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2014-2019
도시엔 예술가가 모이는 거점이 존재합니다. 예술가들의 거점의 형성은 임대료, 접근성, 지역의 매력 등 다양한 요소의 결합으로 예상치 못한 시점에 발생합니다. 공간이 예술을 받아들이면 그곳은 이전과 달라집니다. 예술이 선보이는 장소와 예술가들의 활동으로 도시의 문화생태계는 풍요로워집니다. 꽃이 피면 나비가 날아라 들듯 다양하게 피어난 문화 향유를 위해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그렇게 지역은 이전과 다른 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시장경제 체제를 지향하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예술이 모여드는 거점에 두 가지 맹점이 발생합니다. 하나는 지역의 문화의 가치가 높아지면 자본의 가치가 동반상승한다는 것입니다. 둘은 자본의 가치가 높아지는 만큼 대부분의 예술가들의 수입이 동반상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위 두 가지 요소는 예술거점의 소멸을 필연적으로 만듭니다. 거점 소멸 이후 높아진 임대료, 매력도가 낮아진 장소들로 바뀌게 되며 방문객이 적어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다양하게 창발 했던 문화는 백화 되고, 문화가치와 반비례한 높은 임대료의 공간만이 남게 됩니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상업 공간만이 남아 도시의 다양성은 줄어들고 매력도 역시 낮아집니다.
서울에서 자연스럽게 창발 한 예술거점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하여 서울시는 '예술거점 활성화 지원 사업'을 시행하였습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운영되었던 사업은 총 4개의 자치구가 함께 하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시작하며 2019년까지 을지로 일대 자양분이 되어주었던 순간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예술활동 거점지역 활성화 지원 사업
1) 사업 소개
서울 곳곳에 자생적으로 생성된 예술인 활동 거점지역이 지역과 공존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지역 특성에 맞는 예술 생태환경 조성을 지원하는 서울시의 정책사업이다.
2) 운영 대상
총 4개의 자치구 「마포·성북·영등포·중구」가 공모를 통해 선정되었다.
중구 : 을지로동, 필동, 광희동
영등포구 : 문래창작촌 인근, 문래동, 영등포동, 당산동
성북구 : 석관동, 월곡1동, 월곡2동
마포구 : 서교동, 연남동, 합정동
3) 운영 기간
2019년에는 사업 계획 수립을 위한 예비사업을 시행한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본사업을 추진하다.
4) 예산 구조
전체 예산중 50%는 시에서 부담하고, 50%는 구에서 부담하는 시·구비 매칭 사업의 형태로 진행한다.
5) 사업내용
예술인 밀집지역 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창작활동을 위해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사업계획 수립 및 추진을 지원한다. 인프라 조성, 거버넌스 구축, 예술활동 지원 등을 포함한다.
6) 사업 목표
서울 곳곳에 자생적으로 생성된 예술인 활동 거점지역이 지역과 공존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7) 실행 주체
사업 실행은 서울시 문화예술과 예술정책팀, 각 자치구청 문화과에서 실행한다.
*위 내용은 서울시 및 지자체 자료를 기반으로 재구성하였음.
을지로의 토양
2019년 사업계획을 위한 시범사업이 시행되었습니다. 당시 중구는 구청 문화관광과와 중구문화재단 중심으로 서울연구원과 현장답사를 진행하여 타당성을 검토받게 됩니다.
2019년 당시 을지로 일대 현황
2018년 이후 을지로 일대 문화현상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합니다. 이는 공공의 정책적인 흐름의 변화와 민간 상권의 이동, 로컬에 대한 대중의 관심 확대, 이미지 중심 SNS의 활성화, YOUTUBE를 통한 개인 방송 확대 등 다양한 사회 현상과 맞물려 벌어진 결과였습니다.
①개발 정책 변화
공공의 정책이 '도시 재정비(대 단위 재개발)'에서 '도시 재생(현황에 맞는 소규모 개발 및 보수)'로 방향을 전환하게 됩니다. 서울시는 세운상가군을 중심으로 공간정비를 수행하며 메이커, 예술가, 디자이너가 2년 이상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고, 서울 중구청(이하 중구청)은 기존 공실을 활용하여 예술가, 디자이너가 최대 5년 공간지원 혜택을 받아 활동할 수 있는 사업을 시행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도심의 산업과 시장을 활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창작계층의 유입과 정주가 확대되게 됩니다. 을지로 일대는 예술가들의 창작공간, 전시 및 공연 공간, 상점의 수가 늘어나며 제조공장은 더 긴밀한 협업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2013년
06.04〈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제정
2014년
02.25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 최종 통
2015년
04.22 중구청 〈을지로디자인예술프로젝트〉작업실 지원 사업 운영 시작
서울시 '세운상가 활성화(재생) 종합계획'발표
11.13 중구청 〈을지로 라이트 웨이〉조명유통상, 제조공장, 디자이너의 협력관계 형성을 위한 축제 사업 운영 시작
2017년
서울시〈세운메이커스큐브〉 창업 및 창작 공간 지원 사업 운영을 시작
②예술가 유입 및 연대
'800/40'이 2015년 이문동에서 세운상가(대림상가)로 이전하게 됩니다. 이후 같은 층엔 '300/20', '200/20'이 함께 문을 엽니다. '800/40'에서는 5명의 기획자가 공동 운영하며 장르 제약 없이 작품을 소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였고, '300/20'은 '예술품이 아닌 예술을 팔자'는 목표를 지향하며 작품의 판매와 유통을 담당하게 됩니다. '200/20'은 서점의 형태로 텍스트를 파는 곳으로 자리 잡습니다. 세 공간은 작가들의 '24시간 레지던시', '24시간 전시', '240시간 프로그램'을 따로 또 같이 운영하면서 작가가 자신의 예술을 다각도로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게 됩니다. 세 공간이 들어선 3층은 공중 보행교로 설계된 데크와 인접해 원도심이 내려다보이는 옥상이면서 도로의 역할을 수행하는 특수한 공간을 활용하게 됩니다. 공간의 매력과 제약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주는 장점으로 점점 많은 예술가가 모이는 장소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스페이스바 421'이 2015년 세운상가 4층 바열에 입주하게 된다. 기획자, 예술가로 구성된 그룹은 공간을 기반으로 다양한 국제교류프로젝트와 도시와 사람, 시간과 공간, 기술과 노동에 관한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또한 예술인의 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예술 서비스를 제공했다. 작은 공간에서 계속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회의하고, 고민을 외부로 옮겨 실행했다.
