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라 볕이 너무 좋아서
손녀와 나는
놀이터에 나와 있다
햇수로 두살이지만
돌이 지난지 한 달된 손녀
보행기를 잡고 일어서는 연습하고
나는 시답잖은 책 한권을 들고 살아온 것을 복습 한다
손녀가 세 발걸움을 딛다가
털썩 자리에 주저 앉고
나도 책 두 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허한 가슴을 쓸어 내린다
돌 지난 손녀와 육순의 나
둘다 하루를 살아가는 무게는 같은가 보다
가을이라 볕이 너무 좋아서
손녀와 나는
놀이터에 나와 있고
저만치에서는
노랗게 단풍든 하루가 지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