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녁에 일어나 거울 속에 있는 허연머리와 주름진 얼굴의 한 노인을 봅니다
60년 가까이나 평탄대로보다는 험한 산길을 때로는 비오고 눈내리는 고부랑 길을 걸어서 온 노인 입니다 남들이 꽃나무 아래서 쉴때도
한 눈을 돌이지 않고 묵묵이 이길로만 걸어 왔습니다 누구처럼 잘나지도 잘되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처와 자식에게는 아름다운 가장으로 기억 되고저 발바닥이 부르트고 피 흐르는지도 모르고
그길을 터벅,터벅 걷고 또 걸어 왔습니다
이제와 고개 들어 옆을 보니
추수가 끝난 들판 위에는 허연 서리발이 솟아나
있고 마른 볏짚만이 논바닥에 누워 있습니다
동네 친구들과 흙먼지 뒤집어 쓰고 구슬치기 하던 소년,칠흙같이 어둠의 밤바다에서 항해 하던 패기찬 젊은이,가족의 등짐을 지고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는 장년
강물 처럼 흐르는 은하수 만큼이나 할 이야기는
많은데 다들 어디로 갔는지?
해는 저물어 가는데...
들판위에서 홀로 서 있습니다
논둑길 옆에 코스모스가 피어 나고
위 동네에서는 저녁 짖는 굴뚝의 흰 연기가 온마을에 나즈막하게 내려와 옛 이야기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