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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CENTER

전환이 동력이 되는 곳

by 청두

2018년 여름이었습니다. 열기가 가득했던 날 중구청 도심산업과와 함께 「서울 중구 산림동 82-12」에 방문했습니다. 컨테이너를 쌓아서 만들어진 가건물이 콘크리트 건물과 이어져 있었는 특이한 구조였습니다. 창고로 쓰이던 2층, 3층은 분할된 컨테이너로 공간 활용이 가능해 보였고 4층 옥탑과 작은 마당은 을지로를 조망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서울 중구청은 을지로 철공소 마을에서 예술가·디자이너의 작업실을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2015년 시작된 사업은 참여 작가˙디자이너의 활발할 활동으로 여러 성과를 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7년 R3028의 국제교류사업 운영으로 김선우 작가가 아트치요다 3331레지던시를 다녀오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을지로를 중심으로 국제교류의 가능성을 보게 되었으며, 중구청은 적극적으로 사업의 가능성을 검토하게 됩니다. 그때 국외 작가 레지던시 공간으로 검토된 곳이 「서울 중구 산림동 82-12」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재개발 실패로 인해 생긴 부채가 건물에 얽혀 있어 공간은 활용되지 못했습니다.


2020년 초 중구문화재단과 다시 공간을 방문했습니다. '예술활동 거점활성화 지원사업'의 실행을 위한 거점 공간으로 서울 중구 산림동 82-12」을 검토하게 됩니다. 당시 새로운 건물주가 채무관계를 정리한 덕분에 공간을 임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960년대 건축물을 지지대 삼아 쌓여있는 컨테이너는 전시공간으로, 예술활성화를 위한 중심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예술활동 거점활성화 지원사업'이 막을 내립니다. 을지예술센터의 박지인 PD는 공공의 지원은 끊겼지만 공간 운영을 지속하기로 마음먹게 됩니다.


2024년 공간에는 PS CENTER라는 새로운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이전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계속해나가기 위해 전시 공간의 역할을 지속적하며, 대안공간에서 갤러리로서의 성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전환하여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PS CENTER, 박지인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목차

PS CENTER 이야기

기획 이야기

공간 이야기

내일 이야기



표기

PS CENTER : 피에스 센터

CENTER Corp : 센터콥

을지예술센터 :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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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CENTER 이야기


안녕하세요, 대표님. 'PS CENTER(피에스센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PS CENTER'는 '을지예술센터'를 전신으로 하고 있는 갤러리입니다. 을지로는 도시 중심에 대안적인 문화나 대안적인 공간이 많은 장소예요. 저희는 이곳에서 상업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어요.


대표님에 대한 소개와 구성원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선 제 소개부터 드릴게요. 저는 대표를 맡고 있는 박지인입니다. ‘지인’이라고 불러주시면 되어요. ‘아는 사람 지인, 모두의 지인’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어요. 원래는 작업을 하던 작가였고 어떤 계기가 되어 지금은 전시를 만드는 일, 작품을 소비자와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총 여성 4명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길수아와 양진영 두 명의 큐레이터, 이민선 디자이너와 함께 하고 있어요. 다른 분들도 역시 닉네임이 있어요. 길수아 큐레이터는 ‘수키’, 양진영 큐레이터는 ‘지니’ 이민선 디자이너는 ‘밍’입니다.


‘아는 사람 지인, 모두의 지인’, ‘수아로브 스키, 예쁜 내 새끼 수키’, ‘소원을 말해봐 지니’, ‘ 밍밍한 밍’ 이에요.(앞으로 내만 손바닥)


오.. 아이돌이네요. 을지로 4인조 예돌. 'PS CENTER'는 아이돌이 운영하는 갤러리였군요.



'을지예술센터'가 전신이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을지예술센터'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공공의 자금으로 운영되었다고 알고 있어요. 민간 운영으로 전환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떤 계기가 있었기에 험난한 과정을 시작하게 되셨을까요?


