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출발한 열차는 좀처럼 달리지 못한다
함께 달려온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떠난 지 서너 시간이 지나 밤은 깊어 만 가는데
불 꺼진 간이역에서 홀로 서있다
성에가 낀 창문 너머로 비치는 노란 객실등
작업복을 입은 사내 몇은
하루가 고됐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졸고
한 사내는 연신 기침을 쿨럭거리며 어깨를 움찔거린다
아기를 업고 있는 젊은 여자는
장롱 깊이 숨겨온 그리움 때문인지
하얀 보따리를 어루만지면서
흘러내린 아이를 다시 둘쳐업는다
누구에게나 돌아가야 하는 것을 하나씩 품고 살아왔지만
산다는 거는 모래바람 속에서 홀로 있는 것처럼
때로는 아프기도 쓸쓸하기도 한데
돌아서 보면 아무것도 없는 허망할 뿐이라
서로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낯설은 침묵만 허공에 떠 있다
졸고 있던 사내가 일어나 담배를 꺼내 문다
흰 연기가 뽀얗게 피어올랐다가
노란 객실등 아래서 아지랑이처럼 사라진다
창틀 밑으로 진눈깨비가 섞인 찬바람이 스며들고
저 멀리에서 어슴프레 새벽하늘이 피어오른다
날이 밝으면
열차는 거친 숨소리로 괙괙 거리며
또 다시 어디론가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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