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by 조홍래

기차는 밤새 달려왔다

떠날 때는 막차였지만 내릴 때는 첫차가 되어

눈이 내리는 새벽을 맞는다

모두가 밤새 설친 잠으로

몽롱한 발길을 천천히 눈 속으로 옮긴다

형광등 몇 개는 아직도 졸린 듯 껌뻑거리고

서늘한 대합실의 공기로

몇몇은 어깨를 움찔거리며 옷깃을 세운다

담배를 하나 꺼내 무는 사내

내리는 눈꽃사이로 하얀 연기가

고향의 실내천 언덕 위의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다 닳아서 비틀어진 구두 뒤축 같았던 그는

용기 있게 가래침을 "텟" 하고 뱉고는

어둠 속에서 일어나는 희뿌연 새벽하늘을 쳐다본다

이 만큼이나 왔기에 다시 돌아갈 수는...

웅얼거리며 외투 옷깃 속으로 비장함을 감추며

다시 연기 한 모금을 뿜는다

밤새 달려왔던 모두는

하룻밤을 함께 보낸 인연이었는데

무엇이 바쁜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각기 허연 입김을 뿜으면서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간다

비장함도

사라져 가는 모든 것도

광장 위로 하염없이 내리는 눈 속에 묻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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