우선은 '을지예술센터(이하 센터)'를 포함이 그전까지 해왔던 방식을 전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저는 공공에서 운영하는 사업 TFT로 일을 해왔어요. '센터'로 와서 만난 팀이 세 번째 팀이었죠. 공공의 회계 연도에 맞춘 사업들을 계속하다 보니 공공사업이 마무리되고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완전히 해체되는 팀을 계속 경험했어요. 그 과정에서 저 역시 계속 Fine Tuning 해야 하는 상황에 있었어요.

'센터'를 함께 운영한 친구들과 공동 출자해서 ‘CENTER Corp(센터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를 만들었어요. 공공의 사업이 끝나더라도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당시 10만 원짜리 법인을 만들게 되었어요.

2022년을 마지막으로 공공과 함께 해온 '센터'가 막을 내리게 되었어요. 제가 월급을 줄 수 있는 여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저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끌어가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센터'의 구성원 친구들은 모두 출중했어요. 때문에 사업이 종료될 시점이 다가오니 모든 공공 기관에서 쏙쏙 빼가기도 하고, 각자의 지향에 따라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간 친구도 있고, 상업갤러리로 가서 일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결국 팀이 와해되는 것을 다시 경험하게 되었죠.


얼마 전에 누가 저에게 얘기해 주셨어요. "지인이 을지로 유일한 생존자다." 하지만 당시엔 공간과 저만 남아 있는 상황에서 법인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죠. 2023년 초 BC카드에서 전시를 해보자는 제안을 해주었어요. 취업을 하기보다 제 일을 하고 싶은 상황이어서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이후 성북문화재단에서 미술을 주제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며 제안을 주셨어요. 그 일을 계기로 '센터' 스텝으로 일했던 길수아 큐레이터와 함께 하게 되었어요. 당시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지만 같이 시작해 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이후 다른 사업들이 붙으면서 양진영 큐레이터도 들어오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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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우림 개인전 《Ceci n’est pas Oim》스시네빠왐 : 이것은 내가 아니다, 2023 ⓒPS CENTER



2024년부터 조직을 정비하고 급여 체계도 바꾸고 회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어요. 이제 한번 더 3년을 버텨보자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이제 2025년으로 1년이 지났네요. 휴.


지금의 피에스 센터 공간은 이름과 역할이 바뀌는 과정에도 박지인이라는 사람의 인생에서 중요한 경험과 성장을 만들어준 장소이기도 하네요.



중구문화재단(공공)의 예산 지원으로 탄생한 별동대였다가 영리 기업이 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을 것 같아요. 업무 방식에도 변화가 많았을 것 같고요.


'센터'는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원이 모였어요. 을지로의 예술 거점의 역할을 해야 하는 목표과 나 개인과 구성원들의 성장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고, 각자가 꿈도 많았고, 욕망도 많았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수평적인 조직에 대한 허상도 있었고요.(웃음)


지금은 처음부터 앞에 있는 일을 완성해 내는 것이 가장 주요했기에 시작부터가 조금 다릅니다. 일은 수직적으로 관계는 수평적으로 하기 위해, 좀 더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죠. 운영측면에서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만들기엔 너무 작은 회사라 우리끼리 하는 약속이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작은 조직이라 가변적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다행히 저희는 4명이 손발이 정말 잘 맞아요.



‘을지예술센터’가 ‘PSCENTER’가 되었잖아요. ‘PS’가 무엇일지 궁금했었어요. 박지인의 ‘P’를 붙여서 ‘Park’s center’라는 뜻일까 짐작해 봤었어요.


