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시이야기 ❤︎첫돌❤︎ 기념
Q1. 작은도시이야기의 작은 도시는 어떤 의미인가요?
A1. 서울이라는 도시는 제게 너무 크게 느껴집니다.
도보를 따라 50분 내외로 닿을 수 있는 곳이 제가 감각하고 관계 맺을 수 있는 거리입니다. 한 마을 보다는 조금 큰 정도입니다. 그렇게 발걸음 닿은 곳 지도를 그려보니 을지로, 충무로 일대에 해당하는 권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걷고 관계 맺었던 서울은 서울이 커지기 전부터 서울이었던 곳이었습니다. 운 좋게도 그 안엔 다양한 예술이 있었습니다. 서로 지향하는 지점이 다른, 그래도 이웃해서 서로 의지하는 예술가, 예술 공간들 덕분에 도심이 풍요로워 지는 과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시민들은 자신의 취향을 찾고, 자신과 닮은 사람들이 모이는 과정 속에서 ‘나'의 기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다채로움의 가치를 발견하면서 서울보다는 작은 도시, 을지로 일대의 지역을 칭하는 말로 사용 중입니다.
Q2. 그 달의 작품(깔), 술(크), 노래(숨) 콘텐츠를 만들게 된 모티브가 있었나요?
A2. 모티브가 되어준 것은 네 가지가 있습니다.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1년간 (구)을지예술센터에서 동료들과 뉴스레터를 발행했습니다. '중심잡지'라는 이름으로 큐레이터와 작가 인터뷰, 을지로의 색, 을지로에서 탄생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주간지 형태로 발송했었습니다. '중심잡지'의 운영 형식, 콘텐츠, 다루는 지역 등이 '작은도시이야기'에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콘텐츠 하나하나를 놓고 말씀드려 보자면, 첫 번째로 '깔'은 중심잡지의 '을지의.색'이라는 콘텐츠에 직접적인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다만 '을지의.색'이 을지로에서 발견한 도시의 색을 담았다면 '깔'은 예술작품의 색에 집중하는 형태로 운영 중입니다.
두 번째로 '숨'은 작은물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을지로 3가에 위치한 작은물은 예술가들이 모이는 공간입니다. 가보신 분들께서는 동의하실 것입니다. 그곳은 희한한 편안함을 주는 공간입니다. 그곳을 운영하는 윤상과 윤숭은 다들 너무 큰물에서만 놀고 싶어하는 현실 속에서 작은물이라는 이름을 가진 편안한 공간을 만들었다 합니다. 때문에 그곳에서 우린 숨통이 트이는 것 같습니다. 그곳엔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이지만 그중에서도 인디 뮤지션들이 많습니다. 그곳에 모인 분들의 음악을 듣고 있자면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삶의 파편이 담긴 노랫말을 공유하고자 '숨'을 기획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세 번째로 '크'는 짐빠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술을 배달하는 자전거를 칭했던 ‘짐빠리’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다는 한국술 플렛폼입니다. 온라인으로는 한국술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오프라인에서는 바틀샵을 운영합니다. 바틀샵은 신당 중앙시장의 상권과 상생하며 이야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짐빠의 아카이빙을 보면 각 지역에서 만들어진 술과 양조인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술은 창작자들과 뗄 수 없는 관계이기에 예술가의 이야기에 술의 이야기를 겹쳐 공유하고자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Q3. 그 달의 작품, 술, 노래를 고르는 작가님만의 기준이 있나요? 큐레이팅의 기준이나, 스토리가 궁금해요.
A3. 모든 회차를 관통하는 통일된 기준이 있지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그달의 인터뷰이가 정해지면 그분을 기준으로 술과 노래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술가의 서사와 어울리는 술과 노랫말을 찾습니다. 예술가를 선정하는 기준은 전시나 프로젝트를 앞두었거나 이사를 앞두어 지금 아니면 을지로에서 뵙기 힘든 분을 우선순위로 잡았습니다.
올해는 작년의 기준을 유지할 예정입니다. 그와 더불어 외국에서 잠시 한국을 방문하신 분, 을지로에서 성장해 떠나신 분들도 인터뷰를 진행해 보려 합니다.
Q4. 작은도시이야기의 멤버 구성이 궁금합니다.