'손원영' 작가는 2008년 즈음부터 을지로 대로와 접한 건물 4층, 5층에 작업실을 만들게 되었다. 이후 지인들과 공간을 나눠 사용했으며 그 과정에서 을지로를 경함 한 예술가들 일부는 인근에 새로운 작업실을 차렸다. 2015년 대림상가 옥상, 복도 등 공공성을 가진 공간에서 '청계추계체육대회'를 여는 등 지역을 해석하고 공유하는 활동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위 작가들의 활동은 중구청 시장경제과 공무원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어 을지로디자인예술프로젝트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2016년 당시 사업 당당자 이경숙 주무관 인터뷰)
③FNB시장의 이동
2015년부터 시작된 경리단길의 젠트리피케이션은 2016년 경 절정에 달하게 됩니다. 언론에 소개되고 유입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임대료가 두 배 이상 급격히 상승합니다. 기존 업종과 거주민은 생존을 위해, 업을 지속하기 위해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매장의 독특한 분위기, 언덕길을 따라 늘어선 지형과 조밀하게 늘어선 골목과 건물이 만드는 경관의 특이성이 젊은 소비층을 경리단길로 불러들였습니다. 젊은 창업자의 성공신화, 매력적인 이미지를 생산하는 공간은 SNS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유통되었습니다. 2010년 초반부터 2015년까지 성장한 상권은 대규모 외부 자본의 유입과 임대료의 급속한 상승으로 인해 급격히 백화 되었습니다.
풍선 중앙부를 누르면 주변부가 팽창하듯 임대료 상승이라는 결말로 귀결된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 상권의 주역은 주변으로 퍼져나갔습니다. 해방촌, 후암동 그리고 을지로가 대안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을지로는 서울 도심이지만 여전히 낡은 곳이었기에 특수한 도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고, 산업지와 함께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예술가들은 매력적인 자신의 작업실 일부를 카페나 와인바로 바꾸는 실험을 하고 있었고 많은 이들이 성공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었습니다. 이미 지역에 상권이 형성되고 있었고, 임대료는 여전히 저렴했고,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정취를 가진 도심으로 경리단길 외에도 우사단로, 문래동, 홍대, 연희동 등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한 청년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④민관협치
2018년 중구청은 협치를 지향하며 거버넌스 구축을 중구의 예술가들에게 제안합니다. 그 결과 '중구문화예술거버넌스'가 운영되기 시작하며 민·관협치의 경험을 쌓게 됩니다. 예술가들은 중구청·중구문화재단과 함께 문화행사, 예술교육, 작가지원 등 방안을 논의하고 실현해 나갑니다. 2019년엔 중구청의 각과 과장들이 1년 동안의 계획과 예술가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사업을 제안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중구문화재단과 지역 예술가의 파트너 관계가 확립되고 중구청은 이를 지원하게 됩니다. 예술활동거점을 지속적인 구조로 만들기 위해 민과 관의 협업 구조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중구는 그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 서울시 : 세운상가 도시재생사업 『다시, 세운 프로젝트』
ⓑ 서울 중구청 :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구역 공실 개선사업 『을지로디자인예술프로젝트』
ⓒ 중구문화재단 : 예술가 거버넌스 지원 및 네트워크 활성화 사업 『N개의 서울, 중화학』
ⓓ 민간 예술가·예술 공간 및 복합 공간 : 을지로 3가, 4가 일대
ⓔ 민간 F&B 및 복합 공간 : 을지로 3가 일대 (타 지역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으로 을지로 3가로 유입)
서울연구원은 다양한 시간선이 모인 2019년의 을지로를 목격하게 됩니다. 서울시와 중구청에서 운영 중인 사업일 발생시키는 효과와 예술가들의 활동 현안, 지속적으로 도심문화 생태계가 활성화될 때 가져올 수 있는 기대 효과를 살펴보게 됩니다. 그렇게 을지로, 중구는 서울시의 예술활동 거점지역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논문
상업공간의 젠트리피케이션 과정 및 사업자 변화에 관한 연구: 경리단길 사례, 허자연, 정연주, 정창무, 서울연구원, 2015
공공기관 자료
· 세운제정비촉진지구 소중규모 분할 개발 속도 낸다, 역사도심관리과, 서울시, 2014.03.04
·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다시 세운 프로젝트 본격 추진 합니다, 도시기반시설본부-건축부, 서울시, 2018.11.08
· 을지로 빈 점포, 청년예술인 창작공간으로 제공, 서울 중구청, 2015.04.22
언론
· '재생'은 보존? 세운지구는 늘 개발 중이었다, 허남설, 경향신문, 2021.12.16
·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돌아보다, 새롭게 만난 서울, Vol.11, SH 톡톡
인터뷰
· 예술의 가치와 창작의 현실이 나아지도록, 200/20, 300/20. 800/40 운영진 인터뷰, 이아림&조아라, 문화서울, 2016.04
· 손원영:관계가 만드는 예술, 고대웅, 작은 도시의 들, 꽃 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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