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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홍래 Mar 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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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회의 세습 문제와 목사의 일탈, 교회의 비상식적인 제도 등의 문제로 언론과 사회가 뜨겁다. 그러나 언론에서 다뤄지지 않은 일반 교회의 일상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나는 지난 세월, 서울의 한 보수 장로 교회의 안수집사였다. 70년 역사를 간직한 그 교회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내가 해군에서 복무하고 있던 초급 장교 시절이었다. 연말 성탄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 부대로 큰 라면 박스 크기의 소포가 하나 배달됐다. 나에게 택배 보낸다고 했던 사람이 없었기에 어리둥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생겨서 박스를 열어봤다. 사탕과 빵, 과자가 가득했다. 그 교회에서 보낸 위문품이었던 것이다. 나중에 여동생을 만나 알게 됐다. 당시 여동생은 그 교회의 초등부 교사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교회에서 교인들 중 군대에 있는 가족에게 위문품을 보내는 프로그램을 시행한 것이었다고 한다.    


뜻밖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후 그 교회를 알게 됐다. 선물을 받은 다음부터 군에 있든지, 사회에 있든지 ‘기독교’ 하면 다른 교회를 단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이 그 교회만 생각하게 됐다. 어머니도 그 교회를 다니셨고 할머니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 교회가 장례 예배를 주관했다. 내 동생 또한 그 교회에서 오래 시간을 봉사한데다가 자식들도 그 교회에서 유아 세례를 받고 대입을 앞두고 특별 기도도 받았다. 이렇게 우리 가족 모두의 중심에 그 교회가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교회에 다니던 초기가 믿음이 가장 컸던 시기 같다. 교회에서의 시간이 한 해, 두 해 지나가고 내 직급도 서리집사에서 안수집사가 될 즈음, 교회 내부의 답답함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답답함은 강철로 둘러친 끝이 보이지 않는 높은 담벼락 같았다. 아무리 부르고 소리쳐도 어떤 대답도 없고 나 혼자서 무너지는 메아리 소리 뿐이었다. 그렇다고 그 담벼락을 도저히 뛰어넘을 자신은 없었다.    


거대한 ‘슈퍼 갑’ 목사와 회사 사장님 같은 장로들로 포진돼 있는 교회 조직. 어떤 요구도, 단 한 점의 허용도 없이 반대 의견은 묵살하고 성도들에게 끝없는 강요와 맹목적인 순종만을 요구하는 조직이 내 눈앞에 있었다. 혼자서 도저히 그들과 싸울 수 없었다. 십수 년을 온 가족이 함께 해 온 교회였기에 떠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결국 떠날 수밖에 없었다.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아침이면 성도들과 목사를 한 국밥집에서 만났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참석한 이들이었다. 나는 토요일 아침에 한강 산책을 하고 절두산 성지에서 기도를 드린 다음 그 식당에서 아침을 먹곤 했다. 그러다 보니 그 국밥집에서 성도들과 목사를 자주 마주쳤다. 아내는 그들을 만나는 것을 불편해 했기 때문에 다른 식당으로 간 날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식당에 가는 것도 마땅치 않아서 ‘오늘은 만나지 말았으면’ 하며 식당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그들을 만난다. 서로 만나면 낯은 익으나 섣불리 말을 나눌 수 없는 연예인을 만난 듯 대충 눈으로만 인사하는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 책을 쓰면서 목사를 미워하는 마음이 컸는데, 어느 날에는 갑자기 목사가 측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직도 세상 모든 것을 쥐어 잡기만 하고 내려놓지 못하는 모습이 불쌍해 보였다. 미운 마음을 버리고 용서해 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나름 큰 용기를 내서 어느 토요일 아침, 국밥집에서 만난 목사의 국밥값을 내가 내 줬다.    


그리고 나는 이 글을 쓰는 것을 내려 놓고 있었다 교회를 떠났는데 이제와서 이렇게 고발성 글을 쓰고 있는 자신에게 스스로 실망감이 들었다 연필 한자루를 들고서 하늘을 향해 흔든다고 세상을 바꿀수 있는 것도 아닌데 하는 생각에 글을 놓고 눈을 감고 잠시 있었다 그러나 세상의 교회는 자식에게 목사직을 세습하는 문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형교회의 목사가 은퇴하면서 횡령 비리, 신자가 십만명이나 넘는 교회 목사가 성도들을 오랜기간 동안 성 폭행을 하고도 아니라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모습들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고 있어도 보이고 듣지 않으려고 귀를 틀어 막고 있어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나는 이 글을 다시 쓰면서 이 세상의 교회에 변화를 일으키는 큰 파도를 만들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언론에서 조명이 되고 있는 교회 말고도 너무나도 평범한 교회의 일상도  별반 다른게 없다는 점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 그리고 이 시대의 목사들이 스스로 성도들이 원하고 답답해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피고 성경을 머리로 이해를 하고 입으로만 외치지 말고 가슴으로 느끼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목회활동을 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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