시
사면이 산과 호수로 둘러쌓인 자연친화적 도시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이 모여 살며 오가는 교통의 요지
연구자, 과학자들이 많이 모여있는 과학/연구의 도시
대전에서 자리하고 있는 다양한 크리에이터와 지식인&연구자들이 이러한 요소들을 일반 대중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비즈니스)로 끌어내고, 민관이 협력해 다양한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시설과 홍보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착착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대전의 대표 독립서점 다다르다(@differeach)와 대전 작가들의 작품과 굿즈들을 다루는 독립서점 머물다가게(@meomuldashop), 과학콘텐츠 관련 매력적인 행사와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과학카페 쿠아(@sciencecafekorea), 독서모임을 미친듯이 열고 있는 열정넘치는 독립서점 바베트의 만찬(@babette_bookstore), 10여년 이상 대전의 다양한 공간과 사람의 이야기를 아카이빙 해오고 있는 잡지 월간토마토(@wolgantomato), 어은동에서 지식인들과 대학생들을 인문학으로 연결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독립서점 더비블리오그라피(@the_bibliography_), 그리고 대전에 10여개 넘게 있는 대학에서 다양한 성과들을 만들어 지역사회와 공유하며 때로는 직접 플레이어가 되어 활약하는 연구자 및 대학교수님들이 대전에 있어요. 과거부터 최근까지 대전 내 다양한 주체들이 만들어오던 콘텐츠를 보면 다양한 경험 속 사유과정과 결과를 콘텐츠를 만들어낼 능력도 지역에 꽤나 응축되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런 역량들을 잘 엮어내면 관광객은 물론, 도시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사유의 과정과 결과물, 경험들을 지역 주민도 일상적으로 찾고 즐기며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지역 자원을 잘 활용한 지속가능한 도시 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름대로 이걸 위해 지역에 '인생학교 대전'과 같은 사유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최진석 교수님같은 분들을 모신 클래스 등을 유치하고 싶기도 하고요. 보문산 밑에 한옥으로 지어진 명상/사유를 위한 워크숍 공간도 만들고 싶기도 해요.
반론도 많겠고, 불가능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겠고, 실제로 실행해 나간다면 어려움도 많겠지만, 그럼에도 불고하고 저는 '사유의 도시' 대전을 계속 꿈꾸고 싶습니다.
같이 무언가를 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언제든 제안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