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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홍래 Nov 03. 2016

가을비

비가 내렸다

가을비가 차유리 밖에서 맺혀 시야가 뿌해지고

그러면 이내 윈도 브러시가 닦아내고

잠시 맑아졌다가 다시 송글 송글 빗방울이

맺힌다

음악이 흐른다

청춘의 나이에 죽은 젊은 가수가 애절한 가사를

읊조린다 젊어서 죽었기에 더 절절함이

노랫가락에서 뚝뚝 떨어진다

아내와 나는 아무 말이 없다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아무 말 없이 차창 밖만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세상의 불빛들이 우리만 남겨 둔 채

앞에서 뒤로 달려간다

어디까지 달려왔는지 모르겠다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뚜렷한 목적지와 같은 끝은 분명 있는데

어쩌면 그것을 잃어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가만히 고개를 돌려 옆 창가를 바라 보아도

역시 빗 방울이 맺혀있는 흐느적거리는

뿌연 도시의 불빛뿐이다

묘한 긴장감이 생긴다

핸들을 꽉 움켜잡은 손아귀에 핏줄기가 일어나도록

힘을 주고 침을 꼴깍 삼킨다

옆에서 그런 모습을 의아하게 아내는 바라만

보고 있다

지금까지 달렸는

나는 왜 제자리에서만  맴돌고 있을까?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한 바퀴를 돌아온 것 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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