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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솔 Oct 12. 2019

여전히 무거운 나의 몸

아라베스크는 언제쯤 90도까지 올라갈까

취미를 함께 하는 발레 메이트들과 늘 하는 얘기로, 성인 발레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유연성 인간일까, 근육 인간일까


나는 둘 중에 하나로만 말하라면 유연성 인간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해서 sns에 올라오는 대단히 타고난 취미 발레인들처럼 유연한 건 또 아니다.


근력이 남들보다 딸리는 편이라,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턴아웃은 조금 잘되는 몸이었다. 아 나는 유연성이 그나마 나은 거구나 하는 사실은 한 일 년 반 정도 지나고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무거운 나의 몸은 에티튜드도 아라베스크도 60도를 채 넘기지 못하고 있다.


발레 2년 차 정도에는 발레는 유연성보다는 근력이구나를 크게 느꼈었다.


작품반을 시작하게 되면 특히나 클래스를 들을 때와는 또 다른, 버티는 힘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여러 번 선생님의 뺑뺑이가 시작되고, 근력과 체력이 부족한 나는 금방 나가떨어져 근육형 취미생들을 부러워하곤 했다.


유연성은 발레를 막 시작한 사람들에게 굉장히 크게 다가온다.

발레 하면 자하로바 같은 인간미 없는 유연함과 여성스러운 선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동경하게 된다. (내가 그랬다.)


초반에는 그래서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자, 사진을 찍어 기록해볼까 등등 유연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냥 되는 대로 하는 거지 하고 내려놓았다. 그게 언제부터인지는 잘 기억나진 않는다. 아마 3년 정도 넘어서였던 듯.


다시 근육으로 돌아와 근육의 중요성을 말해보자면, 유연하지만 센터에서 못 버티고 부들거리는 사람보다는 높게 다리를 차올리지 못하더라도 안정적으로 하는 취미생이 나는 더 아름다워 보였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인가

“아 취미로는 발레하고 있어요”

하는 대화를 비발레인들과 나눌 때,

“발레 유연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전 해보고 싶은데 안 유연해서.. 시솔님은 유연하시겠다!”

이런 레퍼토리에 항상 같은 대답을 하게 되었다.


“전공자가 아니면 유연성 이전에 근육이 중요하더라고요 저는 체력이 부족해서 유연성에 부담 가지지 마시고 해 보세요”


몇 년째 이렇게 대답하고 있고 여전히 지금도 유연성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근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원하는 아라베스크와 팡셰의 각도


등에 살이 많은 건 아닐까?, 엉덩이가 너무 큰가?, 허리가 좀 문제가 있는 걸까? 별 생각이 다 들만큼 여전히 다리는 90도에서 멀다.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하고 미루다 보니 스트레칭의 각도는 더 좁아지고 지금은 근력도 어중간 유연성도 어중간한 애매모호한 사람이 되었다.


발레를 해온 시간도 실력도 모두 애매한 중간에 걸쳐진 사람으로 지내며, 지금 이렇게 지내도 괜찮을 걸까 싶은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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