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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홍래 May 08. 2018

비를 맞으며             순례자의 길을 걷는다

빗속에서 비를 맞으며

제주 이시돌 순례길을 걷는다

길 양옆으로 순례자를 환영하듯 측백나무가 길가에 나린히 서있다

성 클라라 수도원

화장실을 들렀는데 구석 한부분까지 매우 절제된

장식들이 수도자의 모습이 보이는듯 했다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쉬웠다)

큰길을 지나서 사잇길로 빠져 농가집들 길

콘크리트 도로위로 빗물이 흘러 내린다

들판에서 놀든 말 한쌍이 길 위의 이방인이

신기 한듯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쳐다 본ㄷ다

귤감 나무의  흰꽃

육십을 살아 오면서 귤감나무의 꽃을 처음 본다

오름 밑으로 운무가 휘감고...

노랗게 익어서 농부의 마지막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보리밭

운무 속에서 홀로 길을 지키고 있는 고목

신자가 없어서 신부가 없는 공소 성당

주일 날만 다른 지역에서  신부님이 파견 오셔서

미사를 집행 하는듯 하다


제주의 길위에서 비를 맞는다


비를 맞으며 길을 걷는다

크고 큰 뜻이라도 있는줄  알고

얼굴 위로 흘러 내리는 빗물을  흠치며

질퍽거리는 운동화를 끌고

서늘한 한기와 함께

길을 걸었


풀길 옆에서

수줍은 듯 얼굴을 감추고 있는 숲딸기

낯선 이에 놀라서 짖는 농가집 개소리

귤감 나무의 흰꽃들과 함께

비를  맞았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란

속 길을 는 것과 같을지....

어깨의 맨  배낭이 무거울수록

가고 가는 길무겁기만 한것을...


비가 오고  바람 부는 날도 지나가면

무지개 뜨는 날도 오는것을 알고 있건만...


끝내  가는 길을 멈추고  

왔던 길을 돌아보지를 못한다


길위에 비는 계속 내리고

내리는 비에 온몸을 젖고보니

비의 한기 때문만은 아닌것 같은데

왠지  머리가  상쾌 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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