아, 절대 아니에요. '센터콥(을지예술센터 운영 당시)'이 다 하지 못한 이야기라고 설명하는 게 훨씬 맞을 것 같아요. 요즘 세상이 전과 후가 있는 세상인지 잘 모르겠어요. 오히려 뭔가 뒤집힌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2024년 첫 전시를 통해 'PS CENTER(이하 피에스 센터)'를 재개관했어요. 당시엔 공간에서는 대관도 좀 하고 'CENTER Corp(이하 센터콥)'을 통해 전시를 기획하고 브랜딩 하는 일을 하고자 했어요. 그때 다른 큐레이터들과 상의해서 “PS CENTER”로 정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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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CENTER bi(좌), CENTER Corp bi(우) ⓒPS CENTER








기획 이야기



이제 말랑 말랑한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여쭤볼게요. 2024년이 새롭게 시작한 원년이 되는 것 같아요. 어떤 기획이 있었을까요?


SenseScape》 전시가 첫 시작이었어요. 당시 주변 지인들에게 10만 원, 20만 원짜리 작품을 강매시켰죠. 콜렉터가 저를 믿어 주었고, 제가 함께하는 작가를 밀거라는 믿음이 생긴 순간이었어요. 그때 이후 권지영 작가는 저희와 전속 계약을 맺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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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권지영, 2인전,《SenseScape》, 2024 ⓒPS CENTER



전시를 열고 작가를 소개하고 작품을 판매하는 것은 기본이고, 저희와 작가가 함께 성장해 나가는 방법을 찾고 해내는 것이 지금은 가장 많이 생각하는 부분인데요. 도시 중심에 있는 을지로라는 이점과 저희 팀이 가지고 있는 기획력을 잘 사용하고 싶어요. 나아가 대안공간이 상업갤러리가 된 좋은 사례를 남기고자 합니다.


'피에스 센터'는 상업갤러리를 지향하고, '센터콥'은 외부와 협업을 확장하며 미술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전자가 작품으로 관람객, 콜렉터와 만나는 것이라면, 후자는 미술로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요.



두 영역을 구분해서 질문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피에스 센터'는 상업 갤러리를 지향하며 성장해 나갈 계획이라면, 아직 초석을 다지는 중이라 하셨지만, 지난 1년간의 서사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면 앞으로의 '피에스 센터'가 그려질 것 같아요.


맞아요. '피에스 센터'는 아직 브랜딩을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에요. 때문에 인터뷰로 이야기를 남기는 것이 좀 부담이 되는 지점도 있어요. 하지만 후에 이 과정에 대한 기록이 또 다른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앞으로는 기획전을 중심으로 하게 될 것 같아요. 하지만 기획 자체가 부각되기보다 작가를 제일 잘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만들고 싶어요. 그냥 우리가 만나는 좋아하는 작가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전시가 우리의 방향이라면 방향일 것 같아요.


'피에스 센터'가 해온 기획 중 유니크한 기획이 있어요. 우리의 아이덴티티처럼 보여주고 있는 기획은 올드 마스터와 영 제너레이션이 만나는 전시예요. 작년엔 정현 작가님과 고요손 작가가 함께 했었어요. 어떤 것을 굉장히 오래 지속한 사람의 에너지와 힘 그리고 좋은 성품과 예민하고 명민한 젊은 작가의 좋은 에너지가 만났을 때 모두의 기쁨이 이 공간에서 조우하는 게 좋았어요. 물론 전시를 만드는 과정은 너무 힘들었어요. 작품이 너무 무거웠거든요.(웃음) 저희가 전시한 작품 중에 가장 무거웠어요. 저희 공간은 크레인으로 작품을 옮길 수가 없거든요. 그 조각을 올리기 위해 아래층 사장님들까지 도와주셨어요. 하지만 단언컨대 그간 을지로에서 볼 수 없었던 전시 임에 틀림없어요. 그렇게 뿌듯한 전시는 월간 미술 리뷰에도 나왔답니다.


앞으로 이와 같은 기획을 1년에 한 번씩은 꼭 할 예정이고, 아트페어나 해외의 갤러리와 교류를 통해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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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고요손 2인전 《제일 뒤가 가장 앞이다》, 2024 ⓒPS CENTER



센터콥은 어떤 길을 걸어오셨을까요?


