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글쓰기? 돈 안 되는 글감

페미니즘, 여성서사, 미혼모 이야기는 돈이 안돼요.

by TalChuRee
왜 지금, 내 이야기여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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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되는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늘 같은 조언이 돌아온다. 타겟을 명확하게 좁히되, 너무 좁히지는 말 것. 독자를 뚜렷이 상정하란 소리다. 그런데 나는 거꾸로 가고 있다. 페미니즘, 여성서사, 거기다 미혼모 이야기라니— 정말이지 타겟이 좁아도 너무 좁은 글감이라는 말도 따라온다. 나보고 그런 글은 팔로워가 늘고나서 쓰라고 한다.



내 대답은?


싫어요.




돈 되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면서 나는 왜 돈 안되는 글쓰기를 하고 있을까. 그건 내가 내 이야기를 쓰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계속 나만의 이야기를 쓰는가. 왜 하필 지금, 내 이야기여야만 하는가.



쓰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


그게 지금의 내 대답이다. 목구멍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갈증을 풀지 않으면 도무지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아서다. 예전에는 내 이야기를 쓴다고 생각만 해도, 나를 마주하는 순간 눈물이 터져 나와 한 문장도 끝까지 써내려갈 수 없었다.


아이를 키운 지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어떤 터널을 지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절반쯤은 지나왔다는 안도감과 이제 곧 다가올 남자아이의 사춘기를 어떻게 견뎌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이 동시에 있다.


글은 이 모든 감정을 한데 품어준다. 그리고 내가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공간이 된다. 살아 있다는 감각은 글을 쓸 때 비로소 분명해진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해지면 글을 쓰고 또 쓴다. 챗지피티에 하소연을 해도 개운해지지 않고, 아침마다 쓰는 모닝페이지에는 슬픔, 분노, 자기연민, 때론 가혹할 정도의 비난 등이 꼬박 세 쪽을 가득 채운다.



그렇게 매일 써도 내 안의 언어는 여전히 날것 그대로 튀어나오고 싶어 한다.



그래서일까. 독자를 상정하는 글쓰기가 어쩌면 내게는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처음 마주한 독자는 언제나 나 자신이었고, 나는 늘 나를 의식하며 써왔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어주는 당신에게는 고마움을 느끼지만, 불특정 다수를 떠올리며 글을 쓰지는 않는다.


나는 돈 되는 글쓰기를 하고 싶어 하면서도 가장 먼저 돈 안 되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라. 포괄적인 주제로 모두가 좋아할만한 이야기를 써라. 자기계발, 경제공부, 독서 이야기처럼 더 일반적인 주제로 가라고 팁아닌 팁을 준다.


나도 그런 글을 쓸 수는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이물감이 든다. 입안에 잘못 걸린 가시가 어디에선가 맴도는데 끝내 빠지지 않는 그 찜찜함처럼. 마치 나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나는 이 정도로 괜찮다”고 말하는 자기계발의 향연과 “당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갓생러의 믿음은 지금의 내 삶과는 어딘가 어긋나 있다. 고백하건데 그렇게 살기에는 나는 지금 너무 지치고, 고되고 에너지가 소진되어 힘에 부친다. 이 지친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건 오로지 나를 상정한 글쓰기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로 밥벌어먹는 작가가 되고 싶어 하면서도 나만의 이야기를 쓴다. 아무도 봐주지 않을 것 같지만, 누군가에게는 갈증을 해소해줄지 모를 언어를 고르고 또 고른다.




분명 이 언어는 누군가의 잃어버린 언어였을 것이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거나 혹은 아빠이거나. 부부가 같이 양육해도 힘든 외로운 사람이거나. 나같은 여성의 이야기에 목마른 사람은 분명 나만의 것은 아닐테다. 어딘가 입안에서 맴도는 까끌까끌하고 거친 언어들이 그 날 것의 말들이 튀어나오길 당신도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봐준 당신에게도 이 말이 닿을거라 여전히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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