A4. 2명이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청두가 일인다역을 하고 있지만 부족함이 많은 사람인지라 능력자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디자인과 운영 방향에 관해서는 디자이너 고빵빵에게 도움을 많이 받고 있으며, 자문을 구하며 진행하고 있습니다. 큰 힘이 되어주시는 감사한 분입니다. 언젠가 은혜를 갚겠습니다.ㅎㅎ
Q5. 맨 마지막에 나오는 사진은 글 쓰는 분의 캐릭터죠? 실제로도 비슷하신가요? ㅋㅋ
A5. 네 ㅎㅎ 제가 맞습니다.
고빵빵 선생님께서 그려주신 제 모습입니다. 실제로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는 세상을 더 밝히라는 조상님들의 뜻에 따라 머리가 반짝입니다.✨
Q6. 서울 디자인 페어에서 받았던 스티커의 삼공이는 누군가요? 작은도시이야기의 마스코트인가요?
A6. 삼공이는 청두의 반려견입니다.
2019년부터 함께 지내는 친구입니다. 엄마는 보더콜리, 아빠는 리트리버로 추정되는 친구이고 을지로 철공소 골목에서 인연이 되어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땐 입양을 가는 길이었고, 두 번째 봤을 땐 파양이 되어 골목에 있었습니다. 두 번째 본 날 급작스럽게 식구가 되었습니다. 인내심 많고 저를 많이 배려해 주는 고마운 친구 입니다. 가끔 고집스럽기도 하지만 ㅎㅎ
올해 부터 작은도시이야기의 마스코트로 삼공이의 분량을 조금씩 늘려나가려 합니다.
Q7. 이런 큐레이팅 컨텐츠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7. 제가 발견한 귀한 것들을 공유하고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콘텐츠를 기획하게 된 계기를 말씀드리자면 '작은도시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로 9년 차입니다. 을지로에 있는 예술가, 예술공간들을 한 동네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도심에 위치한 예술공간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곳들을 통해 사회가 더 풍요롭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감을 느낍니다. 그렇기에 예술가, 예술공간이 도시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만드는 서사는 그들만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습니다. 공간을 찾아오는 이들과 을지로를 기반 삼아 있는 예술가들이 전국적으로, 혹은 국제적으로 활동해 나가는 것을 보고 있자면 을지로가 있다는 것이 귀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을지로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지역의 역할과 의의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값비싼 땅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보니 여러 욕망에 의해 많은 것들이 흔들립니다. 그 욕망의 조건 중에 그 땅에 뿌리내린 예술이 부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큰 힘이 움직일 때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장애물 정도로 여겨지게 됩니다. 아지랑이처럼 원도심 위로 치솟은 1조 원 이상의 돈은 예술이 도심에 만든 어떤 가치와 잠재성을 신기루로 치부하게 만들곤 합니다.
예술의 역할이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귀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귀하게 만들고 감각하지 못했던 것을 감각하게 만드는 것이 주요한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맥락 위에 서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예술가의 입장에서 을지로의 예술가를 보기로 하였고, 그 가치를 나눌 방법을 찾다 문자 언어의 형태로 정리되고 공유하는 '작은도시이야기'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Q8.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A8. 꾸준할 계획입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부족함도 많았고, 실수도 잦았지만 끊기지 않았음을 스스로 칭찬해 봅니다. 꾸준히 올해도 계속해 나가는 것이고, 부족함을 보완해 나갈 수 있길 희망해봅니다. 욕심은 앞서지만 워낙 느리고 더딘 사람인지라 제 용량에 맞춰 작은 영역부터 한 사람씩 만나 차근차근 쌓아가려 합니다. 어디까지 가고 얼마나 담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 보폭에 맞춰 가보고 있습니다.
예술가, 기획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며 공통적으로 느꼈던 설렘이 있었습니다. ‘내 앞에 있는 이분이 5년 후 어떤 모습일까. 이들의 꿈이 성큼 실현되어 있을 것 같다. 그때 내가 오늘 만났던 사실이 얼마나 기쁜 순간으로 기억될까.’였습니다. 그 설렘을 올해도 남은 11개월 동안 채워보겠습니다. 그렇게 쌓인 이야기가 추후 제 개인의 작업을 떠나 도시계획과 예술진흥에 관한 법률, 건축에 관한 법률이 새롭게 입법되거나 개선될 때 '작은도시이야기'가 쌓아 놓은 이야기들이 작지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길 희망해 봅니다. 그 과정을 함께 해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피드백해 주시길 희망합니다.
※ 도시 속, 작은 도시 을지로의 예술 이야기를 전하는 '작은도시이야기' 뉴스레터 ▷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