센터콥을 구성하는 세 가지의 ‘C’가 있어요. ‘Curatorial, Cooperative, Creative Group’이 그것이에요. 때문에 현시점에 협력과 협업업이 센터콥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예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지금 저희가 전후가 바뀐 흐름 안에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공공 영역에 있는 지자체, 재단 및 기업들과 꾸준히 협업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작년엔 '춘천 예술촌'과 시각예술 작가가 지역을 만나고 표현하고 나아가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만화책을 만들었어요. 곧 출간될 예정이에요. 또 성북문화재단과는 ‘미술의 맛’이라는 강연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관련 아카이빙 북도 만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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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를 위한 춘천 탐험 안내서, 춘천예술촌 ⓒCENTER Corp



더불어 사기업과도 협업을 열어나가고 있어요. 얼마 전 기업의 작은 전시를 했었어요. 화담숲 안에 있는 화담채라는 공간에 화담숲을 모티브로 ‘화담정원’이라는 전시였어요. 기업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화담채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고민하고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만들고 권지영 작가와 최원서 작가와 콘텐츠를 만들었죠.


앞으로도 기업 혹은 문화재단과의 일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고 협력이 가장 중요한 모토가 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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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정원 전시 전, 2024 ⓒCENTER Corp




전후가 바뀌었다고 말씀해 주신 부분이 중요한 지점일 것 같아요. 하지만 잘 못 알아 들었어요.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좋아요. 맥락상 간단히 얘기해 보면, 어떤 걸 홍보하기 위해 직접 홍보하는 곳은 거의 없죠. 대부분 어떤 스토리를 가진 기업이나 재단이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가 있다면 이것을 메타적으로 홍보한단 말이죠. 그럴 때 필요한 것이 협업인 것 같아요. 또 기업이 필요한 게 어쩌면 예술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또 그것이 예술가한테도 나쁜 것은 아니겠죠. 만약 좋은 기획자를 만날 수 있다면요. 생각보다 좋은 경험으로 남을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협업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그 현상 자체가 전후가 뒤바뀐 느낌이 아닐까 싶어요.


기업을 통해 영리를 취하며 예술가와 관계를 만들어 나갈 부분을 열어나가신다는 말씀이시군요.


무조건이죠. 저희는 비영리 기관 아닙니다. 영리 사업자입니다.


영역의 사이, '센터콥'이 메꿔주며 구심점을 만들어가시는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업에도 좋고, 작가에게도 좋고, 센터콥에도 좋고.


'센터콥'에 더 좋아야 해요. 우리가 선한 의도로 작가를 대한다면 작가는 자동으로 좋아지지 않나 싶어요. 돌아보면 작가들과 협업하며 생기는 비합리적이고 불합리한 것들 대부분은 중간에 모더레이팅을 하는 기획자들로 기인한다고 봐요.



2024년 다양한 일을 하셨던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유의미했던 기획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문화도시 사업을 같이 했었어요. 5개 문화도시가 공동주최한 함께 한 사업이었죠. 뭐, 지자체 재단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들은 듣자마자 끔찍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것은 행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 정말 박지인과 '센터콥'만 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많은 설득과 행정력이 필요한 일이에요.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지만. 주어진 조건에 전시를 해야 했는데 전시장 컨디션이 모두 다른 5개 공간이서 전시를 열어야 했어요. 5일에 한 번씩 도시를 순회하면서 전시를 열어야 했어요.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역에 대한 탐구와 그에 맞는 작품의 연출, 센터콥이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작가님들이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은 오랜만에 봤어요. 다른 도시 5개 수도권 지하철이 연결된 곳을 돌아다니면서 똑같은 작업을 계속 다르게 보이면서 관객을 만나는 과정이 정말 특이했어요. 이럴 수 있구나 싶었죠. 월간 미술 큐레이터 보이스에도 전시에 대한 내용이 다뤄졌어요.


미술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일상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일상적’이라는 말을 참 많이 하지만 그것을 경험하고 현장에서 보게 된 거죠. 우리의 삶을 기대 이상으로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답니다. 이와 별개로 과정은 너무 힘들었어요. 매주 오프닝이 있는 일은 다시는 안 할 거예요.(웃음)


대표님의 지향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작가들이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날이 점점 이루어져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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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풍경, 도시 산책자), 2024 ⓒCENTER Corp



문화 1호선 순회전시 "도시풍경, 도시산책자"



서로 다른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두 형태의 사업체가 각각 어느 위치에 있기를 바라실까요? 을지로의 상징적인 상업 갤러리? 작가와 함께 성장하는 젊은 여성 기획자 그룹?


을지로는 빼고. 대안 공간이 갤러리가 되는 사례가 한국에는 태동기이기만 하지 성공적인 사례는 없단 말이에요. 그 영역에서 천천히 이뤄가는 과정을 보여 주고 싶어요. 이후 그런 사례들이 점점 많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작품이 만들어지면 유통이 돼야 하잖아요. 그 유통의 마지막 장이 누군가 보기만 하는 것에 그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나이가 들면서 더 하게 되어요. 물론 작가 입장에서야 그런 일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기획자도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유통이 생존과 연결된 부분이 분명히 있죠.


예를 들어 저희가 수림문화재단에 〈데이터 정원〉 전시를 했을 때 박소라 작가가 참여했었어요. 그 작품으로 '을지예술센터'에서도 전시를 했었고요. 이후 올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했어요. 그렇게 되면 작가 입장에서 작품이 노출되고 본인의 작업을 어필할 수 있겠지만 종국엔 판매랑 연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어요. 그 차원에서 바라보면 구조적으로 미술관이든 비영리 목적의 공간에서 생산되어 만들어진 작가의 작품이 판매로 연결되는 그림이 맞겠죠.


갤러리는 돈이 많아야 할 수 있다. 아니다. 대안공간도 할 수 있다. 그걸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피에스 센터'와 인연이 된 작가와 함께 성장하기 위한 그릇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요. 내가 잘 살고 싶은 그릇을 만들기 위함이죠. 내가 잘 될 거예요.



앞서 말씀해 주신 내용은 피에스 센터에 해당되는 지향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센터콥'은 어떨까요?


지금 그게 좀 고민이죠. 콘텐츠를 만들고 크레이티브 디렉터 팀을 보면 개개인이 셀럽인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넷 다 SNS를 안 해요. 작년 여름에 팀원들에게 “SNS를 좀 해보면 어때요?”라고 묻기도 했는데 손이 가는 성정들이 아니에요. ‘I’ 성향의 기획자들이죠.


저 스스로도 체질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는데 SNS가 답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누군가에게 알리기 좋은 수단인 건 맞지만 그룹을 어떻게 설명하느냐의 차원에서 보면 저희는 힙하고 반짝반짝한 느낌은 맞지 않아요. 제가 느끼는 저희는 협력이 잘 되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고유의 이야기나 기획을 잘 뽑아내는 팀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피에스 센터'를 통해서, '센터콥'을 통해서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나 잊지 않고 싶은 이야기도 있으실까요?


그런 건 없습니다.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센터콥'은 협업이 중요하니 우리에게 맞는 재질의 일을 계속 진행할 거예요. 반대로 '피에스 센터'는 지금 한국에서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를 이곳의 큐레이터들과 계속해나갈 거예요.









공간 이야기



회사를 재정립하면서 새로운 지역으로 가지 않고 을지로에 남으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을지로에 애정이 있지는 않아요. 다양한 욕망이 교차하는 이 지역이 미술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러면 여기 조금 있어보자 싶은 이유예요. 그리고 익숙함이 제일 큰 이유인 것 같아요. 이 공간에 제 손이 닿지 않은 곳은 거의 없어요.


회사를 시작하기에 이 공간이 제게 가장 적절했어요. 그렇게 '피에스 센터'는 이제 1년이 지나가네요.


3년을 보고 시작하신 일이라 하니 남은 2년이 이후에 있을 많을 일들에 초석이 되어줄 것 같아요. 그때가 되면 이 동네도 사람들도 많이 달라져 있을까요. '피에스 센터', '센터콥'이 어디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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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CENTER 외부, 내부 전경, 2024 ⓒPS CENTER









내일 이야기



2025년 '피에스 센터'의 전시 계획이 궁금합니다.


당연히 연간 계획이 모두 잡혀 있어요. 우리 큐레이터들과 저의 주도적인 취향이 많이 반영된 작가들의 기획전이 주를 이룰 거예요. 공간이 분절되어 있어서 개인전 보단 기획전 위주로 진행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몇 개의 개인전도 기획이 되어 있고요.


작년에 했던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올해는 좀 다른 각도에서 할 예정이에요. 그것이 올해 첫 전시가 될 것이고 종교와 젠더에 대한 이야기, 디아스포라 주제를 다루는 전시가 있을 예정이에요.



5년 후 '피에스 센터'와 '센터콥'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너무 돈에 쪼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센티브 팍팍!


금융치료 팍팍!



스스로의 환경, 역할, 동료 등 많은 변화를 만들어 오셨어요. 얼마 후일지는 모르겠어요. 변화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든 때가 온다면 박지인과 '피에스 센터', '센터콥'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요?


'피에스 센터'는 갤러리로 자리매김하고, '센터콥'은 예술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로 한 단계 더 성장했으리라 예상해 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센터는 성공적인 갤러리가 된 대안공간이 되고자 해요. 잠깐 일하기 위해 영국에 들린 적이 있어요. 평소 같았다면 소규모 대안공간들을 많이 다녀 봤을 텐데 이번엔 초대형 갤러리들 중심으로 보게 되었어요. 나의 방식으로 이 시점에 뭔가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FRIEZE(프리즈)'는 여전히 한국에서 계속되고 있고, 세계에 ‘K’ 문화가 전파되는 시점에 우리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피에스 센터'는 작년(2024년)에 '프리뷰'를 나가면서 아트페어를 경험했어요. 올해는 국내외 아트페어 참여를 기획하고 있고, '센터콥'은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기업들과 할 일들이 있어요. 천천히 우리답게 버텨보려 합니다. 계속 호흡을 유지하면서 가려해요.








전환이 동력이 되는 곳



'을지예술센터'는 'PS CENTER'가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공의 힘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사업이 끝나면 산화합니다. 99.9% 그랬습니다. 하지만 「서울 중구 산림동 82-12」은 여전히 예술공간으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을지예술센터의 PD는 PSCENTER의 대표가 되어 계속해서 예술가가 모여들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공공의 공간은 민간의 공간이 되고, 비영리 대안공간은 영리 갤러리가 되고, 만날 일 없었던 원로작가와 신진작가가 만나서 전시를 함께 만듭니다. 서로 다른 영역으로 전환되며 생기는 마찰열을 이전에 없었던 동력으로 전환시키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저항을 뚫고 길을 열어나가는 PS CENTER, 박지인 대표님의 내일을 응원합니다. 지금 꾸는 꿈 동료들과 이뤄나가길 올 한 해 응원하겠습니다. 긴 시간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PS CENTER 3층 전경, 2024 ⓒPS CENTER









PS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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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예술센터 → PS CENTER 공간 활용 변화

을지예술센터 3F-4F (좌), PS CENTER 3F(우)







PS CENTER 더 보기

・instagram : @p.s.center

・website : ps-center.kr



CENTER Corp 더 보기

・instagram : @center.corp

・website : centercorp.kr




_MG_3088.JPG 박지인의 손 ⓒ작은도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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